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애니 후기(장문)앱에서 작성

☂+(125.180) 2023.01.08 21:14:59
조회 882 추천 15 댓글 0
														

미대 지원했던 사람으로서 너무 감명깊었고 너무 쩔었고 너무 슬펐고 너무 잘만들었고 너무 재밌었음.

야구치는 너무 잘생겼고

유카는 너무 이쁘고

모리 선배는 너무 귀엽고

야구치는 잘생겼고 시발 왜 혐실엔 없을까 싶고

오오바쌤이 말하던 잔재주 가르쳐주는 걸 나도 직접 봤었는데 대놓고 웃어서 존나 처맞았음...

그때 들은 잔재주가 감독관 없을 때 몰래 자로 직선 긋는 거였는데 난 그게 너무 웃긴거임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지

자긴 그렇게 해서 갔다니까 뭐...

애니에 나온 그림들도 정말 압도되는 느낌이었어. 내가 유영국 전시 갔을 때 그 느낌이었지.

눈이 즐거운 예술로 굳혀진 전시회 같은 게 아니었어. 유영국이 그린 작품들은 죄다 심오했거든.

유영국은 우리나라의 서양화가 중 한 명인데 김환기에 견줄 수 있는 심오함을 자랑해.

7fed8170b48269f73eec83e04282736f14a8c27daa05ffeacb0d8c84fc79ff70de114652c7

a14110aa1d33b273a3f1dca511f11a392430ce17955d72ff17

7c8e840bc1870ef34a87e9e058db343a86e39b0a2c02186a2570d89c

이런 그림이 많아. 다 이런 그림인데 뭘 말하려는 건지 몰라. 뭘 그렸는지도 몰라. 근데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감상하게 되거든. 유영국을 처음 봤을 때 느낀 분위기는 야구치가 새벽의 시부야를 봤을 때와 같았어.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작가가 미대 출신이니까 더 리얼했고, 그림을 어떻게, 좀 더 독창적으로 구상하고 그릴지 고민하는 부분에 있어서 모리 선배가 했던 말처럼

기도하면서 그리지 않으면 완성이라는 게 어려웠어. 나한테는.

그림을 그린다는 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이고 그렇게 나온 그림은 나 자신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내가 누군지 모르면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마음은 아는데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막연한 거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어딜 손대야 하지?

그렇게 시작점을 잡았다 해도 마지막에 야구치가 시험 볼 때처럼 주변 사람의 속도와 자기의 속도를 비교하면서 못 버티는 사람은 와르르 무너져버리더라.

실제로도 평가에서 1위했을 때는 붙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어. 입시용 그림이라는 것도 C&C나 오늘이었나 그곳에선 한 달을 그리게 했고 못하면 때리고 그랬거든.

다행히 난 그런 곳은 안 다녔지만 사촌 형은 그렇게 해서 입시까지 봤는데 떨어졌어.

그러니까 난 더 필사적으로 했었고, 사촌 누나도 미대를 목적으로 갔는데 어른들이 다들 그러는 거지.

그림은 취미로 할 거지?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둬야 해.

그래서 결국엔 지금은 방송일 하고 있고 그림은 취미로 하게 됐어.

사람들에겐 누구나 꿈이 있잖아.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그걸 일로 하고 싶다던지

그림을 그리는데 그걸 좋아해서 본업으로 하고 싶다던지.

근데 내 기억에는 오오바 쌤이나 학교 미술 쌤 같은 분이 없었어. 그래서 내가 뭘 그려도 이해를 못하셨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적었지.

그래서 야구치가 응원 받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몰아붙이는 거 보면서도 많이 울었던 것 같고 마지막엔 내가 야구치 낳은 듯 존나 오열함...

아무튼 다시 유카 이야기도 해보면, 사실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어. 아내도 있는데 동성 파트너가 있으신 분도 있었고 유카 같은 분도 있어.

생각해보면 그들 하나하나 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데 그게 그림으로 나타나고 그걸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기에 그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거든.

근데 유카는 엄마아빠가 여장남자인 걸 반대하고 그나마 할머니가 유카를 응원하지만 할머니에게 유카는 그림 좋아하는 어린이일 뿐이야.

