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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로오랜) 성배 기사의 의무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7 23: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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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수사슴 로데가르 경...


바로는 뒷걸음치며 검을 내리는 충동을 억눌렀다. 어떻게 저토록 숭고한 전사를 상대로 검을 올릴 수 있겠는가? 


더는 그의 검이 아니야, 너의 검이지...


목소리는 그의 생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명쾌했고, 그를 향해 다가오는 성배기사의 모습에 소용돌이치던 그의 머리를 진정시켜줬다.


그는 알리산데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말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녀가 싸움 근처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가 돌격에 합류시키는 걸 허락하다니, 대체 그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집중해!


바로는 적수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계속해서 저건 황금 수사슴 로데가르 경이 아닌, 괴물이라고 되뇌였다. 이건 최후의 안식을 부정당한 위대한 남자의 시신이다.


'넌 그 분이 아니야'


로데가르의 망령이 고대의 청동-날의 코페쉬를 빼들자 바로가 말했다. 그의 손에 적의 무기인 코페쉬가 들린 모습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검에는 싸악한 기운이 서려있었고, 날에는 사악한 죽음의 마법이 요동치고 있었다.


두 전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원을 그렸고, 약점을 찾으려 했다. 바로는 명예 결투를 충분히 경험해 보았고, 대부분의 결투는 무기를 빼들기도 전에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투는 아니었다. 이번 결투는 오직 죽음으로만 끝날 것이다.


로데가르의 청동 검이 빛을 뿜으며 허공을 갈랐고, 바로는 공격을 막았으나, 아주 간신히 막은 것에 불과했다. 그는 또 다른 공격을 방어하고 치명적인 반격을 가했다. 그의 검이 튕겨져 나갔고, 바로는 로데가르의 수비 안쪽으로 파고들며 성배 기사의 투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로데가르는 주춤거렸고, 바로는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완벽한 찌르기를 선보였지만, 망령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자세를 회복했다. 로데가르는 그의 공격을 피했고, 검을 휘둘러 바로의 목의 코앞까지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는 분명 이 언데드 투사가 로데가르 경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언데드는 몇 초 만에 로데가르 경의 힘과 기예로 싸우고 있었다. 바로는 그가 살면서 알았던 가장 뛰어난 검사와 싸우고 있던 것이다.


네크로폴리스의 뱀 기사들도 충분히 무시무시한 적수들이었지만, 설령 열화된 메아리에 불과할 지라도, 로데가르 경의 기술은 환상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망령의 속도, 균형, 번개같은 반사신경은 치명타를 가하려던 바로의 모든 시도를 좌절시켰다.


청동 코페쉬가 바로의 흉갑에 부딪히며 갑옷을 뭉개고 가죽을 갈라버렸다. 바로는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하고 로데가르 경의 팔을 향해 빠른 공격을 가했다.


망령의 끔찍한 무기가 앞으로 움직였지만, 바로는 옆으로 몸을 피하고 눈부신 반격으로 구부러진 허리 부분을 찢었고, 언데드가 먼지 속에 몸을 돌게 마만들었다. 로데가르는 엄청난 속도로 반격을 가했고, 그의 검이 바로의 어깨를 찢었다.


공격이 그를 한 바퀴 돌게 만들었고, 그의 시야가 흔들렸다.


로데가르가 공격을 위해 움직였따. 그의 검이 초인적인 속도로 다가왔다.


바로는 무자비한 공격에 맞섰지만, 최소한의 반격을 할 시간도, 공간도 찾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힘이 담긴 공격이 그의 투구를 헐거워지게 만들었고, 면갑을 찌끄러뜨리고 그의 시야를 가렸다. 시야를 잃은 바로는 공격이 다가올 것임을 알고 몸을 던져 공격을 피했다. 그는 먼지 속에서 몸을 굴렸다.


바로는 망가진 그의 투구를 던지고 로데가르가 그에게 다가온 순간 검을 들어 올렸다. 그는 절박하게 검을 올려 방어하고, 그의 머리를 어깨에서 분리했을 공격을 방어했다.


로데가르는 앞으로 한 발자국 움직인 다음 바로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바로는 무너지며 뒤로 누워버렸다. 그의 코는 망가졌고, 피가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의 대검이 손에서 흘러내렸고,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떨어졌다.


로데가르가 양손으로 거대한 코페쉬를 들며 바로를 두 동강 낼 준비를 했다.


'넌 그 분이 아니야!'


바로는 넘어진 채로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넌 절대로 그 분이 될 수 없어!'


로데가르의 코페쉬가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리쳐졌고, 바로는 두 눈을 감았다.





바로 주위로 빛이 폭발했다. 하지만 일격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눈을 뜨고, 로데가르의 검이 그의 머리에서 겨우 1인치 떨어져 있는 모습에 경악이 담긴 숨을 내뱉었다. 그는 몸을 굴려 자를 피한 다음, 그의 검을 회수했다.


그의 주위로,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사람, 말, 해골 전사들, 그리고 리치조차도 아주 미세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모두가 느려진 와중에 알리산데 홀로 온 세상의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처럼 망령을 향해 다가갔다.


