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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후타바 워해머 공원 - 둥지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6 16:40:25
조회 583 추천 13 댓글 7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5710

 


새가 먼저냐 알이 먼저냐 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겠지만, 의미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니 그렇게 쓰겠다.


새가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해서 새가 태어나는 한살이의 순환에서 무엇을 먼저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의를 의미하는 말이다.


뭐, 알을 낳는 것은 새지만 그 알에서 새가 태어나고 그 때부터 새로운 새의 삶이 시작된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 곳곳 어디에서든 수많은 알들이 둥지에 놓여져 있고, 언젠가 그 껍데기 안의 노른자를 빨아먹은 조그마한 생명을 밖으로 잉태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흔하게 수백마리 닭들이 모여있는 양계장의 짚더미 속에서든,


혹은 나무가 우거진 숲의 가지에 걸려있는 둥지에서든 말이다.


그리고 그 숲이라 함은 여기 후타바 워해머 공원의 뒷산의 숲 또한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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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북쪽에 위치한 뒷산은 워낙 나무가 우거진지라 그 나뭇가지가 빽빽히 모여 하늘을 가릴 정도다.


덕분에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도 마실길을 시원하게 이용할 수 있어 한여름에 산책 코스로 추천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 덕을 보는 것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니,


나뭇가지와 잎들이 빽빽히 우거진 곳은 새들이 둥지를 짓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 예시가 하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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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위에 하나 지어져있는 이름 모를 둥지.


어미가 둥지를 뜨고 있는 탓이어서 무슨 새의 둥지에 무슨 새의 알이 있는 것인지는 알길은 없다만 그래도 둥지다.


수많은 잔가지들로 운동장처럼 둥그렇게 지어지고, 푹신푹신한 솜깃털이 쿠션처럼 바닥에 깔려있고 그 위에 놓여져있는 여러개의 알.


이 둥지를 지은 새 또한 이 나무 우거진 공원의 뒷산에 둥지를 짓는게 이득이라 생각하고 정성스레 지은 것일 것이다.


통계적으로 생각한다면 - 물론 새에게 그런걸 생각할 지능까진 없을테지만 - 합당한 선택이다.


주변에 가지와 나뭇잎들이 빽빽이 우거져있는 탓에 천적들의 눈을 피할 수도 있고, 그늘 덕에 뜨거운 햇빛에 알이 익어버리는 일도 방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알들은 조용하게, 그리고 무방비하게 놓여있다.


자리를 뜨고 있는 어미도 방치되어있는 알들의 걱정을 않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주변 환경 덕분에 은폐되어 있으니 늘 그랬듯 적어도 뱀이나 다른 새들같은 포식자들의 눈에 띄일 확률은 적을 것이라 생각하고 둥지를 비운 것일 것이다.


문제는, 이번 도둑들은 어미 새가 생각하는 그런 놈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거진 나뭇가지들 사이로 작은 형체들이 날렵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다람쥐는 아니다. 이 세상 어느 다람쥐가 두발로 위태로운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겠는가. 더군다나 다람쥐는 이들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지도 않는다.


더 작고, 더 가늘고, 털 대신 망토로 몸을 둘러싸고, 길다란 라이플을 갖추고 있는,


이 세상에 발을 들인 침략자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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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아수랴니의 레인저들이다.


동포들의 영토에서 벗어나 위험한 야생을 헤쳐나가며 정찰의 임무를 맡는 유랑자이자,

은밀성과 저격능력으로는 하나하나 특출함을 자랑하는 수색대다.


평소라면 이 격전지(공원) 북쪽의 산맥(뒷산)의 거목림 꼭대기 사이를 두고 드루카리들과 쟁탈전을 벌이는 아수랴니 동포들을 위해 아직 임자가 없는 거목들의 꼭대기나 밑동, 혹은 탈환해 차지할 수 있는 적들의 영토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을 그들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목적으로 거목(나무) 사이의 빽빽한 나뭇가지의 미로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찾았어, 저거야."



