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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던 오브 파이어 : 어벤징 선] 제33장

말카도르(210.204) 2021.05.07 17: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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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전투로의 초대]

[널 메이든]

[지옥선]



그들은 라크란테와 함께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노골적인 명령이라기보단, 초대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크란테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 만큼의 분별력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군인이었다. 군인이 싸우는 것 외에 어디 필요하겠는가?


반레스쿠스의 함대에는 몇몇 인퀴지터들이 배속되어 있었고, 로스토프는 하이드라퍼에서 자신의 동료들과 은밀한 회합을 가지며 며칠을 보냈다. 인퀴지터 구획에는 곧 새로운 장비들이 도착했고, 그 중 몇몇은 놀랍게도 라크란테를 위한 장비들이었다.


전 당신들 소속이 아닙니다만.


라크란테는 자신이 손대리라 생각조차 못해본 무기들의 포장을 풀며 말했다.


“싸우고 싶지 않나?”


안토니아토가 물었다.


“물론 싸우고 싶습니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연대로 돌아가서도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최소한, 제 원래 연대의 남은 부분이라 해도요. 지금 테르티우스 함대에 합류하기 위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굳이 그래야 하나? 우리도 포모르 III나 다른 곳에서 손실을 좀 입었어. 새로운 피가 들어올 공간이 있단 말이지.

반차(Bancha), 피제르멘트(Fizerment), 폴루(Pho-Lu), 다 죽었지. 다이어도 마찬가지였고.


킬셰가 덛붙였다. 킬셰는 바닥에 앉아 나이프로 손가락 뼈를 곱게 다듬고 있었다. 지금 킬셰가 말한 이름들은 사람의 이름인가, 제노의 이름인가? 저 손가락 뼈의 주인은? 사람일까, 제노일까?


“우리 모두 언젠가 죽어.”


안토니아토가 말했지만, 킬셰가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여기 살아 있지. 네 옆에 바짝 붙어서.”


안토니아토가 킬셰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말라고, 증원이 필요하단 말일세. 라크란테, 자네는 우리 마음에 들거든.”

“그렇지!”


킬셰가 비꼬는 듯한 어조로 환호를 보냈다.


“우리랑 같이 죽자고.”

“왜 저입니까? 로스토프가 저에 대해 뭘 안다고.”


킬셰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안토니아토가 입을 열었다.


그분은 사이커라네.


안토니아토는 라크란테의 어깨에 동지애를 담아 팔을 둘렀다. 그에게는 그런 동작이 쉬워 보였다. 아마 그의 세계에서는 이런 동작이 평범한 모양이다. 라크란테는 익숙지 않은 친밀감에 긴장했다. 안토니아토는 그걸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어쩌면 신경을 안 쓴 것일수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바로 알아보고 조치를 내리시지.”


안토니아토가 라크란테의 심장 위를 툭툭 쳤다.


“그리고-”

“그 양반 재능 중에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지.”


킬셰가 경고하듯 말했고, 안토니아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라크란테는 로스토프의 뒤를 따라 성 아스테르의 비행 갑판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출입로를 따라 걸으면서 말하지 않은 로스토프의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킬셰는 가죽으로 기운 것 같은 옷에 눈 부분 렌즈만 끼워맞춘 듯이 보이는 괴상한 우주복 차림이었다. 등에는 포모르 III에서부터 가져온 짐을 배낭에 멘 채였다. 라크란테와 안토니아토는 고급 카라페이스 갑옷을 둘렀다. 적대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밀폐되었고, 질긴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회색 언더슈트를 입고 있었다. 평소 라크란테가 보던 갑옷보다 훨씬 많은 부위를 보호하는 갑옷이었고, 무광의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인퀴지터의 수행원임을 보이는 왼쪽 어깨 패드 위의 자그마한 금색 I 문양을 제외하면 어떤 표식도 없었다. 라크란테의 손에는 핫샷 라스건이 들려 있었다. 그 덕분에 갑옷 뒤의 시스템 유닛 아래 파워 팩을 추가해야 했고, 아직 그 무게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안토니아토는 태양총을 들었고, 킬셰는 자신이 쓰는 외계인의 총기를 든 채였다. 로스토프는 자신의 카라페이스 갑옷에다 건틀렛과 헬멧을 덧붙인 차림이었다.