'알리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바로가 물었다.


바로는 알리산데를 향해 뛰어가고 싶었다. 그녀를 위험한 괴물에게서 떼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세하게 머리를 흔드는 것에 바로는 그 자리에 멈췄다. 그녀는 그의 구출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의 피범벅인 팔이 한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팔은 앞으로 뻗어진 채 강렬한 황금빛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빛의 근원은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나오고 있었다. 


바로가 밤에 허공을 날며 드래곤백 산맥의 호수에 빠지는 모습을 보았던 반지였다.


일편단심이어라. 선하여라. 사랑하여라.


알리산데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로데가르 경의 찢어진 옷 위에 올리자 망령이 그녀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이 퍼져나갔고, 그의 가슴에 수가 놓아진 황금 수사슴에 스며들었다.


'바로, 나와 함께 해줘'


알리산데가 말했다.


바로는 조심스레 다가갔고, 그녀의 곁에 서자 망령이 청동 코페쉬를 떨궜다. 바로는 그의 검을 꺼내어 기회가 있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괴물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안돼'


알리산데가 말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망령이 손을 뻗자 바로는 검을 내렸다. 망령은 마치 자기 손에 무언가를 얹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바로가 말했다.


'로데가르 경이 검을 필요로 하셔'


알리산데가 말했다.


'아주 한순간만'


'이건 로데가르 경이...'


바로가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망령의 눈이 더 이상 죽지 못한 시체의 텅 빈 구멍이 아닌, 그가 한때 곁에서 싸웠던 영웅의 눈임을 발견하자 그의 말이 끊겼다. 


'이해가 가질 않아'


바로가 말했다.


'성배를 마신 기사는 신비로운 존재지'


알리산데가 말했다.


'그들은 필멸자는 알지못할 긴 삶과 힘을 부여받아. 그들의 빛는 여인님의 빛으로 빛나고, 나조차도 이 세상과 저승에서 그들의 위치가 어디에 속하는 지를 알지 못해. 성배 기사의 영혼은 막강한 존재야. 쉽게 안식을 취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고. 그들의 일이 끝나지 않았을 경우엔 말이야'


'로데가르 경이 끝내지 못한 일이 무엇인데?'


'우리를 구하는 것'


알리산데가 말했고, 그제서야 바로도 깨달았다.


바로는 녹색과 금색의 검을 역수로 쥐고 성배 기사의 손에 손잡이를 올려놨다.


로데가르 경의 손가락이 손잡이를 꽉 쥐었고, 그는 몸을 돌려 세벡-테투를 향해 다가갔다. 리치 프리스트는 끔찍이도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허나 거의 불멸에 가까운 존재일지라도, 바로는 자신의 끔찍한 창조물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리치의 두 눈에 생겨난 공포를 볼 수 있었다.


'안돼!'


리치가 소리쳤다. 그의 손은 그들 모두를 사로잡은 힘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악한 에너지가 뭉쳐져 있었다.


'그 몸에서 떠날 것을 명령한다! 내가 모르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온 거야. 나의 명령을 듣지, 네 명령을 듣지 않는단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무의미했고 로데가르 경은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인 다음, 녹색과 금색의 검을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네놈에겐 그런 힘을 다룰 자격이 없노라'


리치가 절규했다.


'현세의 신 앞에 벌레 불과하단 말이다!'


로데가르 경의 검이 내려왔고 리치 프리스트의 쇄골에서 골반까지 갈라버렸다.


리치의 몸을 유지하던 불경한 힘이 그를 붙들려 했다. 검은색 빛들이 그의 망가진 육신에서 울부짖었고 그의 강령의 힘이 그의 사지와 뼈, 육체를 다시 결합시키려 했다.


하지만 성배기사가 가한 피해는 치명적인 것 만큼 되돌릴 수도 없었다.


리치의 몸 두 조각이 마법의 폭발과 함께 무너졌고 훔쳐낸 수 천의 시간이 마침내 부패된 육신에 파괴를 가했다.


망자의 군단을 일으키고 한 육신을 붙들던 강력한 힘이 마침내 해방됐다. 검은 빛 줄기가 리치의 분노와 함께 하늘 위로 뿜어졌고, 근원이 되었던 왕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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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가르 경이 그가 행한 처형으로부터 몸을 돌리고 바로와 알리산데 앞에 섰다. 바로가 기억했던 위대한 기사의 형상이 현재의 망령 형상 위로 희미하게 나타나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가슴팍의 황금 수사슴도 마치 연회가 끝난 전당의 화롯불처럼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대의 의무는 끝났습니다, 용맹한 기사여'


알리산데가 말했다.


'이제 여인께서 당신을 고향으로 부릅니다'


로데가르는 바로에게 검을 내밀었고, 바로는 완전한 경건함으로 검을 받았다.


'이번 원정에서 함께 할 수 있어 이 유령은 참으로 영광이었다네, 바로 경'


로데가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기껏해야 속삭임에 불과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바로가 대답했다.


그리고, 의무를 끝마친 황금 수사슴 로데가르 경의 형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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