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대부분의 의자가 불편하다고 느껴서 자세가 엉망이었는데,

요즘은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아서 한 번 써봄.

1. 의자는 고가 의자(100만+)에 앉아야 하는가?

먼저 의자에 앉으면서 평소에 허리 문제나 불편감이 컸냐, 아니냐를 알아야 함.

- 어떤 경우에는 문제가 쿠션만으로도 해결되기도 함. 오히려 쿠션이 좋을 수 있음. 내 친구 중에는 공공기관 다니는데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고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못 앉겠다고 하는 애가 있었는데 내가 로얄퍼플 방석 추천해줬더니 만족한다고 방석을 집 회사 본가에 다 사놓고 여유분까지 더 사놨을 정도.

다만 방석은 허리를 세워주지는 않고(하체가 받는 부담을 완화해줌. 개인적으로 살거면 로얄보다는 더블쪽을 추천, 퍼플방석들은 높이가 꽤 되니 주의) 퍼플이나 밸런스온 같은 방석은 내가 써본 바로는 앉아 있으면 다 더웠음. 통풍이 잘 되게 만들었다는데 그런거 모르겠고 아무튼 기본 시트보다 훨씬 더움.

내 경우에는 허리를 좀 더 세우고 앉고 싶기도 하고, 방석이 더운게 거슬려서 결국 탈주함. 방석은 부모님 드렸음.

- 중간가 의자, 특히 시디즈를 비추하는 이유는 이런 의자를 사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허리 아픈걸 해결하려고' 등의 문제 의식을 갖고 의자를 찾고 있기 때문임. 이런 의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자가 아님. 특히 요추지지대(럼버서포트)가 최악임. 내 생각에 중간가 의자들 중 럼버서포트를 쓰는 의자는 모조리 다 걸러도 무방함. 시디즈가 문제가 아니라 앉아본 의자 중 단 하나도 좋은걸 쓰는 의자가 없음. 차라리 없는 편이 더 허리에 좋다.

만약 그냥 적당한 의자를 찾는 거고, 럼버서포트 없는걸 살 거라면 사람들 추천 많은거 아무거나 사면 됨. 살 만한 의자 많다고 생각함.

- 난 허리 아직 멀쩡한데 이대로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일단 기본은 '골반을 똑바로 세워서 앉는 습관이 있는가?' '오래 앉아있을 때 등이 적당히 뒤로 기댄 자세로 허리 압력을 잘 분산시키는가?' 정도를 지키고 있느냐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바른 자세가 어떤건지 이해를 못함. 흔히 자세가 안 좋다고 하면 등이 굽었다고 하는데, 이것 때문인지 자꾸 허리를 펴고 등을 젖히는 자세로 앉으려고 함. 그러니까 아래 그림에서 가장 오른쪽 느낌임. 이렇게 하면 안 됨. 등을 앞으로 구부리나, 뒤로 젖히나 체중 부담을 척추가 많이 지는 건 마찬가지임. 척추에 체중이 과도하게 걸리는 자세를 피해야 하는 것임.

(출처 세브란스 홈페이지)

그럼 체중은 뭐가 감당해야 좋냐? 당연히 근육임. 운동 영향이 상당함. 코어 근육이 탄탄하냐, 스트레칭은 잘 되어있나(주변 근육의 유연한 정도에 허리가 영향 많이 받음)... 아 모르겠고 난 운동 힘듬;; 하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스트레칭 정도는 해주는 편을 권장함.

여기서 아마 오래 앉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음. 아니 근육으로 앉으면 오래 있으면 힘들수밖에 없는데 뭔 근육이야? ㅇㅇ 맞음. 그런 사람들은 걍 근육은 건강 관리상 조금만 운동해주고 편한 의자 앉아야 함. 애초에 인간이 머리를 최대한 굴리려면 당연히 몸이 편해야지. 일이건 게임이건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면 바른 자세에 그렇게 집착할 여유도 이유도 없음.

그러면 허리에 부담을 덜 주고 근육을 덜 쓰는 자세로 앉아야겠지? 이게 바로 거의 대부분의 의자가 추구하는 '골반은 세우고' '등 전체를 뒤로 가볍게 기대는' 자세임. 참고로 정작 이 자세가 꽤 불편한 시디즈조차 피팅 가이드에 '럼버서포트는 허리 들어간곳 말고 골반 위쪽에 대십쇼'라고 써있음. 궁금하면 찾아봐라. 세워야 하는건 척추가 아니라 골반이다.

내가 앉아있는 시간 동안 위에 해당하는 자세를 큰 불편감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면 고가의 의자를 살 이유가 전혀 없음.

