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단순하다

욕받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 가구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는 대한민국 특성상, 공인중개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때 과도한 세금규제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 정부는 공인중개사의 '복비'를 문제삼으며 0.9% 였던 수수료를 0.4%로 낮추면서 비난의 화살을 중개사들에게 돌렸다. 집값이 오르면 수수료가 높아져 부동산들이 집값을 일부러 높게 부른다는 여론도 많았다.

(참고로 집값이 오르게 되면, 거래는 얼어붙어 계약 하나하기도 힘들어진다. )

윤석열 정부때 전세사기로 이슈가 되자, 정부는 전세사기에 가담한 부동산을 잡는다며 뉴스에 '공인중개사'라는 키워드를 크게 노출시켜 전국의 중개사들에게 비난의화살을 돌린다.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부분은 2030세대이다. 대부분은 버팀목이나 중기청같은 정부기금대출로 들어간 세입자들이다.

'전세제도'의 허술하디 허술한 시스템안에서, 정부는 대출을 받으라고 돈을 풀었고, 은행에서도 쉽게 돈을 유통하면서, 시장의 예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임대인과 전세제도의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했던 임차인, 그리고 늘상 반복적인 전세계약으로 안전불감증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중개인.

이 모두가 오케스트라처럼 반영되어 전세사기라는 괴물을 낳게되었다.

하지만 전세사기로 인해 비난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개사이다. 혼나는 것도 중개사이다.

그래서 난 안심이다.

중개사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중개사가 사라지면 이 모든 비난과 욕은 누구에게 갈 것인가?

부동산문제가 터지면, 정부에서는 중개사를 조지는 것만큼 손쉽고 좋은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갈수도 있다.

국민들은 공인중개사들을 '부동산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을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채찍질하면, 국민들은 좋아한다.

하지만 채찍질 할 대상을 아예 없애버리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은 정부 자기자신이 되어버린다.

이번에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에게 한가지 요구를 했다.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게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달라'

'임대인의 세금체납여부를 임대인의 동의없이 발급받을 수 있게 해주고, 선순위보증금이 얼마있는지 등기부등본처럼 직접 발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

정부의 대답은?

'앞으로 중개사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최우선변제금을 설명하라'

'앞으로 중개사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임대인 세금체납 여부와 선순위보증금을 기재하라'(단, 임대인 동의를 받은 후 서류를 받아서 기재하도록, 그게 어렵다면 서류를 받지 못한 이유를 쓰고 기재하라)

여기서 공인중개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된다. 사실 저 모든 서류를 떼오는 집주인들은 극히 드물며, 저 서류들을 구비해서 오는 집주인들은 자본을 빨리 융통해야만 하는, 세입자를 빨리 맞춰야하는 임대인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중개사의 '권한'은 그대로 둔 채, 허술하기 그지없는 전세제도의 모든 '리스크'를 중개사에게만 떠넘기는, 정부로써는 아주 간편하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사실, 현 정부에서도 50년 넘게 유지된 전세제도를 아예 없앤다거나, 완벽하게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중개란 '거래당사자간의 매매ㆍ교환ㆍ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

임대인과 임차인의 의뢰를 받고, 조건에 맞는 집을 보여주고 계약을 도와주고 입주까지 성사시키면 중개사가 하는 일은 끝이난다.

그후에 발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는 중개사의 영역과 별개다.

이 모든것들을 중개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중개사라는 직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것이라 장담하지만

부동산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국민의 샌드백이 되어야하며

결국 우리는

임대인과 임차인

매도인과 매수인

국민과 정부

평생을 가운데서 얻어맞아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그렇게 얻어맞을 각오가 된 사람들만 중개사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