소총의 수정렌즈를 통해 목표물을 포착한 레인저 대원이 말했다.



"총 몇개야?"

"5개. 문제없어. 주변에 어미도 보이지 않고."

"좋아, 접근하자."



아수랴니의 정찰대들은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며 어미가 자리를 비운 둥지에 가까이 갔다.


지금의 이 자리에 있는 레인저들은 동족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어린 축에 속하는, 사람으로 친다면 청년 초반기, 즉 아직 애송이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었으니,


이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둥지의 알이다.


어째서 어미 괴수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알을 훔친다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일을 하는 것이냐 하면,

바로 이 거대한 세상으로 진출한 엘다 레인저들 사이의 일종의 신고식 때문이다.


아엘다리들을 비롯해 은하계의 침략자들이 이 이차원의 거대 혹성에 개척의 손길을 뻗어온지 꽤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다.


그만큼 단순히 진출해 전초기지를 세운 것을 넘어 아예 이 격전지(공원)에 이미 정착해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었고, 고유한 독특한 문화를 세운 세력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신참 레인저들이 속한 아수랴니의 크래프트월드 엘다들도 그 중 하나였다.


격전지(공원) 북쪽의 산맥의 거목림(뒷산 숲)에 정착한 이후 아수랴니들은 거충(말벌)이나 괴조(비둘기) 등 수많은 흉악한 토착괴수들을 상대해야했고,

그런 그들 중에서 야생의 위협과 가장 많이 마주치는 레인저들은 괴수들과의 싸움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세워나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참이 한명의 어엿한 레인저로 입단할 때 치뤄야하는 특별한 신고식,

바로 괴조의 알을 훔쳐내야하는 것이었다.


한조에 한알씩, 종류에 상관없이 훔쳐서 돌아올 수 있다면 당당한 레인저로 인정받는다,

그것이 이 세상에 자리잡은 레인저 신고식의 내용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둥지의 알을 노리는 젊은이들이 그 시련을 거치는 신참 조들 중 하나였다.



"좋았어..."



둥지를 이룬 나뭇가지 더미 위로 올라선 엘다들은 둥지 안을 내려다보았다.


매우 희고 둥근 알들이 둥지 속에 놓여있었다.


군더더기 검은 점이나 얼룩하나 없이 매우 매끈했고, 그 흰색은 상아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거대했다.



"정말이지 크다..."



레인저 1명이 감탄하듯이 말했다.



"주변에 망 잘봐줘. 혹여나 모르니까."

"좋아."



주변을 잔뜩 경계하면서도 젊은 레인저들은 둥지 안으로 들어섰다.


리더 격인 레인저가 알 하나 앞에 섰다.


크다. 그 이상 설명하기엔 어려웠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엘다 1명의 키는 거뜬히 넘을 정도로 크고 무거워보였다.


이걸 어째서 1인 1개가 아니라 1조에 1개 씩 가져오라는 것인지 레인저는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정도 크기라면 1명 당 1개는 고사하고 가져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레인저는 알 하나에 귀를 대었다. 귀와 손에 상아처럼 매끈한 촉감이 느껴졌다.



"유정란이야?"

"잠깐만 있어봐..."

"무정란이면 의미없어. 5개나 되는데 설마 하나도 없을리가..."



레인저는 계속해서 유정란이 있는지 살폈다.


알 하나하나에 귀와 손바닥을 대고 생명반응이 느껴지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렇게 계속 알들을 살피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알을 확인하던 중,



두근,



껍질 너머에서 무언가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심장소리,

아직 불완전하게 형성한 장기의 약한 고동음이었다.


유정란이었다.



"찾았다! 유정란이야!"

"좋아!"



유정란을 확인한 젊은 레인저들은 환호했으니,



"서둘러! 반중력 패드 꺼내!"

