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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eviathan Chapter 2-3

무능(Usele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19 1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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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athan Chapter 2-2에서


리바이어던(Leviathan)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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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움(Regium) 행성,

삼니움 지역(Samnium Province),

자으락스(Zarax)의 요새 도시



세록 총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가 연단으로 향하면서

제복의 장식용 술을 매만졌지만, 끝내 단정히 눕히지 못했다.


"옥좌시여,"


총독이 무심한 듯 중얼거렸다.


"너무 많은 분들이 여기 모이셨군요.

우리 행성의 절반이 다, 여기 모인 건가요."


장신구가 모두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총독은 몸의 먼지를 털며,

작금의 상황에도 자신은 평안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턱을 최대한 들어 올렸다.

총독은 분명 비대하지만, 의외로 근육질의 단단한 몸매를 자랑했는데,

그의 커다랗고 다부진 체형은 그가 단순히 출렁이는 뱃살을 지닌 무절제한 바지 사장이 아니라,

곰처럼 쉬이 넘길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지닌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특히 허리춤까지 길고 매끈하게 늘어진 석탄처럼 검고 풍성한 수염은 그의 위엄을 더욱 돋보였다.

총독은 풀을 너무 먹여 뻑뻑해진 겉옷과

예복의 단단한 목깃이 두꺼운 목 위에서 서로 나대면서 충돌하는 탓에

목이 졸리는 듯한 불편함을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저들은 답을 원합니다,"


라넼(Lanek)이라는 이름의 땅딸막한 보좌관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세록과 같은 예복을 차려입은 그녀도 총독과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아니."


세록이 연단 위의 정치가와 고급 귀족들을 여유롭게 훑어보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야.

여긴 아직 아무 문제 없어.

문 근처에 머물도록.

난 이게 끝나는 대로 여기서 나갈 거거든.

우린 할 일이 많아.

난 여기에 갇혀 있지 않을 거라고."


세록은 보좌관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려고, 앞만 줄곧 바라보았다.

총독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세록은

이제 공식적으로 그의 주변에 있는 그 어떤 최상류층 명문가 귀족보다도 높은 신분이었지만,

여전히 이런 자리에 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먹고 살기 위한 진짜 노동을 단 하루도 해본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저들이 화려한 동작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자기 손을 총독에게 보일 때마다,

총독은 자신의 손에 남아있는 고된 노동의 흔적,

그러니까 뭉툭하고 군데군데 못이 박힌 자기 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


총독은 라넼을 포함한 보좌관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손짓하며 외쳤다.


"여기면 돼."


라넼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세록이 느끼는 불편감이 전염되는 걸 막으려는 것처럼,

양옆을 바짝 치고 상대적으로 기장을 길게 남긴 윗머리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매만졌다.


"살라미스(Salamis)에 머무를 수도 있었잖아요.

우리가 하이브를 떠나올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그녀는 품에서 르호 스틱[담배; Lho-stick] 한 대를 꺼내 총독에게 내밀었다.


"여기 이렇게 직접 오실 필요는 전혀 없었다고요."


총독은 담배를 손으로 슬쩍 밀어냈다.


"이 사람들 좀 봐.

완전 겁에 질려있잖아.

난 살라미스의 생산이 서서히 감소하다가 중단되는 꼴은 못 봐.

그게 함선 단 한 대 분량이라도, 전체 물동량이 줄어드는 걸, 난 용납 못 한다고.

여기 모인 왕자님이나 공주님들이 방탕하게 나뒹굴건, 계집애처럼 징징대건 전혀 상관없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살라미스는 잘 굴러가야만 해.

어쩌다가 다른 지역 하나나 둘 쯤, 적의 손에 넘어가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의 주요 공업지역이 날아간다면,

생크터스 선 전체가 큰 고난을 겪게 될 거야.

레기움은 좋든 싫든 이 빌어먹을 촌극에서 기관실 역할을 맡고 있단 말이지.

연료와 탄약 공급이 끊긴다면 생크터스 선이 얼마나 버티겠나?

십일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적이 없어.

내가 전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이상,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모두가 다 내 잘못이라 떠들어대며 저주할걸."


세록이 보좌관과 대화하는 중에

가발을 쓴 상인 하나가 총독의 눈길을 끌려는 듯 눈을 마주쳐 왔다.

세록과 라넼은 따스한 시선을 보이기는커녕,

상인이 다른 사람에게 볼일이 있다는 것처럼 눈을 돌리고 슬쩍 자리를 피할 때까지,

상인을 부모님의 원수 보듯이 노려보았다.


세록은 다시 예복에서 먼지를 터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나 어떻게 보여?"


총독은 어색하지 않냐는 듯이 라넼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총독의 예복 몇 군데 묻은 진흙을 떼고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좋아요."


총독은 옷을 한껏 당기며 투덜거렸다.


"나 완전 바보처럼 보일 텐데."


"최고로 멋지십니다."


그녀의 말에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세으록은 웃었다.

평정을 되찾은 총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숙한 표정으로 단상 위로 올랐다.