킬셰는 귀에 거슬리는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 소리를 제외하면 복도는 완전히 조용했다. 로스토프는 문 앞에 이르렀고, 자신의 반지를 거기 들이댔다. 반지는 건틀렛 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격납고로 이어지는 문이 열렸다. 로스토프는 문에서 보초를 서는 병력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갔다. 자동화된 총좌가 그를 스캔하고 통과시켰다. 거대한 스페이스 마린 건십들이 전차대 위에 올려진 채, 차단된 격납고 입구 너머 일렁이는 대기를 마주한 채였다. 로스토프는 아무 말도 없이 스페이스 마린들의 곁까지 지나 건십에 올랐다.


라크란테는 잠시 멈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우주선을 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안토니아토가 라크란테의 등을 세게 밀어대며 명랑하게 말했다.


“어서 올라가지!”


건십 안에는 각각 열 명씩 세 줄을 지어 정렬해 있는 스페이스 마린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군화는 자력으로 바닥에 고정된 채였다. 시야를 밝히는 렌즈는 반광으로 빛났다. 인퀴지터와 그 수행원을 위한 가속용 좌석 넷이 설치되어 있었다. 결속을 마치자 클락슨이 울렸다.


갑옷을 입은 날렵한 여성 한 명이 달려와서 승함해 라크란테에게 다가왔다. 삭발된 머리, 그리고 그 위에 틀어 올려진 긴 상투. 무슨 입마개 같은 것으로 가려진 얼굴에, 검을 든 채였다. 하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확실치 않게 느껴졌다. 그녀의 부분 부분을 볼 수 있을 뿐,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뭔가 불쾌한 느낌을 풍겼고, 그녀가 라크란테의 무릎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위가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페이스 마린들이 그녀가 지나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었고, 비행 갑판을 향해 급히 올라갔다.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가 다시 대형을 갖추자 철컥이며 갑판 위에 결속되는 소리가 들렸다. 


안토니아토가 자기 카라페이스 갑옷의 헬멧을 툭툭 두들겨 보였다.


널 메이든이다. 워프 필드를 통과시켜 줄 거야.


라크란테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이봐요!”


라크란테가 소리쳤다. 그들은 분대 복스망을 통해 소통하고 있었지만, 엔진이 공회전하는 소리와 지상 요원들이 서로에게 질러대는 소리가 갑옷까지 파고들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저 사람 로드 루터넌트 메시니우스 아닙니까?

“예압.”

“로스토프의 그 거대한 비밀은 개인 정보 보호장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과 로스토프 본인만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 모두 다 죽으면 어떡하죠? 지금 여기에만 그 중 둘이 있고, 준장 각하까지 세면 세 명이나 여기 있는데.”


안토니아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인퀴지터 양반들도 바보는 아니니 알아서 했겠지. 만약 필요하다면 이 이야기가 어떻게든 전해질걸.


클락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그들 아래에서 기계가 다시 생명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썬더호크가 서서히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차대의 회전에 따라 다른 공격선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며 클락슨이 울렸다. 건십이 서서히 격납고 입구를 향해 움직였고, 요동 끝에 멈춰섰다. 라크란테의 시야에 우주가 펼쳐졌다.


행성 표면에서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워프 균열은 끔찍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워프 균열은 광기 그 자체였다. 무시무시한 색채들의 폭풍이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들끓었다. 그 주변에서 이글대는 가스 구름 속에서 벼락이 춤을 췄고, 흡사 달처럼 거대한 악마의 얼굴들, 그리고 선혈의 비가 번득였다. 메스꺼운 느낌이 들어 눈을 꽉 감았지만 소용없었다. 아니, 더 나빠진 것 같았다. 여전히 워프의 광기는 그의 시선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제 놈들도 그를 봤다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라크란테는 빠르게 눈을 다시 썼다. 점으로 된 구름이 함대를 향해 소행성으로부터 날아들고 있었다.


워프를 직시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야. 아마 이 정도 거리에서는 안전하지 못하겠지. 여기처럼 가려진 곳이라고 해도.”


안토니아토가 충고했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항적에서는 눈을 떼게. 뒤로 갈수록 현실은 사라지고 천상의 경계만 짙어질 테니까. 뭘 하든 상관 없는데, 절대 보면 안돼!”


썬더호크가 흔들렸다. 엔진들이 굉음을 뿜으며 비행 속도까지 이르렀고, 기계들이 항의라도 하듯 삐걱댔다. 탑승 경사로가 들어올려졌다.


“저기 내려가면, 아마 미친 꼴을 더 보게 될 거야. 악마, 헤러틱 아스타르테스, 반역자들까지. 뭘 보게 되건, 내 곁에 있게.”

