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재앙을 막기 위해 히쉬에서 구르로 파견 나온 루미네스 렐름로드

'여긴 어디였지?' 아우랄란 센티널이 물었다.

'오래 전 지그마의 만신전이 렐름들을 지배하던 시절, 인간들의 도시였지.' 바한나르가 대답했다.

'그 정도는 나도 짐작했어, 스톤가드. 그곳의 이름은 있어?'

'한때는 분명 있었겠지. 지금은 폐허가 되었고, 이곳에 살던 자들은 샤이쉬 지하세계들에서 유령으로 떠돌거나 대강령술사의 군대에서 봉사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세나엘라는 공허하고 무덤덤한 소리로 웃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네, 바한나르.'

'코롤리스.' 아일렌이 조용히 말했다. '그 도시는 코롤리스라고 불렸어. 우리 민족이 아홉 개의 위대한 국가들을 처음 세웠을 때부터 고대 도시였지. 인간, 듀아딘, 오고어, 오룩, 심지어 일부 엘프까지도 여기에 살았어. 학문, 문화, 평화의 도시였지.'

'야수들의 렐름에 문화의 도시라고?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일렌.' 세나엘라의 목소리에 경멸이 묻어났다.

'열 낙원(히쉬를 이루는 10개의 거대한 대륙)에 그림자가 있고 울구에 빛이 있듯이, 샤이쉬에 생명이 있고 기란에 죽음이 있듯이, 구르에도 한때 고귀함과 문화가 있었어.' 바한나르가 말했다. '균형. 항상 균형.'

'카오스가 오기 전까지는.' 아일렌이 대답했다.

'그래. 균형은 질서의 중심에 있지. 카오스는 질서의 정반대야.'

'그렇다면 그 방정식에서 이 렐름의 원초적 힘(파괴)은 어디에 있지, 스톤가드?'

바한나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파괴는 균형이 어긋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야. 죽음도 마찬가지. 양쪽 힘은 모두 필요해. 오직 카오스만이 그 바깥에서 생겨나지.'

신화의 시대 구르의 고대 도시에선 무려 오룩들마저 평화, 문화, 학문을 중시하며 타종족들과 어울려 살았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어느 렐름이나 균형을 위해 상반된 속성이 존재하기에, 그리고 고카모카가 만신전 탈퇴 전까진 나름 본인의 파괴 충동을 억누르고 디스트럭션 종족들에게도 적당히 자제시켰기에

현재는 매우매우 희귀하겠지만 구르 어딘가엔 여전히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