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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멸망 후 이야기 - 마지막 가드맨앱에서 작성

장팔모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4 16:03:53
조회 2154 추천 33 댓글 8
														


지금 이곳에는 한 가드맨이 있다. 그는 어느 번화한 상업중심지의 한복판에서, 양손에는 라스건을 붙들어 맨 채 질주하고 있었다.

때와 먼지로 절여진 그의 전투복은 산 하나 크기의 백화점과 구름에 다일 정도로 높은 상가들이 둘러싼 활기찬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다.

"씨발 뒤지기 싫으면 다 비켜-!"

그는 연신 라스건을 공중에 난사하면서 자기 주위의 인간과 외계인들을 쫒아내며 그져 달렸다. 뒤에서는 (그가 생각하기에는)사악한 힘으로 만들어진 날아다니는 작은 제노-기계들이 '정지하십시오.' 라는 말을 하며 쫒아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 3발의 라스빔을 그 기계의 안면에 명중시켰지만 그것은 여전히 '정지하십시오.' 라는 말을 반복하며 날아왔다.

가드맨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마치 머리속의 뇌수로 르카프를 끓이는 것처럼 머리가 달아오르고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계속 머리를 때렸다.

처음에는 자신이 제노와 이단들이 판치는 마경에 들어오는 꿈을 꾸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얼얼한 양쪽 뺨과 이마가 꿈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차라리 이게 꿈이길 바라며, 자신이 이곳에 있기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


"으아악! 살려줘! 팔이! 팔이!"

"전능하신 황제폐하시여 제발 저좀 좀 살려주시옵소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빌딩들이였을 무너진 콘크리트와 철골의 산들 사이에서, 수많은 가드맨들이 타이라니드와 싸우고 있었다.

가드맨들이 있는 동쪽에서는 포탄과 라스빔이 서쪽으로 날아들고, 타이라니드가 있는 서쪽에서는 산성진액과 생체탄들이 발사되고, 강한 힘과 두꺼운 갑각을 가진 거대한 괴수들이 무자비하게 진격해오고 있었다.

"시발...."

"진짜 끝장 났구만."

한 3층 폐건물에서는 가드맨들이 진격해오는 괴수들을 향해 계속 라스건을 쏘고있었다. 하지만 그중의 산전수전 다 겪은 몇몇 가드맨들은 저 태산같은 괴수들이 진격하는 것을 보며 알았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것.

라스건을 쏘다보니 어느새 라스건에는 흠집도 안나는 것들이 오고, 라스캐논을 쓰니 그게 안 먹히는 것들이 오고, 리만 전차가 진격하니 전차포에 흠집도 안나는 타이탄들이 온다.

더 이상 사용할 무기들이 남지않은 이상, 이 싸움은 사실상 인류제국의 패배였다. 그럼에도 가드맨들이 싸우고 있는것은 윗놈들이 행성 내의 중요한 것들을 회수한 후 철수할 시간을 번답시고 그들을 갈아넣고 있는 것뿐.

"으어허헝.... 엄마....!"

와중에 사격을 계속하던 이제 막 성인이 된 어린 얼굴의 신병 가드맨은 결국 바닥에 쓰러져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라면 전장의 소리에 묻혀 버릴 소리였지만, 그들이 있는 폐건물이 워낙 소리가 잘 울렸기에 소리는 계속 퍼졌다.

"야 이 새끼야! 전쟁터에서 우는 게 제정신이야! 일어나!" 한 가드맨 상병이 우는 신병 가드맨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끝이잖습니까! 어짜피 죽을텐데! 씨발!" 그 신병은 욕까지 하면서 상병을 밀쳤다. 그의 작은 키와 얼굴 때문인지, 마치 어린아이가 우는 거 같았다.

"좆같은 새끼들... 왜 내가 이딴 지옥같은 행성에서 죽어야 하나고....! 그것도 행성에 온지 두 달만에! 좆같은-" 신입이 말을 이어가던 그 순간, 한 가드맨이 그를 옆으로 밀쳤다. 그는 자신을 밀치던 이의 얼굴이 기억났다. 1개월 전, 라스건을 잃어버렸을 때 찢긴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 고장난 라스건을 고쳐서 대신 줬던 선임이였다.

