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화살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천둥이 드럼을 쳤다. 번개의 번쩍임, 끝나지 않는 빛의 일렁임. 카도는 고개를 들었다.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은 성벽과 밤의 군단 사이의 지면에 꽂혔다. 진흙이 갈라진 대지, 녹은 바위, 유리로 번쩍였다. 벼락은 그대로 폭풍 구름과 지상을 잇는 들쭉날쭉한 빛의 기둥으로 남았다. 천둥이 모루를 두드리는 듯 깜빡이는 벼락이 고동쳤다. 또 한 번의 섬광, 또 한 번의 빛줄기. 그리고 도시를 향한 망자들의 돌격은 이 왕국의 죽음에 어떤 새로운 힘이 개입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카도는 첫번째 번개의 광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빛의 중심부에 어떤 형상이 있었고, 그 섬광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빛줄기는 하늘과 만나는 지점에서 끊어졌다. 빛의 실이 떨어지면서, 땅 위 공중에 매달린 광휘의 구체가 되었다. 그리고 광채 속에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첫번째의 존재는...

금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근육 위로 쌓아올린 검은 갑옷의 존재는 신의 뜻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은 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것은 땅을 뒤흔드는 큼직한 발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망치가 치솟고, 번개의 줄기가 망치를 뒤따랐다. 육체의 형상이 아니라 검은 판금의 흐릿한 형상이었다. 돌격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진흙이 튀어 오르는 동안 번개가 그 옆의 땅을 내리치고, 휘어지고, 계속해서 내리쳤다. 번개가 품어왔고 천둥이 보낸 존재들의 첫 발걸음에 하늘이 들썩이고 공기가 흔들려 보이는 가운데, 비가 빛과 만나면서 수증기로 들끓었다. 그리고 그 섬광이 찰나 느릿한 명멸로 쪼개졌다.

점멸...

망치를 들어 올린 채, 중간 보폭으로 걸었다.

천둥...

죽은 전사들의 전열, 방패가 잠기고 창이 내려간다.

섬광...

창끝과 번개로 빛나는 갑옷이 한 손 너비만큼 떨어져 있다.

점멸...

죽은 자들이 쓰러진다. 뼈와 창이 쪼개진다. 망치 머리 뒤에서 부서진 두개골 파편이 공중에 떠다닌다.

첫 벼락이 내리친 그 순간부터, 모래시계 속에선 현재부터 과거까지 단 한 알의 모래만 떨어졌을 것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파괴의 순간이 해부되어 하나의 회화로 펼쳐졌다.

번개의 화살이 요새의 외벽을 강타했다. 카도는 움찔하며, 눈을 깜빡였-

그리고 본능의 포효가 자신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을 느꼈다. 카도와 낙뢰 사이에 있던 죽은 전사들이 사라졌다. 산더미 같은 칠흑의 갑옷이 그를 향해 날아오자 뼈 조각들이 공중을 휘저었다.

(...)

죽은 전사들이... 두 번째로 쓰러져 있었다. 망치질에 뼈가 박살나고 흩어졌다.

그리고 구름 위에는 끓어오르는 폭풍이 있었다. 번개가 왕좌의 요새와 성벽 밖 지상에 떨어졌다. 한 줄기가 아니고, 연속조차 아닌, 벼락의 숲이었다. 그는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꽃에서 피어난 씨앗처럼 폭풍 머리에서 폭발하는 전기구름 덩어리들, 그것들이 낙하하면서 불타오르는 백열, 검은 갑옷에서 펼쳐진 날개로 찢어지는 빛을.

(...)

왕좌의 요새에는 더 이상 죽은 자가 없었다. 산 자를 찾으려는 것도, 성벽 위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그을음 색깔의 갑옷을 입은 존재들뿐.

세상이 기울어지고 번쩍였다.

만빡이는 오늘도 오더의 신병기에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