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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강하지점 대학살 -2-

리만러스(222.110) 2023.07.06 16:25:16
조회 736 추천 1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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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는 마치 석상처럼 우뚝 서 있었다. 에레부스가 옆에서 레이븐 가드와 샐러맨더, 그리고 아이언 핸드 군단에 대해 빈정거리는 말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저 밑의 전장에서 자신의 형제들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펄그림과 페러스는 자신들의 무기를 번뜩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로의 목숨을 노렸다.


각자의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파열음이 울렸고, 대기를 가르는 움직임이 섬뜩한 바람 소리를 내었다. 프라이마크끼리의 결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초인인 아스타르테스의 눈으로도 물처럼 흐르는 그들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었다. 그 완벽한 움직임은 로가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는 둘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그들과 원했던 만큼 친분을 교류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로가 스스로는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펄그림과의 교류는 언제나 즐겁고 황홀한 것이었다. 그러나 모나키아 이후로 펄그림은 그에게 격노하였다. 로가가 그러함으로 어떠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황제의 아들 중 유일하게 실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워드 베어러 군단은 가장 많은 행성을 정복했다. 오직 선 오브 호루스 군단과 울트라마린 군단만이 그 기록에 견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펄그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로가와 어떠한 형태로도 엮이고 싶지 않아했다.


엠페러스 칠드런 군단의 군주는 자신들이 아스타르테스 군단 중 유일하게 황제의 상징인 아퀼라를 가슴에 새길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것은 그들의 자부심 그 자체이자 그 근원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그는 직접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으나, 머저리가 아닌 이상 명백히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최고의 가치는 완벽함이었고, 로가는 그런 펄그림에게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강철의 군주, 아이언 핸드 군단의 프라이마크 페러스는 펄그림에 비하면 열린 상자 만큼이나 속이 훤히 보이는 인물이었다. 로가는 매사에 열정적이었고, 전장에서 자신을 따르는 아들들도 그러한 성향을 따랐다.


페러스는 그에 반해 근엄한 표정 속에 분노를 담아두고 있는 인물이었다. 차오르는 분노를 차가운 절제심으로 감쌀 뿐, 결코 숨기는 일이 없었고 자신의 군단원들에게도 그러길 요구하였다.


테라에 있는 동안 페러스는 대장간으로 내려가 그들의 형제에게 줄 선물을 만드는데 몰두하였다. 반면에 로가는 마그누스를 포함한 황제의 조언가들과 철학과 역사에 대해 토론하기를 즐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둘의 접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로가는 페러스가 일하는 공방으로 내려가 그가 작업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한때 무기를 만드는 것이 페러스가 할 줄 아는 전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그러한 악의적인 편견은 하찮은 것이라 여겨 속으로 눌러 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누군가는 자네가 무기가 아닌 다른 것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네."


그는 최대한 본심을 담지 않으려고 애쓰며, 또 그 말에 빈정거림이 느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페러스는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의 형제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짧게 대답했다. 미소는 짓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 누군가는 자네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 줄은 아는지 의문을 가질 테고."


로가의 미간이 좁혀졌으나 미소는 여전히 유지했다. 물론 가식적인 미소였다.


"날 불렀다고 들었네만?"


"그랬지."


페러스는 모루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맨살을 드러낸 그의 가슴엔 열기로 인한 옅은 화상 자국이 즐비했고, 쇳물이 튄 흔적이 여러 군데 나 있었다. 그의 구리빛 피부는 그 흉터들을 마치 훈장처럼 매달고 있었다. 평생을 대장장이로 산 결과였다. 그가 말했다.


"자네를 위해 만들어둔 것이 있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


"날 위해? 어째서?"


"갈라돈 세쿤두스에서의 일 기억하나? 난 내 전사들의 성미를 잘 알기 때문에 그것을 '구조' 보다는 '지원'으로 표현하고 싶네만, 어찌됐든 난 자네에게 빚을 졌지."


"자네는 빚을 지지 않았네. 난 형제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페러스가 툴툴댔다. 마치 그 말을 믿지 않는 듯이.


"그럴지도 모르지. 허나 달라지는 것은 없네. 자, 이것이 나의 감사 선물일세."


아이언 핸드 군단의 명칭은 프라이마크의 특징을 따서 지어졌다. 페러스의 손은 살이 아닌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제국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기계 의수와는 달랐다. 그의 금속 팔은 외계 생물의 몸을 이루고 있던 은빛 금속이 팔에 흡수되어 생긴 것이었다. 로가는 그 뒷사정을 순순히 말해주지 않을 것을 잘 알았기에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페러스는 옆에 있던 테이블로 가더니 길다란 무기를 하나 집어 올렸다. 그리고서 아무런 다른 말 없이 로가에게 던졌다. 워드 베어러의 군주가 별 생각 없이 한 손으로 받았지만 그의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 때문에 곧 휘청거렸다.


"'일루미나룸'이라고 이름 붙였네."


그 사이 페러스는 이미 모루로 가 작업을 재개하고 있었다.


"망가뜨리지 말고 잘 사용하게나."


"어...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


"그럼 하지 말게."


망치가 달궈진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깡, 깡, 깡.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자리를 비켜주게. 그럼 우리가 이렇게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할 이유도 없을 테고 말일세."


"...그러도록 하지."


로가는 그의 등 뒤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뒤로 돌아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그것이 그와 페러스, 그리고 펄그림이 나눴던 '가족'의 추억이었다.






괜히 알짱대면 쳐맞을까봐 조용히 나가는 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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