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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11장 (2) - [부패와 죽음]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2 02: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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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스 하쿠르는 살면서 몇 번이고 적들을 죽여왔었다. 수없이 많은 적들이 그의 총과 검, 그리고 그의 주먹 앞에 쓰러졌고, 그들은 그저 신속하고 목적 있는 죽음의 뒤에 남은 얼룩에 불과했다. 노전사는 ⅩⅣ군단에 복무하며 오크와 엘다, 조르갈과 하이코시-Hykosi들과 싸워왔고, 또 그는 짐승들과, 그리고 인간들과도 싸워왔다. 그러나 오늘 그가 맞서 싸우고 있는 이 적들은, 그가 이전까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적들이었다.


첫 번째 경고가 터져 나온 것은, 세베르나야의 나비스 조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생토룸의 문을 향해 몸을 던져 들어왔을 때였다. 그녀는 흐느껴 울며, 지리멸렬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나비스 조수는 모여든 다른 조수들의 얇은 팔과 매듭지어진 망토들 위로 쓰러졌다. 그녀의 양손은 경련을 일으키며, 복도의 모퉁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하쿠르와 다른 아스타르테스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보인다는 듯이. 하쿠르는 그녀에게로 걸어가는 동안, 자신의 피부가 마치 냉동실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직후, 하쿠르는 그것을 보았다.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마치 어둠 속에서 어른거리는 반딧불이들처럼 괴상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빛이 어찌나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지, 순간 하쿠르는 그것이 자신의 뇌가 스트레스와 전투로 인한 피로의 영향으로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것들 중 첫 번째가 연기 낀 허공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어 그의 뒤쪽에 서있던 데스 가드 군단원 한 명을 죽였을 때까지만 해도, 하쿠르는 여전히 그것이 무엇일지 머릿속으로 사고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쿠르는 그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섬모들을 늘어뜨린 넓적한 보라색 칼날이 달린, 회전하는 원반 하나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아스타르테스 한 명이 반으로 갈라지며, 피와 살점이 시내처럼 흘러 나왔다. 자신의 배틀 브라더를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 하쿠르는 반사적으로 발포하였고, 그는 투명한 형체에 볼트 탄을 세 발 끊어서 사격하였다. 그 형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죽었지만 그것의 비명소리는 전투의 개시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되었고, 벽과 바닥으로부터 다른 새로운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엄청난 악취를 뿜어내었는데, 그 악취에 하쿠르는 속이 뒤집어지며 입 안에서 시큼한 담즙의 맛을 느꼈다. 맨 처음의 나비스 조수는 이미 무릎을 꿇고 앉아서 격렬히 구토하고 있었다.


"피의 맹세에 걸고!" 하쿠르의 분대원들 중 한 명이 욕설을 내뱉었다. "부패와 죽음이다!"


실로 그 말대로였다. 그보다 백배는 더한 것이기는 했지만. 괴생명체들이 뚫고 모습을 드러낸 자국들로부터 역겨운 역병의 악취가 올라와 복도 안을 꿈틀거렸다. 악취가 꿈틀거리며 뻗어 나오자, 쇠로 된 바닥의 균열을 따라 우수수 돋아난 곰팡이들과 녹슨 얼룩이 그 손길을 내뻗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침입자들의 병든 공포의 전조에 불과한 것일 뿐이었다.


침입자들의 역겨운 모습은 하쿠르가 구역질을 느끼게 만들었고, 하쿠르는 즉시 그것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 괴물들의 모습이 어찌나 혐오스러운지, 하쿠르는 이 괴물들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반감이 치솟았다. 그 괴생명체의 모습은 막연하게 인간을 닮아 있었지만, 그 유사성은 오직 가장 기초적이고, 또 가장 악취미적인 부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었다. 끈적끈적한 사지는 중풍으로 꿈틀거리고 있었고, 손가락들의 끝에는 검게 썩은 갈퀴발톱들이 달려 있었다. 흉하게 부풀어 오른 발들은 바닥을 문대며 산성을 띈 점액과 배설물의 흔적을 길게 남겼다. 모든 괴물들은 벌거벗고 있었고, 가슴과 배에는 가스가 찬 림프선종들과, 걸쭉한 고름이 흘러내리는 기괴한 종기들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것들의 머리는 쪼그라든 공 모양을 하고 있었고, 입을 쩍 벌린 두개골 위를 뒤덮은 살은 벗겨지고 있었다. 그것들 모두의 뒤에서는 붕붕거리는 벌레들이 열을 지어 그것들을 뒤따라 날아다니고 있었고, 작은 암녹색 파리들은 침입자의 쫙 벌어진 상처 속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볼트 탄들이 침입자들을 강타하자, 그것들의 몸에서 살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갔고, 피 묻은 살점들은 악취를 풍기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 괴물들을 죽이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 그것들은 정신없이 재잘거리고 야유하며 데스 가드 군단원들을 향해 잔뜩 무리지어 몰려들었다. 하쿠르는 자신이 그 괴물들을 향해 연달아 총탄을 퍼붓고 있는 와중에도 그것들이 그의 두 번째 형제를 죽이고, 또 두 형제들을 더 죽이는 것을 보았다.