“나도 나 정도는 돌볼 수 있어요.”

“이봐! 황제 폐하께서 보우하시겠지만, 이런 거 옆에 있으면 더 나을 거 아냐.”


안토니아토가 태양총의 개머리판을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투구 안의 조명 때문에 그의 얼굴이 노랗게, 귀신처럼 밝혀진 채였다. 흠뻑 흘리는 땀을 보며, 라크란테는 안토니아토가 비행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새삼 느꼈다.


로스토프는 두 손으로 묵주를 쥔 채, 기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킬셰는 태평히 발을 뻗은 채, 팔 네 개로 짐을 움켜잡은 채였다. 라크란테는 킬셰가 헬멧처럼 눌러쓴 사형 집행인의 후드 아래에서 여전히 휘파람을 불고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썬더호크의 엔진은 출력을 뿜어낸 끝에 온통 소음으로 라크란테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건십 한 척이 들어올려진 채, 함체를 숙이고 발톱을 젖힌 순간 대기장을 뚫고 날아올랐다. 하나씩 둘씩 그 뒤를 따랐다. 후방 문이 닫히기 전 라크란테가 마지막으로 본 우주에서 본 것은 함선들이 뿜어내는 소해 엄호 사격과 격납고 위아래의 발사관에서 연이어 질주하는 호위기들이었다. 그리고 후방 문이 닫힌 순간 썬더호크가 앞으로 기울었고, 순간 가속을 시작했다. 라크란테의 폐에서 마지막 공기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속도였다.


안토니아토가 신음했고, 썬더호크가 소행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썬더호크들이 마치 주사위를 담은 컵처럼 뒤흔들렸다. 메시니우스의 시야가 흐려질 지경이었다. 투구 안에 충전재가 덧대어져 있음이 이렇게 반가운 일일 줄이야. 군함 특유의 거대한 질량과 강력한 엔진 추력을 갖추지 못한 스페이스 마린의 공격선들은 지옥선의 항적을 따라 급강하할 수밖에 없었다.


썬더호크의 비드 피드로부터 이어진 영상 신호가 면갑판에 떠올랐다. 수없이 많은 악마들이 상륙하려는 스페이스 마린들을 향해 닥쳐들고 있었다. 애서지는 감히 소행성에 병력들이 강하를 시도할 만큼은 가까이 다가들 수 있었지만, 아직 몇천 마일은 더 가야만 했고, 엄청난 속도로 가고 있음에도 가공할 위협에 노출된 몇 분간을 버텨내야 했다. 라스 빔과 퓨전 랜스가 함대로부터 뻗쳐나와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포탄이 악마들 가운데에서 폭발하며 화염의 공이 빚어져 길을 텄다. 일곱 척의 썬더호크에 앞서 두 척의 타격 순양함이 날아드는 중이었다. 그나마 그 정도 함급이기에 일그러진 현실의 격랑에 맞설 수 있었고, 곧 순양함들도 소행성 일대에 구름처럼 몰려 있는 악마들에게 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미지들이 이리저리 뛰놀았다. 그의 면갑 아래 전송되는 비드 피드는 이미지를 눈 앞에 띄울 수 있었지만, 너무도 격렬한 비행 끝에 그저 닥쳐오는 공포가 잠깐씩 들여다보일 뿐이었다.


악마들이 빠르게 날아들었고, 메시니우스는 놈들이 마치 깜빡이는 무언가가 모는 것 같은 기이한 전차에 올라 있음을 보았다. 하지만 놈들의 손에 들린 검은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상륙군 전방으로 뻗어간 포탄이 폭발하며 화염의 벽을 둘러 악마들의 제1파를 집어삼켰다. 그 1파를 뚫고 들어간 타격 순양함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악마의 물결에 포격을 미친 듯이 퍼부었다. 모두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길을 뚫기 위한 작업일 뿐이었다. 진공에서 화염은 오래 가지 못했고, 라스 포격의 폭풍이 제1파 뒤를 다시 휩쓸기 시작했다. 드레드노트보다도 거대한, 코른의 군대를 지휘하는 날개 달린 고위 악마들이 그 사이에 섞여 있었다. 놈들을 피하기 위해 썬더호크가 거칠게 흔들리며 안의 스페이스 마린들을 휘둘러 부딪치게 만들었다. 좌석이나 구속석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최대한 많은 스페이스 마린을 밀어넣기 위해서 말이다. 자석으로 군화가 결속되어 있음에도 그들은 이리저리 던져졌다.