"중심 틀어지지 않도록 고르게 붙여!"



레인저들은 품에서 납작하고 얇은 패드 모양의 장치를 꺼내고는 알에 붙였다.


알에 부착된 패드는 엘다들의 정신에 감응하며 빛을 내더니, 이내 반중력 파장을 약하게 뿜어내며 알을 공중에 서서히 띄웠다.



"서두르자, 저녁놀이 지기전까지는 회랑도시에 돌아가야해."



이제 가지고 무사히 돌아가야할 일만 남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안그래도 온갖 위험한 거대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산맥의 거목림,


이 둥지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 신참 레인저들은 온갖 괴수들과 마주쳐 도망쳤고, 드루카리 도적 떼의 습격을 받기도 하며, 거대종(일반인)들의 눈에 발각될 뻔하는 등 온갖 고초를 치루고 다녔다.


이제는 알에 금하나 가게 하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돌아가야한다는 어려운 조건 하에 그 험난했던 길을 다시 나아가야 했다.



"어서 가자. 갈길이 멀-"

스윽-



그렇게 한시라도 빠르게 알과 함께 둥지를 뜨려던 중,


갑자기 그들이 서있는 자리에 시커먼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나뭇가지가 우거진 거목림이었지만, 그 새어들어오는 햇빛 사이로도 이변은 확연히 보였다.


그리고 주변에 별다른 변화가 없던 상태에서의 이변이란,

곧 다가올 일에 대한 경고였다.



"저, 저기!!!"



불길함을 채 느낄 틈도 없이 엘다들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로 가려진 하늘 위에서,

거대한 죽음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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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익-

"파올추다(Faolchu)!!!"



어미가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하필, 격전지(공원)에서도 수많은 공중 병력들을 파괴시킨 악명높은 괴수,

엘다들이 신화 속의 위대한 매의 이름을 따 파올추라 부르는 괴조(매님)가 그 거대한 발톱을 피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해라!!!"

"우와아아아악!!!!"

쉬잉-



상황을 파악한 레인저들이 몸을 던지듯이 사방으로 피한 후 찰나,



콰악-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발톱이 둥지의 나뭇가지 더미의 일부를 박살냈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충격에 날려 사방에 튀었고, 엘다들은 사방에 나동그라졌다.



"다들 괜찮아?!"

"저기, 저기저기 또 온다!!!!"



서로의 안부를 물을 틈도 없이 괴조는 순식간에 둥지에 날아왔다.


그리고는 감히 자신의 둥지의 새끼들을 노리는 침입자들의 향해 무자비하게 발톱과 부리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악!!!"

"피해!!! 피해피해!!!!"



골라도 하필이면 파올추의 둥지를 고른 것이었다니,

레인저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자책하며 둥지 사이로 내리꽂혀지는 부리와 발톱을 이리저리 피하고 다녔다.



"알!!! 알을 지켜!!!!!"



그래도 알은 지켜내야했다.


노을이 지기 전까지 시간이 없는 데다가 이 둥지 말고는 별다른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유정란 외에는 더는 기회는 없었다.



"알들 뒤로 숨어!!!"

"우와아아악!!!"

"주의를 분산시켜!!!"

삐이이이이익-!!



쉴새없이 쪼아대는 어미의 공격과 이리저리 피하는 레인저들의 움직임에 알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둥지 안에 깔아놓은 솜털과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등,

둥지는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난리가 계속되던 그 때,



삐이이이익-!!!

"우와아악!!!"

콰직-



괴조(매님)가 날리는 부리를 피해 레인저 1명이 간신히 몸을 숙여 피했다.


그러나 그 날아온 부리는 둥지 바깥쪽을 부숴버렸으니,

레인저는 괴조(매님)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곧 그 구멍으로 미끄러져 매달렸다.



"우와아아아악-?!?!"

"샤미!!!"