군중 대부분은 허리를 깊이 숙여 예를 표했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무릎까지 꿇었으며,

극소수지만 아예 바닥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황제 본인이 이곳에 직접 행차하신 건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총독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낮게 꾸짖으며, 성가시니 전부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다.


컨페서 투르가우와 다른 사제들이

총독의 양 측면을 수행하면서 기도를 중얼거리며 향로를 흔들어 대자,

주변 사람들은 총독이 연단 중심부에 쉬이 도달할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꼭대기에 오른 총독은 주변의 흥분이 가라앉고, 침묵이 지배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정적이 감도는 순간 총독은 갑자기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외쳤다.


"황제 폐하를 위해!"


증폭 장치를 쓴 것도 아닌데, 그의 목소리는 중앙홀 전체에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총독의 외침에 잠시 동안 홀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흘렀다.


군중들은 뒤이어 정신을 차린 듯,

총독을 따라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중앙홀이 떠나가게 같은 구호를 외쳤다.


"친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이 요새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총독이 말했다.


"몇몇 분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행정구역을 반이나 지나왔겠구려.

여러분 모두가 부득이하게 뒤에 남기고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깊이 염려하고 계신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소만.

내 말을 듣고 나면, 댁으로 다시 귀가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소.

'제현'들께서는 이 무시무시한 악몽들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고 계시지요."


총독은 자기 입에서 반말과 존대가 섞여 나오며 말투가 꼬이기 시작하자,

긴장을 풀기 위해 다시 말을 멈췄다.


"총독님,"


한 귀족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는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명백한 경멸의 눈초리로 세록을 쏘아보았다.


"외람되오나 악몽 같은 추상적인 단어로 정의할 만큼 만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바난드(Vanand) 반도 전체가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났습니다.

현재 살라미스 하이브로 가는 통로 중,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경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벌써 십여 개가 넘는 물자 수송편이 행방불명되었고요.

주 전체가 이번 폭동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그 여파로 모든 길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고요."


자신의 발언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귀족의 목소리에는 한층 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제 필수적인 연료 수송마저 위태로울 지경입니다.

행성 전체가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요.

도시들이 전부 불타오르고 있단 말입니다.

대관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한 소식은 하나도 없지만,

수백 명의 시체들과 그걸 그냥 현장에서 소각해버리는 걸 목격했다는

정말 끔찍한 소문들까지 돌더군요."


"쉘립시(Shellib City)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귀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앙 홀 반대편에 서 있던 다른 여성이 외쳤다.


"아무도 하이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가,

하이브 내부에선 밤낮으로 끝없이 불길이 타오르고 있어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이 일련의 공격 목적에 대해 아시는 분 계시나요?

분리주의자 놈들은 우리에게 뭘 바라는 거죠?

놈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뭘까요?"


뒤이어 자신들이 겪거나 들은 폭력과 무질서를 털어놓는 흥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술에 취한 주당들의 합창 소리처럼 중앙홀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세록은 군중에게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손을 들어 올렸다.

몇몇 사람들은 이야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총독의 손짓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도서관 내부엔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다.


세록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어쩌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지를 되새겨보았다.


레기움에 도착한 울트라마린들이 처음으로 한 일은

전임 총독을 처형하고, 그의 명령체계를 와해시키는 작업이었다.

세록은 구체제의 붕괴를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레기움의 지배자들은

그들을 뒤에서 직접 지배하는 범죄자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뒤에 일어난 일 때문에 깜짝 놀랐다.

캐스타몬 공이 자신을 소환해,

아넵투스 아드미니스트라툼 논리학자(Logisticar)들의 판단에 따라,

자신이 레기움을 맡아 주재(主宰)하는 총독이 되었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했던 것이다.


처음에 그는 공포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취임하고 몇 달이 지나자, 이 천우신조의 기회를 나름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그는,

자신이 벌려온 크고 작은 사기를 숨기는 데 급급한,

자신의 이익만 따지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세록이 총독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맡고 얼마 되지 않아 깨달은 건,

그런 자신조차 인재로 느껴질 정도로

전임 총독들의 무능함과 후안무치한 행적은 기가 찬 수준이었다.

자신도 조금만 노력하면, 그들보다 훨씬 좋은 총독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실제로 그는 살라미스 하이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세록은 자신이 총독 자리에 있는 이상,

레기움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내심 다짐했다.

총독은 마음속으로 캐스타몬 공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그 울트라마린이 보여준 침착하고 진중한 목소리를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여러분이 마주한 어려움과 문제점은 모두 인식하고 있소.

나 역시 살라미스 하이브에서 같은 문제에 봉착해있지.

그런데도 내가 오늘 여기 나온 건 여러분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서요.

나는 울트라마린 책임자인 캐스타몬 공에게

작금의 폭력성과 광기를 유발하게 된 원인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 달라 말했소.

이건 캐스타몬 공이 이전에 벌써 겪어 본 현상이라 하외다.

우리 성계 끝자락에 소규모 외계인 함대가 출현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 하오."


놀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면서 다시금 중앙홀이 소란스러워지자,

총독은 다시 손을 들어 올리고는 좌중이 침묵할 때까지 기다렸다.


