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어라이즈 그리고 개더링 스톰을 배경으로 하는 옥좌의 감시자들 소설에 나오는 묘사를 보면 하이 로드들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픽픽 나가떨어지는 게 보통임.

비스트가 침공해올 시기는 제국이 긴 시간 평화를 유지하며 황금기를 누릴 때라 하이 로드들이 대체로 나태해졌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하이 로드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1인 독재자가 된 반고리치는 불과 몇십 년만에 미쳐버려서 무의미한 학살을 저지르고 제국을 수렁으로 밀어넣음. 반고리치를 억제하기 위해 계속 옆에 붙어 있었던 여성 인퀴지터 Wienand는 나중에 반고리치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막시무스 테인을 맹비난하며 인류 제국은 절대로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함.

옥좌의 감시자들에 나오는 화자는 오랫동안 하이 로드들을 보좌해온 인물임. 화자는 하이 로드들이 대부분 미쳐있거나 정신병자라고 표현함. 그는 하이 로드들이 스페이스 마린, 기계교, 네비게이터, 인퀴지션, 그 외 제국의 수많은 이익 집단들의 요구를 어르고 달래면서 제국의 광신과 광기, 사회적 갈등을 이겨낸 끝에 그 자리에 도달했지만 제국의 무한한 요구에 모든 걸 소진하고 스러져갈뿐인 존재들이라고 말함.

인류 제국의 크기는 은하계 전역에 걸쳐있고, 거기에 사는 무수한 인류를 '고작' 열두 명이서 통치한다는 것도 사실 미친 소리임. 모든 경쟁자들을 뚫고 올라선 인류의 가장 유능한 열두 명도 힘들어서 팍팍 죽어나가거나 교체되는 마당에 그걸 프라이마크 혼자 감당하면 어떻게 되겠음? 불멸의 존재도 새치가 날 수밖에 없음.

이건 러스나 라이온이 돌아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길리먼이 하이 로드들을 숙청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남겨둔 이유도 이 때문임. 길리먼에 더해서 하이 로드나 인퀴지션이 기존처럼 빡세게 일해야 그나마 대균열이 열려서 파탄난 제국이 어떻게든 유지되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