그러니까 유카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엄청난 고통을 혼자서 이겨내왔을 거고 실제로도 그림 그리는 걸 인정받지 못해서 집을 나가 그리고 유명해진 사람도 종종 있어. 특히 그 N수생이 한 얘기 중에 입원했다던 친구도 종종 있는 일이야.

안 나오면 괴롭거든.

그려야 하는데 떠오르지 않으면 불안해져.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렇게 누군가는 약에 손대고 자살하지.

일찍이 요절한 화가 대부분은 그래. 단명하지. 이유는 자기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집착하고 자책하고 학대하면서 몸과 마음이 병드는 거야.

그리고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기성이 아직 판을 잡고 있다는 거고, 기성이 건재하면 신입은 고개를 들고 실력을 펼칠 수 없어. 그래서 붓을 놓거나 스케치북을 태워버려.

두 번째는 정말 잘 그린 사람들은 주목을 받지 않아.

실력은 개바보등신인데 거기에 부가적인 걸 끼얹어서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은 시대야.

그런 면에서 실제로 야구치 같은 학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지켜줘야 해.

어쩔 수 없이 모든 예술가는 돈에 따라 움직이니까 돈이 되는 그림을 그리려면 내가 잘하는 걸 죽여야만 해. 내가 잘하는 걸 그리면 돈이 안 되거든. 그래서 야구치 같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꼭 잘 성장하도록 지켜줘야해. 그 이유는

예술가에게 가장 어려운 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하면 대중이 좋아할까?

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래. 야구치가 날 것 그대로인 감정을 점차 다듬으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면에서 아직 그 어떤 틀에도 구속되지 않은 학생 시절의 그림이 더 신선하고 날 것인 면이 있어.

어차피 유영국이나 피카소나 렘브란트의 그림은 활어로 만든 회가 아니잖아. 완성은 되었고 맛은 있지만 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 보면 질리거든. 우리가 마트 냉동스시보다 일본 스시 좋아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저 시기의 그림들은 몇 번을 봐도 안 질렸던 것 같아.

진심이 느껴지잖아.

이야기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여러모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내가 요즘 정체기를 겪다보니까 뭘 해도 맘에 안 들었거든. 날린 그림만 수십 장인데

어제 랜덤재생에서 이게 나오고 하루에 다 몰아보니 내 안의 열정이란 불꽃이 막 타오르는 거야.

