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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에오지) 나가쉬 VS 아카온

ㅇㅇ(116.121) 2024.02.16 22:36:02
조회 1282 추천 31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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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는 힘(아카온)과 부동의 존재(나가쉬)가 부딪히자 샤이쉬는 그들의 투쟁의 분노에 뿌리까지 뒤흔들렸다. 다시 한 번, 그는 데몬블레이드가 자신의 관자놀이에 내리꽂혀 뼈를 쪼개는 충격을 느꼈다. 나가쉬는 전적으로 육신의 존재라기보다는 영혼의 존재였기에, 보통의 적에게 그런 상처를 입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눈의 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네 신이 그에게 그들의 분노를 쏟아부었고, 그는 가공할 힘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휘두른 칼날은 탐욕스러운 속도로 나가쉬였던 모든 것을 갉아먹으며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뼈와 영혼을 가차없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불멸의 왕이 자신의 두개골을 움켜쥐고 있는 동안 철제 발톱이 무너진 뼈를 파고들었다. 그 마지막 치명적 순간의 메아리가 여전히 그의 내면의 빈 곳을 통해 울려 퍼졌고, 그의 거대한 형상은 전율했다.



'나는 망가졌고, 나의 렐름도 나와 함께 망가졌다.'



그의 말이 무덤 안을 가득 메아리쳤다. 죽은 영혼들은 그의 목소리에 겁에 질려 흩어졌다. 그는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여러 시대와 세계를 넘나들며 반복되는 그의 가장 어두운 꿈 속에서도 같은 순간을 몇 번이나 느꼈을까? 그것이 언제나 데몬블레이드는 아니었다. 어떤 때는 모든 한계를 초월한 마법이 깃든 단순한 검이었고, 어떤 때는 고대의 마법으로 빛나는 망치였다. 하지만 언제나 몸과 영혼에 타격을 입혔고, 그의 정신은... 조각나고, 흩어지고, 달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견딘다. 죽음은 죽을 수 없다. 별들이 회전하고 태양이 타오르는 동안에는 아니다.'



그는 죽음이었고, 죽음은 죽을 수 없었고, 죽지 않을 것이었다. 렐름들이 분열하고 현실이 무너지도록 놔둬라. 나가쉬는 항상 그래왔듯이 다가올 세계들의 심장을 찌르는 검은 가시가 되어 견뎌낼 것이다. 하지만 대가가 없진 않았다. 생존을 위해서는 언제나 대가가 따랐지만, 그는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갑작스러운 선명함이 안개를 뚫고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무엇을 하러 왔는지 떠올렸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순간, 혹은 하루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자에게 시간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충성스러운 아칸이 분명 그에게 상기시켜줄 것이었다. 지금은 그가 그저 행동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젠취의 이간질에 넘어간 지그마가 샤이쉬를 박살낸 후, 더 이상 막을 게 없어진 아카온은 나가쉬의 본진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가 나가쉬와 일기토를 벌임


본진이 박살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카오스 세력에서 나가쉬와 정면에서 맞설 수 있는 존재는 아카온밖에 없었을 만큼 나가쉬는 강력한 신이었음


하지만 4대신의 분노를 한몸에 받은 아카온은 그런 나가쉬조차도 초월한 강자였고 겨우 일합에 나가쉬를 완전히 파괴함


아카온은 나가쉬의 유해를 챙겨 샤이쉬의 최심부 지하세계로 도망치는 모타크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샤이쉬의 더 깊숙한 곳까지 따라가줄 이유는 없다고 여겨 추적하지 않고 놔둠



나가쉬는 단순히 샤이쉬의 신이 아니라 샤이쉬 그 자체에 가까운 존재였기에 아카온에게 살해당한 순간 그 여파로 샤이쉬 또한 몸서리치며 망가졌음


나가쉬의 통제에서 벗어난 모든 언데드들이 풀려나와 지상에서 날뛰고 죽은 필멸자들의 영혼은 더 이상 샤이쉬로 흘러가지 않고 죽은 그 자리에서 고여 망령이 되거나 카오스의 렐름으로 끌려가게 됨



나가쉬는 영혼만은 살아남긴 했지만 아카온의 그 일격에 정신이 수천 조각으로 박살나 렐름 전체에 흩뿌려진 탓에 수세기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샤이쉬는 방치됐음


한참이 지나서 조각난 정신을 일시적으로라도 모을 수 있게 된 나가쉬는 아칸이 부를 때마다 잠깐씩 깨어나 아칸과 대화를 나누곤 함


하지만 워낙 정신과 기억이 흩어져있는 탓에 아칸은 나가쉬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음


대화 중간마다 나가쉬의 반응이 사라지는 건 물론, 스스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계속 잊어버려 대화는 이어지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감


작중 시점 기준 거의 백년 가까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나가쉬와 대화해온 아칸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네페라타는 아카온에게 패배한 이후의 나가쉬는 그저 나가쉬였던 존재의 그림자가 아닌가 의심하는 지경까지 갈 정도로 에오지 이전 나가쉬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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