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3장 (3) - [독이 든 성배]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06 10:38:26
조회 282 추천 6 댓글 3
														

 아직 파워 아머를 벗지 않은 그의 부하들 사이에서 홀로 평상복 로브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니엘 가로는 여전히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길쭉한 철제 홀로 이루어진 넓은 장비실 내부 한쪽 구석은 7중대의 구역이었고, 그곳에서 가로는 아스타르테스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그들에게 각각 말을 걸었다. 가로는 기분이 좋은 이들에게는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미소를 지어 보였고, 조르갈과의 전투에서 친한 동료를 잃은 이들에게는 엄숙한 애도의 말을 건네주었다. 가로는 데시우스에게 가벼운 질책을 하기 위해 그를 따로 뽑아내었다. 그 젊은 아스타르테스는 자신의 파워 피스트를 점검하며, 그 특대형 건틀렛을 두꺼운 천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보틀 월드에 대한 우리의 전술적 접근 방식은 근접전이 아니었다, 솔룬." 가로가 지적하였다. "네가 볼터를 들고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괜찮으시다면, 중대장님. 그 얘기라면 이미 센데크 형제에게 오늘 하루 내내 들었습니다. 아주 복잡한 설명을 섞어가면서 정확히 어떻게 제가 교전 수칙을 고수하는 데에 실패하였는지 장황하게도 알려주더군요."


 "그랬군." 가로는 데시우스 옆의 벤치에 앉았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지?"


 젊은 전사는 미소를 지었다. "교전 수칙을 지켰든 안 지켰든 우리 둘 다 살아있지 않냐고, 그리고 성공을 판가름하는 진정한 기준은 오직 승리뿐이라고 했지요."


 "정말로 그러한가?"


 "물론입니다!" 데시우스는 굉장히 공들여 파워 피스트를 정비하였다. "전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마지막 결과입니다. 만일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데시우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어라 말을 하면 좋을지를 궁리하였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죠."


 두 사람의 근처에서 안두스 하쿠르가 짧고 억센 회색 수염이 나 있는 자신의 턱을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저렇게 천재적인 전술 이론이 저런 애송이의 입에서 나오다니. 너무 놀라서 현기증이라도 나지는 않을지 두렵군요."


 나이 든 고참병의 비웃음에 데시우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가로는 그 모습을 간파하고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안두스를 용서하거라, 솔룬. 안두스 정도의 나이가 되면 솜씨 좋게 다룰 수 있는 칼날은 날카로운 혀 밖에는 없어지는 법이니 말이다."


 하쿠르는 짐짓 아프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오! 내 심장에 화살이 날아와 꽂히는군. 그것도 다름 아닌 내 중대장님이 쏘신 화살이! 이런 비극이 있나."


 가로는 한결같은 미소를 유지하였지만, 사실 그는 오랜 친구가 억지로 내뱉은 농담에서 피로와 마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쿠르는 조르갈 세계선에서 자신의 분대에 소속된 부하를 여럿 잃었고,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오늘은 우리 모두 훌륭히 싸웠다." 가로 중대장은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 "데스 가드 군단은 또 한 차례 황제 폐하의 의지를 이 은하계에 새기는 도구로서 쓰여졌지."


 다른 아스타르테스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가로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린 채, 침묵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가로는, 7중대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즉시 무릎을 꿇었다.


 "나의 전투 중대장이여."


 자신이 자신의 프라이마크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가로는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공습 작전이 있기 전에 집회장에서도 그러했듯이, 모타리온은 오직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에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었다.


 가로는 데스 가드 군단의 주인에게 고개를 낮게 조아렸다. 가로는 그의 주군의 곁에 타이폰이 서있다는 것과, 최선임 중대장의 망토 뒤편에 서비터 하나가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 채었다.


 "전하." 가로가 모타리온의 부름에 대답하였다.


 모타리온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가로는 모타리온의 목과 입가 주위를 가리고 있는 목덜미의 호흡기 너머로도 그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침묵의 자매단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자매들이 7중대에 대해 상당히 고평가를 하더구나."