그리고 그 선임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녹색의 진액에 둘러싸여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도.... 도마아아..."
혀와 치아가 녹아내려 엉켜붙는 입에서 그는 마지막 유언을 내뱉지 못한 채로 죽었다.

이와 동시에 타이라니드의 생체포탄들이 가드맨들이 있는 폐건물을 향해 쏟아졌다. 창가에 가까이 있던 가드맨들은 산에 융해되어 녹거나, 몸속에 수천 마리의 작은 제노-벌레들이 파고들어와 뼈와 살을 갉아먹혔다.

"도망쳐!"

뚫린 구멍으로 날개달린 타이라니드들이 들어와 몸에 달린 낫과 검같은 것을 휘두르며 가드맨들을 절단내기 시작했다.

"으어어... 어어어..."

그 신참 가드맨은 지난 2개월 동안 수많은 가드맨들이 제국을 위해 순교하는 것을 봤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이가 산성액에 녹아내리고, 사방에서 모두가 도살당하는 광경에 그는 다리를 들 수가 없었다.

주머니에 있는 수류탄을 던지려했지만 손이떨려 도저히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질 않았다. 하지만 괴물은 도저히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곧 그의 목으로 붉그스름한 칼날이 날아들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질끈 눈을 감았다.

가드맨 신병은 사방이 조용해진 것을 느꼈다. 눈을 뜨자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암흑이였다. 무엇도 보이지 않고, 소리조차 없는, 순수한 흑의 세계.

'죽은건가? 그럼 여긴 어디지?'

그가 좀 얼이 타있을 무렵, 이번에는 강한 빛이 비춰졌다. 마찬가지로 이전처럼 무엇도 보이지 않고, 소리조차 없었다. 순백색이 사방을 뒤덮었다는 차이점뿐.

혹시 자신이 있는 지 없는 지 모를 황제의 가호를 받고 이곳에 왔나하고 생각할 즈음, 그가 눈을 감고있음에도 눈꺼풀 너머로 강렬한 빛이 투시됐다. 하지만, 곧 빛의 세기가 약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러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파의 발걸음, 경적 소리, 신나는 노랫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그는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뭐... 뭐야... 여긴..."

가드맨은 분명 도시의 폐건물에서 목이 썰려 죽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은 거대한 건물들 사이에 있는 길 한복판이였다.

그가 서있는 곳의 길이나, 건물들은 인류제국의 건물들의 양식과 다르게 매우 화려하면서도 소박했으며, 세련되고 곡선져있었다. 그리고 실제같은 홀로그램 광고가 스쳐지나가고, 수 천개의 공중차량이 날아들고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놀란점이 있었으니. 바로,

"제노랑, 인간이 같이..!"

건물의 유리에 비추는 홀로그램 광고에서 한 제노와 인간이 같이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충격을 먹었다.

"으... 으아아악!!!"

그리고 가드맨은 길가를 보면서 실성한듯이 계속해서소리를 질러댔다. 그의 주위에서 길을 거니는 군중은 다 인간이 아니였다. 인간이 5할, 그리고 온갖 종류의 외계인과 이상한 제노-기계들이 5할씩 있었다.

그나마 가드맨의 기준으로 인간인 이들은 겨우 1할이였고, 나머지는 팔과 다리가 좀 다르게 생겼거나 머리에 뿔이 달려있었다.

여태것 제노는 인류의 적, 말살해야할 해충이라고 교육받고 제노의 공포를 몸소 체험한 가드맨이 느끼기에는 제노와 인간이 친밀하게 있는 것은 세상이 180도 뒤집히는 것이였다.

"이... 이거 꿈이지? 그래 이거 꿈, 꿈일꺼야."

가드맨은 자신의 뺨을 한대 때렸다. 뺨이 찰삭거리는 소리가 난 뒤, 그는 다시 뺨을 때렸다. 그리고 다시, 다시, 다시, 다시, 꿈에서 깨기 전까지 피가 날 정도로 오른뺨을 계속 때렸다.

"이건 꿈이야! 꿈이야! 꿈이니깐 제발 깨라!"

그는 속도와 힘을 더실어 이번에는 왼뺨에도 힘을 어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깨지 않았다.
가드맨은 헬멧을 벅고 길바닥에 머리를 계속찍었다. 하지만, 깨지 않았다.

꿈이 아니니 깨질 리가 없었다. 그의 이마에서는 붉은 피자 쏟아져 바닥을 적셨다. 가드맨은 느꼈다. 이건 꿈이 아니란 것을.

