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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이퍼 : 폴른의 군주] 7-1. 암흑 감옥 (1)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9 11: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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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암흑 감옥 너머로 지나친다. 헤카론과 동료 그림자 경비대원들은 결박을 깨고 나온 수용 대상 대부분을 확보하거나 죽인 뒤다. 폐허, 그리고 언젠가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다시 묶인 괴물들 사이로, 텅 빈 감방과 부서진 족쇄가 있다. 이 감옥 너머로, 무언가 탈출했다. 그리고 그 탈출한 것들 사이로, 암흑 감옥에 가장 최근 수용된 존재들이자 최단기간 동안 수용된 손님이던 낡고 검은 갑주를 두른 열한 명의 전사, 즉 내 형제들과 내가 있다. 헤카론에게 있어 우리의 부재는 오늘 밤 일어난 일련의 모든 재앙들보다 더 큰 부담이 된다.


”뭐가 보이오?“


헤카론은 자신과 함께 내 감옥에 선 파멸의 점복자에게 묻는다.


”너무 많소.“


안시아가 답한다.


”나는 아무래도… 이 공간은 메아리로 가득 차 있소, 헤카론. 오… 하지만 그 메아리가 너무 강하구려. 나는…“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침묵한다. 헤카론은 그녀의 주위를 공전하는 흑요석 구체처럼 기다린다. 그의 심중에는 자신의 생각이, 그리고 우려들이 선회하고 있다. 안시아의 경고를 들은 그는 그녀가 옳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녀가 미래 속에 본 파멸의 대리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만약 그런 감정들이 그에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나의 탈출은 그의 자부심을 찌르는 일이었으리라. 그렇지 않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지키는 것들에 가해진 위협이 그의 방어 태세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가 황궁에 나서 냄새를 쫓는 사냥개처럼 나를 쫓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헤카론은 그렇게 단순한 적수가 아니다. 그는 무자비하고 가차 없다. 재빠른 만큼이나 신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헤카론은 가장 훌륭한 사냥의 기술이 사냥꾼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파악하는 것임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파멸의 점복자 안시아를 내 텅 빈 감방으로 데려온 것이다.


안시아의 눈이 열린다. 그녀가 전율한다.


”무엇을 보았소?“


헤카론이 묻는다.


안시아는 무릎을 꿇은 채, 맨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그녀는 비범하고 섬세한 힘을 부리는 존재다. 파멸의 점복자로서, 그녀가 가진 능력의 태반은 워프가 미래의 사건에 대해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지 살피는 데 집중되어 있다. 그녀와 같은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예언자들이나 점쟁이들은 수없이 많다. 그들 중 몇은 진짜배기다. 하지만 파멸의 점복자는 점쟁이가 아니다. 그들은 제 의도와 집중력을 활용해 선견의 거품 너머를 파헤친다. 그들은 미래의 모든 사건을 보고자 하지 않는다. 단지 인류의 황제라는, 하나의 살아 있는 영혼과 연관된 영역으로 시야를 좁혀 바라볼 뿐이다. 이들 모두가 프리마리스 등급의 사이커다. 그들의 정신은 물질을 찢어내고, 물체와 접촉한 순간 과거를 읽으며, 약한 정신으로부터 사고를 찢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능력을 그저 부수적인 정도로만 여긴다. 얼마나 강대한 존재들인지, 이것만으로도 읽히지 않는다.


복합 단지의 이 영역에 설치된 사이킥 방호망과 공백 생성기는 잘 작동하고 있지만, 이 감방은 그 장치들이 불활성화된 채다. 지금 이 영역에, 워프의 출입이 허락된 것이다. 마법사의 육신을 공전하는 돌 구체들에 얼음이 엉긴다. 마법사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킨다. 육신 전체가 전율한다. 창백한 유령 같은 빛이 그녀의 눈에 가득 엉긴다.


”여기 앉아 있었군.“


그녀가 말한다.