다음 순간 메시니우스는 적들이 타격 순양함 두 척을 향해 다가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온갖 종류의 화기가 놈들을 향해 퍼부어졌고, 다가오기도 전에 수많은 악마들이 소멸했다. 그리고 근접해 온 놈들은 보이드 쉴드에 부딪혀 그대로 찢겨나갔다.


썬더호크에 앞서 출격한 공격기들은 더 거대한 악마를 표적으로 삼아 날아들었다. 그리고 썬더호크들은 급강하하며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메시니우스의 면갑판에 뜬 이미지들은 이제 읽을 수 없는 빛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메시니우스는 비행이 끝나 내려앉기를 기대하며 이를 갈았다.






“공격군이 지금… 적의 첫 방어선을 뚫고 들어갑니다.”


고난 대위는 저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듯 했다.


“2분 후 착륙 예정입니다.”

“속도를 유지하고 적선을 따라붙어라.”


애서지가 지시했다.


“워프 필드 붕괴와 동시에 포격할 수 있도록.”


악마들은 우주를 가로질러 불가능한 속도로 닥쳐오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현실에 대한 지독한 모욕이었다. 애서지는 치밀어오르는 끔찍한 혐오감과 맞서야 했다. 애서지는 조용히 모든 근접 시각 정보를 최소화하거나 꺼버릴 것을 지시했다. 일단 놈들이 닥쳐온 순간, 보이드 쉴드는 놈들의 저돌적인 돌격을 저지해 냈다. 애서지는 개인 회선을 통해 놈들이 고대 워프 기술로 구현된 장벽을 뚫지 못하고 꿈틀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놈들은 끝간데 없는 기괴함의 집합이나 다름없었고, 애서지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끔찍한 형상을 모호한 인형으로 빚어낸 거나 다름없었다. 살인과 악행에 표정이 있다면 저런 표정일까, 살아서 애서지의 영혼을 탐식하기 원하는 추악한 놈들.


자극제 깡통을 집는 애서지의 왼손이 떨려왔다.


“보이드 쉴드, 버티고 있습니다.”


애서지의 부관 중 하나가 보고했다.


“준장 각하, 아거 센서에 따르면 목표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명령 사슬을 우회할 정도로 중요한 메시지였기에 아거 탐지실로부터 바로 애서지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사이킥 관측창 역시 마찬가지 정황을 잡았습니다.”


다른 남자가 보고했다.


저 혜성 위의 녹톨리스 건축물에서 탐지됩니다.


그녀의 승조원들이 쓸모없는 보고를 할 리 없기에, 애서지는 그녀에게 밀려오는 데이터스트림을 확인했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선들이 최고치를 찍으며 춤을 추었다. 낯설고 익숙지 않은 에너지 패턴이었지만, 무장이 발사될 조짐임은 분명했다.


“시각 정보 띄워. 소행성, 전방과 중앙, 최대 배율로.”


애서지가 지시했다. 블랙스톤 기계의 바퀴가 점점 더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고 있었다. 오벨리스크 주변에 어두운 광륜이 빚어졌다. 역겨운 워프의 흐름이 약해지자, 이 기계가 워프 균열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빌어먹을 워프 병기다, 전 함선 대비하라!


오벨리스크가 멈춘 순간, 소행성 위의 공간에서 거대한 에너지 펄스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악마들을 휘감으며 뻗쳐든 에너지가 함선으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그 에너지에 휘감긴 악마들이 활력을 되찾았다. 짧게 유지되는 워프 균열이 찢어지며 우주가 뒤흔들리고, 그 균열로부터 뿜어진 섬광이 형체를 빚어냈다. 물질 우주의 현실이 그에 맞서며 속도가 늦어졌지만 그 존재를 멈출 수는 없었다. 선도함 빛의 도래가 펼친 보이드 쉴드에 존재가 부딪친 순간, 격렬한 반응이 펼쳐졌다.


마치 융합 코어가 폭발하는 것과도 같은 섬광이 하늘을 가로질러 번쩍였다. 그 섬광이 사라지자 보이드 쉴드는 모두 다운되었고, 막마들은 빛의 도래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성 아스테르의 차례였다.