"저 외계인들은 여기에 있는 우리에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소.

거기에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울트라마린들이 직접 함선을 몰고 나갔지.

캐스타몬 공은 나에게 저 외계인들의 함대가 박살이 나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전부 해결될 거라 공언했소.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평안이 찾아올 거라는 말이요.

하지만 일단 그때까지 우리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질서를 유지해야 합니다.

모든 우주군 연대(Militarum regiment)들은 필요에 따라 재배치 될 예정이오.

그와 관련해서 울트라마린이 군 수뇌부를 모아 놓고 브리핑하고 있소.

내가 살라미스 하이브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동안,

모든 병력은 최우선으로 인구 밀집 지역의 질서를 복구하기 위해 투입될 것이요.

난 이 요새에 안락하게 남아있는 대신,

제국에 납부할 올해 치 십일조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북쪽 하이브로 돌아가 직접 지휘를 계속할 작정이고,

그 여정에 카르포바 대위와 그녀 휘하의 연대 전원을 대동할 예정이오."


총독의 말에 카르포바의 표정이 굳어졌다.

세록은 분노에 찬 대위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캐스타몬이 그에게 미리 언질을 준 대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캐스타몬 공의 조언에 따라,

카르포바 대위와 그녀의 연대를 데려가기로 했소."


카르포바의 눈에 서렸던 분노는 호기심과 섞이면서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캐스타몬 공은 그녀의 경력을 면밀하게 조사했고,

그 결과 대위가 제국의 가장 탁월한 지휘관 중 하나가 분명하다고 확인해 주었소."


총독은 방안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캐스타몬 공은 내게,

퀴누스 포(Cynus Ⅳ)에서 후위를 맡았을 때, 대위가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했고,

세스토스 프라임(Sestos Prime)의 포위를 푼 것도 그녀이며,

이게 그녀가 전술가로서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내게 침이 마르게 칭찬했소이다."


총독은 여기 모여있는 대부분의 레기움 토박이들에게

자신이 지금 늘어놓는 전사(戰史)가 생소하고 낯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쏟아 놓는 말은 표적에 정확하게 적중하는 중이었다.


어느새 카르포바 대위의 눈에선 노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위는 조금이라도 더 반듯하게 서려고 노력했다.

대위의 얼굴에 상처가 더 적었다면,

총독은 숫처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마주할지도 몰랐다.

세록은 스페이스 마린이 준 조언의 정확도에 매우 감명받았다.

캐스타몬은 대위가 총독 따르게 만드는 정확한 방법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살라미스의 통제력이 회복되면,

다른 지역들도 최대한 빨리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게 하겠소."


총독은 당당하게 군중을 돌아보았다.


"살라미스는 내 전임자들의 방탕과 실정 때문에,

잘못된 관리를 받아오며 방치되어 그 정신까지 썩어 문드러진 상태요.

그 덕에 선동가들과 미치광이들이 제멋대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

카르포바 대위와 그녀의 연대원들이라면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소.

아니, 해결 정도로 멈추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그 뿌리부터 발본색원해낼 것이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아뎁투스 미니스토룸 소속의 컨페서 투르가우도 나와 함께 하이브로 향할 예정이오.

목자가 길 잃은 양들을 다시 우리로 데려오듯,

그와 그의 사제들이 믿음을 잃은 자들에게 다시 믿음을 전파할 것이라 보오.

난 신앙과 군사력이 잠시 길을 잃은 지역들을 다시 하나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소.

하지만 그러려면 여러분도 여러분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오.

캐스타몬 공은 내게, 작금의 사태가 금세 끝나리라 장담했소."


총독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폭력과 이단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마땅하오."


총독은 군중 대다수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살짝 놀라면서도 기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질문 공세를 펼치려고,

질세라 손을 드는 광경을 마주했다.


잠시 동안 총독은 여기에 머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을 건넬지를 갈등했지만,

곧 자신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컨페서 투르가우,"


총독은 몸을 돌려 사제를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내겐 꼭 출석해야 하는 시급을 다투는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아직 사제님의 설교를 들어보지 못한 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금이,

사제님이 짊어진 레기움에서의 거룩한 사명에 관해 설명할 좋은 기회라 생각되오만."


투르가우의 눈이 밝게 빛났다.

사제는 부드러운 손길로 법복을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총독 각하."


좌중에서 야유와 반발에 찬 목소리가 들렸지만,

투르가우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잽싸게 단상으로 올라가서는

양손을 들어 올려 군중의 동요를 박수갈채라도 된다는 듯이 온몸으로 받아넘겼다.


"신성한 옥좌의 아이들아, 내 너희에게 인류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의 영광된 소식을 전하노니."


중앙홀의 모든 이가 투르가우의 설교에 물 흐르듯 부드럽게 빠져드는 동안,

세록은 감히 그에게 말을 걸려고 나서는 용감한 자들을

살기 등등한 도끼눈으로 뿌리치면서 연단을 내려와 그대로 문으로 향했다.


"아직 정치가가 될 자질이 충분하신데요, 각하."


라넼이 총독을 따라 재빠르게 도서관을 빠져나오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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