"저, 저기요? 괜찮으세요?"

그가 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뒤를 돌아보자 한 인간 여성이 서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고, 얼굴은 마치 구릿빛 비단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외모와 청량한 목소리에 가드맨은 잠시 긴장을 풀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곧 그녀의 머리 왼쪽에 달린 검은 뿔과 자신보다 큰 키에 기겁하면서 라스건을 겨눴다.

(가드맨의 생각으로는) 그것은 인간이 아닌, 끔찍한 돌연변이였다. 그가 외계인과 싸우기 전에 싸우던 것들도 그런 돌연변이, 인류의 적이였다.

"가, 가까이 오지마! 돌연변이놈아!!"

가드맨이 라스건을 치켜들자, 여자는 순간 움찔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거 군인 코스프레한 가짜 아니야?"

"야, 여기 상업지구인데 왠 정신병자 인간이 대가리 피날 때까지 처박고 가짜 총들고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나중에 영상찍어서 보내줄게."

하지만 주변의 군중들도 그가 든 라스건을 보고는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조금 먼 주위에서 그를 구경하거나 영상을 찍고있었다.

가드맨이 그저 가짜 총든 정신병자 인간이라는 생각에 흥미나 재미가 있어 지켜보기만 했다.

"도대체 여긴 어디야? 당장 말해!"

"여기는 상업지구에요."

"행성 말이야! 행성!"
가드맨이 라스건을 그녀에게 겨누며 말했다.

"리터니아 행성이요."

리터니아라는 행성은 그가 있던 행성이 아니였다. 그럼 그는 지금 최소 수 광년은 떨어진 다른 행성에 있다는 뜻이였다.

"더러운 돌연변이, 이단종자, 제노 새끼들! 곧 인류제국이 네놈들을 싹다 죽여버릴 거다!"

가드맨이 화에 받쳐 격렬하게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그는 죽을 운명, 차라리 에게 당당히 죽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여자는 물론 군중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저기, 지금이 몇 년인지-"

"41번째 천년기이지. 왜? 니 죽을 날이라도 알게! 이 돌연변이 년아!"

가드맨이 당당하게 말하자, 그녀의 얼굴은 어이없는 표정에서 잠시 고민과 놀람에 가득찬 채로 뜸을 들이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그, 저기,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지금은.... XXXXX년 이에요."

그 말을 들은 가드맨은, 눈을 휘동그래 뜨고 놀라다가, 곧 슬픔에 잠기더니, 다시 분노로 머릿속을 이글거리며, 손에 든 라스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나오며 라스빔이 총구에서 뿜어져 나와, 여자의 구릿빛 이마를 향했다. 하지만 빔은 피격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정지해 있었다.

여자의 오른손에서 나온 사이킥이 라스빔을 붙잡고 있다가, 곧 위로 솟아 올랐다.

"어어어...."
가드맨은 반사되어 저위로 솟아오른 라스빔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자신 앞에 있는 뿔난 돌연변이를 보았다. 가드맨의 표정에는 공포가 돋아 나갔다.

"제발 진정하세-"

"으아아악!"
결국 그는 발걸음을 뒤로 돌리며 거칠게 질주했다.


**


이것이 바로, 현재 저 가드맨이 도심에서 라스건을 허공에 난사하며 몇십 분 동안 쥐새끼마냥 뛰어다니는 이유였다. 평화롭게 물건을 사고, 즐길거리를 찾아다니던 이들은 갑작스런 총기난사에 혼비백산한 채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저 인간들은 외계인과 붙어먹은 이단, 돌연변이지만 함께하는 가족, 친구, 연인이던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광경에도 매우 괴로운 그가, 인간을 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망을 쳐서 어디에 숨으려 해도 그 날아다니는 기계들이 찾아내 연일 허탕이 됐다.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정체 불명의 테러범이 상업지구에서 총기테러를 하는중이므로, 신속히 대피하거나 숨을 곳을 찾아서-'

가드맨의 가까이에서 경보음을 꽤액꽤액 울리던 방송드론이 라스빔을 맞고 바닥에 추락했다. 이제는 전광판에까지 자신의 얼굴이 실린 채로 비상방송을 때리고 있었다.

"너는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투항하면 연방법에 의거하여 신변을 보장하겠다!"