 가로는 무례를 무릅쓰고 시선을 약간 들어 올려 보았다. 그의 프라이마크는 그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황동과 강철로 만들어진 자신의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보다 더 실용적인 한 벌의 장비들 위에 평범한 근무복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처럼 수수한 복장에도 불구하고 모타리온의 존재감에는 한 점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고결하고 수척한 모타리온의 몸은 강철 같이 단단하게 긴장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갑판용 부츠를 신고 있는 그의 키는 1중대의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고 있는 타이폰만큼이나 거대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모타리온은 맨리퍼를 들고 있었다. 모타리온의 맨리퍼는 그의 등 뒤를 가로질러 매여 있었고, 묵직하고 새카만 낫의 칼날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의 전호는 구불구불거리며 모타리온의 머리 뒤를 스쳐 지나고 있었다. "부디 일어나거라, 나타니엘. 부하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슬슬 지치는구나."


 가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키가 커보이도록 몸을 쭉 폈다. 프라이마크의 깊은 호박색 눈을 바라보며, 가로는 자신이 뒤로 물러서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야만 했다. 그에 따라 타오르는 듯한 모타리온의 시선이 가로에게 깊숙히 꽂혀 들었고, 가로 중대장은 마치 자신의 심장이 그의 프라이마크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위에 붙들려 그 무게가 재어지고, 평가를 당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심하여야겠구나, 타이폰." 죽음의 군주가 말했다. "오늘 이 일로 가로가 언젠가 네 직위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니."


 항상 무뚝뚝한 표정의 타이폰은 그 말에도 그저 얼굴을 찡그려 보이기만 했다. 타이폰의 앞에는 프라이마크 모타리온이 서있었고, 가로는 자신의 시야 양쪽 가장자리에 데스슈라우드의 호위병 두 명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가로는 자신이 마치 우물 밑바닥에 있기라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아마 이들의 응시를 받는 것만으로도 그 간담이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었다.


 "전하." 가로가 물었다. "7중대가 전하를 위해 무엇을 하리이까?"


 모타리온은 가로에게 손짓을 하였다. "저들의 중대장은 앞으로 나설지어다, 가로. 그는 보상을 받아 마땅할지니."


 나타니엘은 모타리온의 지시대로 행하며, 하쿠르를 빠르게 힐긋거렸다. 스스로가 호숫가에서 했던 말이 그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우리가 구하는 것은 칭찬과 영예가 아니라 했던가. 가로는 저 고참병이 이 상황 전개에 무척 재밌어하고 있으리라고 확신하였다. "각하." 가로가 입을 떼었다. "저는 그처럼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자네의 입술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 설마 거절의 말은 아니겠지, 중대장?" 타이폰이 경고조로 말하였다. "그와 같은 거짓 겸손은 달가운 것이 아닐세."


 "저는 그저 황제 폐하의 비천한 종일 뿐입니다." 가로는 간신히 말을 끝맺었다. "오직 그 사실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한 명예이옵니다."


 모타리온은 서비터에게 앞으로 나아오라고 손짓하였다. 중대장은 서비터가 잔과 대접들이 올려진 쟁반 하나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나타니엘, 그 대신에 나와 잔을 함께 하여 주는 영예를 내게 줄 수 있겠느냐?"


 가로는 화려하게 장식된 잔들과 그 안에 담긴 액체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몸을 경직시켰다. "무.... 물론입니다, 전하."


 흔히 말하기를, 데스 가드 군단의 전사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독소나 독물, 그리고 그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오염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ⅩⅣ군단은 그들이 창설되었을 때부터 항상 가장 적대적인 환경에서 전투를 치르는 황제의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인간들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화학물질 구름들 속에서나, 산성 대기 속에서 싸워왔다. 그들 군단의 모성이자 모타리온 그 자신이 자라난 고향 행성인 바르바루스 행성은 그들이 그와 같은 특성을 지니도록 그들을 빚어내었다.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그러하듯이, 모타리온의 아스타르테스들 또한 그러했다. 데스 가드 군단은 강인하고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무적의 혈통이었다.


 데스 가드 군단의 전사들은 신병 시절부터 엄격한 단체 훈련으로 스스로를 단련하였고, 그들은 화학 약품들과 오염물질들,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독물들을 일천 가지 서로 다른 농도로 배합한 약물들에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노출시켰다. 그들은 그 일천의 독물들 모두를 견뎌낼 수 있었다. 바로 그 방법을 통해 그들은 우르사-Urssa의 마름병 곰팡이들 속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으며, 그렇게 그들은 오거 Ⅳ-Ogre Ⅳ의 벌떼들도 뚫고 나아갈 수가 있었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염소를 내뱉는 조르갈 종족과 싸우는 데에 보내진 이유였다.


