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iii 오염

그들이 발견한 모든 것은 죽은 채나 다름없는 꼴이다. 다음 방폭 해치를 절단해 개방한 그들은 그대로 해치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거친 푸른 조명이 그들을 비춘다. 선 오브 호루스 군단병들은 주저한다.

하지만 아바돈에게 망설임은 없다.

“에제카일!”

바락사가 외치지만, 아바돈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넓고 높은 유지보수 통로다. 한쪽에는 갑판을 관통하는 묵직한 도관들이 널려 있다. 천정의 움푹 들어간 발광 전극에서 강렬한 푸른 빛을 토해내고 있다. 의학용의 날것 그대로인 불타는 자외선 조명이다. 아바돈은 가청 한계치 일대에서 격렬하게 고음으로 윙윙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빌어먹을, 제발.”

바락사가 다시 그를 부른다.

“돌아오게, 제독 시스템이지 않나.”

그렇다. 아바돈은 잘 알고 있다. 복수하는 영혼의 제독 및 차단 시스템이 유해 물질에 대응해 이 구역에서 활성화된 것이다. 멸균 열선, 초음파, 항바이러스 프로세서가 환경 센서가 감지한 생물학적 위험, 방사능, 혹은 제노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향균 역장을 펼친 것이다.

“에제카일, 저기 무언가가-”

“알고 있네.”

아바돈이 대꾸한다.

아바돈은 직접 목도하는 중이다. 조심스럽게, 바락사가 합류한다. 잠시 둘은 구조물을 응시한다. 바락사가 조용히 욕설을 내뱉는다.

이물질이 감지되면 자동적으로 오염 제거 프로토콜이 작동한다. 포자, 박테리아, 바이러스 파지, 공기상 오염까지, 함선의 센서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건 마찬가지다.

이번에 감지된 이물질은 오래된 가게다. 낡고 검은 목재 골조로 지어진 것이다. 그 위에 덮인 석고는 얼룩진 채 썩어간다. 석고에 칠해진, 혹은 나무에 새겨진 빛이 바랜 형상들을 미루어 봤을 때 점성가나 성좌를 읽는 이의 가게가 아니었을까 싶어 보인다. 아바돈은 조잡하게 그려진 별자리와 황도대의 상징들을 본다. 토성, 수성, 염소자리, 사수자리까지. 두꺼운 창유리는 지저분하다. 문턱과 부서진 처마에서 병든 잡초가 자란다. 마치 암 종양처럼, 벽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건물이다. 어디서부터 낡은 목재와 석고가 끝나고 함선의 금속부가 시작되는지도 알아볼 수 없다. 양쪽이 서로 뒤엉킨 채 융합해 있으니 말이다.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바락사가 입을 연다. 아니, 그는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만 할 게다, 그렇게 아바돈은 생각한다. 둘 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지 않은가. 찢긴 페이지, 낡은 책, 제자리를 벗어난 물건들, 심지어 이것들이 출현한 방식까지.

이것은 그의 아버지가 저지른 소행이요, 그의 아버지의 죄업이다. 그의 아버지가 품은 광기다. 워프에 묶인 끈이 풀렸고, 장소와 시간이 뒤섞여 이 함선을 수천의 다른 공간으로 접어 겹쳐놓았다. 현실은 병들었고, 물질은 불안정하다.

통제는 없다. 진작에 사라진 뒤다.

아바돈은 낡은 가게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벽에서 어떻게 튀어나와 있는지를 본다. 자라난 것도, 함선에 침입해 온 것도 아니다. 그냥 여기, 이 지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왜 이곳인가? 왜 이 오래된 건물일까?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어느 마을, 어느 도시, 어느 세상에 속한 것인가?

대체 언제부터였나?

지금 여기 어딘가에, 복수하는 영혼의 유지보수 통로 너머, 오래된 도시가 뻗어 있는 것일까?

푸른 빛과 초음파의 윙윙대는 소리 속에서 아바돈은 불쾌함을 느낀다. 그의 감각이 갉아먹힌다. 한심하다. 함선은 지금 스스로를 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무용하다. 긴급 대기 세정도, 살균 광선도 이 꼴을 물리치지 못한다.

“통제력을 잃으셨어.”

아바돈이 중얼거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바락사가 묻는다. 아바돈은 고개를 끄덕인다.

“내내 그러셨던 거야.”

다시 아바돈이 중얼거린다.

“내내 그러셨다고. 내가 경고를 드렸-”

“그랬네.”

“조언을 드렸지. 지나치다고.”

“알고 있네.”

“이래서는 안 돼, 아젤라스.”

아바돈이 말한다.

“이건 절대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아닐세. 그리고 이건 절대 우리의 무기가 아니었고. 우리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단 말일세. 그저 우릴 이용할 뿐이었지.”

“하지만 자넨 통제력을 가졌지.”

바락사가 입을 연다. 그는 아바돈을 바라본다.

“그렇지 않나?”

그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