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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9:xxi 무의 심장 (1)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2 14: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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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xxi 무의 심장 (1)



당신이 당신의 아비와 충돌한 순간, 모든 세상이 뒤흔들린다.


그래야만 한다.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 아니겠는가. 당신의 영영 이어질 날 중의 날에서도 정점에 있는 순간이며, 그 이후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순간이다. 세상이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새로운 막이 오름을 목격하며 떨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당신은 이 대결을 갈망해 왔다. 하지만 대결을 두려워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무언가를 그토록 원하면서도, 그것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꺼리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이제 아무 쓸모 없는 질문일 뿐이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어떤 여유도 없다. 진지한 싸움이 벌어지기 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예의 바른 시험도, 탐색을 위한 잽도 없다. 당신의 아비는 사이킥 힘으로 빚어낸 방패를 앞에 두른 채, 그저 당신을 향해 충각 공격을 가하는 전함처럼 달려들 뿐이다. 뒤로 물러나는 것도, 옆으로 회피하는 것도 선택지에 없다. 제자리에 선 채 마주할 수도-


당신은 대신, 그 돌진에 맞서 돌격한다. 돌격에는 돌격으로 답해야 한다. 당신의 아비는 이 격돌에서 우세한 입장에 설 수 없음을 처음부터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힘에 힘으로 맞선다. 당신이 부려낸 비물질계의 힘이 굴절 렌즈처럼 맺혀 충각을 불러낸다.


재앙에 가까운 충격이 모든 것을 멍하게 만든다.


당신의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이것이 당신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다. 이렇게 될 거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아비가 품은 완고한 성정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당신은 미끼를 던졌고, 이 아름다운 덫을 준비했으며, 스스로 유도한 기억상실 속에서 기다리지 않았던가. 황제는 죽어야만 하고, 그 죽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뿐이다. 당신은 당신의 아들들에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선언했다.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그것이 저들의 전쟁 구호가 되지 않았던가.


당신의 두개골은 거세게 흔들린다. 코와 목구멍에서 혈향이 느껴진다. 당신들의 사이킥 무기가 격돌하며 쌍소멸을 일으키고, 그 충격파는 당신 주변에 펼쳐진 사이킥의 지평을 뒤덮는다. 당신의 아비는 충돌 속에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 당신의 자세는 꼿꼿하다.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하지만 당신은 아비의 아들이다. 당신은 후회 속에 이 일을 행한다. 아들은 제 아비를 죽여서는 안 되지 않던가. 당신은 이것이 오해에서 벌어진 실수였음이 밝혀지기를 바랐다. 당신의 아비가 당신이 고른 이 길이 너무도 숭고했기에 당신을 되돌릴 수도 없었고, 되돌려서도 안 됨을 마침내 알기를 바랐으리라. 그랬다면, 그것은 당신의 아비에게 묵시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당신의 아비는 당신에게 복종하고, 이 모든 것을 피할 수 있었으리라.


당신은 아비에게 그럴 기회를 주었다. 그랬다. 그 기회는 한 번이 아니었다. 당신이 천사 형제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당신은 아비에게 스스로가 틀렸음을 인정할 기회를 주었다. 당신은 아비에게 제 실수를 받아들이고 항복할 기회를 주었다. 실로 그러한즉-당신이 얼마나 성숙했으며 절제했는지를 드러내는 것 아니겠던가-, 당신의 아비가 그리 행했다면, 당신은 아비조차 포용했을 것이다. 당신은 아비를 용서했을 것이고, 당신이 빚어낼 천지의 질서의 일부로서 당신 곁에 앉을 자리를 주었을 것이다. 드높은 명예가 빛나는 자리 아니겠던가. 당신은 아비를 위한 옥좌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당신의 아비는 굴종하지 않았다. 항복하지 않았다. 묵시 따위는 없었다. 아니, 더 나쁘다. 그는 당신을 실패작이라 여겼다. 당신의 제안을 거절하지조차 않았다. 아니, 당신을 인지하지조차 않았다.


