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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묻힌 단검 - 막간 I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29 03: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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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I

죽음을 앞두고


[이닉스 행성; 현재]



인간의 사신은 비명소리에 지쳐갔다.


수많은 목구멍에서 나오는 울부짖는 소리, 그 끝없는 불협화음에 진이 빠진다. 동정을 바라는 듯 횡설수설 지껄이는 헛소리들, 격노한 인간들의 어리석은 욕지거리에, 처절하게 울부짖는 자들의 그치지도 않는 짜증나는 통곡 따위에 지겨워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이 지표면에는 자그마한 자비가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유독한 공장 행성의 대기라면, 이 행성의 고통받는 모든 영혼들에게 울부짖을 입이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마고스 바이올로지스의 기계에게 얼굴의 구멍이 봉해지고, 입술과 콧구멍 위로 유기성 보호막 마스크가 씌워졌다. 노동자들은 호흡망과 유기물 투입구, 무수한 화학약품 관들과 보호조직을 이식받았다. 이러한 강화와 변형으로 광물이 풍부한 세계의 내핵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독성 안개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이닉스 사람들은 복스 통신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으며, 이 고요만이 있는 목소리 덕에 인간의 사신은 완전한 침묵 속에서 생명을 거둘 수 있었다.


시커먼 풍경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지열분출공에서 밀려나오는 행성의 숨소리와, 플라스틸 부츠 밑에서 바스라지는 유리 조각 소리 뿐. 침공 전 포격으로 인해 찢겨 나간 시체들보다 더욱 많은 빈 약통들이 온 전장에 굴러다녔다. 이닉스 수비군들이 버린 수천 개의 약물 앰풀들이다. 약효가 황홀한 망각이든, 진정작용이든, 아니면 단순히 이 휘몰아치는 독성 대기에 대한 저항력이든 모두 부질없다. 어차피 땅거미가 질 때쯤 이 행성의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니.


이 익숙한 느낌, 꺾이지 않는 분노의 차가운 불씨가 그를 밀어붙여 기름 낀 새까만 모래를 넘어 이 임무의 목표인 대성채를 향해 묵직히 울려 퍼지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극도로 강화된 그의 시야의 끝자락에서 근위병들이 자신의 텅 빈 거울상처럼, 각자 자신의 가슴에 무기를 품은 채 일곱에 일곱을 곱한 발자국씩 보조를 맞춰 걷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그의 한쪽 어깨에는 굳은 피와 얼룩진 체액으로 더럽혀진 뼈 낫이, 건틀릿을 두른 다른 손은 허리에 찬 장인이 만든 특별한 중에너지 권총 주위를 자주 맴돌곤 했다.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크기를 초월하는 그의 모든 무기는 거인과 반신의 손에 쥘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자신이 엄선한 근위병들마저 자신의 크기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사신보다 큰 존재는 단 두 명뿐이었으며, 그 한 명은 두 번째의 손에 죽었다. 그 두번째 놈의 운명은...


시간이 지난다면 답이 나올 것이라. 그 생각에 쓰라린 옛 불씨가 타올랐지만, 불이 붙기 전 거인이 꺼트리고 말았다. 이런 잡념은 마음을 어지럽힐 뿐. 자신의 정신은 이곳, 이닉스의 오염된 어스름을 해쳐 나가는 진군을 해야지, 이 깊고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나 후빌 때가 아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이 가시지 않는 증오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견갑 너머를 힐끗 보니 후드를 쓴 호위병 뒤를 따르는 부대원들이 나타났다. 전투중대장들과 지휘관, 성큼 발을 내디디는 드레드노트와 터미네이터, 꺼무칙칙히 때 탄 갑주를 입은 군단원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렇게나 초라한 도살장이라도 전사들은 사신이 선두에 서지 않으면 감히 전장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기에 그를 뒤따랐다.


그의 군단. 그의 데스 가드. 부러지지 않는 그의 칼날.


이것들만이 지금 그가 생각하는 전부다. 그의 형제가 이끄는 대반역의 안개가 사신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더욱 짙게 휘감고 있는 듯한 정신 속에서, 그가 뚜렷이 볼 수 있는 건 자신의 아들들뿐이었다. 전사들과 함께 전투를 치르면서 그는 진실, 혹은 그 유사한 것에 가까워져 갔다.


