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고 말한 이유는 파판을 너무 오래해서 마지막 확장팩 스토리까지만 보고 접었기 때문.

근데 파판 신생때부터 해서 그런지 게임 아닌 게임이 점점 게임다워지는 과정을 봐와서

지금 3일 체험해본 걸로는 블프에 마음에 안드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개선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봄.

1. 커마하고 블프 첫 컷씬까지 본 생각

생각보다 퀄리티 나쁘지도 않아보여서 기대가 됐음.

무엇보다 커마가 딱 원하던 애니풍 느낌으로 나와서 개좋았고.

한음 별로라는데 나는 걍 쬐끄만한 애가 주제 안 맞게 떽떽거리는 게 마음에 들었음.

이런 씹덕감성이 개인적으로 잘 맞았는듯.

2. 첫 퀘스트 받고 UI 화면 보고 든 생각

얘내 모바게 만들려고 하다가 PC로 급하게 바꾼건가?

엄청 정신없고 번잡하고, 도무지 근거를 알 수 없는 HUD 배치.

HUD는 커스텀할 수 있으니까 넘어갔는데, 기본 배치 구성부터 너무 번잡하니 엄청 거슬렸음.

UI를 더욱 세밀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야할 필요성을 느낌.

3. 인벤토리 열려고 I 눌렀더니 아무 반응없었을 때.

RPG 단축키는 게임마다 다름.

캐릭터정보가 C일때도 있고 P일때도 있고, 스킬창도 K일 때 있고 L인 것도 봤는데

인벤토리만큼은 I가 아닌 게임을 못봐서 당연히 인벤토리 창이 뜰거라 생각하고 I 눌렀는데

웬걸 아무것도 안뜸.

당황해서 ESC를 누르고 나서야, 모든 메뉴기능이 ESC키 하나로 통합된 걸 확인할 수 있었음.

그리고 이 게임이 철저하게 '콘솔식 조작에 익숙한 일본유저' 대상으로 개발된 거라는 걸 깨달음.

솔직히 번역이나 더빙같은 현지화 퀄리티엔 전혀 태클 걸 게 없는데

만약 이것도 현지화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0점 주고 싶음.

만약 키보드 마우스 전용 조작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있는데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거라면 내 잘못이긴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는 콘솔 조작에 익숙치 않고 대부분 키보드 마우스 유저인데

콘솔 조작형 메뉴를 어거지로 집어넣어놨으니 이해가 안 되고 존나 불편함.

내가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있고, 가방에 어떤 템이 들어있는 확인하려는데 약 1분 정도 소요된 것 같음.

다른 RPG 게임은 캐릭터창 인벤토리창 두 개만 띄우면 5초만에 파악이 되는데.

본토 유저가 압도적으로 콘솔조작이니 이해는 한다만.

블프 개발진이 키보드&마우스 조작에 익숙한 유저에 대한 고려와 배려를 하나도 안했다는 느낌을 받았음.

4. 처음으로 몬스터 잡아봤을 때.

이지스였나? 검방으로 시작해서 칼 휘둘러봄.

전투가 너무 구리다는 평을 먼저 보고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타격감은 일단 파판보다 ㅆㅅㅌㅊ였고 모션도 좋았다.

(다른 건 몰라도 파판은 타격감 하나만큼은 쉴드 절대 불가)

아쉬운 건 평타 캔슬하고 방패 들기가 안된다는 거.

또 전체적으로 스킬들의 쿨타임이 길어 평타에 의존을 많이하고, 스킬 쓸 때마다 선딜레이 후딜레이가 무척 길다는 거.

레벨이 20이상 올라가면 스킬이 여러갈래로 바뀌는 걸로 봤는데, 그 때 평캔방패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거 안되니까 칼같이 패링하며 카운터 넣던 닼소류 플레이가 안되서 약간 실망했음.

이것만 되어도 최소한 검방 클래스의 전투가 더 호쾌하고 재미있을 텐데.

다만 딜레이나 쿨타임 관련은 레벨 올라갈수록 변화가 많이 생기고

검방이 답답하면 다른 클래스 하면 되는 문제라...

그리고 RPG게임이 서비스가 오래되기 시작하면 전체적으로 다 빨라져서

이건 충분히 개선될 거라 생각함.

스킬 4슬롯은 씹에바인데 조금 알아보니 본섭에는 8슬롯으로 늘린다고 해서 납득함.

근데 내가 볼 땐 8슬롯도 모자랄 느낌인데. 후반 컨텐츠까진 못가봐서 모르겠다.

5. 서브 퀘스트 진행할 때

퀘스트 뺑뻉이는 RPG가 전부 다 그래서 아무 불만 없었고

일단 각 서브 퀘스트들을 넣어놓은 '이유'가 느껴져서 무조건 해봐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음.

무엇보다 배달부 퀘가 인상적이었는데

마을이 이렇게 넓은데 워프가 2개 밖에 없나? 좀 불편하네... 싶었던 찰나에

퀘스트 동선으로 워프 포인트를 하나하나 안내한 건 재미있었음.

근데 워프포인트가 딱 눈에 띄지 않고, 뭔가 어두침침한 웜홀같은 디자인이라 바닥을 유심히 보고 다녀야한다는 점은 아쉬움.

