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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12장 (2) - [성녀와 병사]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2 02: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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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사디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자, 신더만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신더만은 전자 깃펜과 데이터 슬레이트를 내려놓았다. 그는 메르사디의 곁에 두 명의 사내들이 함께 서있는 것을 보았다. 기관부의 제복을 입고 있는 두 명의 하급 사관들이었다.


리멤브란서 메르사디는 주저하였고, 사내들 중 한 명이 입을 떼었다. "저희는 성녀님을 뵈러 왔습니다."


키릴은 임시변통으로 급조한 예배당 쪽을 힐끗 곁눈질하였다. 그는 유프라티가 거기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그러시겠지요." 신더만이 입을 열었다. "좀 기다리셔야 할지도 모르오만."


"괜찮습니다." 다른 사내가 말했다. "저희는 비번이거든요. 전번의.... 전번의 설교에는 참석할 수 없었죠."


석학, 신더만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교라 할 만한 것까지는 못 된다오. 그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지." 신더만은 피부가 검은 여성, 메르사디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메르사디 양, 이 젊은 신사 분들을 좀 안내해주겠나?" 신더만은 자신의 주머니를 툭툭 두들겨 보였다. "내 생각에는 내가 자네들에게 책자를 좀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미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맨 처음 입을 열었던 사관이 말했다. 그는 신더만에게 낡고 녹슨 기계장치로부터 인쇄되어 나온 듯 보이는 거칠고 닳아 해진 소책자를 하나 보여주었다. 그것은 그가 이전에 보았던, 벤지풀 스피릿 호 내에서 나돌았던 팜플렛과는 다른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가 이곳에 도착하기 오래 전부터도 이미 아이젠슈타인 호에는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가 침투해 있었던 듯 했다.


올리톤은 두 사관들을 데리고 떠나갔고, 키릴은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와 마찬가지로, 메르사디 역시 이제야 자신의 앞에 놓인 길을 이해해가고 있었다. 신더만은 메르사디가 리멤브란서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진실하게 붙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증강 수술을 받은 그녀의 두개골 안쪽의 메모리 릴 안에 그녀가 저장시켜 둔 회상들은 대성전이나 호루스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메르사디는 서서히 자신의 소명을 그들의 초기 경전을 기록하는 작가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유프라티 킬러의 이야기였고, 그녀는 그 이야기들을 비축하여, 하나의 통일성 있는 완전체로서 자아내고 있었다. 키릴은 그가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던 데이터 슬레이트를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다 그가 이런 일에 동참하게 되었단 말인가? 그의 주변 사방에서는 교회와 신앙의 체계가 융합되며, 워마스터의 반역의 그늘 아래에서 대중의 지지와 세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대체 그 어떤 운명이 있기에 그가, 제국의 진리의 수석 석학인 이 키릴 신더만이 이 새로운 역할에 걸맞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럼에도 지금 그는 이곳에서 킬러가 한 말들을 인도하고, 그것들이 사람들의 귀에 더 잘 이해될 수 있도록 빚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는 메르사디가 서서, 눈을 깜빡여가며 정지된 사진들을 찍고, 유프라티의 모든 행적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신더만은 이미 전에도 그래보았듯이, 그를 이곳까지 이끌어 온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올라가보았다. 그리고 그는 만일 자신이 다르게 말을 했더라면, 다르게 생각했었더라면 일들이 어떻게 돌아갔을지를 깊이 생각해보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호루스의 배틀 바지에서 있었던 리멤브란서 학살 사건의 도중에 총에 맞아, 지금쯤에는 이미 죽어 있었으리라. 오직 로켄의 동료인 크루제가 거기에 간섭한 덕분에 그들은 그 학살사건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스트반 Ⅲ가 폭격을 당하던 광경에 그가 느꼈던 공포가, 다시 한 번 그의 마음속에 속삭임처럼 메아리쳤다. 죽음이 그들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프라티는 전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킬러는 그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또 그녀는 그들을 피난시켜 이 배로 인도해주었었다. 한때 그는 신성한 권능들과, 그들과 교제한다는 소위 성자들이라는 존재들에 대한 개념을 거부하였었다. 그러나 유프라티 킬러는 자신의 조용한 권위로써, 신더만의 마음속으로부터 그의 무신론을 제거하여버리고, 그로 하여금 그가 일생을 바쳐 섬겨온, 흔들리지 않는 이성의 세속적 빛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위스퍼헤드 산맥에서의 그 날 이후로 그들 모두는 변해 있었다. 그 날 쥬발이 변해버린 무언가는, 여전히 신더만의 머릿속에서 분류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것은 악마였던가? 결국, 키릴은 그것을 악마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가 지녔던 논리의 빛은 그로부터 도망쳐버렸고, 그의 소중한 제국의 진리는 스스로의 모자람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이후, 그 공포는 또 한 번 그들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와 유프라티 모두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유프라티 덕분에, 그들 모두는 살아남았다. 신더만은 유프라티가 워프에서 태어난 흉악한 권세를 워프로 되돌려 보내는 광경을 그의 두 눈으로 목격하였었다. 오직 은으로 만들어진 아퀼라 문장과, 인류의 황제에 대한 그녀의 믿음만으로 말이다. 신앙을 부인하고자 했던 그의 욕구는 그 날, 그 혐오스러운 괴물과 함께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 석학은 진리를, 진정한 진리를 보았다. 킬러는 황제의 의지의 도구였다. 거기에 그 외에 다른 해명은 있을 수 없었다. 위대한, 아니. 신성한 황제는 사진가였던 그녀에게 자신의 권능의 일부를 하사하여준 것이었다. 그래, 그들은 모두 변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바로 유프라티 킬러였다.