난 전혀 아닌데? 난 골반도 자꾸 뒤로 쳐지고 불편해서 등 기대고 앉기 힘든데? 게다가 오래 앉아있는데? -> 니는 비싼 의자를 사건 어쩌건 뭔가 조치를 취하는 편이 미래를 위해 좋을 가능성이 높음.

2. 의자 앉아본 소감들

i) 원목의자

아버지가 원목의자를 좋아하셨는데 자세가 탁월하게 좋으셨고 (걍 앉아만 있어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튈 정도) 평생 허리 문제가 없으셨기 때문에 처음엔 나도 이런 쪽을 파봤음.

근데 조절이 안 되는 점이 거슬리고 시트 부분이 긴 경우가 많아서 내 몸에는 불편해서 포기했다. 하지만 몸에만 맞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쿠션감은 적당히 있는 편이 허리에 좋음.

개인적으로 흔히 도서관 의자니 뭐니 하는(서울대 연세대 등등) 것들은 흔한 저가의자보다는 오히려 개량된 원목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함. 그냥 내가 느끼는게 그렇다는 거임. 조절이 전혀 안 되는 대신 안정감이 있단 점에서... 몸에만 맞으면 좋은데 조절이 전혀 안되서 불편할 수 있음.

ii) 대다수 흔한 저가의자

대체로 높이 조절 기능 하나만 있고, 적당한 쿠션에 등받이를 포함한 가장 일반적인 의자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경우가 많음. 등받이가 영 부실하다던가 쿠션이 이상하다던가... 이런 의자들은 적어도 의자가 문제라 고민하는 사람들은 구매할 필요 없다고 생각함.

iii) 닐링체어

바리에르가 유명한데 이런거 오래 못 앉는다. 그런 의자들은 '응 오래 앉아있지 말고 자세 바꿔~' 하면서 만든 거임.

바리에르 홈페이지 가서 보면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니 어쩌니 하고 사용 예시 샷들 띄워놨는데 그게 그렇게 앉을 수 있어서 좋은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온갖 자세로 앉게 됨 불편해서. 그리고 자꾸 그렇게 크게 자세를 바꾸면 다양한 작업에 방해가 됨. 특히 게임같은건 팔의 각도나 몸과 책상의 거리가 자꾸 변해서 매우 부적합함. 참고로 나는 한 4년인가 전에 샀고 아직도 집에 있다.

응 나는 인싸야 몸 많이 움직일 거야~ 하면 사도 됨. 하지만 대부분의 의붕이는 여기 해당하지 않을듯.

iv) 중간가의자 (20~70?)

요즘 이 정도 가격대 의자들은 유행마냥 럼버서포트를 우르르 달고 있는데 대체로 구리다. 딱딱한 럼버서포트는 골반을 세우고 등을 기대는 자세로 앉을 때 윗부분이 등 중앙을 역으로 누르게 된다. 그래서 그걸 무시하고 억지로 기대어 앉으면 등 가운데 부분에 쌩뚱맞은 압력이 걸려서 (일반적인 생활에서 절대 눌릴일 없는 부분) 잘못하다간 허리를 조질 수 있다.

그렇다고 럼버서포트로 골반 세우고 바른 자세로 앉으면? 이게 바로 근육 많이 쓰는 불편한 바른 자세다. 커블체어 이런거 쓰는거랑 다를게 없음. 이 가격대 상당수 의자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이렇게 골반을 세우면서 등을 기댈 때 편하지 않다는 거임. 등을 편하게 기대려면 딱딱한 지지대 때문에 뒤로 바짝 붙을수가 없으니 허리 아래쪽 공간이 비는 자세가 되고 골반을 세우면 지지대에 막혀서 등 상부를 못 기댄다. 둘 다 좋은 상황이 아님. 이 가격대 의자를 살 땐 반드시 저질 럼버서포트를 조심해라 그게 제일 문제임...

그리고 이 가격대 의자는 다양한 조절 기능이나 마감 면에서는 고가 의자에 비하면 거의 완구에 가까운 완성도를 갖고 있음. 그나마 괜찮다는 시디즈를 예로 들자면 내가 앉아본 모든 의자에 눈에 띄는 좌우비대칭이 있었고(T50 Light, T50, T50 Air, T80) 구조가 매우 단순함. 솔직히 난 T80은 럼버 뽑아버리면 앉을만 하다고 느꼈음. 근데 뺀 모델이 없었을 뿐이지... T80은 처음 기대는데 갑자기 골반-등쪽에 쫙 긁히는 느낌나서 깜놀해서 보니까 럼버서포트 좌우 한복판에 돌출된 부분이 있음. 당근마켓에서 아무 사진이나 주워왔는데 봐라. 보이냐? 처음엔 내꺼가 불량인줄 알았다... T80을 2년이나 쓴 지인은 전혀 못 느꼈다는데 난 저 거슬리는걸 무시하는게 도저히 불가능해서 바로 팔아버림.