 서비터는 능숙하게 액체들을 섞어, 쟁반 위의 잔들에 그 검은 액체를 부었다. 가로의 콧구멍에 화학물질들의 악취가 느껴졌다. 에이전트 마젠다 신경 독 추출물에 일종의 소드 비틀-sword beetle 독액, 그리고 또 다른, 보다 식별해내기가 힘든 혼합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모타리온을 섬기는 아스타르테스라면 그 누구도 이 관습을 감히 의식이라고 부르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 단어는 원시적인 우상숭배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것으로, 그것은 제국의 진리의 명확하고도 세속적인 논리에 있어 저주받아 마땅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그저 그들, 데스 가드 군단의 방식이자, 이그나티우스 그룰고르 같은 이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그들의 전통이었다. 이 잔들은 모타리온의 것들로, 죽음의 군주는 그가 친히 전장을 밟은 모든 전투들마다, 전투가 끝난 후에 한 명의 전사를 선택하여 그 전사와 함께 한 잔의 독을 나누곤 하였다. 모타리온과 그가 선택한 전사는 함께 독을 마시고, 또 살아남아, 그들이 체현하는 그들 군단의 결코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굳게 하는 것이었다.


 모타리온의 서비터는 프라이마크에게 쟁반을 내밀었고, 모타리온은 쟁반 위에서 자신의 잔 하나를 들어 올리고는 가로에게 한 잔을, 그리고 세 번째로 타이폰에게 또 한 잔을 건네었다. 모타리온은 자신의 잔을 들어 축배하였다. "죽음에 대항하여." 프라이마크는 손목을 부드럽게 기울여 자신의 잔을 마지막 앙금까지 비워버렸다. 타이폰은 흉포한 미소를 반쯤 지어보이고는 자신의 프라이마크와 마찬가지로 잔을 기울여, 축배를 마치고 그 내용물을 깊이 들이마셨다.


 가로는 최선임 중대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았지만, 타이폰은 그 외에는 다른 어떤 고통의 기색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가로는 자신 앞에 주어진 액체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그의 감각은 그에 저항감을 느꼈고, 그에게 삽입된 뉴로글로티스-Neuroglottis프레옴노르-Preomnor 기관은 그 독주(毒酒)의 냄새만으로도 반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잔을 거부한다는 것은 나약함으로 여겨질 것이었고, 나타니엘 가로는 결코 자신에게 그와 같은 죄목이 씌워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항하여." 가로가 말했다.


 가로 중대장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잔을 전부 비우고는, 빈 잔을 쟁반 위에 뒤집어 올려놓았다. 7중대의 중대원들 사이로 찬사의 표시가 물결치듯 지나갔지만, 가로는 그것을 거의 듣지 못했다. 그의 귀에는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식도와 목구멍은 심한 열기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갖추고 있는 아스타르테스의 막강한 생리 작용 기관들이 전력으로 움직이며 그가 섭취한 독극물을 억제하려 하고 있었다. 데시우스는 가로를 경외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가로가 아닌 자신 손에 그 잔이 들리게 될 날을 꿈꾸고 있는 것이리라.


 모타리온의 싸늘한 미소가 점점 넓어졌다. "진기하고도 훌륭한 독주(毒酒)-vintage로다. 그렇지 않은가?"

  

 가슴 속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고통에 가로는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프라이마크는 마치 기계가 연기를 뿜어내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즐거운 웃음을 터트렸다. 잔을 마시고 그에 영향을 받았어야 할 모타리온의 모습으로 보아, 어쩌면 그의 잔에는 물이 들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모타리온은 전투 중대장의 등 뒤에 손을 올렸다. "가자, 나타니엘. 산책이라도 하면서 취기를 가라앉히자꾸나."


.

.

.

.


 넓은 병기실 위의 발코니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이르자, 타이폰은 그의 주군에게 몸을 굽혀 절하여 양해를 구하고는 그룰고르 사령관과 2중대가 주둔하고 있는 골방들을 향해 걸어갔다. 가로는 등 뒤로 시선을 돌려, 밀집대형을 유지한 채로 그들을 뒤따라오고 있는 데스슈라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완벽하고 정확한지, 그들은 마치 인간이 아닌 오토마타 로봇들인 것만 같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타니엘." 모타리온이 말했다. "아직까지는 내 호위병들을 갈아치울 계획이 없으니까. 너를 저 비밀스러운 망자들의 무리에 모집할 생각은 없다."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시옵소서, 전하." 다시 목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가로가 모타리온의 말에 대답하였다.