이제는 드론뿐만 아니라 전투복을 입은 인간과 외계인들이 가드맨을 포위해오고 있었다. 뒤쪽은 건물의 외벽이였고, 앞쪽은 인간과 외계인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천천히 진격해오고 있었다.

종마디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검은 전투복과 무기는 겉보기에도 그의 반쯤 작살난 플렉 아머와 꾸져보이는 라스건보다 더 좋아보였다.

가드맨은 왼쪽에서 다가오던 인간 병사의 머리 부분을 맞췄지만, 빔은 헬멧에 흠집도 내지 못하고 한 줌의 빛이 되어 사라졌다. 라스건이 흠집도 못 낸다는 걸 안 군인들은 점차 포위망을 짜서 그를 조여왔다.

가드맨은 다시 절망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겨우 살아서 또다시 죽게 되다는 것에 두려움이 온 몸을 저리게 했지만, 반대로 약간의 편안함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의 주머니에는 마지막에 뽑지 못한 수류탄이 느껴졌다.

"더러운 외계인과 이단 종자놈들아! 투항할 바엔 차라리 죽겠다!"

그의 오른손은 정확하게 주머니에 들어가 녹슨 수류탄을 바깥으로 꺼냈다. 그리고 수류탄을 터뜨리려고 했다.전우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과 편안함에 젖은 채로.

"으아아악!"

그러려고 했으나, 가드맨의 옷에 뮌가가 꽂히더니 이내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가드맨은 수류탄을 땅에 떨군 채로 쓰러졌다.

"상황 종료!"

"수류탄... 총... 회수하고...."

삐이삐이 거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결국 그 가드맨은 정신을 잃었다.


**


이후 가드맨은 몇 년 동안 여러 곳을 거치게 되었다. 연방 정부에서는 그의 정신상태를 고려해 그의 감시원, 수사관까지 모두 인간으로 해주는 데다가 하루 세끼를 그가 여태것 먹지못한 귀한 것들로 줘도, 가드맨은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을 겪으리라는 생각에, 단식까지 하면서 온갖 난리를 피웠다.

"놔라! 이 이단들아!"
"당장 막아!"
잡힌 지 하루 만에 그는 간수들이 연방 정보부 요원들을 잠시 만나러간 사이, 창살을 때어내서 목을 그으려 했지만, 유치장의 간수들이 결사적으로 시도를 저지했으며.

"이 더러운 이단창년아! 계속 때려봐라! 제국의 마지막 가드맨은 결코 쓰러지않는다!"
"야, 놔바. 한 대만 더 조지자고! 더스크 로드 사건 이후로 이렇게 빡친건 이번이 처음이야!!"
"선배님 제발 참으세요!"
잡힌 지 이틀 만에 그를 취조하려는 수사관의 심기를 건드려 그녀의 거친 의자 세례를 반병신이 될 때까지 쳐맞았다.

일주일 후에 가드맨이 간 곳은 연방 정보부라는 집단의 취조실이였다. 그는 그곳의 풍경이 장군들의 거처보다 더 좋아보인다는 생각을 잠시했지만, 결고 방심하지 않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전과는 달랐다.

"그러니까, 괴물한테 목이 썰린 후 어떤 공간으로 이동했다가, 빛이 난 후에 상업지구 한복판에 있었다는 말이죠? 어... 가드맨 씨?" 가드맨의 수사원이 말했다.

그 수사원은 인간이였지만, 머리에 곰의 귀같은 기관이 달려있었다. 그때 그가 괴력으로 다른 수사관을 끌고가지 않았으면, 가드맨은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 그렇다고. 이제 언제쯤 날 죽일거냐?"

"어? 이제 제국 얘기 안 꺼내시네요."
그의 말처럼, 가드맨은 더 이상 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동안 유치장에서 썩어넘치는 시간의 흐름과 책의 파도 속에서 살면서, 그도 조금씩 제국의 멸망과 머나먼 미래라는 격변을 받아들인 것이다.

"...."
그는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제 할 건 다했네요. 재판은 아마 1주일 후에 열릴 겁니다. 아무리 교도소가 당신있던 곳보다 더 좋을진 몰라도, 거기 계속 있을 건 아니잖아요? 몇 년이라도 감형받고 싶으면 변호사랑 잘 말 맞춰보세요."