이것 때문에 놓치고 지나간 워프포인트가 너무 많았음.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성을 높여야할 필요가 있음.

6. 필드 보스 몬스터 잡았을 때.

처음에 혼자서 겁도 없이 쳤다가 데미지 눈꼽만큼도 안들어가는 거 보고

이거 보스몹이구나 싶어서 도망가는데

갑자기 사람들 하나둘 모이더니 다같이 우다다다 치기 시작하니까

10분 동안 열심히 후두려패서 어떻게든 죽이는 데 성공함.

아 이게 RPG 로망이지 ㅋㅋㅋ하고 좋아했음.

파판도 비슷하게 마물이라는 걸 잡는데

옛날에는 재미있었지만, 고인물화 되기 시작하니까 바쁜 현대인들처럼 빨리 모이고 빨리 목따버려서 이 정도까지 땀내나는 감동은 없음...

다만 이런 강력한 몹들은 광역 패턴 많이 심어서 긴장감이 있고.

계속 뒤지고, 다른 사람들한테 부활받고, 뒤지고 하면서 잡는 게 좋긴한데...

그건 초반부라 쉽게 만든 것 같아서 넘어감.

7. 길 가다가 다른 사람 도와주기

운영자가 준 검은늑대 탈 것 타고 열심히 몹 잡고 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님' 이러면서 따라옴.

나보고 개 어떻게 타냐고 묻길래

나도 어렵게 해냈던 '탈 것 장비하는 법'을 알려줬음.

분명 튜토리얼로 한 번 알려주긴 하지만, 이런거 빨리 넘기는 사람은 절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꼭꼭 숨겨놓긴 했음 ㅋㅋ

친절하게 알려줬는데 그 사람도 메뉴 조작이 어려웠던 모양임.

고맙다고 하고는 1분동안 가만히 서있어서 안타까웠음.

탈 것 타는 거까지 보려고 했는데 내가 잡으려던 핑크 멧돼지가 뜨는 바람에 그건 못봤음.

그 사람은 내가 알려준 대로 잘 찾아서 늑대 탔으려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유저가 말을 걸고, 서로 알려주고 하는 게 너무 초기 RPG 감성이었고, 이게 너무 그리웠어서

이 때부터 푹 빠졌던 거 같음.

지나가다가 죽은 사람 발견해서 부활도 시켜주고

ㄳ 소리 듣고 헤어지고...

최근에 롤같은 날 선 게임만 하다가 이런 걸 느끼니 너무 좋았다.

8. 이해할 시간도 없이 마구 쑤셔넣는 시스템.

이매진 제작이니, 세잎 네잎 어쩌고 저쩌고...

NPC들 설명 두세번씩 읽으면서 자세히 곱씹으니까 전부 나름 특색있고, 블프만의 고유한 시스템이라는 건 알겠지만

점점 난잡해지는 느낌을 받았음.

그냥 딱 공격용. 방어용.

이 이매진은 어떤 특성을 가진 이매진이다 하고 바로 인지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한 느낌이고. 이펙트도 화려했으면 좋겠음.

가장 먼저 지급받은 고블린 이매진은 고블린 앞에서 쓸 때마다 이게 내가 소환한 건지, 적인지 헷갈림

저급 이매진이라 그런가... 하고 그냥 넘어가긴 했는데

지금으로선 이매진이라는 거창한 단어와 전혀 매칭이 안 돼서 아쉬웠다.

9. 외형이 똑같은 NPC들.

난 이게 너무 이상했다.

ESC키에 메뉴통일이 몰입감을 가장 크게 해치는 요소 중 원탑이라면

이건 두번째 요소였음.

엑스트라 NPC들이 전부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음.

아저씨는 아저씨. 소녀는 소녀.

근데 이름만 다름.

이 정도로 리소스를 아껴야했나?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몰개성해서...

아무리 엑스트라 NPC라곤 하지만 외모가 다 같아버리면, 뭔가 한 인물이 여러 이름 쓰면서 연극하는 느낌이 듬.

이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ㄹㅇ 수정해야됨.

10. 뒤로 이동키 ↓(S)를 누르면 캐릭터가 한바퀴 빙글 도는 조작

이것도 콘솔조작에 맞춤이 되어서 그런 거 같은데

뒤로 무빙쳐야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뒤로 돌아보는 게 아니라, 옆으로 빙글 돌아서 뒤를 보더라?

물론 현실성은 이게 더 맞긴 하지만, 이게 게임적으로 덜 민첩해지고 덜 직관적이고 불편함을 야기함.

이것때문에 마을의 계단 같은 좁은 곳을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음.

익숙해지면 몰라도 조작 난이도가 꽤 높겠다 싶었다.

쓰다보니 비판점이 많긴 한데

워낙 바빠서 3일 동안 많이 못 즐기고 2시간 씩만 틈틈이 즐겼는데도

서버 닫혀버린 오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음. 정출 하면 바로 달릴 생각.

급하게 하느라 빨리 넘겼던 부분들도, 오픈하면 최대한 느긋하게 씹으면서 즐기고 싶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RPG로망의 향수 느낌 물씬 나고...

고쳐야할 점이 산더미지만 반남이 이 게임을 놓지 않는 이상은

언젠간 다 개선되고 재미있어 질거라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