그들의 주변으로 흘러가는 역사를 사진으로 담아내던, 도전적이지만 목적 없이 헤매이던 젊은 여인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그들 모두의 앞길을 찾아내고, 또 닦아주는, 새로이 창조된 여인이었다. 키릴은 두려워하였었다. 그는 자신들이 호루스의 반역으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에서 죽게 되지는 않을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러나 킬러를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두려움은 사라져버렸다. 신더만은 킬러가 두 기관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 온기가 퍼져나갔다. 이것이 바로 신앙이었구나. 신더만은 그것을 깨달았다. 이 얼마나 도취되는 감각이란 말인가! 그가 대성전 도중에 조우하였던 신자들 또한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면, 그들이 그토록 격렬히 저항하였던 것도 놀랄 일은 아니리라.


이제 키릴 신더만은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 안에서 그 신자들과 같은 힘을 발견하였다. 제국에 대한 그의 충성심과 사랑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만일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는 인류의 군주에게 이전보다도 더욱 깊은 헌신적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언제라도 자기 자신을 황제에게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마음과 정신뿐만이 아니라, 그의 몸도, 영혼까지도.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를 믿는 것은 신더만뿐만이 아니었다. 한때 테라의 컬트-The Cult of Terra라고 알려져 있었던 그들의 종교는 점점 세를 늘려가고 있었다. 기관사들의 손에 들린 팜플렛들도, 그들이 모여 임시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제는 쓰이지 않는 식수 저장고를 메르사디가 이토록 쉽게 찾아낸 것도, 이 모두가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가 이 함선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일 이처럼 작고 평범한 호위함에도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가 존재한다면, 어쩌면 다른 곳들에도 렉티티오 디비니타투스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호루스의 함대의 중심부에만 비밀리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더 먼 곳에, 제국 전역의 행성들과 함선들에도 퍼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의 신앙은 스스로 실현시킨 탄생의 순간에 있었다. 그것이 탄생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오직 그들을 집결시킬 하나의 아이콘, 바로 살아있는 성인이었다.


유프라티는 아퀼라 성호를 그려보였고, 두 기관사들도 그녀를 뒤따라 성호를 그렸다. 두 사람이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신더만이 그들의 눈에서 보았던 공허하고 불안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이제 그들은 새롭게 얻은 확신으로 영이 충만한 채, 과단성 있는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가호하시길." 두 사관들 중 보다 어린 사내가 석학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그는 감사의 의미로 키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키릴은 그들에게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유프라티는 다른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도 그러했듯이, 그 두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그들의 공포를 잠재워주었다. 길게 줄을 서고 늘어난 남녀들이 신더만의 설교를 듣거나, 그저 유프라티와 같은 장소에 있기만을 위해 이 투박하게 지어진 예배당을 향해 찾아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좀처럼 없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빈번히 그곳을 찾아오고 있었다. 신더만은 킬러에 대한 소문이 대체 얼마나 널리 퍼진 것일지 놀라워하였다.


