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액자로 만들어서 두려고 하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볼 때마다 울 것 같고 생각날 것 같아서 두렵다


사진에선 웃고 계셔도 가실 때는 힘들어하실거고 초기도 아니라서 항암치료도 독할거고 우리 엄마 원래 몸도 약한데 의료파업때문에 수술 밀린 기간동안 더 악화될까봐 밤에 잠도 잘 못잔다 자고 있다가 엄마 큰일날까봐

난 아직 20대 초반이니까 적어도 10년 넘게 우리 엄마 없이 살아가야하는데 집에 흔적 많이 남아서 볼 때마다 눈물이 남 엄마 방에는 벌써부터 들어가지를 못 하겠음 엊그제도 나 쓰라고 욕실 슬리퍼 사오셨는데 쳐다보는 것도 힘들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다 우리 엄마가 사준건데 그냥 모든 게 다 우리 엄마가 나 주면서 웃었던 거랑 뭐 사줄까 하고 나한테 연락했던거 생각난다.

우리 아파트 산책도 엄마랑 같이 했었는데 아파트 돌려고 운동할때마다 눈물이 남 우리 엄마 웃는 얼굴이 자꾸 생각남 나랑 대화하던거 생각남 자기도 회사일 때문에 힘든데 나 때문에 일하는거라고 했는데 그러다가 아프셔서 다 나 때문인거 같음 내가 좀 더 관심있게 봤으면 병원 일찍 가지 않으셨을까? 엄마랑 밥을 더 잘 먹었으면 엄마가 인스턴트 덜 드시고 지금처럼 안 아프시지 않았을까? 난 매일 방구석 폐인처럼 살아서 엄마랑 많이 대화도 안 하고 엄마가 쇼핑가자고 해도 매번 안 간다고 거절하고 밥도 엄마가 방까지 가져다주고 그 때 하루에 유일하게 대화했고 밥도 따로 먹고 내 방에서 안 나왔는데 그게 전부 다 너무 후회된다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제일 힘들텐데 자식으로서 힘내게 해주지 못할 망정 하루종일 울고나 있고 엄마가 무리하게 만드니까 나는 뼛속까지 불효자식인 것 같다. 기운차게 해주고 싶어도 도저히 기운이 안 난다. 너무 힘들다. 월요일에 아직 진단 받기 전에 엄마한테 사진 한 장 찍을까 해서 처음으로 셀카 사진 둘이서 찍었는데 갤러리 들어갈때마다 환하게 웃는 엄마 사진 보니까 눈물이 난다. 너무 힘들다. 엄마가 갈 때 그냥 나도 데려가줬으면 좋겠다.

게으르고 나태해서 엄마가 그냥 평생 있어줄 줄만 알고 대충대충 살고 뭐 하나 이룬 것도 없고 대학교 성적도 좋지 않다. 그 흔한 연애도 못 해봤고 인간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라서 학창시절부터 엄마한테 걱정만 끼쳤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안 해서 성인이 됐는데도 답이 없는 인간으로 자랐고 우리 엄마 이렇게 됐는데도 이런 꼴만 보여드려서 죄스럽기 그지없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자주 아프셔서 우리 엄마 아플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우리 엄마가 암 진단 받고 그 날 자려고 할 때 내가 엄마 손 잡으니까 첫 마디가 괜찮아. 였다. 괜찮다고. 그 지경이 되서도 괜찮다고. 나 생각해서.  엄마가 이전까지 아팠던 건 그래도 죽을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괜찮았던 것 같다. 전이도 되고 죽음이 가까우니까 실감이 나고 모든 게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