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톰캐 바그리아는 크라그노스에게 패배하고 도망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구르의 한 10살 소녀가 고향을 파괴하고 아버지를 죽인 블러드리버 군대로부터 정신 없이 도망친 끝에 태고의 정글에 도착한다.

그 정글은 소녀의 민족에 가장 오래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올 만큼 오래된 세라폰의 보호령인 메키톱사르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전부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되었다.

소녀는 그곳에서 화려하게 장식된 고대 수호자의 조각상을 발견하는데...

바그리아의 침입이 아니었다면 사우루스는 오랜 영겁 동안 에테르의 동면 상태에 머물며 카스텔란이 주둔했던 무너진 요새와 함께 서서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메키톱사르의 주권 렐름을 침범했고, 파수꾼은 이 야생의 아이와 그녀를 쫓는 블러드리버 사이에 어떤 차별도 두지 않았다. 파수꾼이 소녀를 죽였다.

혹은 죽이려 했거나.

그녀는 전개되는 반영을 바라보면서, 양팔을 펼치고 고개를 숙인 채 느린 사고의 전사가 죽음의 일격을 가하기를 기다리던 필멸자 소녀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파수꾼은 바그리아를 내려다보았다. 창조의 두 번째 새벽이 오기 전 영겁 동안 웅덩이에서 탄생한, 신과 같은 생명체들의 머릿속에서 비롯되었던 사고, 깊고 느린 사고가 그 눈을 통해 별자리의 우아함으로 움직였다. 파수꾼은 금빛 가시가 박힌 돌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일격을 휘둘렀다.

바그리아는 신-왕이 자신의 것으로 주장한 소녀의 육체가 눈앞에서 분해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눈물이 흐르도록 놔두었다. 소녀는 너무도 어렸지만,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지그마는 죽음에 대한 그녀의 갈망을 보았고, 그 갈망을 지그마 자신만의 도구로 삼았으니, 바그리아가 크라그노스와의 전투에서 보답하지 못했던 필멸자의 호의가 절실했다.

그녀의 마음이 굳어지면서, 그녀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자신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그마의 것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은)을 훔쳐냈다. 이것이 그녀가 언제나 자신의 얼굴과 몸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이형증의 원인이었다. 그 얼굴과 몸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지그마가 그녀를 리포징하기 위해 데려갔을 때 그녀는 아직 아이였다. 어른이 된 적도, 자신만의 몸으로 성장한 적도 전혀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신-왕이 만들어낸 존재였다.

그녀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 그녀가 가면이었다.

무너진 세라폰 요새 사이의 우거진 수풀에서 새소리 같은 지저귐이 들렸다. 바그리아는 반사된 영원의 수호자가 사실은 줄곧 자신의 뒤에 있었던 건 아닐지 궁금해하며, 여전히 날것 같은 눈으로 반사된 웅덩이에서 돌아보았다. 세라폰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느렸다. 많은 세라폰에게 스톰캐스트는 어둠의 노예처럼 자신들의 완벽한 질서와 주인들의 위대한 계획을 위협하는 새롭고 이질적인 존재로 남아있었다.

신-왕께선 남녀노소 가리지 않으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