"키릴!" 신더만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로 서둘러 달려오고 있는 메르사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절망어린 공포로 뒤바뀌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리로 오고 있어요!" 작게 낮춘 메르사디의 목소리에 담긴 공포감에, 벤지풀 스피릿 호에서 있었던 비밀 목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워마스터의 명령으로 그곳을 파괴하기 위해 볼터와 몽둥이를 들고 왔던 병사들에 대한 기억도. "감시를 서고 있던 사람들이 보고를 보내왔어요. 정확히는 그들 중 단 한 명만이요. 아스타르테스 한 명이 이리로 오고 있대요!"


신더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식수 저장고의 정비용 해치 너머의 과선교 갑판으로부터 묵직한 군홧발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그 감시가 무기를 보았다고 했었나? 그 아스타르테스가 무장하고 있다던가?!"


"언제 아스타르테스들이 무장 안 하고 있는 거 본 적 있어요?!" 올리톤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스타르테스들은 칼이나 총이 없어도 무장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해치가 쾅 하고 열리자, 신더만은 올리톤의 말에 대꾸할 기회를 눟쳐버렸다. 해치 문이 열리며 낸 메아리 소리는 다른 모든 소리들을 잠재워버렸다. 대리석처럼 새하얀 파워 아머를 입고 있는 거구의 인물이 몸을 굽혀 격실 안으로 들어왔다. 석학 신더만은 독수리 머리 장식이 달린 흉갑에서 윤이 나게 닦인 황동이 광채를 발하는 것을 보았다. 신더만은 앞으로 걸어 나서, 두려움을 억누르려 애를 쓰며 눈앞의 데스 가드 군단원에게 살짝 몸을 숙여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가로 중대장님. 이곳을 방문한 아스타르테스는 당신이 처음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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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는 눈앞의 홀쭉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그 사내는 야윈 체구에 겁을 먹고 있었고, 그의 모습이란 마치 석학의 로브를 입고 있는 막대 다발들 같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신더만." 가로가 말했다. 가로는 식수 저장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갑판 두 개 정도 되는 높이에 원통형 구조로 된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서로 다른 높이로 격자 모양 바닥이 달린 과선교들이 있었고, 그물처럼 얽힌 파이프들과 환기구들이 격실 내로 불쑥 비어져 나와 있었다. 벽들로부터 뻗어져 나온 높다란 금속판들은 실내가 물로 가득 찼을 시에는 수류 조절 장치 역할을 하는 것들이었지만, 지금처럼 실내가 텅 비어 있을 때에는 그 장소를 마치 예배당의 오래되어 닳아버린 강철 회중석(會衆席)처럼 보이게끔 하였다. 정비용 갑판들로부터 가져온 화물용 깔판들은 임시 좌석들로써 배치되어 있었고, 또한 그곳에는 연료 전지 용기로 만든 일종의 제단도 있었다. "그대가 이 모든 것들을 지은 건축가인가?"


"저는 그저 일개 석학일 뿐입니다." 신더만이 대답하였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지?" 가로가 거칠게 물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절망감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너희는 이곳에서 무엇을 이루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냐?"


"그것은 제가 당신께 물어야 할 질문인 것 같네요, 나타니엘 님." 사진가, 그들이 성녀라고 부르는 여성이 앞으로 걸어 나와, 줄에 매달린 바이오륨 조명의 빛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킬러." 가로는 신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와 단 둘이서 대화를 좀 하지."


킬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로에게 손짓하였다. "물론이죠."


"유프라티를 해치지 마세요!" 크루제가 메르사디 올리톤이라고 소개했었던 다른 리멤브란서가 사나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외침은 반은 위협의 의미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다급함에 필사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가로는 올리톤의 무모함에 눈썹을 치켜 올렸다.


킬러는 다시 한 번 입을 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곳에 모여 침묵 속에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었다. "나타니엘 님께서 이곳에 오신 것은 그분께서도 또한 저희들과 다를 바가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길을 찾고 있지요. 어쩌면 제가 나타니엘 님께서 길을 찾으시는 데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성녀와 병사는 그늘진 구석으로 걸어 가, 등불의 가장자리에 서로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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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고 싶으신 것들이 있으시죠." 킬러는 가로와 자신의 잔에 각각 물을 따르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대답해드리겠어요."


