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간은 지났다.

 수 세기였을까, 며칠이었을까,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둘 모두이자 둘 모두 아닐 수도 있는 것을.

 우리가 처음 이곳에 온 뒤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미 나는 이곳에서 그런 개념 따위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흑요석 탑이 그 추하고 거대한 모습을 처음 지상 위로 드러낸 순간 이후로 모든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갔다는 것뿐이었다. 어떤 형제들은 말하기를, 이 행성이 우리에게 악(惡)을 행할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없었노라 말한다. 허나 나는 말하노니, 우리가 어찌 그것을 몰랐겠는가?

 우리 가운데 가장 이를 두려워한 것은 하토르 마아트였으나, 고백컨대 나 또한 스스로가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던 것보다도 더 못하게 되리라는, 한때 나였던 사내로부터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저 그 존재를 넘겨 받았을 뿐인 괴물이 되리라는 악몽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심지어 어떤 형제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형상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총애의 상징이라 믿기까지 한다.

 어리석은 자들 같으니.

 악(惡)은 우리 사이에서 점점 더 만연해져 갔다. 마그누스 님께서 처음 우리를 프로스페로에서부터 휴거시켜 오신 뒤로, 72명의 전사들이 육체 변이에 굴복했다.

 휴거라... 옛스럽긴 하지만, 그것이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 황폐한 세계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으니. 이 행성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라이마크와 필멸자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위대한 지성이, 억겁의 세월 이전에 이미 이곳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마그누스 님께서는 검은 탑 안에서 근심에 잠긴 채,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징표를 찾아 스스로를 타당화하기 위해 대양의 심연 속을 들여다보고 계신다.

 아무 것도 찾지 못하실 것이다. 애초에 찾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분의 행동은 단 한 번도 그분 한 분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분께서는 신비학의 제1원칙부터 잊어 버리셨으니.

 야심과 오만함이 그분의 눈으로부터 스스로의 결함을 가리웠고, 세상에는 언제나 자신보다 더 강하고 뛰어난 존재가 있다는 사실 또한 잊게 만들었다.

 나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여전히 육신의 피조물이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니, 나는 스스로의 오만함에 고삐를 걸기 위해 내게 간언을 올리는 네이스미스들을 주위에 두고자 주의를 기울였다.

 사우전드 선의 혈통은 우리 주변에서 번성하는 권능들로부터 태어났다. 숨겨진 세계의 비밀을 모아 전수할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음에도, 우리는 가장 중요한 호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군단의 남은 자들 가운데에는 대양의 권능이란 결코 통달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의 저주받은 운명이야말로 그 냉엄한 사실을 보여 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믿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이 세계는 잠재력으로 넘치는 곳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를 서서히 다가오는 퇴락으로부터 구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 길 위에 한 번 발을 올리고 나면, 다시 그 길 위에서 떠날 일은 없으리라. 내가 시작한 이 대업이 우리가 얼마나 옳았는지를, 우리가 얼마나 충성스러웠는지를, 또 우리가 얼마나 충성스러울 수 있었는지를 증명할 첫 걸음이 되리라.

 프로스페로가 무너질 때 사라진 모든 것들을 복원해 내겠노라 맹세했으니, 나는 반드시 그 맹세를 이행하고야 말 것이다. 이 도당이야말로, 사우전드 선 군단을 황제 폐하께서 보시기에 영광스럽도록 되돌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형제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대업을 이루고자 한다면 반드시 형제 원정대장들을 설득하여야 하리라.

 하토르 마아트는 내게 동참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더 자기 육신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할 테니. 소벡 또한 늘 그러했듯이 내 인도를 따르겠지. 하지만 아몬은?

 아몬이라면 내게 저항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마그누스 님을 섬겨 왔으니.

 그렇기에 아몬이야말로 열쇠가 되리라.

 아몬을 설득할 수 있다면, 대업 또한 이루어질 터.

 마그누스의 서가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서의 페이지들에는 고대의 잊혀진 시대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금지된 전승들과 지식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구원의 열쇠가 이 책 안에 있다. 미로 같이 얽힌 마법식과 주문과 제례의 모음집 속에서, 나는 우리에게 가해진 악(惡)을 분명히 해제할 수 있을 강력한 주문의 첫머리를 발견했다.

 나는 이 주문을 루브릭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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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집은 시간 좀 걸릴 거 같다.

기다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