아비의 검이 당신을 향해 십자를 그리며 베어든다. 당신은 마울을 휘둘러 검격을 막아낸다. 천둥 같은 굉음이 터진다. 하지만 당신은 테클라 세쿤두스(Thekla Secundus)를, 그리고 그곳에서 아비가 가르친 술수를 기억한다. 지금 닥쳐온 검격은 동작의 반에 불과하다. 당신이 검을 옆으로 쳐내는 순간, 아비의 클로가 아들의 늑골을 부수러 달려든다. 당신의 발톱이 달려드는 클로를 밀친다.


당신은 아비가 30년의 달콤한 세월 동안 가르쳤던 기술을 잊지 않았음을 아비에게 보인다. 그것이 아비에게 떠올리게 하기를-


그렇지 않다. 당신의 아비는 당신이 보낸, 부자의 유대를 떠올리게 하는 재기 넘치는 동작을 무시한다. 당신의 궁정으로 발을 디디며 당신을 무시했듯이, 또한 당신의 자비로운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기를 무시했듯이.


당신은 분노한다. 당신은 상처받는다. 경멸당했고, 무시당했고, 의절당했다. 황제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 그리고 황제를 쓰러뜨리는 것은 당신이어야 한다. 그는 당신의 아비이며, 당신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의 아비가 남긴 선택지는 이것뿐이다. 그리고 이제 당신에게는 증명할 것이 남아 있다.


당신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


이것은 처형의 의례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당신의 아비는 당신이 그를 죽이기 직전에 이르러야 당신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아비가 당신에게 저지른 죄를 고백하게 할 것이다. 당신은 계몽되어야 할 적도, 소멸당해 마땅할 제노의 위협도 아니다. 당신은 아비가 영겁의 세월 동안 이룬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당신의 짧은 세기 동안 성취했다. 당신은 아비를 능가했다. 당신은 아비보다 우월하며, 아비의 계승자이며, 아비의 적법한 상속자다. 당신은 그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당신은 아비가 당신의 얼굴을 보고,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그 인정을 비명에 담도록 만들 것이다.


다시 한번 아래로 베어든다. 당신은 옆걸음질을 쳐 피해낸 뒤 아비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물론, 아비도 예상한다. 그렇게 뻔한 일격이 아비를 강타했다면 오히려 당신은 실망했으리라. 당신의 아비는 몸을 돌려 당신이 휘두른 마울의 머리를 클로로 붙든다. 그 충격이 작은 초신성을 빚어낸다. 아비는 마울의 머리를 붙든 채 검을 찔러 당신의 빈틈을 노린다. 당신은 탈론으로 칼날을 붙들고 옆으로 비틀어 내던지며 그대로 아비의 머리를 찢어버릴 일격을 날린다.


당신의 아비는 깨끗하게 피해낸다. 당신의 발톱은 간신히 아비의 굴절 역장 끄트머리를 긁어냈을 뿐이지만, 아비가 피해내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울을 놓아야만 한다. 당신은 발톱을 휘두르며 아비를 압박한다. 낮은 일격이 아비의 방어막이 멈추게 한다. 그리고 높은 일격이 날아든다. 당신의 아비는 클로의 손등으로 그 일격을 받아낸다.


당신은 일격을 받아낸 기세에 맞서지 않고, 그 기세가 마울을 밀쳐내도록 허락한다. 그리고선 그대로 아래로부터 고리를 그리듯 휘둘러 월드브레이커를 아비의 좌측 방비로 날아들게 한다.


위로 휘둘러진 월드브레이커가 아비의 흉골을 후려친다. 혹사당한 방어막이 폭발하는 만족스러운 섬광이 번진다. 월드브레이커가 당신의 아비를 후려친 순간, 아비가 훅 들렸다가 갑판 위에 비틀대며 선다. 쿵 하는 소리가 울린다. 더욱 만족스럽다.


