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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명예와 철의 - 우주 해병 정복기 4권 - 2장 일부

q(218.157) 2024.05.27 01:07:35
조회 356 추천 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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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대균열 때문에 쿠라딤이라는 행성에 뜬금없이 워프스톰 타서 날아온 아워가 쿠라딤을 대대적으로 침공해서, 제네시스 챕터가 필사적으로 방어중이지만 승산이 없는 상황임. 이 시점의 화자 조비안은 제네시스 챕터의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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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안은 망자의 도시가 되어 버린 디나스의 골목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사방은 온통 끔찍한 학살 현장이었다. 뛰어다니며 땅을 박차는 시끄러운 소리가 불길이 타닥거리고 지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리지 않을 만큼 묻어버렸다. 적의 공세에 맞서 벽을 사수하는데 실패한 탓에 함께 만들고 지키기로 한 도시를 가로질러 가기가 더 힘들었다. 조비안은 거의 순간적으로 단어를 떠올렸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곳을 - 설령 흔적도 안 남을만큼 무너지기 전이라 해도 - 굳이 도시라 불러 주진 않았겠지. 한때 이 행성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었고, 오래 전에 버림받은 거대한 첨탑들이 썩고 있거나 땅에 파인 구멍에 잠겼다. 지금 서있는 곳은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던 낡아빠진 거주지 중 하나였다.

성한 건물이란 없었고, 부서진 록크리트 사이로 타버리고 부러진 이빨마냥 삐죽한 골격이 보였다. 바닥 여기저기에는 시체와 조각난 몸뚱아리가 널부러져 있었다. 조비안은 거리를 녹여버린 폭격에 휘말린 사람들의 뒤틀린 모습 사이를 지나갔다. 몸을 구부리고, 빠지고는 팔꿈치와 무릎까지 도로에 잠기고, 살갗 위에 타오른 옷을 걸친 채로, 극심한 열이나 다른 근처의 수많은 물질 등이 사람들의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다른 자들은 불폭풍과 열압력 폭발의 후폭풍에 휘말려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조비안의 적은 교활하게도 포탄을 딱 필요한 양 만큼만 투자함으로서 자연적으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서로 알맞을 만큼 가깝게 불을 내어 불이 뭉쳐서 큰 불이 되도록 했다. 그러한 갑작스러운 기온차 탓에 폭발같은 위력으로 공기가 빠져나갔고, 그 자리의 사람 몸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쪼그라지고 가죽만 남아 한때 인간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몰골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조비안은 그 시체들을 보며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같다고 생각했다. 이상할 정도로 큼지막한 옷에 파묻혀 있었지만 말이다.눈을 깜빡여 망막에 비추는 화면의 표식을 눌러 복스망에 응답이 있는지 확인해 행성 어딘가에 거점을 사수하고 피난 시도를 하려는 형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들리는 건 잡음 뿐이었지만.