번져오는 에너지의 파동은 마치 굴곡진 유리 전면처럼 그 뒤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왜곡했고, 거기 적중한 순간 성 아스테르의 보이드 쉴드가 그대로 꺼졌다. 애서지는 눈의 데이터 피드를 통해 악마들이 기대감 속에서 함성을 지르며 금속 함체를 향해 남은 마지막 몇천 야드를 맹렬히 헤쳐오는 꼴을 목격했다.


놈들을 막을 수 없었다.


“당장 보이드 쉴드 복구해.”


애서지가 지시했다. 기계들이 정확한 화해의 주문도 없이 강제로 협력 작업에 투입되며 울부짖었다.


쏟아지는 보고의 불협화음이 애서지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펼쳐졌다.


“불생자들입니다, 각하…”

“…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3천 야드.”

“…블랙스톤 기계가 또 다른 파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애서지의 귀에 정확히 들어온 것은 디오메드 부관의 보고 뿐이었다.


“우리에게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피눌라가 보고하며 소행성을 예인하고 있던 적선의 이미지를 띄웠다.


지옥선이 풀려나고 있습니다.


천 년 전, 이 함선은 랜달 공작(Duke Randal)이라는 이름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이름은 아무 의미 없었다. 마테리움에서도, 이마테리움에서도, 놈은 흉물 그 자체였고, 물질과 차원 너머의 악의가 융합된 형상이었다. 놈은 말 그대로, 악령에 빙의된 채 사로잡힌 기계였다.


악마선(Daemon Ship)이었다.


놈이 감속했다. 우주를 가로질러 소행성을 매달고 가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생긴 것이다. 반딧불처럼 일렁이는 영혼들이 먼지가 엉킨 차가운 밤을 헤치며 춤을 추었다. 자신을 미끼로 삼아, 상대가 삼키러 달려올 것을 청하고 있었다.


악마선은 승조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때 수많은 남녀가 자신의 삶을 바쳤을 복도와 방은 이제 썩은 덩어리들로 가득 찼고, 마치 동맥과 림프계를 연상시키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인간 해부학에 대한 조롱 섞인 모방이었다. 악마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거기 힘을 불어넣은 워프의 악마는 너무도 오랜 시간 인간이 빚어낸 강철의 전당에 묶여 자신이 워프의 존재임조차 잊은 채였다.


괴물의 혼과 함선의 머신 스피릿, 그리고 억겁과도 같은 인간의 영혼들이 한 곳에 묶인 채, 그들의 에너지가 부식된 회로를 따라 질주할 때마다 거듭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놈이 멈췄다. 측면이 전율했다. 소행성과 이어진 사슬이 뒤흔들렸다. 놈의 몸에 꽂혔던 갈고리가 억겁의 시간을 거쳐 처음으로 전율했다. 고통과도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마치 아픈 개처럼 경련하던 악마선에서 사슬이 뒤흔들리고, 갈고리들이 살점과도 같은 강철에서 튕겨나갔다. 발광하는 영혼들이 이글대며 육신을 부벼댔고, 그럴 때마다 도리어 사슬이 풀려나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놈의 육신에 돋아난 괴상한 무언가가 미늘을 끌어내고 갈고리를 밀어냈다. 끈적한 악마의 점액질이 씻겨나가며 첫 갈고리가 드디어 자유롭게 튕겨났다.


다른 갈고리가 그 뒤를 따랐고, 연이어 풀려났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놈이 엔진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갑자기 가속이 벌어진 순간, 마지막 갈고리가 튕겨나가며 놈의 측면에서 피보라가 일었다.


지옥선은 이제 완전히 풀려났다. 놈의 척추는 마치 거대한 원양의 동물처럼 휘었고, 엔진이 지저분한 붉은 화염을 토해냈다. 놈이 기동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함선이라면 시도하자마자 두동강이가 될 기동이었다. 그렇게 온몸을 비튼 놈은 근육을 비틀며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맹렬한 가속을 시작했다. 실존하는 것이라면 무엇도 그럴 수 없었다.