가로 중대장은 얼굴을 찡그리고는 손잡이 없는 작은 양철 잔을 양손으로 들었다. "이 컬트는 제국의 뜻에 반하는 것이오. 그대는 그대의 신앙을 이곳까지 가져와서는 안 되었어."


"저는 더 이상 제 신앙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어요. 당신께서 당신의 형제분들에 대한 충의를 저버리실 수 없으셨던 것 이상으로요."


가로는 으르렁거리고는 험상궂은 조소와 함께 잔을 비워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형제들을 저버렸소.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겠지. 나는 전장으로부터 도망쳤소. 대체 무엇을 위해서? 호루스와 나의 프라이마크는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인해 나를 탈영병이라고 부를 것이오. 내가 명예롭게 해주겠다고 맹세한 이들을 나는 불확실한 운명 속에 남겨두었고, 심지어는 도주하는 도중에도 나는 그 맹세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소."


"저는 당신께 저희들을 구해달라고 부탁드렸고, 당신께서는 그리하셨지요." 킬러는 상냥한 시선으로 가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앞으로도 저희를 구해주실 거예요. 당신께서는 당신의 군단의 이름의 체현 그 자체시랍니다. 당신은 저희를 죽음-Death로부터 지켜주시죠-Guard. 당신께서는 거기에는 실패하지 않으셨어요."

가로는 킬러의 말을 위선적이라면 무시해버리고, 그녀가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말들이나 하고 있다고 그녀를 비난하고 싶었지만, 스스로의 의지와는 달리, 그는 스스로가 킬러의 찬사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로는 머릿속에서 킬러의 찬사에 대한 생각을 억지로 치워버리고, 벨트의 주머니에서 칼렙이 지니고 있던 종이들을 꺼냈다. 종이들은 황동 성상과 거기에 달린 사슬로 묶여 있었다. "이것들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여자여? 황제 폐하께서는 거짓 신들에 반대하는 세력에 속해 계시오. 그럼에도 그대들의 교리는 그분을 신이라고 지칭하고 있지. 그런 것이 어떻게 올바를 수 있다는 것이오?"


"당신의 질문이 곧 그 질문 스스로에 대한 대답이랍니다, 나타니엘 님." 킬러가 대답하였다. "당신께서는 거짓 신들이라고 하셨죠. 안 그런가요? 진리는, 진짜 제국의 진리는 곧 인류의 주인께서는 거짓 신이 아니시라는 것이죠. 그분께서는 진짜 신이세요. 만일 저희가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분께서는 저희를 가호해주실 거예요." 가로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킬러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과거의 사제들이라면 당신더러 책이나 팜플렛에 쓰인 글자들에 불과한 것들에 기초한 것을 믿으라고 했었겠지요." 킬러는 가로의 손에 들린 종이뭉치를 손짓으로 가리켜 보였다. "황제 폐하께서도 그리하시던가요? 제 질문에 대답해보세요, 아스타르테스시여. 당신께서는 그분의 영이 당신의 위에 임하시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으신가요?"


가로가 입을 떼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의지력이 필요하였다. "있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일지는 몰라도.... 나로써는 확신할 수가 없소."


킬러는 몸을 뒤로 눕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그러자 행복에 겹고 절제되어 있던 그녀의 태도가 그녀로부터 떨어져 나가버렸다. 킬러의 태도는 도발적이고도 집중적으로 변하며, 가로가 그녀에게 기대하고 있던 거룩한 고요함을 탈피해버렸다. "당신의 말은 믿음이 가질 않네요. 당신께서는 그것을 이미 확신하고 계세요.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입 밖으로 내기에는 당신의 방식들에 너무 고정되어 계시기 때문에 그것을 확실히 얘기하시기가 두려우신 거죠."


"나는 아스타르테스요." 가로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오늘까지는 그러셨겠지요." 킬러는 가로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 진리에 두려워하고 계세요. 왜냐하면 이 진리는 너무도 엄청난 것이라서, 당신을 영원히 변하게 만들 테니까요." 킬러는 가로의 건틀렛 위에 자신의 한 손을 올려놓았다. "당신께서 깨닫지 못하시는 것은 바로, 당신께서는 이미 변하셨다는 거예요. 오직 당신의 마음만이 당신의 영혼에 뒤쳐져 있을 뿐이지요." 킬러는 가로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당신께서는 무엇을 믿으시죠?"