그는 황혼 속으로, 그리고 성곽이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방으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성채는 이닉스의 상반구를 둘러싼 광대한 협곡에서 뻗어 나온, 행성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수천 개의 깊은 틈으로 찢겨 나간 행성의 지표면은 솟구쳐 끓어오르는 내핵까지 이어질 듯한 수 킬로미터 깊이의 구덩이 아래서 사라져 독성 연기를 연신 내뱉고 있다. 지하에서 토해져 나온 희귀 중금속 원소로 가득한 잿빛 물질이야말로 이 세계의 재산이며, 제국 공장이 이를 빨아들여 재가공한다. 빛 바랜 황동과 회색 철로 이루어진 도시 크기의 거미와도 같은 제련 기계는 수십 년 동안 풍요로운 분출구에 자리잡아 새로운 터를 찾기 전까지 이곳의 자원을 모두 말려야 한다.


이닉스 행성에서는 최초의 식민지 상륙 장소였던 대성체를 제외하면 영원한 것이란 없었다. 심연에서 끌어올린 사파이어 빛 암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궁전이자 기념비적인 존재다. 삭막한 묘지 표석처럼 투박하고 네모난 건축물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주를 향한 선언과도 같았다. '우리는 이 불모지에 터를 잡고 중심부의 부를 빼앗겠다,' 며 성체가 말해온다. '우리는 황제폐하와 테라의 이름으로 이 일을 해냈노라.'


물론 사신은 성체를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모타리온의 사심이 이곳을 함락할 것이다. 말없는 아버지의 소유물을 하나라도 무너뜨리는 행위로 실낱 같은 만족감이라도 얻을 수 있었기에.


투구 가장자리의 자동-감각기의 움직임이 XIV군단의 프라이마크를 다시 현실로 되돌려 놓자, 경고 아이콘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호기심에 이끌린 그는 대열을 벗어나 현무암 모래 속에 파인 충돌 분화구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수천명의 군단원이 멈춰서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분화구 안에는 모든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세 명의 인간이 있었다. 군인도 아닌, 민간인 이닉스인들. 이들의 신체적 변형으로 인해 성별과 나이는 모타리온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전형적인 이닉스인답게 두건과 안대를 쓰고, 봉해진 입에 연결된 공급관 다발이 목에 걸은 상한 영양팩 주위에 얽혀 있었다.


이들은 사신을 두려워했다. 거무틱틱한 공기 속에서 공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타리온은 의도적으로 호흡 필터를 열어 오염된 세계의 유독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자신의 강화된 폐를 태우려는 오염물질을 음미했다. 저 인간들에게 보호 장비가 없었더라면 공기를 채 들이마시기도 전에 연약한 신체 조직이 녹아 흐를테지만, 사신에게는 이닉스의 치명적인 공기 따위는 방해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투구 렌즈를 통해 인간들을 바라보며, 영영 드러나지 않을 이해를 찾으려 저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허나 이 딱한 생명체들은 다른 생명체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 자신도 헛된 시도라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떤 행성에 있든, 그 어떤 생명체를 찾아봐도 그가 볼 수 있는 거라고는 공포뿐이었다. 그 똑같은 공포,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그 똑같은 증오에 떠오른 공포가. 저들은 사신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절대로.


저 절망에 빠져 애원하는 얼굴에서 무언가 익숙한 게 보였다. 이 비슷한 상황에 기억들이 물밀듯 닥쳐온다. 멋모르고 설쳐대는 기억에 짜증이 난 사신은 이 순간을 억눌렀다.


모타리온은 무의식적인 행동에 몸을 맡겼다. 한 손이 권총집의 유전자 잠금 장치를 만져 열고는 중에너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등불은 이름대로 구덩이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방어하여 조용히 손을 올렸다. 저들이 비명을 질렀다 해도, 사신에겐 들리지 않을 것이라.


타는 듯한 하얀 펄스가 이들의 육신을 희미한 증기자국으로 일소하여 존재를 지워버렸다. 기성을 지르는 등불은 생존자들을 원자단위로 소멸시키며, 분화구는 녹아 얽힌 섬전암이 담긴 그릇이 되었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대열 속으로 들어갔고, 새로 형성된 유리는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식어갔다.