당신의 아비는 강하다. 당신은 아비보다 강하다. 당신은 아비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되새긴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원했던 것임을. 물론 그렇다. 당신의 심중에 미약한 가책이 돋아나지만, 그것은 당신에게 남은 인간으로서의 자아가 새긴 흔적이자 옛 시절을 알리는 얄팍한 유물에 불과하다. 당신은 신이고, 세상은 이제 당신의 의지에 복종하여 움직인다. 아비와 맞설 계획을 세우는 동안, 빌어먹을, 당신은 이런 결과가 이를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의 옛 자아가 아비와 맞설 배짱이 있든 없든, 당신은 실제로 아비와 맞서 아비를 압도했다. 당신은 신이고, 신들이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족속이다. 당신은 이리 될 것이라 선언했고, 그것이 이루어졌다. 당신이 옳음을 결정했기에, 이 모든 것은 옳다.


당신의 아비가 뒤로 물러서고, 당신은 테클라 세쿤두스에서 배운 술수대로 움직인다. 바로 직전 당신의 아비가 부린 술수이기에, 당신의 아비는 당신이 이 술수를 그대로 따라하리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비의 검이 월드브레이커를 머리에서 몇 인치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세운다. 하지만 아비의 클로는 당신의 발톱이 위로 베어드는 것을 막을 정도로 빠르지 못하다. 당신의 발톱 끄트머리가 아비의 흉곽을 지키던 방어막을 무너뜨린다. 그대로 굴절 역장이 끊기고, 아비의 갈비뼈와 가슴을 찢어낸다. 불꽃과 오라마이트 조각들이 쏟아져 내린다.


운이 좋다. 당신의 아비에게는 말이다. 만약 당신의 손끝이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당신의 발톱은 아비의 늑골을 막대기처럼 분지르고 폐에 구멍을 뚫었을 것이다.


당신은 새로운 신이며, 여전히 신으로서 행위하는 법을 배우고 있음이 현명하리라. 일전에 누구도 그래본 바가 없기에, 당신에게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인지 알린 이는 없다. 당신의 안에 추억거리처럼 남겨진 인간적인 영혼의 조각은 당신의 신인으로서의 의지가 내린 결정을 이해하려 버둥거리고 있다. 이런 불협화음이라니, 썩 편치는 못하다. 당신 스스로에게, 더욱 위대하고 더욱 현명한 당신의 측면이 올바른 선택을 했노라고 전하라. 누구도 당신에게 이리 하라고 말한 바 없으니. 당신을 인도한 이도, 속인 이도, 설득한 이도 없다. 당신을 지켜보며 후한 선물을 보낸 오래된 넷은 절대 이 일을 청하거나 강요한 바 없다. 사실, 저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직 당신이 내린 결정이다.


물론 저들이 제공한 선물은 당신에게 훌륭한 통찰을 붓는다. 하지만 아직 당신은 그 통찰을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당신은 여전히 한때 당신이 의존했던 편안한 인간으로서의 관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당신은 그 관점을 잊어야 한다. 당신은 카오스의 존재다. 아니, 당신이 카오스다. 당신은 힘과 역량의 범위 안에서 모든 것이다. 당신은 카오스의 본성이라는 소용돌이 속을 볼 수 있다. 카오스에는 논리도, 순서도, 구성도 없다. 이유도 불합리도, 옳고 그름도 없다. 카오스는 그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도 모든 것을 존재를 용납한다. 카오스는 모든 것을 허락한다. 그렇기에, 당신의 일전 자아가 이것이 당신이 진정 원했던 것인지를 묻는다면, 대답은 꼭 예, 또는 아니오로 정해질 필요가 없다. 예와 아니오가 동시에 있을 수 있다. 당신은 무언가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할 수 있다. 당신은 무언가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혐오할 수 있다. 당신은 아비를 사랑하면서도 아비를 죽이기로 결심할 수 있다. 아비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갈망하면서도 황제는 죽어야만 한다는 결의를 내릴 수 있다. 이는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인 것도 아니요, 상반된 생각인 것도 아니다.