가로는 주저 없이 대답하였다. "나의 형제들. 나의 군단. 나의 황제 폐하. 그리고 나의 제국. 허나 그 중에서 어떤 것들은 나로부터 앗아가졌소."


유프라티는 가로의 가슴 위를 톡톡 두들겼다. "이곳으로부터는 아니에요." 킬러는 머뭇거렸다. "당신들 아스타르테스들께서 심장을 두 개 가지고 계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께서도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시겠죠."


"내가 보았던 것들...." 가로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그것들이 내 이성을 그 뿌리부터 잡아당기고 있소. 나는 여지껏 내가 확실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에 의문을 가지고 있소. 내 내면을 들여다보았던 외계종의 사이커 아기는 미래에 벌어지게 될 일들을 가지고 나를 비웃으며 조롱하였고.... 그룰고르는 죽었으면서도 어떤 소름끼치는 감염을 통해 다시 되돌아왔소.... 그리고 그대는, 내가 가사 상태에 있는 중에 내게 흘끗 그 모습을 보였었지." 가로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이 배처럼 표류 중에 있소. 그대는 내게 확신이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것을 느낄 수가 없소. 내게 보이는 것은 오직 멸망으로 향하는 길과, 의심의 미로뿐이오."


킬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께서 어떤 기분이신지는 저도 알고 있어요, 나타니엘 님. 당신은 제가 이것을 원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킬러는 자신이 입고 있는 로브 자락을 당겨 보였다. "저는 사진가였어요. 그것도 아주 뛰어난. 저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지요. 제 작품은 수천의 행성들에 알려져 있었어요. 당신은 제가 제 위로 임하는 신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 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언젠가 예언가가 되기를 꿈꿨다고요? 저희의 인격은 저희가 삶의 여정 중에 무엇을 하느냐, 만큼이나 운명이 저희를 어디로 이끄느냐, 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 법이지요." 킬러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당신이 부럽답니다, 가로 중대장님. 당신께서는 제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시니까요."


"그게 무엇이오?"


"의무지요. 당신께서는 당신이 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세요. 당신은 그 명확한 미래상을 찾으실 수 있고, 또 당신이 그것을 붙들고, 또 완수하고자 분투할 수 있는 임무 또한 찾으실 수 있으시죠. 하지만 저는 어떻죠? 제 소명은 날마다 달라지고, 매일 다른 도전들이 찾아오며, 저는 계속해서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하죠.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제게 커다란 열망이 있다는 것뿐이에요. 그나마도 아직은 그 형태가 보이질 않죠."


"그대에게는 커다란 목적이 있소." 아스타르테스 가로는 중얼거렸다.


"저희 둘 다 그래요." 킬러는 가로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요." 그런 다음, 킬러는 손을 뻗어 가로의 뺨에 손을 대었다. 자신의 거칠고 흉터 난 얼굴에 킬러의 손가락이 닿는 감촉에 가로의 신경에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께서 워프의 포식자들로부터 이 배를 구해내신 이후로, 일부 승조원들은 이곳에 와서 저희들을 구해줄 기적을 기도하고 있어요. 그들은 제게 어째서 자신들이 황제 폐하께 기도를 올릴 때 제가 그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죠. 그리고 저는 그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이렇게 말해줬죠.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저희를 구해주셨다고. 우리는 오직 그분의 전사께서 그 방법을 찾아내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게 바로 내 존재의미란 말인가? 황제 폐하의 신성한 의지가 육신으로 나타난 것이?"


킬러는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녀는 가로가 병영에 홀로 있을 때 느꼈었던, 그 강력한 감정의 동요를 다시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친애하는 나타니엘 님, 당신이 언제 그 이외의 존재셨던 적이 있으셨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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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때려부수러 왔다고 도로 전도되서 돌아가는 가로.

p.s. 둘이서 하는 거 보면 거의 뭐 썸타는 거 같어. 둘이 나이차 고려하면 거의 로리콘 아니냐,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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