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은하인들 중 초공간항법의 혜택을 입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수수께끼의 고대종족이 건설해 놓은 은하 초공간 고속도로, 통칭 웹웨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은하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이로운 고속도로를 발견하고, 망가진 도로를 보수하고, 지도를 작성하여 연방에게 이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과학자들은 우리로 하여금 초공간이동이라는 공상의 산물을 일상으로 옮겨 주었다.

허나, 우리 인간족의 오랜 선조들은 그러한 기술의 혜택을 입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끔 연방의 탐험대가 발견하는 고대의 흔적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들의 유적화된 함선에서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초공간항법 엔진 대신 훨씬 원시적이고, 또한 편집증적으로 수동운용에 집착하는 거대한 엔진들의 흔적을 발견한다. 우리가 해석한 고대 언어로 그것들의 명칭은 [워프 엔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학계는 고대인들은 현대 은하인들이 사용하는 초공간 은하고속도로 대신 [워프]라고 하는 보다 더 느리고, 또한 위험한 것으로 보이는 공간을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3년 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하나의 발견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Dominus Astra], 고대언어로 별의 지배자를 뜻하는 거대 함선이 알 수 없는 공간적 비틀림과 함께 나타나면서 우리의 학계는 드디어 수수께끼의 과거에서 건너온 고대인들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었다. 비록 그들 중 대다수가 비인간종족 대원들을 보고 극도의 증오와 혐오를 표하며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은 덕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그들 중 [로그 트레이더]라고 칭하는 우호적인 일부 인물들이 우리와 대화할 뜻을 내비치면서 우리는 고대의 역사에 대해 알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일기장에서 그 고대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 상기했듯, 우리에게는 일반 대중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참혹한 진실을 보여주지 않을 의무 또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만 년 전의 고대인들과 만나며 고대의 생활양식, 고대의 사회상, 고대의 문화상, 고대의 은하에 대한 소중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이제 그것들은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히 망각될 것이다.

연방의 시민들이 거대한 고대 전쟁병기, [타이탄]이 실제로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 고대 전차인 [베인-블레이드]가 특유의 무한궤도를 굴리는 광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은 얼마든지 우리에게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이 싸웠던 전장, 그들이 싸웠던 적, 마지막으로 온 은하를 불태우던 끔찍한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대중들은 알기보다는 몰라야 할 것에 가깝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겠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다. 유적행성 [Holy Terra]의 장중한 건축물들과 우뚝 솟은 첨탑들 아래서 일어나던 일들을, 은하적도(銀河赤道)가 대균열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벌어졌던 끔찍한 이야기들을, 도미누스 아스트라가 온 세상에서 벌어지던 모든 일들을 우리는 끝없는 망각의 우물 아래로 던져넣어 일반 대중이 모르도록 하겠다. 누구도 혼돈을 알 필요가 없으며, 누구도 별의 침략자들에 대해 알 필요는 없으리라.

이미 한 번 멸망했던 이 은하를 떠나 머나먼 다른 은하로 떠났을 괴물들에 대해 그 누구도 알 필요는 없으며, 누구도 귀가 길고 오만했던 외계인들을 알 필요가 없고, 누구도 그 차갑고도 참혹했던 은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이 어떤 광기의 영역에 발을 디뎠는지 알 필요는 없으리라. 그 누구도, 그 누구도. 그 눅눅하고 무거운 광기에 손을 댈 이유는 없으니까.

Dominus Astra: 마크라그 전투에서 워프엔진 폭주로 타이라니드 함대랑 자폭한 그 엠페러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