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르케 전투

제국 함대의 후방에서 워프를 찢고 나타난 새로운 타이라니드 하이브 플릿은

앞선 하이브 플릿만큼이나 거대했고,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온전한 상태였다. 

선봉에 위치한 대형 바이오 함선의 수는 수백 척에 달했고,

측면에는 그보다 많은 수의 소형 함선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칼가와 자카리우스 제독은 빠르게 이 새로운 하이브 플릿을 정면 승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울트라마에는 아직 전투 수행이 가능한 방어 지점들이 남아 있었지만,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었다.

적의 숫자를 생각하면, 하이브 플릿을 따돌리며 그렇게 오랫동안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일한 선택지는 방어 요충지였던 가스 혹성 키르케였고, 다행히 이곳은 제국 함대의 현 위치에서 한 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칼가와 자카리우스 제독은 적을 분단시키기 위해서 나눠지기로 결정한다. 

칼가는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인 울트라마 함대를 이끌고 마크라그로 다시 방향을 돌렸고, 

라스 제독은 템페스투스 함대를 이끌고 바위와 먼지로 이루어진 고리를 가진 키르케를 향해 이동했다. 

하이브 플릿의 주력 대부분은 가스 혹성의 바위 고리를 돌파하며 제국 함대를 쫓아왔지만,

울트라마 함대를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함선의 숫자 역시 정면 승부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제국 함대는 키르케의 바위 고리 안쪽에서 방향을 돌린 뒤, 파도처럼 밀려드는 타이라니드의 함선들을 맞이했다. 

레이저와 플라즈마 빔이 수십, 수백 척의 바이오 함선들을 격추했지만, 하이브 함대는 멈추지 않았다. 

양측 모두 공격을 받아 동력을 잃은 함선들은 키르케의 중력에 끌려갔고, 

결국 바위 고리에 충돌해 박살 나거나, 혹성 주변을 뒤덮은 휘발성 구름 속에서 불타올랐다. 

곧 제국 함선들도 점점 적의 공격에 찢겨나가고, 부서졌고, 플라즈마의 섬광을 내뿜으며 하나씩 침몰하기 시작했다. 

키르케의 상공은 불에 탄 전함과 바이오 함선의 파편들이 뒤엉키며, 강철과 피, 뼈로 구성된 새로운 고리가 형성될 정도였다. 

2. 도미누스 아스트라의 최후 

전투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에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제국 전함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라스 제독의 기함인 도미누스 아스트라도 그 중 하나였다. 

이제 전투는 패색이 짙어진 상황이었다. 

라스 제독은 남은 함선들에게 모두 흩어지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린 뒤, 기함을 이끌고 하이브 플릿의 심장부로 돌진했다. 

도미누스 아스트라는 적의 가장 거대한 기함에 충각을 들이받은 뒤, 모든 포문을 열고 근거리에서 모든 탄환과 퓨전 캐논을 쏟아부었다. 

잠깐 동안, 도미누스 아스트라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하이브 플릿을 쓸어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타이라니드의 함선들의 수는 엠퍼러-클래스 배틀쉽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적들이 충분히 몰려들자, 제독은 함선의 워프 드라이브를 과부화시킨 뒤 폭파시켰다. 

질량과 워프 에너지가 충돌하며 검은 빛과 함께 끔찍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현실의 공간이 뒤틀렸다. 

도미누스 아스트라 근처에 있던 모든 타이라니드 함선은 제국의 기함과 함께 그대로 워프로 빨려 들어갔고, 

멀리 떨어져 있던 함선들은 공간이 뒤틀리며 생겨난 바위와 먼지, 잔해의 폭풍에 휩쓸려 파괴되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함선들조차 충격을 받은 키르케에서 엄청난 양의 가연성 가스에 뒤덮여 그대로 불타올랐다. 

키르케 전투가 끝났을 때, 살아남은 제국의 함선은 고작 열두 척에 불과했다. 

3. 극적인 승리 

도미누스 아스트라가 하이브 함대의 심장부를 끌고 사라지자, 칼가를 쫓던 소규모 함선들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남은 타이라니드는 방향을 돌려서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고, 울트라마 함대는 어렵지 않게 그들을 파괴할 수 있었다. 

이렇게 1차 타이라닉 전쟁은 키르케에서 제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마크라그는 살아 남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