나머지 레인저들이 부서진 쪽에 매달린 레인저의 이름을 외쳤지만, 괴조(매님)이 사정없이 공격을 가하는 와중인지라 구하고 싶어도 구하러 갈 틈은 없었다.



"으...끄으윽...!"



매달린 레인저는 안간힘을 쓰며 다시 올라올려고 했지만,

재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샤, 샤미!!! 알!!! 알!!!!!""

"!!!!!!!!"



둥지 일부가 박살난 충격 때문이었을까,

반중력 패드를 붙인 유정란이 중심을 잃고 하필 그 레인저가 매달려있는 부서진 곳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반중력 패드를 붙인지라 구르면서 다가오는 건 아니고 살짝 뜨며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만약 위태위태하게 매달려있는 레인저를 그대로 덮치게 된다면 그 중량은 결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가볍지 않을 것이었다.



"이, 이런 망할, 아슈란이시여!!!"



급해진 레인저는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며 올라가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다시 둥지로 기어오르는 시간보다 유정란이 그가 매달린 곳까지 다가오는 시간이 더 앞섰다.



"알!!! 알지켜!!!!!"

"안돼애애애애!!!"

삐이이이익-



난리 속에서 어미의 공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피하던 레인저들도, 침입자들을 제거하려던 어미 괴조(매님)도 뒤늦게 유정란이 둥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유정란을 지키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둥지의 부서진 곳 가장자리에까지 다가간 유정란은,

이내 바로 그 아래 매달려있던 레인저를 덮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악!!!"

"샤미이이이이이!!!"



유정란과 함께 매달린 레인저는 비명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고,

다른 레인저들도 덩달아 동료든 유정란이든 구하기 위해 (혹은 또 어미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둥지에서 뛰어내렸다.



삐이이이이이익-



자기 알이 떨어지자 어미 괴조(매님)도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알이 사라진 바닥을 바라보았지만,

사라져있었다. 떨어진 알도 침입자도 이미.


어미는 급하게 아래를 둘러다보며 알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저멀리 땅바닥으로 떨어져버린만큼 이미 깨진지 한참이 되었을 것이다.


어미는 구슬픈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온 노력을 기울여 잉태해낸 생명이었거늘,

1개, 그중에서도 가장 생기 넘치던 알이 이렇게 사라져버리다니.


어미는 둥지에 들어와 알을 훔치려던 기이한 작은 벌레들을 원망했지만, 슬퍼해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


설령 원수를 갚으러 그 벌레들을 찾으러가려 해도 알들이 무방비 상태로 놓일 것이었으니,

지금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남은 알들이라도 지켜내며 키워내는 수밖엔 없었다.


녀석은 남은 알들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깃털로 품었다. 그 눈빛은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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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괴조(매님)의 둥지의 보이지 않는 아래쪽의 사각,


그곳에는 레인저들이 거목들의 나뭇가지 사이에 올라탄 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으니,



"샤미!! 샤미!!!!"

"어이!! 어디로 갔어!! 샤미이이!!"



젊은 엘다들은 유정란과 함께 둥지 밖으로 떨어진 동료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으며 찾고 있었다.


레인저들은 사라진 알은 둘째치고 사라진 동료를 부르며 아래를 흝어보았지만,


모습은 커녕 화답도 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샤시여..."

"하다못해 스피릿 스톤이라도..."



젊은 엘다들은 비통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신고식을 마치기도 전에 이런 연고하나 없는 이방의 세계에서 허망히 목숨을 잃다니,


하다못해 그의 혼이 고향 크래프트월드에 안치될 수 있도록 스피릿 스톤이라도 회수할 수 있기를 바랬지만, 어디로 떨어졌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에선 회수는 고사하고 시신조차 어디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저 멀리 아래 거목 밑둥, 몬카이와 오크와 타이라니드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 땅바닥에 떨어져 시신이 산산조각났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비탄에 잠겨있던 그 때,



"...여...기야......"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레인저들은 즉시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 아까 떨어진 그 레인저가 거목의 나뭇가지 군집에 그물처럼 걸려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의 옆에 유정란 또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샤미!!"