그가 저들을 위해 베푼 것은 빠른 죽음이요, 바로 자비였다. 그는 모든 종류의 죽음을 알고 있었고, 등불의 불꽃으로 죽는 게 편안한 죽음이었다. 모타리온은 선물을 하사한 것이다.


그는 나아가면서 인간들을 잊어가고, 생각이 군사적 문제로 쏠리며 인간의 형상마저 망각으로 사라져갔다. 프라이마크는 창문 없는 어두운 성채를 올려다보자 데스 가드가 이닉스에 도착했을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호루스는 왜 나를 여기로 보낸걸까?'


모타리온은 다시 한번 오염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 공장 세계와 주위를 도는 저장 위성의 전술적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 맑게 타오르는 이닉스의 태양 주위를 도는 바위들은 더욱 쓸모 없었다. 화약약품으로 무장한 행성 방위 노예들이 엉성하고 시시한 적이란 걸 알아챈 데스 가드는 거침없는 전진이라는 군단 특유의 전술로 적의 전선을 무너뜨렸다. 제국의 통제권에서 이 행성을 빼앗고 황제께 거역하는 임무는 순양전함들과 소규모 중대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겠건만, 워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이닉스로 보낸 방대한 병력은 너무 지나친 숫자다.


호루스의 진의를 모르는 사신은 슬슬 화가 치밀었고, 답이 사라진 빈 칸을 늘 의심으로 채우곤 했다.


모타리온은 호루스가 워프의 존재들, 파멸의 힘이라 부르는 존재들과 놀아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잔악무도한 정신은 죽음과 피의 제물을 갈망하고, 반역을 일으킨 형제들 중 이 존재의 욕망을 달래기에 급급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은연히 알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희생으로 온 세계가 불타오르고, 이런 행위가... 저 존재들의 호의를 받는 양 난해한 학살이 자행되었다.


호루스가 데스 가드를 보내 이닉스인들을 말살하는 것도 그런 거래의 일환이었을까? 모타리온은 선뜻 궁금해졌다.


'난 그저 놈의 도구인걸까?'


모타리온의 창백한 입술이 방독면 아래서 찡그려졌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프라이마크가 호루스 루퍼칼을 원망하는 일은 없었을테지만, 지금은 자신의 부식성 불신이 믿음을 좀먹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운명일 것이라. 무수한 세월과 쓰라린 경험을 통해 배운 건 결국 믿을 만한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수록 더욱 사실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모타리온 자신도 일부 사람들이 악마라 부르는 워프 존재에 대한 지식을 들여다보려 했으니 말이다.


장엄한 테라탈리온의 폐허 위 하늘에서 그는 처음으로 괴물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름을 붙여 가치도 없을 정보를 위해 심문했었다. 그 순간이 전환점이요, 수습할 수 없는 일탈의 시작 일거라며 회상했다.


자신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오래 전에 죽은 양아버지,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냉혹하며 타락한 존재는 성인이 된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가치와 인내였다.


'무언가의 진실을 안다면 그걸 파괴할 수 있단 말이지,' 그의 양아버지가 했던 말이다. '그게 진정한 권력을 잡는 데 필요한 전부다.'


모타리온은 한 장씩, 한 단계씩, 한 권씩 새로운 진실을 배워 나가고 있다.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요술과 주술의 병폐가 새롭게 변해가는 전장에 호루스, 오만에 빠진 마그누스 놈과 나머지 잔챙이들마저 쓸 정도로 퍼져 있었다. 그는 사이커와 워프의 것들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분노를 담아 혐오했고, 그런 짐승들과 의논을 하려 스스로를 낮추는 형제들도 역겹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모타리온은 병에 찌들은 바르바루스의 아이, 그 죽음의 세계에서 실리주의자가 아닌 이상 두발로 서서 걸을 만큼 살아남았던 아이들은 없었다. 증오도 좋지만, 가시밭길 같은 현실을 넘어설 수 없었다. 증오만으로는 벽을 허물 수 없었기에. 그러므로 모타리온은 비물질계의 차가운 손길에 더럽혀진 것들에 대한 혐오와, 자신의 정신 속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격렬한 열망 사이서 마지못해 이러한 공포를 수용할 장소를 찾았다.