 "네가 그 잔들과 같은 것들을 언짢아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의례와 표창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두어야만 하느니라." 모타리온은 스스로에게 혼잣말하듯이 덧붙여 말했다. "전사들은 자신들이 존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하느니라. 칭송이라 할까.... 합당한 때가 되면 전사는 그 동료들로부터 칭송을 받아야만 하지. 그러한 칭송이 없다면 가장 확고부동한 의지를 지닌 이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이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말 것이다." 프라이마크의 목소리에서 격한 슬픔의 기색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 기색이 어찌나 빨리 사라졌는지, 가로는 그것이 자신이 상상해낸 것이었을 뿐이리라고 결심하였다.


 모타리온은 가로와 일행들을 발코니 가장자리까지 이끌고 왔다. 그들은 발코니 아래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인듀어런스 호는 전 군단을 수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큰 전함은 아니었지만, 데스 가드 군단의 일곱 중대들 중 대부분의 중대들이 전 중대로서든 일부만으로서든 발코니 아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로는 울리스 테메테르와 그의 동료들이 그에게 경례를 보내는 모습을 포착하였다. 가로는 그에 대한 답례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너는 큰 존경을 받는 자이니라, 나타니엘." 그의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나의 군단의 모든 중대장들 중에서도 전투 중의 너의 무용을 인정하지 않을 자는 없을 것이다." 모타리온은 다시 한 번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지어는 그룰고르 사령관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룰고르는 그것을 인정하기를 싫어하겠지만."


 "감사합니다, 전하."


 "그리고 너의 부하들도. 네 부하들은 너를 신뢰하지. 그들은 네게 강한 성품과 리더십을 구하며, 너 또한 그들에게 그들이 구하는 것을 주지."


 "저는 그저 황제 폐하께서 제게 명하신 것들을 행할 뿐입니다, 각하." 가로는 거북한 느낌에 대충 둘러대었다. 지금의 그처럼 자신의 주인과 사적인 시간을 보낸다는 영예에, 가로는 그가 영예를 느끼는 것만큼이나 그 상황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이곳은 가로가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노골적이고도 명백한 전장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서 그는 희박한 공기 속에서 황제의 아들과 함께 빈둥거리고 있었다.

 

 만일 모타리온이 가로의 불편한 기색을 감지했다면, 분명 그는 그러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나의 군단 내에 통일된 의지를 유지하는 것은 내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니라. 내 형제 호루스에게 있어 모든 아스타르테스들 사이에 화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듯이 말이다."

  

 "워마스터님 말씀이시군요." 가로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찍이 인듀어런스 호에서는 어떤 소문들이 나돌았던 일이 있었다. 데스 가드 군단의 전단 중 일부가 조르갈 종족을 요격하는 임무 이후에 새로운 임무를 위해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이러한 소문의 중심에는 데스 가드 군단에서 파견될 함대가 다른 이도 아니고 황제의 선택받은 아들, 워마스터 호루스가 친히 이끄는 대성전의 63번 원정함대에 합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 가로는 그것이 단순한 낭설 이상의 것임에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로는 과거에 호루스의 ⅩⅥ군단의 전사들과 함께 싸웠던 적이 있었고, 그 와중에서 그는 바로 말로구르스트나 가비엘 로켄, 타릭 토가던과 같은 이들을 흠모하게 되었다. "저는 과거에 루나 울프 군단과 함께 복무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전하."


 "그들은 이제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이라 불리운다." 모타리온은 친절히 가로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우리 데스 가드 군단이 한때 더스크 레이더 군단이라 불리웠던 것처럼 말이다. 내 형제는 우리 군단에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있다, 중대장. 워마스터로부터 너의 비천한 허스칼까지, 우리 모두가 시험을 받게 될 그런 전투가 다가오고 있느니라."


 "저는 그에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니이다."


 프라이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사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허나 준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느니라, 나타니엘." 모타리온의 손가락이 철제 난간 위로 굳게 맞닿았다. "데스 가드 군단은 반드시 하나로 정신이 통일되어 있어야만 한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의지만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휘청이고 말 것이다."


