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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제이고 세바타리온 단편 : The Long Night (1)

Mark1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13 20:07:43
조회 900 추천 23 댓글 2
														

소녀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제이고, 아직 살아 있나요?”


세바타는 등을 기댄 포스 배리어의 끊임없는 감촉을 무시하며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오직 어둠뿐이었다. 해가 진 밤의 어둠이 아니라, 그의 시력으로도 뚫을 수 없는 절대적 어둠의 베일이었다. 다크 엔젤은 그를 빛이 없는 감옥 안에 가두었고, 하루에 한 번 15분씩만 조명을 켰다. 그 때가 식사하도록 허용된 시간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영양죽은 텁텁한 화학물질의 맛이었고, 에너지바는 혀에 젖은 모래처럼 달라붙었다. 세바타는 간수들에게 매 식사시간마다 씩 웃으며 여태껏 먹은 음식 가운데 최고였고,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옥 안의 어둠속에서 그는 편안했다. 어둠이 그의 아픈 눈을 맨몸에 걸친 실크처럼 달래주었다. 안타깝게도 어둠은 머릿속 전체를 헤집는 끔찍한 통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포로로 잡힌 이래 소녀의 목소리만이 고통을 덜어주었다. 그의 잠재의식 속에 흩뿌려진, 살해당한 자들의 목소리 가운데 유일하게.


세바타는 죽은 자들에 대한 꿈을 백 번도 넘게 꾸었다. 깨어나고 첫 심박이 울리는 동안, 감옥의 어둠속에서 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머릿속에선 그들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세바타는 알고 있었다.


밤 동안의 긴 주시 속에서 지루함만이 그의 진정한 벗이었다. 죽은 자들은 무덤 속에 누워 말이 없었고, 썩어가며 정당하게 응징 받았다. 휴식 없는 잠 속에서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들려도, 그것은 구속된 자신의 꿈에서 욱신대는 통증에 지나지 않았다.


제이고, 아직 살아 있나요?”


하지만 소녀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깨어났을 때 유일하게 남아있는 목소리였다. 그 어느 울림보다도 강했다. 세바타가 유령과 이야기 한 지는 오래, 아주 오래 되었고 소녀가 이 감옥에서 죽어서 그림자가 벽 안에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근처에서 살해당한 영혼이 자신의 저주를 느끼고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게 매달린 소녀의 목소리는 어둠속에서 살인자에게 속삭이는, 호기심 많은 낯선 아이의 것이었다. 세바타는 소녀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을까 의문이었다.


제이고?”


그는 차가운 공기에게 말했다.


여기 있다.” 그의 코에서 뜨겁고 진득한 피가 서서히 흘러내렸다. 세바타는 손등으로 코피를 훔쳤다.


난 여기 있다, 알타니.”


다시 아픈건가요?”


뇌를 갈아버리는 듯 한 통증을 버티며 말하기에는 상당한 수고가 들었으나, 입 밖으로 거짓말을 억지로 꺼냈다.


예전이 더 심했지.”


죽어가는 것 같아요.”


세바타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으나 부인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난 아직 여기 있다. 뭘 원하지?”


그냥 이야기해요. 전 외로워요.”


세바타는 소녀의 목소리가 좀 더 오래 있었으면 하는 자신에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머뭇거렸다. 이번이 네 번째던가? 다섯 번째? 머릿속의 통증이 시간의 흐름을 돌이키는 일상적인 일에 대한 집중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니 유감이구나, 꼬마. 넌 내가 환영하는 유일한 목소리지. 알고 있었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깨어 있는데도 다른 목소리가 들리나요? 전 그것들이 꿈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어둠 속에서 누가 있기라도 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어렸을 때 그는 언제나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이들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욕망과 분노의 소리를. 나직한 감정들이 그들의 눈에서 끓어올랐다. 먹이를 두고 싸우는 도시의 까마귀들이 부르는 불쾌한 노래.


그 모든 것 중에서 최악은 죽은 자들의 속삭임이었다. 배수구에 널브러진 시체의 눈을 보면, 다른 이의 기억은 불타는 섬광이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그에게 살인자들에 복수를 애걸했다. 밤의 유령에게 처단당한 시체가 내장이 뽑히고 십자가에 못 박혀 공공장소에 전시된 곳을 지나면, 느껴지는 붉은 고문을 억눌러야 했다.


가끔은 이름 없는 장소에서 꾸벅거리며 자다 깨기를 반복할 때 죽은 이들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텔레파시, 네크로맨시, 사이코메트리. 1천 개의 문명에서 그런 재능을 표현하는 그만큼의 말이 있겠지만, 그것들 자체로는 의미가 없었다. 그는 8군단이 그것들을 봉인시키고 축복받은 침묵을 가져올 때까지 감각이 만들어 내는 그 모든 음악들 들었다.


더 이상 다른 이의 생각을 엿보지 않았다.


더 이상 살해당한 이의 유혹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죽은 자들이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마음 주변의 봉인이 무너지고 있었다.


제이고? 깨어있을 때도 다른 목소리가 들리나요?”


나는 원하지 않은 선물 하나를 받았지. 오래 전 버리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선물이었다.”


그건 제 질문의 답이 아닌데요? 전 당신이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다른 방법이 있나요?”


소녀의 확신한 듯 한 어조에 그의 피부가 곤두섰다.


꼬마가 그런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소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러했듯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전 봤어요. 그리고 들었어요. 그렇게 아파하는 건 당연해요, 정말 재능을 없앨 건가요?”


난 시도했지, 그리고 한동안은 성공했다.”


그건 없앨 수 없어요. 시도해도 뇌와 심장, 영혼에 타격을 입어요.”


그럴 각오는 되어 있다, 알타니.”


하지만 왜요?”


나의 형제들 사이에서 그런 육감은 무의미하고, 괴로운 것이며 우울함 속에서 비참해지는 것으로 여겨지지. 그런 이들은 나이트 로드 군단을 이끌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지. 그들의 불행은 스스로를 우울하면서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만들지. 그렇기에 나는 그 선물을 개화시키는 대신 억눌렀다. 나의 아버지와 그 분의 심복들이 내가 그것을 억누르는데 도움을 주었다. 사용하지 않는 동안 사라지기를 희망했지.”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당신을 죽이고 있어요.”


그는 크게 말했다.


그렇게 죽는 것만 못한 경우도 있다.”


넌 알아야세바타는 자신의 생각을 억눌렀다. 죽은 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제이고, 오늘 밤은목소리가 좀 달라요. 전보다 더 아픈가요?”


그는 흔쾌히 인정했다.


그래. 하지만 네 목소리는 여유가 넘치는군. 그게 이야기 하고 싶은 거였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까마귀의 군주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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