특히 그중 하나는 오랜 친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성채 앞 잔해가 널린 광장으로 들어서자 다시 한번 멈춰 서고, 그의 생각은 군단의 침략군이 만든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상륙 구덩이에 정박한 대형 왕복선으로 돌아갔다. 녹심(Greenheart)이라는 이름의 전투 바지선은 임무에 따라 자율 지휘 통제망을 갖출 수 있는 기함의 일부다. 궤도에 정박해 폭격이나 진압을 지시, 목표 지역에 강하하거나, 오늘 같은 상황에는 참수 공격의 길을 여는 데 쓸 수 있었다.


녹심은 같은 크기의 함선의 것보다 강력한 대포와 볼카이트 무기,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양자 이동포가 탑재되어 있었지만, 모타리온이 이 무기들을 활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모타리온의 머릿속에는 그런 무기의 잠재력보다는 바지선 아래 갑판의 정지장 우리에 묶여 있는 무기의 위력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양자 이동포의 원문은 displacer gun. 엘다가 쓰는거랑 같은 무기인지는 불명.)


프라이마크는 아직까지도 철창에 갇힌 짐승을 데려온 게 옳은 결정인지 마음을 다 잡지 못한 채, 차라리 기함 인내의 지하감옥에 두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까 고민중이었다. 결국 짐승은 애원 해댔다. 몰렉 전투 때 했듯이, 자신을 하늘에서 떨어트려 이닉스의 모든 생명체를 먹게 해 달라며 모타리온에게 간청했다.


“전하를 섬기겠습니다.” 모타리온이 한때 알고 있던 전사이자 아들을 기괴하게 비튼 존재가 말했다. “제 종부여, 제가 대신 죽여드리겠습니다.”


물론 모타리온은 거절했다. 일이 너무 쉬워지니깐. 이그나티우스 그룰고르의 모습을 한 악마가 그런 짓을 하게 내버려둘 거라면 군단을 여기로 데려온 의미가 있었을까?


이것도 계획의 일부인가? 모타리온을 파멸의 힘이 깔아 놓은 길로 더욱 가까이 밀어붙이려는 책략일까?


두 번 죽었다가 프라이마크의 손에 의해 부활한 이 짐승은 데스 가드가 한창 화학전을 벌일 시절에 쓰던 무기와도 달랐다. 이 짐승이 거니는 곳마다 생명의 흔적이란 없는 시커먼 잔해와 역병만이 남았다. '휘두르기엔 너무나 유혹적인 단검이로다,' 모타리온이 스스로 되뇌였다.'너무나 유혹적이야.'


이 하루가 흐른다면 이 갈라지고 부숴진 세계에 그룰고르의 얼굴을 지닌 악마를 버릴 수도 있다. 워프의 존재들에 대한 종이와 두루마리, 모든 사진과 데이터 수정을 모아 이닉스의 가장 깊은 심연에 쏟아 부을 수도 있다. 저들에 대한 이상을 버리고 원래의 목적대로 테라에 맞서 싸우리라.


'순수한 전쟁의 때로 돌아갈 수 있겠어,' 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우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은하가 떨을 멈추지 않는 불굴의 힘으로.'


그러나 모타리온은 그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에도 진즉에 배신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리주의는 아무리 혐오스러운 일이라도 가장 끔찍한 도구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 않는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언젠가는 그런 도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단순이 버려지는 것도 아닌, 존재조차 지울 날이.


“전하,” 복스 통신이 아닌, 짙고도 역겨운 공기로 전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신은 고개를 돌려 빛 바랜 투구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데스슈라우드 근위병들이 갑주를 두른 외로운 인물이 프라이마크께 다가갈 수 있도록 흩어졌다.


프라이마크의 시종무관은 조심스레 경례하듯 고개를 숙이고, 잠시 멈춰 서서 성체의 탑을 바라보았다.


“말해라.” 모타리온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적들은 저흴 상대하려고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카이파 모라그가 거대한 오벨리스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스펙스 판독치에 따르면 성채 아래층에는 눈에 보이는 입구도, 적의 활동 흔적도 없습니다. 전하께서 어떻게 행동하실 지 여쭙고 싶습니다.”