 가로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가로는 아직도 그 잔의 내용물이 자신에게 후유증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였다. "전.... 저는 전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전하."


 "우리 군단의 전사들은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지휘 체계 속에서 위안을 찾고는 하지. 그러나 그러한 계급차가 만들어내는 장벽이 무시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것 또한 전사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전사들에게는 발언의 자유와 제약 없는 사고의 자유가 주어져야만 한다."


 

단 한 순간에 가로에게 결여되어 있던 통찰력이 그에게로 싸늘하게 밀려왔다. "전하께서는 전사회를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로군요."


 "네가 전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늘 삼가왔다고 들었다. 어째서더냐, 나타니엘?"


 가로는 바닥의 철판을 노려보았다. "제게 전사회에 가입하라고 명하시는 것이옵니까, 전하?"


 "더 이상 나는 전사회의 활동에 대해 명령할 수가 없다. 차라리 천체의 운행을 명령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모타리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였다. "아니, 중대장. 이건 명령이 아니다. 그저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지. 나를 계몽시켜다오."


 가로가 다시 입을 연 것은 긴 시간이 지난 뒤였다. "저희는 아스타르테스입니다, 각하. 저희는 인류의 주인께서 정해주신 길을 걸으며, 인류의 잃어버린 파편들을 제국의 우리 안으로 다시 모을 것과, 길을 잃은 자들을 계몽하고, 타락한 이들과 침략자들을 징계할 것을 임무로 부여받았습니다. 저희는 오직 진실을 곁에 두고 있을 때에만 그와 같은 일들을 행할 수 있나이다. 만일 저희가 그런 일들을 공공연히, 그리고 이 우주의 모진 빛 아래에서 행한다면, 제가 확신컨대 저희는 언젠가는 신들과 조물주들에 대한 그릇된 사상들을 말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저희가 그 진리를 그 어떤 것이라도 비밀리에 숨겨버린다면, 저희는 저희가 퍼트려야 할 세속적 진리를 가장 작은 일부라 하더라도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황제 폐하께서만이 저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다." 가로는 그의 프라이마크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열심히 의식하며, 떨리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 전사회라는 것은, 비록 그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비밀리에 잠복하여 활동하는 데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것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모타리온은 신중히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가로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만일 네 부하 배틀 브라더들이 다르게 생각한다면 어찌할 것이냐?"


 "그것은 그들이 선택할 몫입니다, 전하. 제게는 그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사옵니다."


 프라이마크는 다시 한 번 몸을 곧게 세웠다. "솔직하게 말해주어 고맙구나, 전투 중대장. 나 또한 네가 그렇게 말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느니라." 모타리온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네게 부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나타니엘. 그리고 미안하다만 이번 것은 명령이 맞다."


 "각하?" 가로는 이상야릇한 기분이 그의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서 볼 일이 끝나고 나면 이 함대는 워마스터의 지휘함, 벤지풀 스피릿 호와 합류하기 위해 이스트반 성계로 향할 것이다. 호루스는 월드 이터 군단과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대표들과 함께 전시 회의를 개최할 것인데, 나 또한 그곳에서 나와 함께 할 시종무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타이폰 최선임 중대장은 다른 임무들에 종사하게 될 것이니, 나는 나와 동행할 자로 너를 선택하겠느니라."


 가로는 말을 잃었다. 일개 전투 중대장에게 그와 같은 특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에 가로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모타리온의 어전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들뜨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러할진대 워마스터를 필두로 한 황제의 아들들의 회합을 가까이에서 함께하게 된다는 것은....


