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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3-

리만러스(222.110) 2024.03.07 16:58:57
조회 283 추천 1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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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지구에 존재했다는 메리칸 국의 왕들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말을 자신들의 신조로 삼았다고 한다. 나는 가끔 그들 스스로가 지금의 나처럼 그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이상주의적인 거짓말이라고 느꼈을지 생각해본다.


진실로, 인류는 자기 스스로를 기만하는데 그 정도를 알지 못했다. 신심법령(Decree of Piety) 15조에 따르면 거짓이란 순수함에 반하는 죄로 여겨진다. 이는 영혼을 타락시키고, 특히 자기 자신에게 진실되지 않는 자는 다른 이에게 거짓말을 한 것보다 그 죄질이 세 배 더 무거웠다.


그러므로 모든 이는 평등하지 않다. 사고를 하는 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비록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의 궤에서 벗어난 초인들이라고 하지만, 그 뿌리가 인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레이 나이트 역시 모두가 똑같지 않았다. 소티스와 두메니돈은 '전송'을 할 때 많이 어려워 했다. 말카디엘의 염력을 다루는데 능숙했으며 나는 그보다는 파이로키네틱 능력이 더 뛰어났다.


이렇듯 각자마다 가진 개성과 특징이 달랐으나 카스티안 분대에서 '전송'은 언제나 나나 갈레오의 몫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이었다.


어찌됐든, 이 '전송'이란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건 마치 언더하이브에 사는 아이에게 폭풍이 뭔지 설명하는 것과 같다. 날씨와 바람을 모르는데 폭풍이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세찬 비가 얼굴을 때리는 모습을 설명해줄 수 있고 하이브 대기층을 뒤덮은 독성 구름 마냥 비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는다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하늘을 본 적이 없는 아이가 상상할 모습은 영원히 불완전할 것이다. 그래봤자 평생 느껴본 '바람' 이라고는 환풍구를 통해서 나오는 공기 순환이 전부일 테니까.


기사가 되고 처음 얼마 동안은 '전송'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준비 과정이 필요했었다. 이를테면 무릎을 꿇고 주문을 읊으며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무시하는 등이 그랬다. 하지만 그 동안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는지 지금의 나는 눈만 감고도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물론 형제들과의 유대 덕분에 내 능력이 더욱 강화된 때문도 있었다.


함선이 저항했다. 철골에 기생하는 오염이, 부식된 철과 녹슨 강철이 내 손길을 반기지 않았다. 나는 내 감각을 모두 펼쳐 죽은 배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시야가 아닌 마음으로, 촉감이 아니라 정신으로 사물을 느끼는 것은 아무리 준비되고 훈련된 자라고 할 지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젠가 '전송'을 한 상태로 사람들이 있는 구역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은 정말이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수 백명이 내뿜는 열망과 감정들이 정신을 두들기는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마치 독극물의 파도처럼 내 영혼을 갉아먹었다. 그리고 그 물결에 심연 속에서는 벽 틈새나 천장, 문틈 사이에서 기생하는 벌레들이 뿜어내는 본능과 내부 모습이나 기계들의 생김새 같은 정보들이 꿈틀거렸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렇게 텅 빈 구축함 너머로 내 감각을 펼치는 것은 무척 쉬운 작업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벽과 좁은 전선관들이 꿈틀거렸다. 내 싸이킥 스캔은 어스펙스의 스캔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것까지 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가 들었던 싸이킥 비명을 지른 자는 찾지 못했다. 마치 워프 속에 구조 신호를 보낸 후 강력한 차폐막을 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상황 파악을 끝낸 나는 입을 열었다.


"이 배에 살아있는 영혼은 없습니다."


+시체 역시 없나?+


아직 산 자는 보지 못했으나 그들의 사념이 주변에 남아있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내 싸이킥 감각이 시체를 하나 지나길 때마다 그들의 단말마가 메아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비명횡사 한 시체의 경우에는 자신을 죽였던 괴물들의 이빨 소리나 칼 소리가 대신 들렸다.


"시체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소한 수백 구군요. 저스티카, 모두 죽었습니다. 선체 손상도가 너무 심합니다. 선내 구조물들이 녹인지 모르는 얼룩에 가려져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살아있는 자는 없습니다. 적어도 의식이 있는 자는 우리를 제외하고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동면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때 두메니돈이 끼어들었다.


+벽에 얼룩진 오염 말인데, 난 아무런 존재도 느낄 수가 없군. 저것은 빙의 현상인가?+


나는 두메니돈이 벽 부분에 감각을 집중했다. 벽을 따라 물결 모양의 얼룩이 져 있었다. 동료들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니요. 빙의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얼룩으로 보입니다. 함선의 철골 구조물이 노출되면서 생긴 현상처럼 보입니다."


갈레오가 다시 물었다.


+엔진은 어떤가?+


나는 내 감각을 다시 좁혀 엔진실의 대 회랑에 집중했다. 전함의 심장이었던 퓨전 리액터가 침묵에 휩싸여 있었고 그 주위를 얼어붙은 핏자국들과 부서진 파편들이 감싸고 있었다. 아직 코어와 파이프에 잔류하고 있는 플라즈마는 반응 속도가 느려진 탓에 마치 얼어붙은 것 처럼 보였다.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엔진실 인원도 전부 사망했습니다."


+누군가 작동을 멈춘 것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방치되어 방전된 것인가?+


"저는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말?"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나는 말카디엘과 나의 감각을 공유하여 그가 엔진실(이하 엔지나리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왔다. 우리가 모여있는 곳에 서 있는 그의 육체가 휘청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정신이 나뉜 상태에서 자신의 육체를 컨트롤하는 것이 미숙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확인을 끝낸 그가 대답했다. 온전히 감각을 나눈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들렸다.


+주 엔진실에 있는 전력 코어는 인위적으로 꺼진 것이 확실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느낀 건데

그레이 나이트 관련한 글을 번역할 땐 오컬트 지식이 많이 필요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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