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코앞인데, 오늘 아버지의 폐암 4기 진단 소식을 들었다.

암의 전이 여부는 아직 검사하지 않았고, 추가로 검사하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셨다.

이전에 검진하다가 종양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을 의사가 했었기에, 암일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4기는 좀....

막상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자, 이 불효자식은 세상에서 이룬 것이 하나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힘든 일을 할 때 옆에서 내가 대신 일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보면 당신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도 이기적인것 같았다.

아버지의 암 소식을 전하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아버지는 진작 예견된 일이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신다. 사소한 일상 이야기다. 밥은 먹었니, 잘 지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렴, ....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는 듯 하다. 당신의 몸 상태에 대한 불평이나 후회하던 일 따위의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진짜로 그런 것인지, 걱정하게 두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키기 싫어서 단답으로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스스로 눈물이 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따라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동안 암은 정말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과학은 좋아했던지라, 그냥 생물학에서 다룬 암 이야기 정도만 아는 정도? 폐암이 얼마나 무서운지, 4기는 얼마나 더 무서운지, 오늘 소식을 듣고서 찾아보게 되었다. 찾아볼수록 눈물만 나온다. 그냥 이게 꿈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불에도 누워보고, 잊으려고 노력을 해도 다시 생각나고, 뭘 해야 하는지 정리가 안되고, 해야 할 일도 뭔지 모르겠고..... 여러모로 복잡한 하루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 당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음의 준비 같은 건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우울해 하는 것 또한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우울함은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싫다.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글 좀 쓰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