몇 시간 후, 가드맨은 면회실로 끌려와 자신의 변호사와 만났다. 그는 변호사를 보자마자 바로 깜짝 놀랐다.

"오랜만이네요."

"너, 아니. 당신이... 왜?"

"왜 사이커가 변호사일을 하냐고 안물어서 좋네요."

그 변호사는, 혼란스러워 하던 가드맨에게 말을 걸어온뿔이난 여자였다. 그녀는 그때와는 다르게 세련된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야 제가 당신의 변호사니까요. 아, 돈은 걱정마세요. 무료니깐요. 이래뵈도 변호사 사무소 대빵이라고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가드맨은 순간,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같은 두려워하고, 경계해대고, 아둔한 놈조차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얼굴을 피했다.

"그, 왜 날 돕는거지?"

"왜냐하면 당신같은 사람들을 돕는게 제 일이니거든요."

가드맨은 여자의 말에 울컥한 심정이 벅차올랐다. 천장의 전등빛이 마치 휘광이 드리운 것 같았다. 이전의 누군가와 만난듯한 이 비슷한 느낌에 가드맨은 눈물을 흘렸지만,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삼키며 말을 꺼냈다.

"미, 미안...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좀 끌리기도 하고요.'

가드맨은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채, 어린아이 처럼 계속 눈물만을 뚝뚝 흘렸다. 여자는 단지 그를 지켜보며 잔잔한 표정을 지을 뿐이였다.


**


그렇게 1주일 후, 가드맨은 법정에 섰다. 판사석에는 인간과 타우, 그리고 로봇 하나가 있었다. 검사는 여태것 본 적 없는 외계인이였다. 하지만 가드맨은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피고의 성이... 진짜로 가드맨이 맞습니까?"
중간에 판사들이 그의 이름에 의아한 것을 제외하면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피고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합니까?"

"예, 제가 저지를 모든 일에 잘못을 구합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최대한의 양심을 짜낸 가드맨의 말과 그녀의 변호실력은 판사들이 '심신미약, 초범, 진심어린 참회' 란 이유로 집행유예 1년과 적응 지원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그를 풀어주게 만들었다.

그렇게 가드맨은 몇 가지의 절차를 끝마친 뒤, 구치소 밖으로 나오게 됐다.

"축하드려요, 그.. 가드맨 씨."
여자가 망설이면서 말했다.

"제 성이... 조금 이상한가요?"
가드맨이 말했다.

"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뿔도 그렇다듯이 끄덕였다.

하지만 가드맨은 오히려 슬쩍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여자가 가까이 붙어서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가드맨은 가까이서 보는 여자의 얼굴에 볼을 붉혔지만, 이후 하늘을 바라보았다.

"찾으러... 가야죠."
가드맨은 떠올랐다. 자신이 머나먼 미래에서 살아났다면, 자신을 도와준 선임과, 함께하던 전우들은 어떻게 됐는가?

"저는 전우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저를 많이 도와주던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머나먼 미래에 잘도 살아 있는데,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은하 어디에서 죽어서 말 없는 뼈가 됐을 겁니다."

"아, 떠나실 생각인가요..."
여자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여자의 눈빛에는 섭섭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곳은 아마 연방에서도 엄청 벗어난 곳이겠죠.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당신의 선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가드맨이 말했다.

"... 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가드맨은 발걸음을 옳겼다. 하지만 그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무언가가, 마음 속 또다른 무언가가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걸음에 족쇠를 채우고 있었다.

"가드맨 씨!"

가드맨의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이어서, 여자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다았다. 그녀의 양손도 그의 목을 감싸며 갈색의 탄탄한 피부와 검은 뿔도, 그에게 가까이 밀착해 왔다. 가드맨은 그녀의 입과 양손에서 따뜻하면서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

"나중에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와 주세요. 배웅 갈테니까."

그렇게 여자는 가드맨이 말할 틈새도 없이 총총 걸음을 뛰면서 저 멀리 사라졌다.

"... 암요. 그래야죠."

그리고 가드맨은 그에 화답하며, 길을 걸었다.


**


팔랑크스의 중심거리, 그곳은 늘 상인과 관광객의 활기가 넘쳐 흐른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한 남자 인간이 활기 속에서 다른 기를 품은 채로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으슥한 골목길을 걷다보니,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한 가게가 있었다. 천칭과 주먹으로 장식된 간판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Antique shop arbites]

남자는 그대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류 제국의 여러 물건들이 보였다. 곧 문에서 기품있는 하얀 제복을 입은 금발의 여성, 가게의 주인인 아멜리아 부인이 나왔다.