난생처음 아직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대상을 받을만 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아주 좋아.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153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19/53 [1] 후지모토타츠키(118.235) 23.03.10 352 7
1152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17/53 야마구치츠바사(218.238) 23.03.10 294 6
1151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15/53 신카이마코토(61.72) 23.03.10 312 6
1150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13/53 [1] 하시다하루카(183.96) 23.03.10 395 6
1149 일반 게이들아 애니 12화까지 봤는데 원작 몇화부터 보면되냐 [2] ㅇㅇ(121.88) 23.03.09 196 1
1148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11/53 모르는개산책(124.5) 23.03.09 389 5
1147 일반 하루에 번역글 하나씩만 올리는 이유 [3] 야무치(223.38) 23.03.09 341 0
1145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9/53 [2] 갈모매(223.38) 23.03.09 397 5
1144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7/53 노무챠(223.38) 23.03.08 555 6
1143 일반 후지 이 대걸레같은 씨발년아!!! [1] 블루피리어드(223.38) 23.03.07 646 10
1142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5/52 [5] 류지걸레놈(27.172) 23.03.07 477 7
1141 일반 번역) 블루 피리어드 53화 3/52 [7] 1일1번역(223.38) 23.03.07 602 6
1140 일반 아니 시발 "노마스크" 가 아니라 "노마크스" 였구나 ㅋㅋㅋ 모리선배창녀(223.39) 23.03.06 285 2
1139 일반 블루 피리어드 53화 부터 번역 할가? [5] 불법번역(223.38) 23.03.06 308 0
1138 일반 이 씨발년 존나 꼴리지 않냐??? [7] 카시오페아(223.38) 23.03.05 1011 17
1136 일반 작 중 나온 합스부르크 초상화 보고 온 후기 ㅇㅇ(222.237) 23.03.04 348 7
1135 일반 블루 피리어드랑 비슷한 일본 만화 추천 좀 해줘 [3] ㅇㅇ(112.156) 23.03.03 240 0
1134 일반 애니 다봤다 ㅇㅇ(115.139) 23.03.03 61 0
1133 일반 이씨발 다음권 번역 언제나옴?? [1] ㅇㅇ(121.161) 23.03.02 172 0
1132 일반 만화에서 합스부르크 보러 간 편이 몇 화임? [1] ㅇㅇ(1.236) 23.03.01 141 0
1131 일반 3월도 없어 ㅇㅇ(1.237) 23.02.28 91 0
1130 일반 블루 피리어드를 주제로 쓴 글이 실시간 베스트에 등재됐습니다 [2]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8 351 2
1127 일반 야구치 이새낀 긍정적이라고 해야하나 [5] 사슴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3 437 0
1126 일반 대학교 들어가고 몬가 답답해짐 [1] ㅇㅇ(223.62) 23.02.22 257 0
1125 일반 리디 세트할인때 사길 잘햇네 [1] 이니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0 182 0
1124 일반 블루 피리어드 성지?순례 [1] ㅇㅇ(115.69) 23.02.20 542 6
1123 일반 왜 1년째 연재안되고있는거임? [2] ㅇㅇ(222.120) 23.02.19 435 0
1122 스포 넷플만봄) 주인공도 나름 씹재능충 맞는거 아니냐??? [5] 이니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8 417 1
1121 일반 애니 다보면 만화 몇권 몇화부터 보면댐? [3] 이니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5 159 0
1120 일반 ㅋㅋ도쿄예대못들어감 ㅋㅋㅋ [1] ㅇㅇ(118.238) 23.02.14 592 1
1119 일반 님덜 e북 어디서 사나여? [2] ㅇㅇ(59.19) 23.02.11 201 0
1118 일반 [1] 억지부리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08 216 0
1117 일반 야쿠모 얘 왤캐 멋있음 프랭크오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08 200 0
1115 일반 교수님 픽 따라 같이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읽으실 블갤러 구함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06 249 1
1114 일반 일본에는 13권분량 다 나온거임? [1] ㅁㄴㅇㄹ(211.234) 23.02.06 310 0
1113 일반 블루 피리어드 전권 구입 및 화집 구입 [2]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04 477 5
1112 일반 애니는 저예산인 편임? [2] ㅇㅇ(175.223) 23.02.04 323 0
1111 일반 담주에일본가는데 블루피리어드 성지순례 갈곳없남 [5] ㅇㅇ(211.216) 23.02.02 246 0
1110 일반 2월 종이책이랑 13권 기대해봤는데 ㅇㅇ(125.177) 23.01.30 326 2
1109 일반 유카랑 유카다이스키(123.111) 23.01.27 93 0
1108 일반 블루피리어드보고 유카다이스키(211.36) 23.01.26 135 1
1107 일반 유카 다이스키 유카다이스키(211.36) 23.01.26 192 0
1106 일반 블루 피리어드 종이책 정발 안 해줘서 원서로 삿름 [2] 퀸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2 462 3
1102 일반 이거 월간만화던데 ㅇㅇ(58.141) 23.01.15 214 0
1101 일반 움직이고 말하는 네코야시키 교수님 보고싶어 채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3 300 2
1096 일반 넷플로 재밌게 다 봄 ㅇㅇ(1.238) 23.01.11 111 0
1095 일반 외 주인공이랑 눈밑에 점있는 보추 서로 커플안됌? [3] ㅇㅇ(118.235) 23.01.11 396 1
1094 정보 작가 집 지었나봐. [6] ㅁㅁ(118.33) 23.01.11 1791 17
1093 일반 애니 2기 마렵네 goldloadgo(125.179) 23.01.09 133 0
1092 일반 어제 후기에서 김환기 화가에 대해 설명을 안 했는데 ☂+(125.180) 23.01.09 336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