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디 체어의 팔걸이 좌우 넓이 불균일을 수리하기 위해서 나사를 푸는 작업을 했는데

아무래도 의자를 사용하면서 팔걸이가 흔들리거나 빠지면 안 되다 보니까, 저 나사가 진짜 존나 단단하게 체결되어 있음.

일반 손드라이버로도 안 돌아갈 정도는 아닌데 진짜 존나 힘을 줘야 간신히 돌아감

난 전동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에 손으로 어떻게든 돌렸는데, 그러다가 실수로 힘을 잘못 주는 바람에 나사 대가리에서 드라이버가 이탈하면서 그대로 아랫쪽을 찍어버렸음.

그래서 저 사진처럼 저렇게 기스가 발생했는데

아랫쪽에 길게 나 있는 기스는 그렇게 깊지 않은 기스인데, 위쪽의 기스는 (아무래도 드라이버가 가장 먼저 닿은 부위인듯) 깊이도 깊고 면적도 큰 편이었음.

물론 기스가 좀 있어봤자 의자를 쓰는데는 아무 문제 없어서 그냥 대충 쓸까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ㅅㅂ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열불나고 계속 생각나는거임

그래서 ㅅㅂ 어디한번 기스를 없애보자 하고 인터넷에 존나게 검색해봤음.

처음에는 다이소에서 파는 메탈 폴리쉬를 이용하면 작은 기스들은 없어진다고 해서 한번 사 봤는데, 진짜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음.

글구 인터넷을 쭉 찾아보니 자동차 흠집 복구에 사용하는 컴파운드 제품들이 쭉 나오는데, 여러모로 검색하다 보니까 손톱이 들어갈 만큼의 깊은 흠집은 컴파운드 같은걸로는 잘 복구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예전에 봤던 위키하우 사이트에 올라온 알루미늄 흠집제거 팁이 생각나서 다시 들어가봤는데

https://www.wikihow.com/Polish-Scratches-Out-of-Aluminum

Easy Ways to Polish Scratches Out of Aluminum: 11 Steps

Aluminum is used to make all kinds of everyday items from cars and wheels to refrigerators and kitchenware. It can be polished to make it very shiny, even mirror-like, and is a cheaper alternative to stainless steel and chrome. If you want...

www.wikihow.com

이 글을 보면 사포를 이용해서 기스를 없애는 방법이 나와 있음.

그래서 사포를 이용해봐야겠다 하고 무슨 사포를 사야 하는지 구글에 쭉 검색해보니까 "사포나라"라고 하는 연마공구전문점이 나오는데

보니까 문의하기 게시판이 있어서 "혹시 이런것도 답변해줄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사진 올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글을 남겼는데 답변이 달리더라

결과적으로 내가 마지막에 사용한건 노턴 필름사포 11종 이라는 제품임

(위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다른 제품을 먼저 사용해 봤는데,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음. 거칠기가 매우 낮은 제품부터 매우 높은 제품까지 골고루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음.)

작업을 하는 방법은, 일단 필름사포를 가위를 이용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입방수에 따라 순서대로 정렬해두고 

컵 같은데에 물을 담아온 다음에 필름에 물을 적시면서 기스가 있는 표면에 문질러서 기스를 제거하는데, 낮은 입방수부터 시작해서 입방수를 점점 늘려 가며 문지른 다음에

마지막으로 다이소에서 뽑아쓰는 극세사천 같은걸 산 다음에 극세사천에 피칼을 묻혀서 열심히 존나게 문지르면 되는데

한가지 주의할 점은 알루미늄 표면을 살펴보면 "결"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위 사진을 봐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결이 나 있는 걸 알 수 있음.

위키하우 사이트를 보면 저 결을 손상시키지 말라고, 즉 결 방향대로 작업하라고 나와 있는 걸 알 수 있음. 즉 이 경우엔 위아래 세로 방향으로 문지르고, 가로 방향으로 문지르지 마라는 말임.

실제로 가로 방향으로 문질러 보면 갑자기 엄청 강한 저항이 느껴지고, 표면이 훨씬 심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음.

일단 이론적으로는 처음에 작업을 할 때, 무작정 제일 낮은 입방수의 사포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기스가 지워지는 한도에서 높은 입방수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음.

즉 1000방짜리로 기스가 지워진다면 그걸로 기스를 제거한 다음 2000->4000->8000 등으로 올라가는게 좋다는 말임.

사포를 사용해서 기스를 제거하는 원리 자체가 표면을 갈아내서 기스를 안 보이게 만드는 거라서, 무턱대고 낮은 (즉 거칠기가 높은) 제품을 사용했다가 복원이 힘들어질 수도 있음.

그런데 막상 실제로 해 보니까, 가는 실기스들은 높은 입방수의 제품들로도 다 잘 지워지는데, 깊고 넓게 파인 스크래치들은 아무리 문질러도 사라질 기미가 안 보여서, 결국 가장 낮은 400방짜리 제품을 사용했는데도 여전히 안 없어지는거임. 