그때, 가로가 데시우스와 소수의 증원군을 데리고 복도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두 무리의 아스타르테스들 사이에 끼인 괴생명체들의 전진은 흔들렸고, 가로 전투 중대장은 괴생명체들의 무리 속으로 뛰쳐 들어갔다. 리베르타스가 허공 위로 들렸다가 떨어져 내리며 번쩍였다. 데시우스는 플레이머를 개방하고는, 분사되는 프로메슘으로 괴물들을 불태워버렸다. 하쿠르는 그 틈을 타 나비스 조수를 일으켜 세운 뒤, 그녀를 전열로부터 밀쳐내었다.


나비스 조수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둘렀고, 그녀의 양손은 하쿠르의 흉갑 위를 두들겨대었다. 하쿠르는 그제야 나비스 조수의 손이 그녀 스스로 할퀴어댄 자국들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眼)들과 피야!" 나비스 조수는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역병이 가득해!"


가로는 마지막 남은 괴생명체를 발로 짓밟아 죽이고는, 얼굴을 찡그리고 군화에 묻은 잔해를 바닥에 문대어 닦아내었다. "저 여자를 좀 조용히 시키도록." 가로가 사납게 말했다.


데시우스의 손바닥이 자신의 헬멧에 달린 숨구멍으로 향했다. "테라의 이름으로, 냄새 한 번 고약하군요!"


하쿠르는 한 손으로 나비스 조수를 자신의 부하들에게 넘겨주고는, 가로 전투 중대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가로는 하쿠르의 보고를 주의 깊게 들었다. "함내 전체에서 소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들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돌연변이 괴물들이 물질화되어 나타났고, 그 뒤로 부패가 뒤따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워프입니다." 데시우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종되거나 약해진 배를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저희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데시우스는 손짓으로 벽을 가리켜 보였다. "만약 겔러 필드가 꺼져버린다면, 저 괴물들이 저희를 압도하게 될 겁니다."


"카리야 함장의 승조원들이 그런 사고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 주리라고 믿고 있을 수밖에." 가로가 대답하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불결한 쓰레기들을 찾아내는 족족 몰살시켜버릴 것이다."


"불결해! 불결해!" 나비스 조수가 합창하며, 자신을 붙들고 있던 하쿠르의 부하로부터 몸을 떼어내었다. "저는 그것들을 보았어요! 그 눈들 속을!"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쥐어뜯으며, 자신의 살을 찢고 피를 흘렸다. "당신도 그것을 보았어!"


나비스 조수는 맹렬한 속도로 가로에게로 몸을 날렸다. 가로가 그녀를 밀쳐내기도 전에 나비스 조수는 가로의 파워 소드에 스스로를 내던져 꿰뚫려버렸다.


가로는 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수석 네비게이터 세베르나야 휘하에서 세 번째 가는 네비게이터였던 그 나비스 조수는 가로에게로 자신의 몸을 들이밀며, 피로 물든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팍을 긁어대었다. "당신도 보았죠!" 그녀는 헐떡이며 말했다. "곧 종말이 올 겁니다! 모든 것이 말라죽게 될 거예요."