”그는… 그는 기다리고 있었소. 보인다… 그랬군…“

”무엇을 보고 있소?“

”보여드리리다.“


안시아는 바닥에서 손을 든다. 그렇게 석재 바닥에서 형상이 끌려 나온다. 반투명한 채, 반짝이며 공중에 펼쳐지는 형상들이다. 저기 내가 있다. 불과 몇 시간 전,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눈을 감은 나의 형상이 유령처럼 펼쳐진다. 그 뒤로, 내 그림자였을지도 모를 다른 형상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 부러진 검을 든 자, 옥좌에 앉은 왕, 돌로 된 침대 위에 잠든 기사의 흐릿한 형상들이 거듭 변화하며 행진을 이어간다. 헤카론이 지켜보는 동안, 그 형상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변화한다.


”이것들은 뭐요?“


헤카론이 묻는다.


”이 형상들은 여기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는 것 같지 않소만. 놈이 했던 생각이오?“

”아니오. 이것들은 태어나지 못한 운명들이오. 나는 이런 종류에 속하는 것들을 본 적이 없소. 마치 그자의 미래가 분명하면서도, 끝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구려. 그의 미래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매순간마다 달라지고 있는 것 같소.“

”모든 미래가 그렇지 않소? 하나의 선택이 한 길의 문을 열고 다른 길을 닫는 것 아니던가? 우리 종의 역사에서 한참 먼 과거에 양자학자이 내린 통찰이었소만.“

”그렇소. 하지만 이것들은 결과의 분기가 아니라오. 다시 보시오…“


그리고 헤카론은 다시 본다. 헤카론의 정신과 시야는 예리하고 날카롭다. 그리고, 그 정신과 시야는 자신이 놓친 것을 본다.


”모두가 온전하고 각각 다른 미래들이군. 마치 미래의 가지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오. 일어날 것들이 가능의 영역에 남아 있는 형상 같소. 놈은 지금 하나의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오. 여러 길을 따라 움직이는군. 놈은 미래를 짊어지고 있소.“

”지금은 그렇지.“


안시아가 답한다.


”언젠가, 그 가능의 영역에 얽힌 것들이 무너지고 하나의 진실만 남게 될 거요.“


안시아의 육신이 떨리고, 유령처럼 떠오른 형상들도 깜빡이며 사라진다. 안시아가 바닥에서 손을 뗀다. 서리가 얼어붙어 하얀 손이다. 그 얼굴에는 통제력이 깊은 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녀의 고개는 꼿꼿하다. 안시아가 일어선다. 바닥과 벽에 엉겼던 얼음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위협은 이곳을 따라 도는구려. 그리고 여기서 시작되었고…“

”이 모든 미래가, 제1에 대한 위협이오?“

”모르겠소.“

”놈은 어디로 향한 거지? 그것을 볼 수 있겠소?“

”어디인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놈이 여기 있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것 같소.“


허공을 따라 형상 하나가 펼쳐진다. 매달린 형상이 깜박이며 서서히 선회한다. 그렇게 두 존재에게 스스로를 보이며, 나를 배신한다.


”검이라…“


헤카론이 중얼거린다.


”그것이 그 정신을 가득 채웠더구려. 마치 자식을 찾는 아비처럼, 저 검을 찾고 있소…“

”놈이 잡혔을 때, 검을 지니고 있었지. 놈의 덩치에조차 맞지 않는 거대한 검이었소. 칼집에서 꺼내지 않아도 알아볼 마냥, 희귀하고 기이한 물건이었지.“

”어디로 가져갔소?“


안시아가 묻는다.


”안전한 곳이었소.“

”그러면 그 검을 가져오는 게 좋겠소, 파수장 헤카론.“

”어째서?“

”이 황궁의 미로 속에서 당신이 놈을 찾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 검을 당신이 쥐고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소. 놈이 당신을 찾아올 테니까.“





휴 다음엔 존 프렌치 작품은 안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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