"시발 좆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열심히 존나게 문지르다 보니까 조금씩 사라지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400방짜리 사포로 한 20~30분 정도 열심히 팔이 빠질 정도로 존나게 문지르고 나니까, 드디어 거의 눈에 안 보이는 수준으로 기스가 사라졌음.

400방짜리 사포로 30분간 존나게 문지른 다음의 결과물임. 표면이 존나게 뿌옇게 변하긴 했지만, 위 사진에 보이던 기스는 싹 사라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이후에는 단계별로 입방수를 올려 가면서 또 열심히 존나게 문질렀음.

중간에 단계를 좀 건너뛰어도 큰 상관은 없을 거 같은데, 난 그냥 11단계를 차근차근 거치면서 존나 열심히 문질러줬음.

나중에 8000방 이상 넘어가니까 표면이 굉장히 매끌매끌해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2만방짜리 제품을 사용하고 나니까 진짜 존나게 부드러워졌음.

(참고로, 8000방 이상 높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후에 피칼을 이용해서 작업해도 광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고 약간 뿌옇게 남음. 8000방 이상의 높은 제품을 사용해서 표면을 아주 곱고 부드럽게 만들어줘야 함) 

2만방짜리 사포로 작업을 끝낸 이후의 결과물임.

이게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자세히 보면 처음에 400방짜리로 문지르고 난 이후에 비해 확실히 표면이 더 균일하다는 걸 알 수 있을거임.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느낌이 상당히 다름.

여기까지 하고 나서 피칼을 이용해서 작업했는데, 사실 난 피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음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그냥 열심히 문지르라고만 나와 있지, 정확히 뭘 어떻게 쓰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음.

그래서 몇번 시행착오를 겪어 봤는데, 일단 내가 터득한 사용법은 이러함.

다이소에 가 보면 뽑아쓰는 극세사천이라고 하는 걸 팔고 있음. 그걸 산 다음에 극세사천 표면에 피칼을 5mm 정도 짜내고 그걸 그대로 알루미늄 표면에 문질러주는데

이 때도 혹시 몰라서 알루미늄의 결 방향대로, 즉 위아래 세로 방향으로 문질러줬음.

살살 문지르면 효과가 적기 때문에, 아까 400방짜리 사포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짜 팔이 빠져라 존나게 빠르게 열심히 문질러줌.

몇번 하다 보면 극세사천 표면이 아주 새까맣게 변하는데, 그 이후에도 바로 닦아내지 않고 그 상태로 5분정도 열심히 문지르고 나서 깨끗한 표면으로 또 열심히 문지르며 닦아내줬음.

이걸 한 번만 해서는 광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한 3~4번 정도 똑같이 피칼을 문질러주니까 드디어 아주 반짝반짝하게 광이 돌아옴.

피칼을 4번 정도 도포하고 난 다음의 사진임. 처음에 올렸던거랑 거의 비슷한 상태로 광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음.

피칼 작업을 하는데도 대충 한 20분은 넘게 걸린 거 같음. 그냥 대충 문질러서는 광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에 팔이 빠져라 존나게 열심히 문질렀음.

작업을 다 하고 난 결과물만 보자면 상당히 맘에 들긴 하는데, 작업을 하면서 느낀게 아 이거 시발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거임

진짜 웬만하면 이런 작업을 할 일을 만들지 않는게 좋은 거 같음.

뭐 실수로 기스가 났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대충 쓰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존나 귀찮고 힘듬.

총 작업시간이 대충 1시간 반~2시간 정도 걸린 거 같음. 작업을 진행한 영역이 그리 넓은 것도 아닌데도 저 정도 시간이 걸렸음

글구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하다 보니, 열심히 물사포질을 하다 보면 표면에서 갈려나온 알루미늄 가루들이 물에 녹아서 마치 땟물처럼 시커멓게 변해서 뚝뚝 떨어지는데 손가락이 이걸로 완전히 절여져서 완전 새까맣게 변함

손을 비누로 한 3번은 씻어야 어느정도 돌아오더라

글구 지금 뭐 첫번째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진짜 뭐 존나게 쎄게 파인 것도 아님. 딱 저 정도 수준의 기스를 복원하는데도 이 정도로 힘이 들어감

이것보다 더 깊게 상처가 나는 경우엔 현실적으로 아마 복원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음

의자를 다 분해한 다음 기계를 이용해서 작업하면 복원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손으로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웬만하면 기스를 안 내는 게 좋고, 내더라도 기스가 얕으면 어느정도 수월하게 복원할 수는 있지만 존나 심하면 진짜 답이 없으므로 조심하는 게 좋음

내 생각엔 커터칼로 실수로 긋는 정도를 넘어서면 그때부턴 점점 답이 없어질듯.

뭐 그래도, 일반 도색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표면이었다면 도색을 다시 하지 않는 한 진짜 답이 없는데, 폴리쉬드 알루미늄은 이렇게 어느 정도 복원이 가능하다는게 장점이긴 한듯.

한줄요약: 폴리쉬드 알루미늄의 표면에 기스가 발생한 경우, 어느 정도의 가벼운 기스는 사포를 이용한 폴리싱 작업으로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팔이 존나 아프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