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스 헤러시나 바답 전쟁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참수(Beheading) 사태도 그 못지 않게 스페이스 마린의 정치적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줌.

막시무스 테인은 그냥 보면 전임자인 쿠어란드의 의지를 이어받아 훌륭하게 책무를 수행한 지휘관으로 보이지만, 쿠어란드와 테인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함. 쿠어란드가 임페리얼 피스트의 대표로 후계 챕터들을 결집시킨 건 어디까지나 제국을 지키겠다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고, 로드 길리먼의 자리에 오른 것도 당시 하이 로드들의 능력으론 비스트를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임. 쿠어란드는 철저하게 의무감과 책임감만을 갖고 총사령관직에 앉았던 거지, 그 자리의 권력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음. 모든 하이 로드들 앞에서 비스트 사태만 끝나면 깔끔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일개 스페이스 마린으로 물러나겠다는 공약을 했으며 그 태도는 진솔했음. 스페이스 마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던 인퀴지션의 대표 베리투스(키릴 신더만)조차 쿠어란드의 행동을 보며 과거에 알던 누군가(아마도 가로나 로켄)가 떠오른다는 칭찬을 해주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만큼 정치에 대한 욕심 없이 고지식하게 스페이스 마린의 의무만을 추구했던 인물.

그러나 쿠어란드가 죽고 로드 길리먼이 된 테인은 초인 우월주의에 빠져서 아워로 넘어간 피스트 익젬플러 소속 아니랄까봐 전혀 다른 행보를 보임. 비스트 사태로 하이 로드를 비롯한 필멸자들에 대해 불신감과 경멸감이 커졌고, 하이 로드들을 협박해 법을 뜯어 고치고 스페이스 마린 파운딩을 적극 실시했으며 그나마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는 반고리치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고 정작 자신은 테라를 내버려둔 채 멀리 원정을 떠남. 쿠어란드와 달리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많은 개입을 했고 이는 훗날 참수 사건과 반고리치의 폭정이라는 큰 참사를 불러옴.

부패한 하이 로드만 죽은 거면 모를까 비스트 사태때 적극 협력하고 도움을 줬던 하이 로드들까지 모조리 숙청당했고, 헤러시때도 죽지 않고 살아서 2천년을 버텼던 초대 인퀴지터 베리투스조차 허망하게 목숨을 잃음. 이때 인퀴지션은 존속의 위협을 받아서 잠자코 찌그러져 있어야만 했으며, 반고리치가 자기 멋대로 폭정을 일삼고 파운딩을 마구하는 걸 그저 지켜봐야만 했음. 이때 파운딩이 인퀴지션의 감독 없이 얼마나 대충 이뤄졌냐면, 카차로돈스, 세이블 소드, 헤일로 브레스런, 마린즈 말레볼런트 등등 출신이 불분명하거나 행적이 미심쩍은 온갖 챕터들이 4차 파운딩을 대표함. 알파 리전이 잠입해서 파운딩 챕터로 위장해도 몰랐을 거임.

결국 필멸자들의 한계나 정치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군인이면서 일을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훌쩍 떠나버린 테인은 비스트 사태가 끝났는데도 제국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테라로 돌아와 반고리치를 직접 숙청함. 테인은 인퀴지터 로드 위낸드에게 반고리치가 제국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데 협조했으니 반역자로서 죽으라고 하지만, '반고리치에게 권력을 몰아준 건 너고 반고리치를 막아달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모두 무시한 건 너니 너도 잘못이 있다'는 위낸드의 말에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한동안은 일을 잘했으니 별 문제 없었고, 그가 쓸모를 다 할 때까지 오래 살 줄 몰랐던 건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널 죽이는 게 내 의무다.(He was doing a reasonable job of ruling Terra, so I believed. He has outlived his usefulness, and that is my fault, but it is my duty to kill you nevertheless.)' 라는 식으로 궁극의 내로남불을 보여줌.

결국 막시무스 테인도 충성파로 남았을 뿐 초인 우월주의에 빠져 아이언 워리어로 넘어간 자기 부관과 별로 다를 게 없었던 인물임. 반고리치에 대해 '쓸모' 운운하는 부분이나, 반고리치에게 권력을 몰아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나, 제국의 군사력이 강해지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받아들이는 방식 등등... 비스트 사태 당시 하이 로드였던 열두 명은 비스트 사태 때는 무능했을지라도 최소한 그 이전까지는 제국의 황금기라고 불릴 만큼 평화롭고 안정적인 제국을 유지했던 인물들이었음. 스페이스 마린은 군인답게 책임을 다하면 뒷선으로 물러났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서 결국 제국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비스트 이후에 벌어진 참수 사건임.

이 때문에 비스트 사태 이후론 프라이마크 길리먼이 돌아오기 전까지 스페이스 마린이 제국의 요직을 차지하는 일이 없었으며, 하이 로드들과 인퀴지션이 제각기 자기들의 직속으로 움직일 스페이스 마린 챕터들을 파운딩하기 시작함. 레드 스콜피온, 엑소시스트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