조비안은 속도를 줄이다 멈추고는 주변을 돌아보며 볼터를 겨눴다. 함께 퇴각하던 숨이 가쁜 보조군 몇이 추격하는 자들의 묵직한 총소리에 몸을 숙였다. 조비안은 조준에 신경쓰며 볼트건을 한발씩 쐈다. 병사들이 조비안의 총격이 적의 총소리인양 움찔거렸다. 마지막 남은 일반인 병사중 한 명이 들고 있는 저격형 라스 소총의 무게에 고생하며 지친 채로 조비안에게 느릿느릿 다가왔다. 우주 해병의 5미터 안까지 다가왔을 때 쯤에 오른쪽 넢적다리에 볼트탄이 맞아, 망가진 길에 부딛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도탄된 총알인데다 관통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거운 탄두에 얻어맞는것만으로도 다리가 거의 잘릴 정도였다. 병사가 조비안에게 다가오며 토해내 빠르게 생기는 핏빛 웅덩이는 명백히 경동맥이 터졌음을 나타냈다. 병사가 뭔가 말하려 할때 다음 탄환이 갑각 갑옷의 등을 뚫었고, 그럼에도 잠깐이나마 움직이며 아직 살아있기라도 한듯이 손을 꽉 잡았지만, 조비안은 그게 뭘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약사가 발포해 맞은 역도 하나가 휘청이는 동안 다른 놈들이 엄폐하기 위해 흩어졌다. 그 다음 두 발이 세라마이트 판 사이의 더 유연한 부분을 때려 이단자의 팔꿈치 부분을 날려버렸다. 그 자가 잡고 있던 화염방사기가 그와 함께 떨어지며 먼지를 흩날렸다. 곧 피격당한 반역자의 역겨운 동족이 제압 사격을 갈겨 조비안을 내쫓았다. 조비안은 방금 맞춘 아이언 워리어가 피를 흘리고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가 없었다. 팔뚝이 떨어져 나갈 때 특유의 검은 연기를 봤었다. 기계화 시술이었다. 조비안은 저 뒤틀린 자의 몸뚱아리 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적의 남은 부위를 다 합친다 한들 사람 한 명 분량이 나올지조차 의문이었다. 저 치들은 그저 증오와 철 뿐이었고, 오랫동안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고개를 돌린 그는 죽은 사수를 슬쩍 바라보고는 이름을 떠올렸다. 라스크. 지원자일때부터 쭉 보고 있었던, 뉴파운드의 다른 수많은 젊은이들처럼 제네시스 챕터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던 자를. 심지어 라스크가 승천에 실패하던 그 순간에, 조비안이 집도한 첫 이식 주기의 수술에서 라스크의 몸이 이식물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걸 지켜봤었다. 그 이후로 라스크는 그저 그냥 일반인으로 남았다. 조비안과 형제들이 이곳 쿠라딤에서 한 또 하나의 실패로서.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복스를 다시 확인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 조비안은 불에 뒤틀린 길로 물러나기로 했다. 어쩌면 이곳에서 지나친 불타버린 딱한 자들은 이곳의 시민 중에선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완전히 부서져 아무것도 지킬 수 없던 지부의 거점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올림피아식 사슬에 묶였다. 조비안은 본인의 의사조차 관계 없이 누군가의 생명력을 혼돈의 군세에 바치는 이단 행위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죽는게 강제로 배교하는것보단 나을 것이었다.
아이언 워리어가 다시 쫓아오자 조비안과 함께 가던 병사 둘이 볼터 사격에 쓰러졌다. 보조군 단 한명만이 허리까지 오는 잔해 더미 뒤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일어서라." 조비안이 그 옆에 서면서 말했다.
"가 각하. 모, 못 하겠습니다." 병사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조비안은 공포의 시큼한 악취가 기진맥진한 상황에 더했음을 눈치챘다. 약사는 병사의 절망을 맛봤고, 그게 마음 속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조비안은 병사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팔을 부수거나 어께에서 탈구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병사를 세웠다. 철컥 거리는 파편 수류탄의 쇳소리가 그들 뒤에 울리자 병사의 눈이 벌어지며 본능적인 두려움에 가득찼다.


조비안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반응했을 뿐이었다. 바로 웅크리고 갑옷으로 부푼 덩치로 보조병이 수류탄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았다. 그리고는 병사를 잡고 있던 팔을 풀고, 기폭 직전에 자신의 가슴에 꽉 밀착하게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빛과 소리가 조비안을 삼키고는 사라지고, 곧이어 투구의 감각 차단 체계가 조정 작업을 벌이기 시작하자 빛없는 정적이 찾아왔다. 병사가 엄폐중이었던 뒤의 잔해 더미가 폭발을 일부 막아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비안은 마치 천둥 망치를 등에 맞은듯한 통증을 느꼈다. 동력부가 정면으로 얻어맞는 동안 갑옷의 제어 체계가 잠시 멈칫거렸다.


연기와 파편이 잦아들자 조비안은 병사를 내려놨다. 병사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이상하게 뒤틀리고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 채로 축 늘어져 있어, 조비안의 품 안에서 그대로 으스러졌던것만 같았다. 약사 본인은 전혀 다치지 않았는데도.


인류의 수호자로서, 내가 무슨 쓸모가 있지? 무심결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더 오래 살아남는들? 폐허를 지키고 있는 벽에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어?
조비안은 죽은 병사를 놔 주었고, 뼈가 없기라도 한듯이 병사는 먼지 속에 쳐박혔다. 볼트탄이 또 날아와 약사의 견갑을 때려, 갑옷에 걸어둔 수확한 형제들의 유전인자가 사슬에서 흔들렸다. 동포의 마지막 남은 살점이 강화 유리 안에서 출렁였다. 아드레날린이 솟음과 동시에 조비안은 앞으로 몸을 날려, 도시 더 깊은 곳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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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2장을 끊으면 될텐데 이상하게 헬리오스 파트를 2장에 더 붙여놨네...


정규 번역인건 아니고 그냥 이야기 나와서 생각나서 저 부분 그냥 번역해옴. 저 독백 참 슬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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