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장.

세 명의 시체가 대합실에 놓여 있었다. 네 번째 시체는 계단에 발뒤꿈치를 댄 채 통로에 매달려 있었고, 팔이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세 명은 50대가 넘어보이는 늙은이들이었고,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지역 방위군의 플랙 아머를 입고 있었다. 네 번째 시체는 그들보다 훨씬 어렸는데,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고 머리엔 붉은 반다나를 두르고 있었다.

"황제시여. 이거 우리 애잖아.“

스테스가 중얼거렸다. 스트라켄이 산탄총을 들고 선두에 섰고 라반트가 바로 뒤따랐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거친 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섰다. 스트라켄은 샷건을 들고 방과 모퉁이를 확인하고 산탄총을 계단 위로 겨눴다. 스테스는 쪼그리고 앉아 카타찬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머리가죽을 벗겨갔군. 오크 개새끼들.“

라반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게 오크 짓일까.“

스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매달아 둘 순 없어. 끌어내리는 걸 도와줘.“

"나라면 그러지 않을거야.“

목소리가 말했다. 스테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르보가 문간에 서 있었다. 그는 음울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스테스는 마르보를 노려보았다.

"애를 여기 이대로 두고 가자고?“

"내가 너희 중 하날 죽이고 싶다면. 나는 너희가 알아볼법한 시체 하나를 매달았을 거다. 누군가 그걸 끌어내리고 싶게 말이지.“

"그가 맞아.“

라반트가 말했다.

"반란군 새끼들이 타시비에서 그러는 걸 봤어. 씨발, 나도 몇 번 했던 짓이지. 맘에 드는 짓은 아닌데, 코른 신도들을 상대할 땐...“

"대기.“

스트라켄이 말했다. 그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갔다. 두 계단을 올라간 스트라켄은 조끼에서 라스건 밑에 다는 조그마한 조명을 꺼내 천장을 비췄다. 시체를 매달고 있는 줄의 끝에 빛을 비추자, 마치 선악과처럼 수류탄 더미가 언제든 떨어질 수 있도록 느슨하게 매달려 있었다. 스트라켄은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라반트의 말대로였다. 이건 파멸의 힘을 신봉 하는 악랄한 추종자들이 좋아하는 짓거리였다. 증오로 가득찬 가드맨 연대가 이런 짓을 즐기는 줄은 알았지만, 오크가 이런 전술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처음 통신탑에 들어섰을 때 보였던 시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훼손되고 늘어져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불안감에 다른 이들에게 다시 명령을 전파했다.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우리가 자르면 쏟아지도록 수류탄이 설치되어 있다.“

마르보는 자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한 데에 대해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벽에 기댄 채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29장

스트라켄은 오크에게 돌진하고 싶은 본능을 억눌렀다. 그의 부하가 8미터 밖에 죽어 있었고, 거기서 20미터쯤 밖에 동료를 죽인 저격수가 숨어있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뛰어들어봐야 얻을 게 없었고, 그들이 예배당에 도착해봐야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카타찬 세컨드에게 약점이 있다면, 그들이 중무장한 적들을 쓰러트릴 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다시 통신탑으로 돌아간다. 그런 다음 장비를 챙겨서, 여길 박살내자고.“

"제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라반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두 장교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마르보 사병이 몇 미터 떨어진 금속 테이블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자네가?" 스트라켄이 말했다. "자네가 할 수 있다는게 무슨 소린가?“

"그 말대롭니다. 단독 임무죠. 침투해서, 보초를 죽이고, 문을 열겠습니다. 놈들은 여러명이 몰려오는 건 신경쓰겠지만, 단 한 명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죠.“

"들키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울텐데?" 라반트가 대꾸했다.

"주의만 돌려주시면 됩니다.“

마르보는 비인간적으로 보였다. 공격을 준비하듯 쪼그려앉은 그는 추레한 몰골이었지만, 그의 크기에서 스트라켄은 작은 오크를 떠올렸다. 하지만 몸집보다 신경쓰이는 게 있다면 그의 눈이었다. 그건 차갑고 공허하며, 초점 없는 눈이었지만, 그는 마치 다가올 싸움을 위해 전력을 아끼는 기계처럼 보였다.

"뭐가 됐던간에." 스트라켄은 말했다. "시도하도록. 우리가 놈들의 주의를 끌어보지.“

마르보는 가볍게 몸을 돌리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라켄은 파국을 맞이하며 사라지는 병사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마르보는 이런 짓을 해낼 수 있는 미치광이, 존경받을 미치광이였다.

저러고 나서 진짜 혼자 잠입해서 문 열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