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네스토르는 프라이머리스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자주색 맹독을 지닌 땅으로 대체되는 것을 대비했다. 도시는 무자비한 발톱에 붙잡힌 채 타이라니드의 양면 공세를 받아야 했고, 보급선 사이로 생겨난 땅굴 속 공포들에 의해 지원조차 거부당했다. 상황은 거의 붕괴 직전이었다. 그리고 제노들이 개입했다. 제노들은 갑자기 어디선나 나타났다. 고철 차량 행렬이 미친 속도로 움직이며 마치 쏟아진 플라즈마라도 되는 것처럼 서쪽의 적 집게발을 정면으로 헤집었다. 타이라니드가 휘청거리자 제3 카라쿰 공수연대가 대규모 공습 작전을 이어갔고, 제노들이 차지한 땅을 확보하며 포위를 풀었다.

이와 같은 기묘한 시너지는 여러 전선에서도 나타났다. 던러스트의 진창에서 타이라니드는 제노들의 정신나간 전투 병기에게 막혔고, 그동안 인간 저격수들이 놈들을 끝장냈다. 타르의 절벽에서 적들의 끔찍한 생체 대포들은 제국 기갑 연대가 시선을 끄는 동안 터널에서 몰려나온 제노 노예 생명체들에게 휩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정밀함과 제노의 호전성은 말이 안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두 세력이 이러한 사실을 깨닫자, 그들 사이의 기나긴 원한은 야단스러운 경쟁으로 변질됐다. 제노의 참호에 근접한 인간 참호 안에선 기나긴 나무 판에 사살 기록을 적어놨다. 제노의 괴상한 포병이 제국 포병대와 합류하자, 포병들은 끊임없이 재장전 속도, 정확도, 심지어 대포의 발사음 크기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네스토르가 보기에 이건 격려해 마땅한 일이었다. 그의 병사들이 악몽의 무리 밑에 죽는 상상 말고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