"어서 오시죠. 엔티크샵 아르비테스엔 어쩐... 오, 이거 유명인사 아냐?"

그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남자는 바로, 아멜리아가 몇 년 전, '리터니아 행성에 갑자기 나타난 고대인' 이라는 뉴스에서 본 가드맨이였다. 그의 얼굴은 이전의 앳된 얼굴과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거친 전투의 흔적과 진중함이 묻어났다.

"한 6개월 전에 가게에 라스건 하나랑 플렉 아머, 군복이 입고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습니까?"

"그거라면... 잠시만요."

아멜리아는 나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어느 상자를 들고 나와 해골장식이 있는 선반에 놔뒀다. 상자에는 연방의 고대유물 관리소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요즘 세상에도 나라에 도둑놈은 있군요."
가드맨이 말했다.

"장물은 되도록 안 받긴 하는데,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라서. 미안하네."

가드맨이 손을 젖혀 상자를 열자, 플렉 아머와 군복, 라스건이 몇 개월 만에 빛을 쬐며 나왔다. 가드맨이 군복과 플렉 아머를 꺼냈다. 군복과 플렉 아머는 그가 입었던 이전에 비교하면, 매우 깔끔했다.

"세척하고 수선하고 한 거 빼면 딱히 뭐 건든건 없어."

곧 이어 그는 라스건을 꺼냈다. 라스건도 이전과 비슷한 형태로 깔끔하게 새단장을 하긴 했지만, 총구가 조금 크고 길어지고, 전체 무게가 작아졌다.

"라스건은 이전에 벌써 빼돌려져서 해적이나 개척 행성에 몇 번 팔려갔더라고, 원형 복구하는데 참 많이도 썻지."

하지만 가드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라스건을 양손으로 들었다. 손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라스건의 촉감이 그에게 그리움을 느끼게 했다.

"사장님, 이거 다 합해서 얼마입니까?"

"음, 가격이 좀 나가긴 하는데, 그냥 공짜로 줄게."

가드맨은 그말을 듣고 놀랐다.

"아니, 네?"

"어짜피 네거였다면서? 그리고 저거 놔둬봤자 그리 쓸 데도 없더라고. 상자에 처박혀 있는 거 보다, 옛 주인이 쓰는게 나을 거 같은데?"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가드맨 또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가드맨은 군복과 플랙 아머를 가방에 넣은 채 바깥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그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저기, 가드맨?"
아멜리아가 말을 걸었다.

"혹시 어디로 갈 생각인지 좀 물어봐도 될까?"

그녀의 말에 가드맨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

"알페가로 갈 생각입니다."

"알페가? 잃어버린 물건이 더 있는거야?"

"제국의 연대 파견 기록을 찾고 있습니다. 그거랑 비슷한 게 알페가라는 곳에 있더라고요."
가드맨의 생각에 또 다시 전우들의 죽는 광경이 떠올랐다. 저절로 침울해진 그의 얼굴을 본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당신 목표가 뭐든간에 잘됐으면 좋겠네. 혹시 나중에 알페가에서 타말이란 양반이랑 볼일이 있으면 아멜리아가 안부좀 전한다 말해줘. 그럼 좀 싸게 해줄꺼니까."

가드맨이 끄덕거렸다. 그리고 가드맨은 문을 활짝 열고거의 바깥으로 나갔다. 하지만, 또다시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인상적인 손님은 처음인데, 진짜 마지막으로. 이름이 뭔지 좀 알려줄수 있나?"
아멜리아가 말했다.

가드맨은 자리에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짧은 말 한마디만 꺼내고, 자리를 나섰다.

"참 의지 넘치는 이름이네."
아멜리아는 그 이름을 부른 가드맨이 떠나간 문을 계속 바라보면서 그의 향후가 어떨지에 궁금해하며, 행운을 빌었다.

가드맨이 나가기전 말한 내용은 간단했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제 이름은, 라스트 가드맨(last guardman)입니다."




**



옛날 인간은 죄다 영속자 출신이여서 대충 가드맨도 써봄.
글을 많이 써본 적이 없어서 이상한 점 있으면 말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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