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인기글에 올라온 우리엘과 파사니우스의 재판을 보고,

시카리우스가 우리엘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느낀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맞다. 시카리우스는 우리엘을 싫어했다.

그러면 왜일까? 여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1. 코덱스 미준수 전문가는 우리엘의 전임자, 캡틴 아이데우스였다.

우리엘의 전임자인 4중대의 캡틴 아이데우스는 원래부터 코덱스를 잘 안따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이데우스는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만 코덱스를 준수했고,

좋게 말하면 유도리 있게, 나쁘게 말하면 과격하게 해석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그는 상황이 좋을 때조차(즉 코덱스를 어길 필요가 없을 때조차) 직감에 따라 행동하고,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4중대원들은 아이데우스를 매우 존경했지만, 울마 내의 전체적인 평판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2. 우리엘은 사실 리안드로스에 가까운 코덱스 준수파였다.

재미있게도 Chain of Command 소설을 보면,

4중대에서 가장 고참 서전트였던 우리엘은 아이데우스 밑에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이런 '독단적인' 캡틴의 방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우리엘은 아이데우스에게 '코덱스 아스타르테스에 따르면 이 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포지션이었다.

조금 더 유연한 성격의 리안드로스랄까.

3. 아이데우스는 우리엘을 신뢰했다.

아이데우스를 존경하는 4중대원들은 우리엘의 태도를 좋게 보지 않았지만,

아이데우스 본인은 이렇게 코덱스 준수에 집착하는 우리엘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아는 것은 4중대 내부 인원들과 칼가 정도 뿐이었고,

대외적으로 우리엘은 캡틴 아이데우스가 총애하는 베테랑 서전트였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우리엘도 아이데우스처럼 독단적인 전술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4중대의 방식이었으니까.

이것은 울마 내에만 국한되는 평판이 아니라서,

인퀴지터 아리오 바르자노가 도움을 청할 대상으로 우리엘과 4중대를 선택한 이유 역시

'코덱스 준수에 집착하는 다른 중대와는 다르게 독단적인 타입이니까' 였다.

물론 4중대장이 된 이후, 우리엘은 4중대원들의 존중을 받는 아이데우스 같은 사람이 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코덱스 준수보다는 위험을 무릅쓰는 전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나중에 칼가는 이를 눈치채고, "너는 네게 맞는 방식으로 4중대를 이끌어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4. 우리엘이 기소 당한 이유는 부하들을 버렸기 때문이었다

앞서 아이데우스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아무리 울마라도 코덱스를 좀 위반했다고 챕터에서 쫓아내진 않는다.

우리엘이 소설 Warriors of Ultramar 에서 저지른 중대 위반은 바로 부하들을 버리고 간 것이다.

해당 소설에서 우리엘은 노른 퀸을 잡기 위해 4중대가 아닌 데스워치 킬팀을 이끌고 하이브쉽으로 향한다.

중대의 캡틴이 갑자기 지휘권을 서전트에게 넘기고, 외부 부대를 지휘하며 임무를 수행한 것.

갑작스러운 지휘권 변경으로 당시 4중대원과 모르티팩터 챕터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물론 4중대 전체가 배치된 것은 아니었지만, 전투가 끝났을 때 살아남은 마린은 16명 뿐이었다고 언급되어 있다.

지휘 체계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울트라마린 입장에서

갑자기 자기가 지휘해야 할 병력들을 버려두고,

외부 세력에 합류해버린 우리엘의 행동은 극도로 심각한 문제 행위였던 셈이다.

그러면 우리엘이 문제가 된 이유는 알겠는데,

시카리우스가 특히 그를 싫어한 이유는 무엇일까?

5. 사실 시카리우스도 4중대였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시카리우스도 한때는 4중대원이었다.

그는 아이데우스 휘하에서 중대 챔피언을 지냈고,

나중에 실력을 인정받아 1중대로 배치된 뒤 그곳에서도 중대 챔피언을 지냈다.

시카리우스는 저돌적인 전술을 선호하고, 직접 싸우는 걸 좋아하는 돌격대장 타입이기 때문에

아이데우스와 성격도 잘 맞아서 친분이 두터웠다.

마린 내에서 챔피언이라는 직위는 '캡틴의 보디가드'에 가까운데,

중대 내에서 가장 검을 잘 쓰는 사람이 맡고, 캡틴을 대신해서 강력한 적장을 상대하는 것이 주 임무다.

Warlord of the Dark Millennium : Sicarius 에 따르면, 시카리우스는 이 역할을 아주 탁월하게 수행했고

그가 4중대 챔피언인 동안 아이데우스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시카리우스가 왜 그렇게 우리엘을 싫어했는지 알 수 있다.

과거에 자신이 모셨으며,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자기가 있을 때는 부상도 입은 적이 없는 캡틴 아이데우스가

우리엘이 최고참 서전트로 있을 때 작전 중 사망했으니 우리엘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우리엘이 자기 부하들을 버리고 멋대로 작전을 수행하는 위반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4중대에 큰 피해가 났는데, 본인은 또 살아서 돌아왔으니 말이다.

6. 마치며

우리엘의 기소 및 추방은 꽤 옛날에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요즘 설정을 기준으로 보면 무리수라는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울트라마린 구판 소설의 주역들인 우리엘, 시카리우스 등이 가지고 있는 입체성에 비해서

너무 단편적인 내용들만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설명 차 적어보았다.

앞으로도 간간히 울트라마린에 관련된 흥미로운 정보들을 올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