함선의 껍질이 갈라지고, 벗겨져 나가며 떡 벌어진 악의의 구멍이 엿보였다. 벗겨져 나간 가죽과 엄니가 둘러진 구멍이 버려진 포대와 구멍난 탑 사이에 드러났다. 오래된 조각상들이 살점에 뒤덮인 채, 모든 얼굴이 비명을 지르는 채였다. 이물이 쩍 갈라지며 아직 외양에서 찾아볼 수 있던 함선의 흔적을 찢어발겼다. 충각 구획이 폭발하며 금속과 선혈의 비를 흩뿌렸다. 그 아래 마치 가죽이 벗겨진 개와도 같은 주둥이가 튕겨나왔다. 주둥이가 열리고, 이빨과 혀가 드러났다. 함체의 나머지는 썩어가는 신체 부위와 부식된 금속으로 이루어진 역겨운 조합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혓바닥만큼은 어울리지 않게도 건강하고 미끄러운 형체가 분홍빛으로 물들어 불경한 생명력을 표상하고 있었다. 그 위로 좁다란 구멍 안에 눈이 들어찼다. 눈꺼풀이 깜빡이며 끈적한 액체를 흘려내렸다. 교활한 표정이 그 시선에서 묻어났다.


오직 단 하나의 명령이 놈의 더럽혀진 코지테이터 네트워크 회로에서 번득였다. 지휘 갑판에 자리잡은 끈적한 뇌 안에서 태어난 명령은, 성스러운 화성의 작품이 워프에서 태어난 고깃덩이와 만난 곳으로, 마술이 기술을 만난 곳으로, 신성이 악마를 만난 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냥. 놈은 사냥을 원했다.






워프 쉴드를 뚫고 지나가는 순간, 라크란테는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파멸의 이미지가 계속 그를 괴롭혔다. 썬더호크가 내려앉아 전후방의 경사로를 모두 펼친 순간 완전히 뼈가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라크란테는 여전히 휘청이는 중이었다. 안토니아토는 라크란테를 붙들어 라크란테가 스페이스 마린에게 짓밟히는 꼴을 막았다.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들은 모두 사격 자세를 갖춘 채 뛰어내렸다. 마지막 대열은 소행성에 발이 닿기도 전에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인퀴지터와 그의 수행원들은 스페이스 마린의 복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 덕에 라크란테는 그들이 착륙지에 버티고 있는 소수의 적을 상대하며 주고받는 교신을 들을 수 있었다. 입을 여는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정확한 요점을 집어 서로에게, 혹은 지휘부에게 교신을 보냈다. 볼터가 토염하는 굉음이 경사로 위까지 메아리쳤다. 스페이스 마린들이 놈들을 밀어내고 경계선을 형성하면서 약간은 소리가 줄었다. 다른 무기들이 발사되는 소리와 우주선들이 착륙하는 굉음이 들렸다.


킬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쌌다.


“최소한 일반인에게는 정상 중력이네.”

“공기도 있는 것 같군.”


안토니아토가 맞받았다. 킬셰가 씩씩댔다.


그러니까 우린 질식사보단 총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높은 거네, 죽어도 시체가 둥둥 떠다니기보단 그냥 쓰러지는 거고. 대단하네.


킬셰의 짤막한 손가락이 라이플 측면에 박힌 징들 위로 오갔다. 유리 기포가 푸르게 빛났다.


“이동한다.”


로스토프의 명령과 함께, 그들은 경사로를 디디고 전장으로 향했다.


소행성의 정경은 라크란테의 상상과는 달랐다. 안토니아토는 제국을 더럽히는 이단자들의 더러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렇기에 소행성에서 온갖 야만적인 꼴을 보게 되리라 예상했다. 그 대신, 수많은 기계들이 보일 뿐이었다. 생김새는 이상했지만, 괴물이나 끔찍한 돌연변인는 없었다. 그들이 내린 이곳은 초자연적이라기보단 기술적인 곳에 가까워 보였다. 악마들은 지표면에 보이지 않았다. 우주전에 참전하지 않은 소수가 워프 쉴드 일대에서 빙빙 돌았지만, 기름진 빛을 발하는 희미한 곡선을 그리는 워프 쉴드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허, 저놈들은 못 들어오나 보네?”


킬셰가 말했다.


“저 밖에 있는 것들은 분노의 화신이나 다름없지. 저놈들이 네 최후의 날 무기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꼴이 좋을 것 같진 않은데, 안 그래?”


안토니아토의 말을 들은 킬셰가 재잘거리듯 웃었다. 스페이스 마린의 총화가 그 웃음과 뒤섞였다.


소행성은 철심 주변을 꽉 매운 우주 먼지로 바스러지는 표면 외에는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러운 얼음 기둥이 땅 위로 솟아 있었다. 그 기둥들 사이로 동력 도관이 휴대용 장치들을 향해 구불거리며 이어져 있었다. 기계들이 잔뜩 모인 곳 두 곳이 보였는데, 아마 대기 생성장치와 중력 안정장치일 것으로 보였다.