카오스 안에서, 이단은 있을 수 없다.


아비가 당신을 공격하는 순간 아비를 포용하라. 아비를 후려치고, 그 피가 바다의 물보라처럼 뿜어지는 죄악에 환희하라. 아비가 당신과 의절했음을 기뻐하라. 아비의 증오를 애정하고, 아비의 애정을 증오하라.


이 행위 안에, 당신의 전심전력을 내던져라. 두려워하지 말지니. 당신의 아비는 어떤 척도로 본다 해도 이 은하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이며, 당신의 궁정에 발을 디딘 순간 그 힘은 정점에 있으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즐길지니. 당신의 창조자를 죽여 스스로를 증명하라. 당신이 은밀하게, 하지만 항상 원했던 것을 받아들여라. 이 결투의 승리는 전쟁의 승리로 이어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이 만유를 통치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왕은 죽었으니, 새 왕이여 장수하시라, 피 묻은 당신의 손이 그 뜻을 밝히리라. 당신의 주권은 절대적이리라. 신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도 말해준 바 없지만… 이것, 아비의 오만함이 강요한 이 의무는, 당신 스스로를 발견하는 비할 바 없는 기회가 되리라. 이것이 당신의 시험대다. 당신은 현존하는 유일한 척도를 통해 당신의 한계와 잠재력을 시험할 것이요, 그 시험을 통해 신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온전히 배우게 되리라.


연습용 우리에서 스파링하는 당신의 아들들이 그렇듯이, 당신은 더 나아질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배우고, 재능을 연마하게 될 것이다. 유일하게, 당신에게 값어치가 있을 상대와의 치명적인 시연을 통해서 말이다.


당신의 아비는 몸을 돌려 당신의 발톱으로부터 몸을 빼낸다. 다시 당신은 아비와 함께 선회하기 시작한다. 아비는 작은 동작으로 마치 울타리를 치듯 당신과 조금 공간을 벌리려 한다. 어깨 높이의 검이 높은 방어 자세를 유지한다. 그 끝은 당신을 향한다. 발톱은 엉덩이에 옹송그린 채, 보조용 단검처럼 일격을 빠르게 쳐낼 태세다. 다음 순간 당신의 아비가 빠르게 돌진한다. 당신은 옆걸음질로 피해내고, 검은 당신의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다시 아비가 검을 뻗고, 당신은 두 번째로 그 검격을 피해낸다.


당신이 기대한 세 번째 돌진은 그대로 중심부를 따라 목줄기를 향해 날아든다. 당신은 그 일격이 배를 찌르리라 예상했었다. 카르타에(Carthae, 각주 1)의 순응 당시, 당신의 아비가 에울 와이라 페쉬(Ewl Wyra Fesh, 각주 1) 성기사단을 상대로 펼쳤던 솜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머리를 향해 길게 두 번 검을 뻗어 방어 태세를 높이고, 그대로 세 번째 일격으로 노출된 복부를 찔러드는 술수다. 당신은 그 일격을 예상하고 방어 자세를 살짝 낮췄지만, 아비의 일격은 여전히 높이 날아든다. 아비의 칼날이 당신의 중앙 굴절기가 펼친 역장의 방패를 뚫으며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린다. 하지만 그 역장으로 빚어진 피부가 저항하면서, 당신이 급하게 피해낼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 영감께서는 당신이 제 술수를 전부 알고 있음을 알기에, 제 속임수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당신의 아비가 쉬운 먹잇감이었다면 당신은 실망했으리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짜증도 함께 치민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 일격을 피해냈지만, 그 덕분에 당신의 아비는 당신의 약점을 잡는다. 당신의 아비는 급박하게 그 실수를 밀어붙이며, 기병도를 휘두르듯 연이어 칼날이 베어든다. 당신은 옆구리와 어깨에 쏟아지는 일격을 받으면서 벗어나려 한다. 당신의 층층이 쌓인 견갑에 패인 자국이 늘어나고, 서보 근육 다발이 연이어 끊긴다. 당신은 마울을 휘둘러 비효율적으로나마 공격을 받아낸 후 그대로 에스퀴브(Esquive. 각주 2) 자세로 치고 들어간다. 다시 방향을 바꾼 검이 마울의 역습을 받아내지만, 아비의 라이트닝 클로가 당신의 가슴을 영거리에서 겨누고 그대로 벼락을 쏟아낸다.


