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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왜 반역파는 호루스가 죽었다고 바로 도망쳤을까

칸쵸(149.102) 2024.01.29 17:17:48
조회 2803 추천 58 댓글 21
														

역병처럼 퍼져있던 케이아스를 데리고, 워프가 썰물처럼 갑작스럽게 빠져나간다.


테라에서, 약탈당하던 황궁의 권역에서 비물질의 홍수가 흘러나감과 함께, 케이아스의 손아귀도 풀린다. 여덟 겹 신들이 그 신도들을 저버리고, 그들에게서 권능과 선물을 빼앗고 몰수해간다. 패배에 쏘이고 상실에 미쳐날뛰며, 케이아스의 권세들은 경고도 전조도 없이 물질계에서 돌연 떠난다.


단 한 번의 일격에 이은 단 하나의 죽음이 인류제국을 케이아스로부터 해방시켰다. 그것이 너무도 빠르게 시들어가기에, 너무도 완전히 사그라들기에, 케이아스가 여기에서 재기해 다시 제국을 위협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믿는 것은 양쪽 편을 통틀어서도 매우 소수일 뿐이다.


오로지, 절룩거리면서도 다시 한 번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 시간이 지나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돌연한 상실이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복감에 취해 있던 반역자 군세는 공허감에 어쩔 줄 몰라한다. 마치 몸 안쪽을 송두리째 빼앗기기라도 한듯, 차가운 한기가 그들에게 내려앉는다. 싸움터에서 마취 없이 팔다리가 절단되는 것과도 같은 충격이다. 무언가 채워져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게 된, 틈새와 공백과도 같은 것이 생겨난다. 그들에게 속해 있던 것이, 그들을 정의하던 것이, 사라진다.


누군가는 실성하고 만다. 누군가는 비탄에 잠긴다. 누군가는 절망에 무너지고, 누군가는 분간을 잃고 방황한다. 많은 수가 그저 죽어버린다.


애통이 허공을 채운다. 외쳐지던 구호가 멈추고, 전쟁나팔이 침묵한다. 황궁을 그들의 발 아래 가루로 갈아엎고, 불길로 전소시키고 있는 그 와중에도, 그들의 가슴에서는 정복의 욕구가 빼앗기고 없다.


사실, 그들은 이겼다. 황궁은 그들의 공격에 함락되었다. 불과 몇 미터만 더 가면, 몇 개의 산발적인 저항만 더 진압하면, 몇 개의 죽음을 각오한 방어선만 더 넘으면 황궁은 그들의 것일 터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잊는다.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잊는다. 그것이 자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조차, 무슨 동기로 싸우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몇몇은 마비되기라도 한 듯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선다. 그들은 선 채로 충성파의 총과 칼에 죽음을 맞는다. 몇몇은 모든 열의를 잃고 도망가다 쫒겨 절멸당한다.


나머지, 최소한 익혀온 전투기술을 기억해낼 수 있는 자들, 혹은 손상이 너무 심해 다른 것을 떠올릴 수조차 없던 자들은, 싸움을 계속한다.


싸움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진다. 테라 공성전은 길고, 피비린내나며, 질질 끌리는 격퇴전으로 바뀐다. 황궁의 권역 전반에 걸쳐, 그리고 테라 너머의 살육장에서, 호루스의 죽음 이후로도 오래도록 충돌이 계속된다. 충성파 군세 역시, 나름의 이유로 그 반대편만큼이나 충격과 불신에 빠져 있었다가, 활력을 되찾고는 맹렬히 적을 몰아낸다.


살아남은 충성파 군세는 지치고, 약해지고 끔찍이도 그 수가 줄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죽일 수 있는 모두를 죽이고, 제거할 수 있는 모두를 제거하고, 반역자 군세의 퇴각을 차단하고 도주를 막으려 할 수 있는 모든 수고를 다한다. 이후 추산되기로, 만일 워마스터가 사망한 그 순간에 충성파 군세에 삼분의 일만이라도 더 많은 전사들이 살아남아 있었더라면, 옥좌행성에서 목숨을 건져 탈출할 수 있었을 반역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리라고 할 정도가 그들이 쏟아낸 분노다. 그리되었다면 역사에 있어, 테라 공성전은 그저 테라의 학살이라는 항목에 붙은 각주 하나로 남았으리라.


어찌되었든, 반역자들은 도망친다. 그들은 수송기를 찾아 도망친다. 그들은 궤도 위로 도망친다. 그들은 함대로, 혹은 퇴각하는 지상군이 올라올 때까지 아직 내빼지 않았거나 파괴를 면한 그 일부에로 도망친다. 그들은 맹목적인 공황에 빠져 도망친다. 그들은 비탄에 빠져 도망친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얼마인가는 질서에 맞춰 체계적으로, 싸움을 계속하며 철수한다. 마지막 한 가닥 남은 규율과 품위로 스스로를 지탱했거나, 연대나 중대나 군단에 대한 충성심 덕이었거나, 일관된 퇴각작전을 지휘할 만큼의 이성과 평정이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지휘관들에 의지한 것이었으리라.


반역자 군세 중 상당한 수가 그렇게 자신들의 대의의 몰락을 버텨내고 테라에서 탈출해낸다. 그들은 별들 사이로 도주한다. 그들은 분노와 복수가 황궁의 무너진 벽 너머로부터 나와 자신들을 뒤쫒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이해한다. 울트라마의 깃발 아래 옥좌행성으로 다가오는 인정사정없는 응징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들 중 누구도 항복하거나 협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설령 그리하더라도, 테라의 충성스러운 아들 중 그 누구도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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