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엔젤스 티어.)

엔젤스 티어

본디 엔젤스 티어는 디스트로이어 스쿼드로서, 생귀니우스가 적들을 절멸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직접 판단내린 경우에만 출동하는 전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복무 조건으로 이름과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얻었으며, 다시 군단에 들어갈 때는 이전의 이름을 얻어 학살의 오명을 벗었습니다. 블러드 엔젤이 타락하던 그날, 생귀니우스는 자신의 아들들을 절멸시키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어 끝까지 엔젤스 티어를 내보내지 않았고, 그 결과 군단 전체가 타락한 후 다른 블러드 엔젤에게 엔젤스 티어가 프라이마크를 지키려들지 않았다는 비난을 들으며 새롭게 개조되었습니다. (프라이마크의 명이 있어야 출동한다는 의무를 지키느라 출격할 수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은 블러드 엔젤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의 치욕을 뒤집어씌울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르지요.)

엔젤스 티어는 이제 군단에서 패배자,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아직 최소한의 쓸모는 있다고 판단된 전사들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상 코른께 해골을 바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방사능 폭탄과 볼카이트 권총은 해골을 수확하는 데 적합하지 않지요. 이런 특징 탓에 이들은 블러드 엔젤 전체를 통틀어 가장 변이가 적으며, 심지어는 복무 전에 받았던 축복이 사라지기까지 합니다. 대부분의 엔젤스 티어는 코른께 축복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복무하다가 그나마 남아 있던 쓸모마저 잃고 버닝 아이에게 목이 떨어집니다. 개개인의 차이만이 있을 뿐, 시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엔젤스 티어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까닭은 이들이 결국엔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코른의 하수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적들을 절멸시킬 수단을 하나쯤은 마련해둬야 합니다. 해골을 수확해야 한다는 걸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거친 전장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수확 대신 절멸을 택할 정도로 카오스 로드를 분노시킨 적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엔젤스 티어의 방사능 폭탄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유용합니다. 또한 적들이 초토화된 구역을 다시 점령하지 못하도록 오염시키는 역할도 겸할 수 있습니다. 적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엔젤스 티어를 늘 1순위로 노리며, 때문에 엔젤스 티어는 적의 시선을 끌기에도 적합합니다. 따라서 블러드 엔젤 카오스 로드들은 엔젤스 티어를 두세 분대 정도는 휘하에 둡니다. 워밴드에 무능한 놈이 생기면 엔젤스 티어로 강등시켜버리면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게도, 엔젤스 티어가 되면 쓰고 있던 투구가 뒤틀려 은빛 가면이 됩니다. 이는 엔젤스 티어만이 겪는 유일한 변이인데,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가면과 얼굴이 하나가 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엔젤스 티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엔젤스 티어의 목을 베 확인해보려고 하면, 엔젤스 티어의 잘린 머리는 곤죽이 되어 쏟아져나올 뿐입니다. 이에 관해 엔젤스 티어는 패배자라 죽어서 코른께서 해골을 거부하시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대세입니다. 은빛 가면에 대해서는 은빛이 황동의 색과 대비되니, 이 또한 코른께서 그들을 거부하신다는 의미라는 가설이 유력합니다. 물론,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요.

블러드 엔젤도 거의 끝나가는데, 다음은 화이트 스카로 갈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