폭발 속에서, 당신은 무언가를 뚫고 뒤로 튕겨져 나간다. 아마도 격벽일 것이다. 당신의 주변에서 물질계가 얼음처럼 부서진다. 아비는 당신에게 회복할 찰나조차 주지 않는다. 아비의 공격은 배가된다. 당신의 심장을 향해 쉴 틈 없이 검격이 찔러든다. 아비가 검에 압도적인 힘을 싣고, 검날에 새겨진 홈을 타고 고대의 룬이 별처럼 타오른다.


아, 정말 대단하군. 장엄할 지경이다. 당신은 아비의 기술이 보이는 광휘를 잊고 있었다. 그 빛은 당신의 무한히 쏟아지는 힘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닌 아비의 힘이 발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아비가 그 힘으로 부리는 솜씨다.


당신은 간신히 자연칙에 반하는 방패를 펼쳐 아비의 일격을 받아낸다. 방패는 아비의 일격을 튕겨 워프에 인접한 평원에 내쏜다. 아비의 눈에서 격노를 담은 섬광이 뿜어져 방패를 불태우고, 타오른 방패는 그을린 천 조각처럼 나부낀다. 아비의 클로가 휘둘러져 당신의 얼굴을 할퀴고 피부를 벗겨내려 든다. 당신은 월드브레이커로 갑판을 후려친다. 주변에 흩어진 파편들이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다음 순간, 당신은 고개를 까딱여 그 파편들을 아비에게 수평을 그리는 낙석처럼 퍼붓는다. 아비는 발톱을 두른 손을 능숙히 휘둘러 마력의 보호막을 편다. 사이킥 방어막은 대부분의 파편을 막아낸다. 그리고 방어막을 뚫어낸 파편의 태반을 아비의 검격이 찢어내지만, 모루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파편 하나를 채 막아내지 못한다. 아비의 왼쪽 견갑이 파편에 맞아 금이 가고, 당신의 아비가 취한 자세는 비틀린다.


아비의 방어 태세에 순간 빈틈이 생긴다. 당신은 단검을 내찌르듯 곧게 발톱을 휘둘러 그 틈을 향한다. 살짝은 거친 동작으로, 아비는 그 일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다. 그와 동시에 날아든 아비의 검격을 받은 당신의 손목 보호대에서 불꽃이 튀긴다. 이 덕분에 당신은 최적의 자세를 풀어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은 월드브레이커의 자루 끄트머리로 아비의 가슴받이를 후려친다. 그 일격으로 아비를 뒷걸음질치게 만든 당신은 자루 아래쪽을 잡고 그대로 회전하듯 마울을 최대 범위로 휘두른다.





각주 1 : 백그라운드 북 인퀴지션에 등장하는 제국의 행성과 거기 속한 성기사단. 참고로 그 인퀴지션 저술에는 댄 애브넷도 동참했음.

각주 2 :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며 그대로 찔러드는 펜싱의 동작.


내용이 흩어지고 너무 긴 부분이 있어 역시 일부러 자름. 이 챕터는 3개로 나뉘어 올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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