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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워호크] 일리야와 자가타이의 대화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1 19:22:35
조회 4986 추천 52 댓글 7
														

“절대 쉬운 일을 하지 말라.”


칸이 싸구려 장신구 쪽에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결코 장신구에 직접 와 닿지 않았다.


“우린 그 때문에 고통을 겪었지. 그리고 지금, 어떤 측면에선 이건 가장 쉬운 일일세. 프로스페로 이후 우리가 그랬듯이, 기다리는 걸 멈추고 그저 날뛰는 것.


칸은 부드럽게 선반 위에 손을 얹었다.


“예수게이는 보았다네. 꿈도 꾸었고, 내게 이야기도 했지. 내 여정은 불타는 세상에서 어둠의 피조물과 싸우며 끝나게 된다 했네.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생각나더군. 그게 폭풍을 보는 자들이 꾸는 꿈의 문제일세. 그걸 현실로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지. 어쨌든, 모든 것들이 이 길을 불가피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네만, 어쩌면 그저 내가 타협에 지친 채, 그저 나로서 이걸 해결하려고 드는 것일지도 모르지. 쉬운 길로 말일세.


일리야는 칸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그랬듯 꼿꼿한 자세였다. 여전히 자신의 갑옷을 두른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지만, 그 갑옷 아래 곳곳에서 허전함이 느껴졌다. 군단의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얼마나 굶주리건, 얼마나 망가지건 상관없이 계속 나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시일이 지난 후 임무를 포기하겠지만, 황제 폐하가 빚은 정예는 자신의 신체라는 우수한 기계가 망가지는 순간까지 싸워 나갈 뿐이다. 그들에게 죽음은 아주 의미도 없었고, 오직 불명예만이 수치일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만을 약속하는 불가능한 시험의 장을 “쉬운 일”이라 부르는 것이다.


“왜 예수게이가 그런 말을?”


일리야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군. 아마 그 꿈 때문에 괴로워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네.”

“아니면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선택을 위한 수단을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럴 수도.”


일리야는 한 모금 더 마셨다. 점점 자신다운 모습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프라이마크와 솔직히 흉금을 나누는 기회라니, 얼마나 큰 특권이던가. 그 세월 동안, 칸과 이럴 수 있는 것은 아주 가끔 있을 뿐이었다. 흡사, 카툴루스 균열 직전의 칸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그렇기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를 위해 전차를 모으는 것보다 더 큰 봉사라 느껴졌다.


“제가 저만의 가족을 둔 바 없음을 아시지요.”


일리야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제가 가족을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할 즈음에는 이미 기회가 사라져 버렸지요. 물론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그리고 제가 모든 걸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 저는 울라노르로 향했지요. 그리고 전하와 얽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족을 얻었고, 제가 놓쳤다고 여긴 모든 걸 얻었지요. 가족 때문에 겪는 분노, 불안, 그리고 탈진까지요.


일리야가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가장 힘들더군요. 군단의 모두가 죽음을 향해 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일 약한 존재였지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는 아직 여기 남아 있습니다. 이제야 저는 군단이 모두 사라진 이후에도 제가 더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다면, 모두를 애도하게 되겠지요. 타르구타이와 샤, 그리고 할지를 애도하는 것처럼.”


일리야는 칸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옥좌시여, 진정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 가장 용맹하고 가장 우수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이걸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물으신 것 말입니다만, 저는 전하께 어떻게 탄약 재고를 유지할 것인지를 가르쳐 드린 적은 있지만, 그렇게 행하시라 간한 바는 없습니다. 늘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일리야는 고통스럽게 의자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육신이 주인을 배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제 칸이시여. 그것이 우리가 돌아온 이유지요.


칸이 일리야에게 다가왔다. 일리야와 눈을 맞추기 위해, 칸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칸이 큰 손을 내밀자, 일리야 역시 손을 내밀었다. 두 손이 꼭 쥐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자네의 안전을 지키겠네.


칸이 입을 열었다.


만약 전하께서 떠나신 동안 놈들이 밀려온다면, 놈들에게 지옥을 맛보여 주겠습니다.


일리야가 답했다.


“꼭 그렇게 하게.”


칸의 깊은 시선이 일리야를 향했다. 전장의 격노로 순식간에 불타오를 그 시선, 신들의 땅과 인간들의 납골묘를 모두 바라본 그 시선이었다.


나는 꼭 돌아올 생각이니.

“좋습니다.”

“할 일이 많지.”

“늘 그랬지요.”

“그러니 여기 있게. 건강히, 군무에 나설 준비를 갖추게나.”

“명하셨으니, 이루어질 것입니다, 내 주군이시여.”


일리야가 칸의 건틀렛을 꼭 쥐며 화답했다.





실제로는 메차쿠차 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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