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먼은 의도적으로 연설대의 코지테이터를 새로운 데이터스트림에 맞춰 놓으며 이전에 오간 대화와는 선을 그었다. 길리먼은 연설대에 떠오른 데이터를 읽는 척 하고 있었지만, 메시니우스는 길리먼이 저 화면에 무엇이 떠 있건 이미 외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길리먼에게 내려진 저주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자신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깎아내려야 하는 것.

“본격적인 성전에 앞서, 임페리움 상투스 일대에서 십일조 체계를 복원함과 동시에, 무너진 무역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카오숄레이 경, 쓸 만한 계획을 세워 놓았으리라 생각하네만?”

복수하는 아들께서는 자신만의 계획을 세웠다. 카오숄레이나 다른 그 누가 세우는 계획이라 해도, 감히 그에 따를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아마 마지막 리벳 한 조각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에까지 이르는 세부적인 성전의 계획이 세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시간이 없었기에,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들에게 신뢰를 품고 일을 맡겨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맡기기 전에, 필멸자들은 감히 프라이마크의 신뢰를 자신이 받고 있음에 익숙해져야 했다.

어벤징 선 당시의 길리먼을 묘사하는 대목. 길리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필멸자들을 신뢰함.

30K 상황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응 공감하는 부분이 있음. 하지만 자기가 다 떠안고서 빠져 죽는 호루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

심지어 스스로를 깎아내려 프라이마크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길리먼의 궤가 다른 정치적 기술이 엿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