"무사했구나!!"



그가 살아있었다는 사실에 레인저들은 환호하며 바로 뛰어갔다.



"괜찮아?! 다친데는 없고?"

"괘... 괜찮아... 일단 나 좀 여기서 빼주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일으켜세워진 그는 겨우 다시 나뭇가지 위에 섰다.



"으아... 진짜 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나뭇가지에 걸렸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저 아래 수직으로 떨어져서 시체도 못찾았을거야!"



레인저는 숨을 고르면서도 동료들이 때리는 등짝 스매싱에 아픈듯이 허리를 꼿꼿히 세웠다.



"자, 잠깐만!! 알!! 알 상태를 봐야해!"



그는 급하게 알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 무사하네..."



다행스럽게도 반중력 패드가 부착되어 있던 덕이었을까,

유정란은 나뭇가지에 끼인 것 빼고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야이, 지금 네 영혼이 자칫하면 '그녀(슬라네쉬)'에게 끌려갈 뻔했는데 알이 중요하냐, 지금."

"지금 신고식 통과 못하면 다시는 기회없는거 알잖아, 임마."

"근데... 여기서도 스톤 깨진채로 죽으면 끌려가나?"

"그래도 뭐 어쨌든 너도 무사하고, 알도 무사하니 다행이네."



레인저들은 알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턴곳이 하필 그 파올추(매)의 둥지였다니..."



그 사실을 되뇌이자 레인저들은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격전지(공원)의 모든 세력들의 공군 사이에서 그 악명높은 괴수(매님)의 둥지에 있었다니,

그리고 그 괴조의 습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쩐지 알이 엄청나게 크더라. 다른 놈들(비둘기) 거에 비해서 수배는 더 커보이는데."



엘다들은 감탄하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최초아냐? 그 파올추(매님)의 알을 가지고 간다니!"

"김칫국 마시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거 들고 돌아가려면 또 한고생이잖아."

"그래도 그 파올추(매님)의 알이라고! 이거라면 정식으로 레인저로 인정받는 건 물론이고 영웅 칭호는 따놓은 당상이야!"



젊은 레인저들은 흥분해하며 말했다. 아직 그 나잇대다운 혈기였다.



"...그놈 같은 괴수가 앞으로 고향에서 동포들을 태우고 날아다닐 거라는게 상상이 안가네."



원칙적으로 신고식에서 얻어온 알들은 원래 우주로 회수된다음 크래프트월드를 지키는 수호짐승으로서 사육된다.


지금도 은하계 몇몇 크래프트월드의 생태 환경이 조성된 내부에서는 그런 알에서 태어난 거조들이 거하며 생활하는 중이다.


이 알에서 언젠가 태어날 거조도 아수르얀의 자손들과 함께한 그러한 삶을 살게 되리라, 레인저들은 그리 생각했다.



"어쨋든 이제 빨리 돌아가자. 저녁놀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돌아서 가자. 시간은 걸려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거야."

"도중에 코모라 야만인들이나 어미를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지."



레인저들은 채비를 마치고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반중력 패드 상태 체크하고. 이거 잘못 하나라도 나가면 사단난다."



반중력 패드가 부착된 유정란이 레인저들의 사이킥에 반응해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이 정도라면 나뭇가지 사이를 움직일 때에도 문제 없을 것이었다.



"갈길이 멀다. 가자!"



리더가 앞장서자 레인저들은 빠르게 거목의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며 움직였다.


유정란 또한 공중에 살짝 뜨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둥지에서 어미의 품을 벗어난 이 알은 이제 다른 세상에서 보금자리를 얻어 원래의 동족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레인저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보고 떠올라서 싸질러봄


+ ps. 아래는 매님 데뷔작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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