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한 인연은 스쳐지나가지만 악연은 매듭을 풀기 위해 다시 만난다고 수혁이 엄마가 말했던 거.

우리가 알고 본 전생으로 치면 형빈이와 하은인 스쳐지나갈 인연이야. 둘의 사랑이 절절했잖아.

드라마 보다가 생각해봤는데 공지철과 천종범은 주인공이라 그 사연들이 공개된 반면에 사빈이는 아버지가 교도관이고 공지철 사형당할 때 그 버튼을 눌렀다는 거 말고는 알려진 게 없어. 초반에 사형수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얘기로 문제의 심장은 이식받았다고 얘기 나왔고.

난 여태 사빈이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명확하게 알려준 건 공지철과 천종범 밖에 없더라.

하은이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고 형빈이가 알려줬고 형빈이는 부모님은 뭐하던 사람인지 나온 게 없어.

그리고 현생에 김수혁은 백상아 라는 약혼자가 있고 유능한 검사 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어. 사빈이와의 대화로 우리 아버지도.. 하면서 짧게 아버지도 누군가에게 잃었구나 라고 짐작할 수만 있을 뿐이지.

외려 장혜미(백상아 엄마)에 대해서 공개된 사연이 더 많지. 공인우의 비서이고 공지철의 국선변호인이었으며 책을 썼고 어떤 이유인지 천석태를 치려 한다는 것까지.

생각해보니 정사빈과 차형빈이 이름이 참 비슷하더라. 공지철이나 차형빈은 각각 천종범과 김수혁 이라는 전생과 상관없는 이름으로 지어졌는데 왜 사빈이만 차형빈이나 정하은과 비슷한 이름일까. 형빈이 이름에 사를 붙여도 이름이 착 붙더라. 

사형빈

사형 빈, 사(死) 형빈. 사형수의 심장을 받는 사람. 죽은 건 차형빈(이건 끼워맞춘 궁예이고 작가가 주인공 이름을 막 지었을 리 없지)

드라마가 폭풍의 언덕과 매우 연관 있어보여서 한번 쳐봤는데 전생의 공지철은 히스클리프랑 닮았더라. 히스클리프랑 닮은 거지 히스클리프는 아니야. 드라마에서는 계속 이 책을 보여주고. 책 내용대로 간다면 현생도 비극이야.

그런데 말이지, 난 아무리 봐도 공지철도 천종범도 히스클리프 같지가 않아.

아무리 봐도 현생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2세대야. 차형빈과 정하은이 결혼했다면 그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의 이야기가 현생 같다는 말이야

그럼 히스클리프는 대체 누굴까? 막강한 권력과 부를 안고 복수를 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인물인데..

공지철이나 천종범이 아니라면 그 책을 왜 보여주는 걸까?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에 부합하는 인물이 하나 있더라.

아직 드라마상엔 안 나왔지만 공홈 인물소개엔 나오지. 장혜미(김수혁의 예비 장모).

천석태를 사랑했지만 배신당했고, 천석태를 무너뜨리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린다고 나와.

폭풍의 언덕 줄거리를 보면 사랑에 배신당한 히스클리프가 막강한 재력으로 복수를 한다고 하지.

전생과 현생 모두에 나오면서 막강한 권력과 부를 가진 인물(장혜미의 남편은 백인석 회장. 김수혁이 서태하를 협박하면서 서태하가 보낸 편지를 자신한테 보여주었다고 말했지).

천석태를 무너뜨리기 위해 그의 아들에게 접근하여 그가 범죄를 일으키길 바라고 자신의 딸과 김수혁을 약혼시켜 김수혁이 천석태를 치게 하려는 인물

사랑에 배신당하고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히스클리프와 딱 맞아 떨어지지.

공지철은 하은이한테 짐승이 아니라 사람 이라고 인정받고 싶어했어.

그런 아이가 환생해서 싸이코패스 취급을 받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서 복수하진 않겠지. 전생도 현생도 그가 받고 싶은 건 하은(사빈)의 인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게 어떤 형태가 됐든 간에.

드라마 보면서 계속 생각했거든. 왜 하은일까? 저 시대에.

기독교 집안에 보면 자식 이름을 이렇게 짓는다고 해. 은호, 하은 등등

은호(은혜의 호수), 하은(하나님의 은혜)

정하은은 공지철에게 유일한 구원이었지. 아이에게 엄마는 자신을 세상에 내놓은 신이자 우주야. 엄마 라는 신에게 버림받은 공지철에게 정하은은 신이야. 넌 반드시 사람을 죽일 거라며 저주 아닌 저주를 걸던 아버지로부터 넌 누군가를 죽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준 신. 나의 존재를 구원해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 사람 이라면 당연한 욕구야.

환생한 천종범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성당에 아이의 시신을 묻어주지.

사빈은 사형수의 심장을 받은 사람이고, 아버지는 교도관이었지.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싸이코패스 라는 그에게 공감할 수 없는 인간은 없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는 사빈은 구원자야.

공지철을 구원했지만 버린 하은

공지철을 죽인 교도관의 딸 사빈

그러나 사빈은 천종범을 구원해.

전생과 현생을 하나로 묶는 구원 이라는 서사.

정하은과 공지철은 분명 악연인데 이렇게 보면 인연 이란 말야.

그래서 드러나지 않은 형빈과 하은의 과거 서사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인연 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악연이지 않을까.

전생의 형빈인 하은이의 약혼자였고 형사였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어.

현생의 수혁은 백상아의 약혼자 이고 검사이며 사빈이한테 내 아버지도.. 라고 하다가 말은 걸 보면 아버지를 싸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잃은 과거가 있는 것 같아. 이것 말고 김수혁의 과거사는 알려진 게 거의 없어(서태하의 대화에서 보면 네 혈관에도 범죄자의 피가 흐른다고 했지)

혈관에 흐르는 범죄자의 피. 그게 과연 현생 만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김수혁의 아버지, 정사빈의 아버지, 정하은의 아버지 친구(오래된 미래 책방 주인), 정하은의 가정사, 차형빈의 가정사

현생의 세 인물 모두 전생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거라는 건 분명한데 과거와 관련 있어서 꽁꽁 감춰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