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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종말과 죽음] 황금 옥좌에 앉는 말카도르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16 14:12:18
조회 2419 추천 107 댓글 11
														

정상에 가까워지고, 빛이 나를 감싼다. 나의 주군이자 주인이 움직인다. 그가 내게로 내려와 손을 내민다. 격려의 의미가 담겼으리라. 그 손, 온 흔하를 손에 쥘 수 있는 위대한 권능을 품은 손. 나는 그가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놀랍게도, 그는 그의 정신의 가장 내밀한 곳을 나와 나눈다.


거기서 읽은 신호는 분명하다.


“슬퍼하지 마소서.”


그가 예상한 것보다도 더욱 큰 고통이 읽힌다. 그는 다시는 나와 말을 할 수 없을 것을, 인류에게 주어질 최선의 운명을 함께 고민하며 생각과 말을 나눌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가 옥좌를 내게 처음 보이고 그 기능을 설명하자 내 눈에서 불신이 빛나던 날, 나의 정신도 그와 마찬가지로 옥좌를 다룰 수 있고 그렇게 행한다 하여 즉시 소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저녁,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내가 그를 대신할 순간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던 밤, 우리가 설계하고 내다본 거의 모든 미래의 구성에서 누군가는 이리 행해야 할 것임을 깨달은 날까지, 그의 기억들이 남극의 빛처럼 빛난다.


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언젠가 필요하다면, 일어나야 할 일’로 대수롭지 않게 치워 놓았을 뿐. 그 역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긴 세월 동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비상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던가. 마그누스라는 이름의 비상 계획이었지.


이제 때가 왔고,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옥좌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오른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누구도 들을 수 없을 목소리로 속삭인다.


“슬퍼하지 마소서.”


그리고 나는 자리에 앉을 채비를 갖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세기와 세기에 걸친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부하고 공유했기에, 더 이상 남은 말이 없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남고, 우리 사이로 지난 모든 것에 대한 무언의 이해가 남으며, 서로에게 진 빚이 남을 뿐이다. 이 행위는 내가 인류와 미래, 그리고 벽 위에 그려졌던 계획에 바치는 마지막 선물이자 영원히 남을 선물이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내가 그를 위해 이것을 행하고 있음을 아노라는 뜻이 전해진다. 나는 알 수 있다. 가장 위대하고 가장 만국을 위한 행동은, 언제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된다.


나는 늙은이다. 나는 지친 채다.


나는 황금 옥좌 위에 앉는다.





보라,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희생을. 영웅을. 인장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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