종말이 다가온다. 다시 한 번, 가로의 머릿속으로 조르갈 종족의 아기가 했던 말이 마치 죽어가는 맹금이 추락하며 비명을 지르듯이 배회해 들어왔다. 혈관 속을 흐르는 혈류로 인해 가로의 피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그의 목은 모타리온과 잔을 마셨을 때처럼 죄어들었다. 가로는 몸이 떨려오며, 돌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눈이 뒤집힌 나비스 조수의 얼굴은 오래되어 부스러진 종잇장처럼 되었다. 그녀는 스르륵 가로로부터 미끄러져 내리며 리베르타스의 칼끝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넝마주이가 된 죽은 살과 고깃덩어리로 변하더니, 또 재가 되어 무너져 내렸고,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 "중대장님?" 하쿠르의 목소리는 마치 액체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느릿하고 탁했다. 가로는 자신의 신뢰하는 서전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가 주춤거렸다. 꿈틀거리는 부패물이 하쿠르와 다른 부하들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그것들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대리석처럼 눈부신 흰색으로 도색되어 있던 그들의 파워 아머는 색이 벗겨져 나가더니, 새로운 죽음의 그늘처럼 미약하고 핼쑥한 녹색으로 변색되었다. 파워 아머의 세라마이트는 뒤틀려지며 파문이 일더니, 꽉 죄여들며 그것에서 맥박이 뛸 때까지 그들의 피부와 융화되어갔다. 기생충들과 부풀어 오른 장기들이 파워 아머의 안쪽에서 고동쳐대었고, 어떤 곳들에서는 상처들이 마치 새로 생긴 입들처럼 쩌억 벌어졌다. 가장자리가 입술처럼 붉은 상처들에서는 부풀어 오른 창자들과 관들이 혀처럼 빠져 나왔다.

걸쭉하고 창백한 고름이 파워 아머의 모든 관절부위로부터 새어나오고, 파워 아머에 난 구멍들로부터는 갈색 녹과 검은 분비물들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역병에 걸린 아스타르테스들의 뒤틀린 머리 주변으로는 파리 떼가 후광을 그리며 떠다니고 있었다. 가로는 메스꺼움으로 인해 그 자리에 뿌리박힌 듯 서있었다. 흉한 몰골을 한 휘하 전사들이 무리지어 몰려들며, 금이 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는 목구멍으로부터 목소리를 흘려대었다. 가로는 그들의 견갑 위에 데스 가드 군단의 상징인 해골과 별이 사라지고, 그 자리가 세 개의 검은 원반들로 대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가로의 집중력은 그 상징에 집중되었다가, 또 분산되었다. 가로는 자신의 부하들의 등 뒤에 우뚝 서있는 유령 같은 형체를 보았다. 그 형상은 비좁은 복도 안에 서있기에는 너무도 키가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은 그의 눈앞에 서서, 해골 같은 갈퀴발톱으로 그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모타리온 전하?" 가로가 물었다.


그의 프라이마크의 뒤틀린 형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형상이 뒤집어 쓴 검은 후드는 가로의 물음에 대한 인정의 의미로 굼뜨게 위아래로 까딱거렸다. 가로의 눈에 보인 그의 프라이마크의 갑주는 더 이상 강철과 황동의 광택으로 번쩍이고 있지 않았다. 모타리온의 갑주는 마치 오래된 구리처럼 변색되고 부식되어 있었으며, 녹 자국이 나있는 갑주 위에는 더러운 붕대들이 감겨 있었다. 죽음의 군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그 대신에 그곳에 서있는 것은 순수한 부패의 생명체일 뿐이었다.


"오너라, 나타니엘." 그 목소리는 죽은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과, 무덤 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숨결과도 같았다. "곧 우리 모두는 부패의 군주의 품 속을 알게 될 것이니라."

종말이 다가온다. 그 목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가로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가로는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건틀렛들은 가루가 되어 부스러져 있었고, 그의 손가락들로부터는 살이 벗겨져, 검게 변색된 잔가지들 같이 변해가는 뼈가 드러났다. "아니야!" 가로는 간신히 자신의 목구멍으로부터 부정의 말을 뱉어내었다.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중대장님?" 하쿠르가 가로의 어깨를 두들겼다. 하쿠르의 얼굴에는 걱정어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가로는 눈을 깜빡이고는, 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여성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체는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 바닥에 누여져 있었다. 가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시무시한 환상은 마치 거품처럼 사라져 있었다. 데시우스와 다른 부하들은 눈에 뻔히 보이도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제정신을 잃으신 것 같으셨습니다, 중대장님."​ 하쿠르가 말했다.


가로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감정의 혼란을 억지로 억눌렀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가로는 단언하였다. "이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야."


