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도래할 세상은 훨씬 단순할거다. 역사와 실패의 무게로부터 짐을 지지 않을 것이지. 내가 아는 것은, 그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강력할 것이란 점이다. 약함도, 거짓된 도덕관념도, 사람을 속박하는 짐짝같은 신앙심도 없을 것이다. 신들은 옛것과 함께 쓸려 갈 것이고,이 세상을 지탱하던 거짓에 의해 세워진 토대들은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질까요?'

아무런 생각도 없이,칸토가 물었다.

'그렇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그가 물었다. 아카온이 그를 바라봤다. 칸토는 기다렸다. 그리고 어떠한 징벌도 내려지지 않자, 말을 이어갔다.

'전 이런 짐들을 원하지 않았습니다.이 짐들이 저에게 왔을 따름입니다. 전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전 지금껏 사람에 불과했습니다.사악한 짓을 저지른 사악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괴물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

아카온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지금의 넌 누구지, 언스원? 인간? 괴물?'

'전 제 스스로에게 진실할 것입니다'

칸토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말했다.

'그와 같은 말을 한 존재가 있었지'

아카온이 말했다.

'그의 이름은 몰트킨이였다. 사람들은 그를 흑철약탈자라고 불렀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신들의 심장에 새겨넣었어'

그는 칸토를 흘깃 바라봤다.

'한때라면, 이곳에 있었던 건 그였을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그는 아니었던거죠?'

'마지막엔, 그는 자기 스스로에게 진실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었다, 언스원. 괴물이 아니었어'

아카온은 검은색으로 빛나는 구체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 내 안의 인간성을 찢어버렸다. 난 내 안의 있는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나는 내가 빛을 찾아낼지 몰라 두려워할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어둠 속에 있었다'

그는 빛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 구체를 노려보았다.

'나는 괴물이며, 이 세상이 타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불을 지르노라'

아카온은 몰트킨이 스스로에게 진실했다고, 자신이 인간임을 받아들였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그와는 달리 인간성 같은 건 진작에 끄집어 냈고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고 당당히 인정하는데

이건 한마디로 자신은 몰트킨과는 달리 중간에 멈추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의 뜻을 천명하는 것에 가까움

카오스 편에 섰으면서 자기 인간성 유지하는 놈들? 리스펙한다 이거야

근데 리스펙은 리스펙이고 지금 이 종말 열차는 절대로 멈추는 일이 없을 거라는 존나 공포스러운 대사임

존경과는 거리가 멀고 되려 자신은 반대의 길을 걷는다고 말하는 것에 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