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The Emperor's Gift, 먼지 속 생존자 -2-

리만러스(222.110) 2024.02.25 16:24:56
조회 271 추천 14 댓글 5
														

7ceb8974b2826ff03ce798bf06d60403f8fa44200f1c568f6d


카탄과 바실라가 스트라테기움 동문 앞에서 잡담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바실라에게 속삭이듯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마치 귓속말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카탄은 강철도 자를 것처럼 강인했다. 그녀에게 속삭인다는 것은 오직 비밀 정보를 공유할 때 뿐이었다. 나는 둘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아, 히페리온님, 오셨어요?"


바실라가 날 보고서는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였다. 카탄은 씨익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약간 탄 꿀 같이 어두운 갈색 피부라서 그런지 하얀 이가 더욱 도드라졌다. 땋은 머리가 어깨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난 아틸라인들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아틸라인은 그녀가 유일했다. 아틸라인 부족들은 몸을 씻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기는 자들이었다. 카탄은 그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이라서 거의 씻질 않았다. 그래도 땀 냄새가 고약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쌍권총(Two-Guns)이로군요. 내 멋진 킬러님, 오늘은 어떻게 빼줄까요?"


그녀의 유혹은 내 기분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그녀의 유머감각은 나로썬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그게 목적인지도 모르지. 난 딱히 똑똑하거나 지혜로운 편은 아니었고 그런 것들을 배우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다.


"어째서 안 들어가고 밖에 있소?"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바실라의 얼굴은 고요함 그 자체라고 해도 좋았다.


"우리는 이단심문관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히페리온님의 동료분들은 이미 안에 계세요."


뒤에서 두 명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나는 고개를 들려 텅 빈 통로를 바라봤다. 달포드와 클로본이 코너를 돌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달포드는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었고 클로본은 헐렁하게 입은 옷 위로 자켓을 걸쳤다. 멀리서도 달포드가 면도할 때 쓴 크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클로본은 거짓말과 광을 낸 나이프 냄새가 났다. 달포드가 날 보더니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아, 잠시만. 내가 맞춰보겠으니 말하지 마시오. 이번에는 맞춰보지."


저 놀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재미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앞으로 몸을 숙여 견갑에 금으로 새겨진 내 이름을 보여주었다.


"아, 그럼 그렇지. 히페리온님, 안녕하시오."


클로본은 인사하지 않고 일행과 조금 떨어져 섰다. 칼날이 죽죽 그어진 그의 얼굴은 나를 외면했다. 소티스의 얼굴에 새겨진 흉터가 영광스러운 전투의 상흔이라면 클로본의 것은 타락한 이교도 의식의 산물이었다. 한때 이교도였던 자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니...녀석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입안이 썼다. 달포드가 엄지 손가락으로 잘 다듬어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걸 싫어해. 말한 적이 있던가?"


"한 두번 했었지."


클로본이 조용히 말하자 카탄이 비웃으며 말했다.


"거기에 한 천 번 정도를 더해야지."


"젠장, 난 스나이퍼란 말야. 우리 임무는 스나이퍼가 낄 자리가 많지 않다고. 만약 우리의 안니카 마님이 임무를 좀 더 신중히 고르지 않으신다면, 난 그냥 모디안으로 복귀해서 진급이나 하겠어. 그 쪽에서 먼저 제안해왔다구. 알고 있나?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연대를 이끄는 대령이 되었을지도 몰라. 모디안 아이언 가드 연대의 대령 프레데릭 달포드라. 생각해보니 정말 근사하군."


달포드가 자랑을 늘어놓다 카탄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징징거리는 것도 좀 달리 해보는 게 어때? 한 일주일 정도만 닥쳐 달라는 말이야."


카탄이 쏘아붙이자 달포드가 철저하게 연습한 티가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난 몇 번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데, 달포드는 시간이 날 때마다 거울을 보며 저 미소를 지으려고 연습했었다. 그러면 좀 더 멋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믿는 듯 싶었다.


"지금 내 말이 이해는 가? 내 더럽고 사랑스러운 여인. 그렇게 귀에 흙이 껴 있는데 잘 들리기는 하나?"


"나이-모리, 굳이 들을 필요가 없어. 네 거품끼는 입술만 봐도 다 아니까."


카탄이 아틸라인들의 욕을 섞으며 맞받아쳤다. 나이-모리는 말을 타지 않고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을 뜻했다. 기마민족인 아틸라인들에게 말 없는 하마전사라고 부르는 것은 꽤 지독한 모욕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녀의 행성에서는 상대방을 나이-모리라고 부르면 명예 결투까지도 벌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다. 전사에게 생존을 위한 사냥을 할 줄 모른다거나 부족 간의 전쟁에 나서기엔 너무 나약하다는 모욕과 견줄 수 있는 욕이 있을까? 난 그래서 조용히 둘의 설전을 지켜보았다. 사실 딱히 뭐라고 해야 할 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도 있었다. 뭐라고 한 마디 하면 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게 될 테니까.


난 저렇게 일상 대화나 교류를 경험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클로본이 날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정신과 얼굴은 완전히 상반되었다. 하긴, 일반인으로써 속마음을 완전히 지우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그는 표면만 살짝 굳은 용암 덩어리와 같았다. 저 아무렇지 않은 얼굴에 조금의 균열만 생겨도 그 틈으로 숨겨둔 감정이 용암처럼 흘러 나올 것이다.


그는 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날 두려워하는 사실을 혐오하고 있었다. 감정은 그렇게 숨기는 것이 아니지.