데시우스가 자신의 헬멧을 툭 두들겼다. "중대장님, 밑층에 있는 보옌으로부터 신호가 왔습니다. 포대 갑판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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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따르면 워프 속에서는 물질 영역의 모든 것들이 반향된다고 한다. 인간의 감정과 소망, 그들의 피에 대한 갈증과 변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삶과 죽음의 순환까지도 말이다. 제국 전역의 논리학자들과 사상가들은 이마테리움의 변덕스럽고도 알 수 없는 본성에 대해 명상하며, 그들이 이해할 수 없이 그저 경험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는 말의 우리를 만들어내려 절박하게 애를 쓰곤 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워프 내부에 일종의 생명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감히 주장하였다. 어쩌면 그곳에는 심지어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개중에는 심지어 비밀 장소에 모여서는, 경외심에 찬 목소리로 어쩌면 그 암흑의 권능들이 인류보다 더 우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감히 속삭일 정도로 대담한 이들도 있었다.


만일 이러한 이들이 워프의 진실에 대해 알았더라면, 그 진실은 그들의 정신을 붕괴시켜버리고 말았으리라. 작은 은빛 우주선, 아이젠슈타인 호의 주변에 모여들어 천둥을 일으키는 지옥의 빛 속에서, 광대하고도 증오에 찬 지성이 그 주의력의 가장 작은 부분을 떼어 그 우주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 지성이 그 호위함의 구체 보호막의 위로 순수한 부패의 힘을 흘려 넣는 데에는 오직 아주 미약한 접촉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부패의 힘은 인과율의 틈새를 통해 아이젠슈타인 호 내부로 흘러 들어갔고, 그곳에서 풍부한 사체들을 발견한 그 지성은 질병과 죽음으로 여물은 부패에 기뻐하였다. 이곳에는 그 지성이 조금이지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기분 전환거리가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 지성은 나중에 보다 더 커다란 규모로 벌일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실험을 할 수도 있을 터였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그 지성의 집중력이 돌려지고 있는 도중, 그 지성의 힘은 그것이 찾아낸 무언가를 상냥히 어루만져, 그 무언가에게 자신의 존재와 통하는 얇은 통로를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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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 갑판의 유독성 오염 구역을 봉쇄하고 있는 방폭문은 아직 열리지 않아 있었다. 그들이 이스트반 성계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에서 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호위함의 승조원들의 관심을 끌어갔고, 그런 상황 속에서 죽은 자들의 시체를 치우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버렸다.


생명-포식자 바이러스는 이미 소멸한지 오래였다. 그 미생물들은 강력하고 치명적이긴 하지만 단명하였고, 해당 구획의 대기를 우주의 공허 속으로 추방시켜버린 가로 중대장의 빠른 행동은 독성 바이러스가 최대로 활개 치는 것을 방지하였다. 생명-포식자 바이러스는 그것을 날라줄 공기가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고, 때문에 그 바이러스는 사멸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생존하고 있는 동안 일으킨 파괴의 흔적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었다. 서로 다른 부패 상태의 시체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인간과 아스타르테스들 모두는, 바이러스가 그들의 몸의 방호를 뚫고 들어오면서 그들이 쓰러진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우주의 진공은 그들의 시체를 기괴한 죽음의 순간 그대로 보존시켜주었고, 그 중 일부 시체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끝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개중에는 오직 젤리처럼 물렁해진 뼈와 한때 인간이었던 오수만이 남아, 걸쭉하게 녹아내린 시체들도 있었다.


그 거대한 지성의 손길이 그것들을 찾아낸 것은 바로 이러한 상태 속에서였다. 거대한 지성의 손길은 부패한 살점들을 찢고, 살점으로부터 지방을 떼어내듯 그것들로부터 생명을 떼어내었다. 워프의 계속해서 변화하는 재생 속에서 태어난 존재에게 있어, 그 시체들을 비틀고 다시 빚어내는 것이란 쉬운 일이었다. 손길은 시체들에 정성들여 각인을 찍으며, 그 속에 인간이 만들어낸 바이러스 따위보다 훨씬 더 유독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주입하였다. 죽음은 새로운 생명으로 변화하였으나, 그것은 인간들의 눈으로 보기에 달가울 법한 그런 형태는 아니었다.


진공의 침묵 속에서 서리와 얼음으로 바닥에 얼어 붙어있던 손가락들이 비틀리더니, 움직이며 그 위를 덮은 서리들을 털어내었다. 부패의 정수가 흘러나오고, 녹과 노화현상이 방폭문의 기계장치들 위로 엉겨 붙어 문들을 무르게 만들었다. 거대한 지성의 총애를 받은 이들은 다시 한 번 걸음을 옮기며, 변화된 존재로서 죽음의 운명을 회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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