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니드 군세가 승리를 거두고 나면, 다들 알다시피 행성의 유기물을 모조리 쓸어담는데, 그 때 나타나는 게 바로 말란쓰로프이다.

말란쓰로프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리퍼 무리가 행성의 유기물을 죄다 쓸어담는 와중에, 말란쓰로프는 쓸모있는 유전자를 채집한다.

즉, 티라니드가 전쟁에서 이기고 새로운 니드 괴물들을 만들어냈다면 십중팔구 이 놈들이 신기한 유전자를 구해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전장에서 이 녀석을 볼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이브 마인드가 티배깅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전쟁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야 쓸모가 있는 놈을 미리 꺼내진 않을테니까. 이 설정은 미니어쳐 게임에서도 매우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말란쓰로프 미니어쳐는 포지 월드에서 만든 것밖에 없고, 10판 룰에선 레전드 룰로 써야 한다.

생긴 것만 봐도 이 녀석이 싸움을 잘할 것 같게 생기진 않았다. 덩치는 큰데 팔다리는 허접하게 생겨서 자기 몸을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아가리가 커서 적을 통째로 삼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둥둥 떠다니는 놈이라 땅에 붙어다니는 적을 공격할 수단은 저 기다란 꼬리 밖에 없다.

팔다리는 부실한데 둥둥 떠다닌다는 점에서 조안쓰로프와 공통점이 있는데, 이 때문인지 말란쓰로프는 조안쓰로프로 오인당했다는 설정도 있고, 싸이킥을 써서 떠다닌다는 설정도 있다. 말란쓰로프의 특징을 말로만 설명할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었더라면 둘의 차이점이 뭔지 바로 드러났을텐데, 티라니드가 행성을 정복한 상황에선 경황이 없다보니 제대로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초창기 말란쓰로프는 '조안쓰로프와 비슷한 싸이킥 괴수'였다. 전장에서 직접 나가서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뒷처리를 하는 인텔리(??)였고 시냅스 크리처라는 지위도 있는 녀석이었다.

독을 지녔다는 설정은 이 때부터 있긴 했는데, 이 때만 해도 말란쓰로프는 다 잡은 적이 발버둥치지 못하도록 독침으로 독을 주입하는 녀석이었지 독을 발사한다거나 마구 뿌리고 다니는 녀석은 아니었다.

헌데 진짜로 말란쓰로프랑 비슷하게 생긴 베놈쓰로프가 등장하게 되면서 말란쓰로프는 '조안쓰로프 비슷한 거'에서 '베놈쓰로프 비슷한 거'로 바뀌게 된다. 다 잡은 적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기 위해 썼던 독은 이제 (베놈쓰로프가 그러하듯이) 연막 삼아 신나게 뿜어대기 시작했고, 팔다리가 부실해서 싸이킥 파워로 떠다닌다는 놈이 막상 싸이킥은 못 쓰게 되었다. 뒷처리반이라서 리퍼 무리와 같이 다니던 녀석이 이제 베놈쓰로프랑 같이 다니게 된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한 때 싸이킥을 쓰던 인텔리(??)가 족보가 바뀌더니 이제 독방구나 뿜어대는 뿡뿡이가 된 것이다.

하긴, 미니어쳐 생긴 걸 보면 말란쓰로프를 베놈쓰로프랑 같이 다니게 하는 게 훨씬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말란쓰로프를 리퍼 무리나 조안쓰로프 사이에 끼워 넣으면 '이 녀석이 뭐하는 놈인가...' 생각이 들겠지만 베놈쓰로프랑 같이 세워두면 '베놈쓰로프 대장 말란쓰로프'라는 느낌이 확 들테니 말이다.

그래도 싸이킥으로 몸을 둥둥 띄워서 움직인다는 놈이 설정 개정도 없었는데 싸이킥을 아예 못 쓰게 된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긴 게 비슷하다고 '베놈쓰로프 비슷한 거'로 만들었다면 아예 독방구쟁이 뿡뿡이로 설정도 완벽하게 갈아 엎어줄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