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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모타리온과 티폰 영혼의 맞다이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9 00:47:31
조회 1714 추천 32 댓글 13
														



"티폰!" 모타리온의 고함이 검게 썩어 무너져내리는 선내에 울려 퍼졌다. 함선의 나머지 부분과 마찬가지로 성소실도 내부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우리를 밖으로 인도하든지, 나를 거역하고 죽어라."


"아직도 진실을 모르는건가, 사신이여?" 어둠 속에서 티폰의 대답이 들려왔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어. 여기서 우리가 추구해왔던 영원한 불굴의 존재가 될 것이다." 이때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한 조각이 떨어져 나와 사신을 향해 움직였다. "내 본성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라도, 이제는 내 자신을 깨우쳤지. 어쩌면 항상 이랬을 지도 모르지만. 그저 올바른 길을 찾기만 하면 될 문제였어."


섬뜩한 빛 한 줄기가 티폰을 비추자 유령처럼 변한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창백한 바르바루스인보다도 더욱 창백하면서도 하얗게 질린 티폰은 걸어 다니는 시체 같은 몰골과 다름없었다. 수염은 기름기로 떡 져 엉겨 붙고, 악의로 타오르는 두 눈은 어두운 눈두덩이 속으로 푹 꺼져있었다. 1중대장의 갑옷은 도살장의 하수구를 기어 다닌 것 마냥 피와 오물로 뒤덮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겐가?" 모타리온은 숨을 몰아쉬었다. "옛 동지애를 조금이라도 품고 있다면, 왜 우리를 여기에 가뒀는지 말해 봐라."


"거짓을 고한건 미안하군." 티폰이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는 편이 나았어. 네비게이터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던 건 사실이지만, 네가 믿었던 것과는 달랐지. 놈들을 죽여서 위협이 완전히 싹트기 전에 자를 수 있었고, 너가 할아버지의 풍요를 직접 볼 수 있도록 데려올 수 있었네."


'또 그 이름이다.' 모타리온의 몸이 굳어졌다. "비인간적인 존재와 밀약을 맺었군."


"너도 마찬가지고." 티폰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추악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비가 금한 지식을 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그는 손을 흔들었다. "어스름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서로 지껄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나?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있지만, 내가 훨씬 앞서 있었을 뿐." 전사가 껄껄 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첫 숨을 쉬는 순간부터 그 길에 들어섰으니. 타고난 셈이지."


티폰은 자신의 기원을 숨긴 적이 없었다. 모타리온이 선조의 피를 물려받았듯, 이 사생아도 조상의 피를 물려받은 것뿐이다. 이 어둠은 늘 데스 가드를 섬겨왔었다. 혹은 그의 사령관이 줄곧 그렇게 믿어왔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거짓을 밝혀냈다. 진실은 티폰이 지금까지 군단을 이 위치로, 악마적인 힘이 도사리는 관문으로 이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내 곁을 떠난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 대체 어떻게 된건가?"


"깨우쳤지." 티폰은 잠시 기억에 잠긴 채 말했다. "자라문드라는 세계에서. 한 노파의 손길덕분에..."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오늘 깨우칠 때야. 데스 가드의 낙인을 받아들일 때다."


"용납하지 않으리라." 오랜 친구의 목소리에 모타리온의 싸늘한 분노가 지옥의 겁화처럼 치솟는 격노로 들끓었다. "우릴 현실계로 돌려보내라! 당장!"


"거절한다. 이번 생에는 말이지."


이 대답만으로 족하다. 분노가 터져버린 모타리온은 이를 갈며 등불을 뽑아들어 전사에게 타오르는 하얀 광선을 발사했다. 티폰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광선이 희미해지자 보이는 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던 모습이었다. 피부가 바싹 타서 벗겨지고 갑주는 검게 그을렸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광선의 위력이 약화되었다. 모타리온은 주저하지 않고 침묵을 들어 근접전으로 들어섰다. 휘어진 낫 날이 장송곡을 부르며 불결한 공기를 갈랐다.


티폰은 진액이 고인 갑판 위로 미끄러지듯 몸을 날려 팔이 잘려 나갈 뻔한 일격을 간신히 피했다.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예고도 없이 어둠 속에서 십여 개의 흐릿한 형체가 튀어나와 데스슈라우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레이브 워든이라 불리는 1중대장의 '전문가' 부대의 투사들이며, 그들 중 누구도 프라이마크와 교전하러 나서지 않았다. 이 모타리온과 오랜 친구만을 위한 투기장에서 혈투가 벌어졌다.


두 무리의 호위병이 격돌하자 불똥이 흩뿌려지며 플라스틸이 찢겨나갔다. 그 사이에서 프라이마크와 1중대장은 치명적이고도 재빠른 일격을 주고받았다.


모타리온과 티폰은 오랜 세월을 알고 지냈음에도 서로 대련조차 해 본적도 없었다. 증명할 필요도, 답조차 필요 없던 문제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 전투가 벌어지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서 불쾌한 진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티폰이 프라이마크의 공격 범의 안으로 파고들자 두 칼날이 맞부딪히면서 불꽃이 튀었다. 분명 모타리온이라면 쓸데 없는 짓이라 생각할 정도로 대담한 전술이지만, 티폰은 그를 누구보다도 속속이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 년간 황량한 바르바루스를 누비며 잔혹한 전장 위에서 함께 싸워오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세계를 개척해갔다. 대성전의 성무에서도 1중대장은 모타리온의 강인한 오른팔이며, 든든한 벗이자 신뢰하는 전우라는 직위를 고수해왔다. 


두 사람의 무기가 맞물리면서, 제자리에서 서로 힘겨운 공방을 벌이며 대치했다. 티폰의 병약한 외모와는 다르게 평범한 군단원보다도 힘과 회복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모타리온은 티폰과 눈을 마주치자, 저 익숙한 눈 속에서 낯선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그가 오랜 친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룰고르를 집어 삼켰던 변화가 그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겁에 질린 젊은 혼혈아였으며, 무모한 반항자고, 해방군의 믿음직한 지휘관이었던 진정한 칼라스 티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신은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형제애 한 줌마저 촛불처럼 꺼트리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네놈이 우리를 묶어두는 원흉이면 내가 끊어버리겠다." 그가 소리쳤다.


모타리온이 격렬한 기세로 침묵을 티폰의 무기를 내리치자 반으로 부숴진 낫조각들이 흩날렸다. 1중대장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프라이마크는 이 기회를 틈타 공격을 퍼부었다.


멈출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거대한 전투낫의 초승달날이 세라마이트를 찢어 가르며 티폰의 흉갑을 파고들었다. 휘어진 날이 내장과 살점을 파고들다, 상처 사이로 보이는 두 심장을 베어냈다. 끔찍이 벌어진 상처에서 검은 피가 쏟아져 나오자, 티폰은 갈고리에 걸린 물고기처럼 칼날 끝에 매달려 힘없이 늘어졌다.


용서해다오, 오랜 친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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