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갈 돈은 수많은 경이로운 요새들을 건설해왔다. 자바문다의 도시 요새, 갈란트의 파일론 첨탑, 루탄 습지의 아성. 전부 난공불락의 요새들이자, 총독 군주들이 지배할 궁전이었다. 그 중 어느 요새도 지금의 요새화 작업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요새도 이번 작업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 작업은 마치 빛을 끄거나, 바닷물에 익사하는 것과 같았다. 그의 아버지의 승리를 담은 빛나는 영광이, 통합으로 향하는 굳건한 상징이, 실용적인 방어라는 조잡한 껍데기 속에 갇혀야만 했다.

이 모든 게 전부 호루스 때문이었다. 가장 밝은 사생아 자식. 새로운 고난의 인도자 때문이었다.

돈은 바위가 조각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는 주먹을 내리쳤던 것이다. 그의 제국의 처권이, 성벽의 벽돌에 꽂힌 것이다. 그는 충격을 거의 감지하지 못했다. 벽돌은 가루가 되어 있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아르카무스가 작전실 밖으로 나와 그에게 다가왔다. 지기스문트만큼 변덕스럽지 않는, 아르카무스는 돈의 허스칼 부관들의 지휘관이었다.

아르카무스의 얼굴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단지 감정을 분출했던 것 뿐이다'

돈이 말했다.

아르카무스가 조각난 벽돌을 쳐다봤다.

'싱의 장인들에게 일을 더 안겨주시려 했던 모양이군요?'

'비슷하네'

아르카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저하며 성벽 너머 저멀리의 마하바랏의 토루를 바라봤다.

'주군께선 경이를 일궈내셨습니다'

'내가 경이를 망가뜨리고 말았네'

'주군께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신다는 점을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주군만큼 해내진 못했을 겁니다'

돈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절한 말이군, 오랜 친구여. 하지만 내 마음은 무겁다네. 이건 필수적인 일이 되어선 안됐어. 난 내 상상의 한계까지 끌어냈지만, 이 전쟁의 시작을 어떻게 이해하는 지에 대해 갈피를 잡지도 못했네. 자만심, 야망, 모욕, 질투? 이걸론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충분하지 않고 말고. 프라이마크에겐 말일세. 프라이마크를 극한으로 내몰기에는 너무나도 하찮고 유한한 것들이네. 말다툼, 최악의 경우 불화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 하지만 은하의 절반을 쪼갤 수는 없단 말이네'

돈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허나 어떤 이유든 간에, 그가 오고 있다네'

'길리먼이 그를 막을 것입니다'

'로부테는 멀리 있네'

'그럼 러스가 막을 것입니다. 사자가 막을 것입니다. 칸이 막을 것입니다'

돈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그들도 호루스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네. 내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닿을 때까지 계속 전진하겠지'

'그럼 우리가 그를 막을 것입니다'

아르카무스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군?'

'물론 우린 그를 막을 것이네. 내가 바란 건 그저-'

'그저?'

'아무것도 아니네'

'그저 무엇을 바라신 겁니까, 주군?'

아르카무스가 물었다.

'아무것도'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돈의 망토를 휘날리게 만들었다.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주군?'

아르카무스가 물었다.

'물론이네'

'누구를 두려워 하고 계신 겁니까?'

질문을 고려해라, 로갈 돈. 수비의 첫번째 법칙은 자신이 누구를 상대로 수비전을 펼치는지 아는 것이야. 넌 뭐가 두렵지? 넌 누가 두려운거지?

그가 두려운 건 무엇인가? 그가 두려워 하는 건 누구인가? 앙그론? 아니. 그와 맞서게 된다면 돈은 아무런 가책없이 앙그론의 머리를 쪼갰을 것이다. 로가? 마그누스? 둘은 언제나 마법의 악취를 풍겨댔다. 하지만 돈은 그들에서 두려움이라 할만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펄그림? 아니. 페니키안은 강력한 적이지만, 두려움의 존재인 것은 아니었다. 페투라보? 뭐, 그들의 라이벌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다. 아버지의 관심을 두고 두 형제들은 앙심을 품고 다툼을 벌여왔다.

아니, 그는 페투라보가 두렵지 않았다.

그럼 호루스 루퍼칼인가?

호루스? 호루스인건가?

그럴지도. 돈은 호루스가 대역적이 되었을 지라도 그가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장에서 과연 누가 루퍼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겠는가?

아, 이제 보인다. 이제 진실이 드러났다. 난 호루스가 두려운 게 아니었다. 난 호루스가 우릴 배신한 이유를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난 무엇이 지금의 분열을 불러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호루스에게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 내가 두려운 건, 만약 내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그들이 당혹으로 가득찬 내 정신에 그들의 이유를 설명한다면, 내가...동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 두려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