 그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선택의 기회를 걷어차버린 가로. 그리고 또다시 무대는 이스트반으로....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2859 AD 나혼렙 어라이즈 그랜드 론칭! 운영자 24/05/09 - -
4167 공지 블러드보울 통합 가이드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5 65 0
4166 공지 블러드보울 마이너 갤러리의 신고게시판입니다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5 14 0
3483 공지 번역 2차본 -2- [1] 발레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0 1406 4
3474 공지 블러드보울(pc)-2019 신 가이드 발레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02 1543 5
3016 공지 블러드 보울 마이너 갤러리 공지 [1] 발레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09 643 3
4224 일반 번개 토너 오늘 자정까지 참가받음!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9 7 0
4223 일반 싱글로해도되나요?? [8] 블갤러(124.58) 05.04 36 0
4222 정보/ 우드 엘프 팀 가이드 [3]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28 1
4220 공지 5월 11일 번개 토너 5월 9일 까지 참가자 모집! [3]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23 2
4221 일반 번개 토너 팀 등록 방법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0 0
4219 일반 번개 토너 규칙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2 0
4218 일반 그래도 다음 시즌 계획을 생각해봐야지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25 1
4217 일반 리그는 서비스 종료다...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28 1
4216 일반 블보3 리그 오늘까지 모집중이야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20 0
4215 일반 또 터졌다 버그!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4 22 0
4214 정보/ 4월 23일 패치+점검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19 0
4213 정보/ 중상(Niggling Injury) 팁 (feat. 약제사)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2 21 0
4212 일반 블보3 리그(PC) 참가자 모집 4월 28일까지! [2]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2 100 0
4211 일반 자 누가 AV 8+이지?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1 23 0
4210 일반 블보갤배 블보3 리그 만들어볼까?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53 0
4209 일반 침대축구 [1]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7 27 0
4208 일반 오늘 운 지지리 없네 [2]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26 0
4207 일반 페스티고어 6레벨 키운 소감 [1] 블갤러(116.36) 04.15 34 0
4206 일반 블랙오크팀 2패 적립 [6]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33 0
4205 일반 크아아아악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3 23 0
4204 일반 얘 스킬 뭐 찍어줄까 [1]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31 0
4203 일반 브레통팀 재밌다 [1]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1 34 0
4202 정보/ 불리한 블록 짤막 팁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9 0
4201 일반 블리츠와 최대레벨 질문드리겠음 [3] 블갤러(116.36) 04.08 39 0
4200 일반 블보 캠페인 2판 돌려봄 [3] Podhak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7 39 0
4199 일반 난 오늘 블랙오크팀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6 40 1
4198 일반 오늘은 한게임에서 2명이 사망했음 [4] 블갤러(116.36) 04.06 55 0
4197 일반 블보 살만함? [6] Podhak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6 57 0
4196 일반 달콤한 첫 레더 승리랑 질문 2개 [4]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5 39 0
4195 정보/ 블보3 주요 버그들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5 35 1
4194 일반 너글 키우면서 느낀점 [2] 블갤러(116.36) 04.05 45 0
4193 일반 어제 블보3 입문해서 너글로 캠페인 진행해본 소감 [2] 블갤러(116.36) 04.04 55 0
4192 일반 이딴게 방어력 10의 블로커? [1]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32 0
4191 일반 뉴비 리자드맨은 로스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함? [1] ㅇㅇ(1.242) 04.03 45 0
4190 일반 구입후 너글로 캠페인해보고 있는데 계속지고있음 [2] 블갤러(116.36) 04.03 39 0
4189 정보/ 노움 팀 선수 스탯 및 스킬 공개 [2]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48 0
4188 일반 끝간데 없이 올라가는 우엘팀 TV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32 0
4187 정보/ 영상으로 보는 블보3 조작법 심화 가이드 (다중블록, 찌르기, 점프 등) [3]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45 2
4186 일반 근데 재생 이거 바뀐거같은데 [4] ㅇㅇ(221.139) 04.01 36 0
4185 정보/ 뉴비를 위한 매치 유인책 가이드 (ft. 마법사 쓰는 방법) [2]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65 2
4184 일반 내가 이겼다 [3] 만드리카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29 0
4182 일반 뉴비 때 잘 모르거나 알면 좋을만한게 있을까? [8]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56 0
4181 일반 블랙오크팀 첫 승 신고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25 0
4180 정보/ 속보) 리자드맨 코치 뜸 [1]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51 0
4179 일반 기본판사면 선택종족에 제한이 있음?? [5] ㅇㅇ(106.101) 03.29 52 0
4178 일반 언더월드 왤케 짜증나냐.. [3] 블갤러(223.39) 03.29 41 0
4177 일반 블랙오크 4게임 소감 [6]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9 66 0
4176 일반 블랙오크팀 해보려고 만들었는데 [2]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9 36 0
4175 일반 블보3 이번 시즌에 무슨 팀 하고있음? +궁금한 팀 있음? [2] 더블타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65 0
4174 일반 이거 플스버전 하는사람은 없나 [4] 블갤러(203.228) 03.26 4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