썬더호크들은 소행성 측면에 파여 있는 분화구에 착륙했다. 부분적인 구형을 이룬 채, 꼭대기에는 가파르고 너덜너덜한 벽이 솟은 채였다. 스페이스 마린의 타격 순양함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보였지만, 그 위 멀리 떨어진 채, 우주에서 악마들에 둘러싸인 채 싸우고 있었다. 균열 사이에서 번지는 역겨운 빛이 짧아진 수평선 너머를 비추고, 그 방향으로 썬더호크들은 계속 배틀 캐논을 쏘아내 분화구 일대를 물들였다.


스페이스 마린들이 적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라크란테와 다른 일행이 볼 수 있었던 적은 오직 볼터 세례로 분해된 붉은 파편들 뿐이었다. 아마도 증강물로 보이는 기계 파편들이 그 난장판에 섞여 있었지만, 모조리 학살당한 터라 놈들이 인간이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로스토프는 맹렬한 기세로 일행을 이끌었다. 모든 썬더호크들이 내려앉았고, 마지막 스페이스 마린들까지도 하선했다. 전부 해서 200여 명에 이를 거라는 소리는 들었다. 한두 명에 그친다 해도 위협적인 존재인 그들이 이만큼이나 모였기에 두려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너무 빠르게 질주하며, 으르렁거리는 갑옷이 서로 부딪혔다. 라크란테는 짓밟히지 않기 위해 몸을 피하며 움직였다.


로스토프는 메시니우스 주위에 모여 있는 장교단에 합류했다. 통신과 의무 전문가들, 그리고 사이킥 전사의 장식을 갖춘 두어 명, 거기에 흑색 갑옷과 해골 얼굴을 갖춘 채플린이 있었다. 메시니우스는 로스토프가 가까이 오자마자 전사들로부터 얼굴을 돌려 현재 상황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썬더호크의 포성 너머로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운 채였다.


“인퀴지터, 지금 능선 바로 지나서에 방어선을 확보한 상태요.”


메시니우스가 분화구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현재까지 놈들의 저항은 미미하오. 대개 필멸자 나부랭이들이었지. 저놈은 다크 메카니쿰의 어콜라이트였소.


메시니우스가 가리킨 곳에는 피와 살점, 그리고 부서진 증강물이 널려 있었다.


“헤러틱 아스타르테스들은?”


로스토프의 물음을 들은 라크란테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놈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에.


“전력이 방출되고 있소. 놈들이 장치 주변에서 엄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오. 워프 쉴드 안에 있는지라 쉽진 않지만, 놈들이 몇이나 될지 정확히 판독하기 위해 노력 중이오.”


메시니우스가 고개를 들었다.


워프 쉴드가 꺼져야만 나머지 공습 부대가 착륙할 수 있소. 지원군과 재보급 없이 여기서 오래 버티긴 힘들 거요. 중간 정도 사격 속도를 유지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최대 10분 정도 버티는 게 한계로 보이오.

“준비는 마치셨습니까?”

“여기 서전트 토트벤이 발전기에 대한 공격을 이끌 거요. 그때까지 우리는 여기서 놈들의 시선을 끌어야지.”

“워프 필드가 무너지는 즉시 우리는 불생자들에게 노출될 겁니다. 최대한 빨리 기계에 접촉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그리고 접촉 역시 빠르게 이뤄야만 하고요.”


로스토프가 계속 말을 이었다.


“만약 다이어의 이론이 정확하다면, 우리는 지금 입은 피해를 대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무리의 스페이스 마린들이 묵직한 상자를 들고 스쳐 지나갔다. 다른 이들은 기동형 센트리 건을 설치해 분화구 진입로를 차단했고, 그 중심부에 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반역자들의 환경 생성 장치로부터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은 우리 교두보 역할을 할 거요. 우리가 만약 격전에 휩쓸리게 되면, 여기로 물러날 수 있소. 주력 함대로부터의 증원을 기다리기에도 적합한 장소요. 놈들은 이 소행성에서 우릴 쫓아낼 수 없을 거요. 당신 계획이 만약 성공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고, 실패한다 해도 함대가 포격을 퍼부어 블랙스톤 기계를 날려버릴 수 있겠지. 어느 쪽이건, 승리는 우리 것이오.


메시니우스의 어조는 단호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승리를 거두느냐가 문제겠지.”