그러던 중 때마침 안니카가 나타났다.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은 양갈래로 땋아서 어깨 너머로 흔들리고 있었다. 펜리스인들은 여성스러움을 나타내거나 부족장의 권위를 내세울 때 저렇게 머리를 땋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지. 나에게는 둘 다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히페리온."


그녀가 나를 보며 인사했고 나도 답례했다.


"인퀴지터."


"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 여기서 죽치고 있었는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 이유가 인간들의 잡담을 들으려고 했다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아닙니다."


안니카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것으로도 이미 그녀는 내가 왜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알았다. 그녀의 감은 언제나 날카로웠으니까. 이단심문관이 문을 가리켰다.


"자, 그럼 다 모인 것 같으니 들어가요. 우리가 봐야 할 것을 확인해보죠."







멀뚱멀뚱 서 있는 히페리온 귀요미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6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04322 번역 근데 페러스하고 로가 대화보면 정말 재밌긴 핢 [15] 매옹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2051 33
304317 번역 마린이 실수면, 스톰캐는 후회지 [13]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2434 45
304299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xii 근위병 [26]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1117 39
304294 번역 타이탄 군단) 레기오 모르티스 [19]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1445 18
304287 번역 지그마는 거짓말쟁이다 [34]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2159 37
304277 번역 10판 서플 마지막 이야기 [5] 아즈모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1342 20
304169 번역 호헤 시점에 에눈시아는 황가 손에 있었음 [11]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1913 23
304073 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4- [6] 리만러스(39.123) 03.09 334 14
304032 번역 우프닥에게 애완 스퀴그 '공주님'이 생긴 이야기 [13]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1828 44
304027 번역 (Lazarus: Enmity’s Edge) 1장-2 [3] 방그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95 13
304024 번역 (Lazarus: Enmity’s Edge) 1장-1 [2] 방그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313 11
304011 번역 캡틴 타이투스 설정 캡쳐본 번역 [27]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438 44
304001 번역 난 깜귀 이부분이 제일 애달팠음 [11]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418 52
303998 번역 줜나큰다카) 깜귀는 태어날 때부터 잔혹한가? [1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782 74
303908 번역 함대전 소설 하면 두 가지 책을 추천하고 싶음 [9]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8 1713 28
303852 번역 오시아크 잡설 [25]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8 1783 32
303812 번역 샤드락 메두손, 스톰 워커, 소르골 클랜의 군주, 섀터드 리전의 주인 [13]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1186 19
303793 번역 [10th] 퍼라이어 넥서스 - 제정된 복수 [11] [5]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600 29
303758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xi 핏빛 왕관 [19]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1089 40
303755 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3- [5] 리만러스(222.110) 03.07 281 13
303667 번역 바퀴 교단 도대체 왜 나왔는가? [20]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2000 41
303656 번역 [10th] 퍼라이어 넥서스 - 뒤틀린 징조 🔟 [11]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675 15
303619 번역 여명인도자 3권 요약 - 아쿠시 성전군 [8]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876 28
303530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x 무로 돌리는 자 [9]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799 38
303476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ix 위임의 기사 [6]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849 35
303456 번역 [Blood Reaver]딸을 잃은 아비를 위로하는 나이트로드 [20] 히페리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2050 44
303446 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2- [3] 리만러스(39.123) 03.06 232 10
303421 번역 솔라 억실리아 아이톤 중 센티널 [19]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1623 25
303306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viii 텅 빈 옥좌 [12]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968 33
303245 번역 Sea of Souls에서 너희들이 알아두면 될것 [4] 꺼삐딴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682 16
303235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vii 공백 너머의 승리 [14]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955 39
303208 번역 와일더핀드의 설정 [11] 뻬인타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1706 26
303186 번역 [10th] 퍼라이어 넥서스 - 죽음의 진군 [9] [8]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4 784 23
303100 번역 나이트 가문) 카이사리안 가문 [17]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4 1678 21
303097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vi 더스크 [10]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4 1075 42
302983 번역 Shadows of the eighth - 3부 - 2 - 7중대의 투입 [2] Cpt_Ti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3 218 11
302977 번역 Shadows of the eighth - 3부 - 1 - 그들이 온다 [2] Cpt_Ti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3 238 14
302889 번역 줜나큰다카) 우프닥 vs 멕 로드 [1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2 1950 60
302789 번역 The Emperor's Gift, 서리의 심장 속으로 -1- [3] 리만러스(222.110) 03.02 220 12
302663 번역 줜나큰다카) 고크와 모크의 선지자 스나기 요약 [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1766 40
302648 번역 멬(26) 메카니쿰 병기고 2. [8]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612 17
302647 번역 멬(25) 메카니쿰 병기고 1. [12]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824 17
302597 번역 [카디아의 파멸]-2장-챕터3 [4] 아라고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394 21
302578 번역 타이발트 마르, 선 오브 호루스 제18 중대장, 얘, 외로운 늑대 [18]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1571 26
302564 번역 단테보다 나이가 많았던 챕터마스터가 있다? [19]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2643 41
302502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v 최후의 의례 [9]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1043 38
302500 번역 멬(24) 메카니쿰 특별 규칙 [4] 납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419 16
302461 번역 월드 이터 잡설 하나 [12] 피신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1548 29
302446 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iv 처형의 증인 [9]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993 42
302395 번역 엘다네쉬 - Warhammer 40k 위키 - 팬덤 [5] 시체분말(58.226) 02.28 567 1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