“잘못 알고 있구나.” 프라이마크가 군단병에게 말했다. “놈들은 여기서 우릴 지켜보고 있다.” 쉰 목소리가 입에서 떠나자 모타리온은 텅 빈 광장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매복 공격을 일으켰다.


사방에서 부숴진 판석과 검은 모래가 발 밑에서 요동쳤다. 폴리카보네이트에 싸인 발톱 돋친 손가락이 햇빛을 탐내는 새싹처럼 솟아나더니, 카라페이스 아머와 고압 채굴 장비에 싸인 몸이 묻혀 있던 장소에서 튀어나왔다. 이닉스의 마지막 수비 대대는 데스 가드를 함정에 몰아넣으려 기꺼이 금속 모래 밑에 몸을 묻었다.


‘저들은 무슨 어리석은 이상에 집착하는 걸까?’ 모타리온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정말 내가 이 작전을 알아채지 못할 거라 믿은 건가? 자신들에게 기회가 있다 생각한 건가?’


발포명령을 내릴 필요조차 없었다. 그의 군단원들은 이미 썩어가는 공기를 볼터 사격의 격동으로 뒤흔들어가며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모라그가 프라이마크의 옆편에서 자신의 권총으로 채굴용 외골격을 입은 인간의 머리를 터트리자, 두개골과 살점이 섞인 진창이 보호복처럼 입고 있던 기계의 방사능 보호판을 뚫고 흘러내렸다. 사망자의 산발적인 신경 자극에 몇 초 동안 기계가 몇 걸음정도 더 내딛는 순간에도 드릴과 절단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모타리온이 침묵의 평평한 칼배를 휘둘러 기계를 쳐내자, 우뚝 솟은 낫은 황량한 대낮에 당당히 번쩍였다. 외골격은 그 충격의 힘으로 성채의 높은 외벽으로 튕겨 나가고, 바위에 검은 자국을 남기고는 판석 위로 뜨거운 잔해로 흩어져 나갔다.


사신은 등 뒤에서 쏟아지는 볼터탄과 부딪히는 금속 소리를 무시하고 나아갔다. 성벽으로 향하는 마지막 몇 미터 동안 저항이라 부를 만한 것조차 없었다. 그의 주위에 있는 데스슈라우드들은 칼날을 휘두르며 감히 모타리온에게 다가가려는 이닉스 병사들을 둘로 베어 넘겼다. 건틀릿에 장착된 화염방사기에서 강력한 화약약물을 태우면서 뿜어져 나오는 에메랄드빛 불길이 매복병 무리들을 그 자리에서 녹여버렸다.


모라그는 프라이마크의 뒤를 따르면서, 이리저리 투구를 흔들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공불락의 성채 기슭에 이르렀을 때, 만일 이곳에 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더라면 벽이 거대한 흑요석 한 덩이를 깎아 만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봉쇄되어 있었다.


“들어갈 길이 없는데...” 시종무관이 웅얼거렸다.


“기다려보거라, 카이파.” 모타리온은 흉갑에 묶인 놋쇠와 강철 탄띠에서 둥근 향로 한 움큼을 떼어내며 타일렀다. 각 구슬에는 수천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에는 강력한 힘을 지닌 연금묘약과 액체가 투과성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모타리온은 구슬 덩어리를 창백한 이목구비의 아랫부분을 덮고 있는 방독면에 가져다 대고, 긴 손가락으로 구슬을 굴리며 내부의 휘발성 액체를 휘저었다. 표면의 구명에서 엷은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프라이마크는 그 연기를 들이마시며 톡 쏘는 죽음의 풍미를 음미했다. 그리고는 손목을 튕기며 성채 벽에 구슬을 던지고 돌에 부딪혀 부서지는 걸 지켜보았다.


검은 바위 위로 구슬에 들어있던 과산성 액체가 흩어지자 순간적으로 밀랍 같은 연약한 상태로 물러졌다. 모타리온은 조용히 일곱을 센 후, 침묵의 묵직한 끝자루로 약해진 벽을 내리쳤다. 바위가 유리처럼 바스라져 내리고, 드레드노트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큰 틈이 벌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내리쳤다.


“따라와라.” 모타리온이 이를 갈며 다시 한번, 상륙지에서부터 행군할 때처럼 조심스럽고 안정된 걸음걸이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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