메시니우스는 인퀴지터에게 군례를 울리고 고개를 숙였다. 저 거대한 장식 투성이의 전사가 이리도 작은 형체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니,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광경이었다. 곧 메시니우스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들 모두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 재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지금 움직이세.”


로스토프의 투구 안에 자리한 호흡기가 그의 얼굴 아래쪽을 모두 가린 채였다. 좁은 바이저에 비치는 얼굴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빛나는 것은 오직 단호한 투지였다.


메시니우스는 선두에 서서 분화구 벽에 새겨진 표식을 향해 나아갔다. 스페이스 마린이 발을 디딜 때마다 먼지가 가루가 되어 날렸다. 라크란테의 무릎까지, 백만 년 동안 우주 속에서 얼어붙은 표토가 쌓였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갑옷의 보조 근육 시스템 덕분인지 빠르게 정상까지 올랐고, 로스토프 역시 일종의 근력 강화 시스템을 갖췄는지 쉽사리 오르고 있었다. 안토니아토는 흡사 돌과 먼지가 휘날리는 걸 예측이라도 한 듯이 잰걸음을 치며 피해냈다. 고군분투하는 것은 라크란테와 킬셰 뿐이었다. 라크란테가 모래밭에서 군화를 끌어당기는 동안 킬셰가 그 앞에서 휘청였다. 라크란테는 빠르게 나서 킬셰를 부축했다. 그 답례로 독설이 날아들 것을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헐떡이는 감사의 표현이 돌아왔다. 라크란테는 킬셰가 능선 위로 오르는 것을 도왔다. 가방은 무거웠고, 라크란테는 윗부분의 끈을 붙들고 무게를 나누었다. 안토니아토가 두 배는 빠르게 뛰어 마지막 몇 피트를 오르는 것을 돕기 위해 달려왔다. 킬셰와 라크란테 둘 다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 안에 뭐가 들어있지?”

“모르는 게 나아.”


지면은 이제 평평해졌다. 스페이스 마린들의 뒷모습에 가려졌던 시야는 그들이 각각 부대별로 나뉘면서 탁 트였다. 로스토프의 수행원들은 블랙스톤 장치가 서 있는 소행성의 심장부를 바라보았다.


마치 수백 야드에 이르는 창날처럼 깎여진 여덟 개의 블랙스톤 조각이 거대한 눈이 새겨진 중심부 일대를 마치 나침반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그 조각들을 붙들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탁탁거리는 에너지가 원호를 그리며 블랙스톤을 붙든 채였다. 중심부와 블랙스톤 창날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손이 새겨진 채였다. 중심부에 새겨진 손의 문양은 더 새것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더 거친 형태였다.


중심부의 축을 핵심으로 삼아 8망성이 회전하고 있었지만, 그 방향과 속도는 모두 일정치 못했다. 한 방향으로 기울기 일쑤였고, 지면에 평행해 회전하다가 이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창머리의 끝에서 땅끝까지 푸른 번개의 긴 자취가 춤을 추었다. 라크란테의 눈에는 오직 검은 빛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그 위에 뒤틀리며 워프 필드를 회전의 중심부에 끌어당기는 채였다. 광포한 천둥이 울부짖었다. 필멸의 이해가 닿지 않는 영역이었다. 저런 걸 분화구에선 볼 수 없었다니. 초현실적인, 현실에 있어서는 안되는 정경이었다. 머리는 욱신거리고, 입 안에서는 쇠맛과 신맛이 느껴졌다. 환경 필터가 멀쩡히 작동하며 깨끗하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먼지의 냄새가 느껴졌다.


한 분대의 스페이스 마린들이 메시니우스에게 합류했다. 40여 명의 전사가 비탈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함께 얼음으로 뒤덮인 언덕을 내려온 그들은 이제 소행성의 중심부에 이르렀다. 능선과 기계 사이에는 두터운 증기가 흘렀고, 그 증기 틈새로 움직임이 보였다. 전진을 막으려 드는 놈들이 있었다.


“저것은 흉물입니다. 제노의 과학이 인류의 가장 거대한 적을 위해 쓰이고 있다니, 저것이야말로 우리가 핵심으로 해야 할 목표물입니다. 행해진 것을 되돌려야 합니다.”

토트벤, 지금 즉시 공격하라.


로스토프의 말을 들은 메시니우스가 복스 교신을 보냈다.



* 오늘은 이걸로 끝! 주말에 올릴지는 주말 상황 봐서. 집에 데탑이 없어서 노트북으로만 하느라 불편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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