그리고 내가 써본 T50 에어는 90도 고정에서 유격이 엄청나게 심했고... 뒤로 기댈때 덜컹 하면서 팔걸이가 통째로 넘어갈듯 흔들리는데 정말 황당무계했음; 근데 쓰는 친구놈이 '난 괜찮은데?' 이러더라. 쓰는 사람이 괜찮다는데 내가 뭐라겠냐만 정말 별로였음.

v) 고가의자 (100+)

중저가 의자와 비교할 때 절대적인 차이점은 그냥 전반적인 완성도 자체가 매우 높다는 것임. 인간 몸이 물건에 앉는 것 뿐인데 그렇게 혁신적인 편안함 같은 건 없음. 무슨 의자건 마찬가지.

하지만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은 자세를 취할 때 애매한 가격대 의자들처럼 등을 찌르는 현상은 고가 의자들 대부분이 전혀 없었음. 유일한 예외는 허먼밀러 엠바디. 엠바디는 기댈 때 등 가운데 부분이 가볍게 눌리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봐선 전혀 모르는데 진짜 구조가 그렇게 되어있음. 거기가 뒤로 잘 안 밀려. 난 그래서 엠바디 걸렀고 샀던 친구는 허리 아프다는데 뭐... 이런 케이스가 특이한 경우고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겠지. 혹은 잘 적응한다던가.

참고로 내가 쓰는 의자는 허먼밀러 미라2인데 메쉬 좌판이 애매하게 불편해서 적응하는데만 3주일이 걸림. 지금은 만족함. 100점은 아니라도 굳이 다른 의자로 바꾸고 싶지 않다. 미라2는 에어론과 매우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등을 받치는 느낌이 미라2쪽이 더 탄탄하고(플라스틱 등판에 패브릭 커버를 덮음) 구조가 더 심플하다는 거. 그리고 헤드레스트를 댈 수 없다.(내 생각에 이건 에어론의 압도적인 장점임. 헤드레스트 어지간하면 사라) 난 헤드레스트 대면 기댈때 너무 편해서 좀 빡센 기분으로 살려고 미라 산거임. 에어론이 신제품 포스쳐핏 생긴거만 보면 '저거도 기댈때 등에 거슬리지 않을까?' 싶은데 등 빡세게 기대도 전혀 거슬리지 않음. 등판은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통기성도 좋고.

그리고 립체어나 내 친구가 매우 만족해하는 에르고휴먼v2 이런 것들도 걍 기댈 때 이상한 럼버서포트처럼 딱딱한걸로 등 한복판을 누를 일이 없음. 걍 딱 적당히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함.

놀랍게도 그냥 겨우 이 정도 차이... 완성도가 높고 ㅈ같은점이 별로 없을 뿐인데 여기까지 오려면 백몇십 이상이 나간다. 하지만 요즘 글카마냥 3080이나 3090이나 퍼포먼스 그게 그거~ 이렇지 않고 품질 차이가 정말 크다. 그러니 좀 더 좋은 의자에 앉고 싶으면 그냥 돈을 많이 써라. 나도 비싼거 에바같아서 몇십만원짜리도 비싼줄알고 중간에 많이 거쳤는데 다 삽질이었음. 물론 돈이 썩어나는게 아니라면 반드시 앉아보고 살 것.

폰 바꾸는 거보다 의자 바꾸는게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이 훨씬 큰데 가격대 생각하면 돈 아까울거 전혀 없다고 봄. 필요하다고 느끼면 ㅁㅁ같은데서 할부걸고 그냥 사라.

글고 덧붙이자면... 요즘 사람들 어르신들 말씀만 듣고 의자 사기 아깝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옛날이랑 달라. 옛날 사람들은 지금처럼 의자에 종일 들러붙어서 살 일이 없었다. 불과 한두 세대 전만 해도 수면부족 문제가 별로 없던 시절임. 요즘 직장인 얼마나 충분히 자면서 회사 다니냐? 다들 커피 달고살고 밤에는 폰이랑 모니터 보느라 눈깔 조지고 블루라이트 필터니 뭐니 하고있지.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상당수가 이 시대에 처음 부각되는 문제들임.

괜찮다는 남들 말 믿지 말고 니 몸이 문제점을 느낀다면 그걸 그냥 지나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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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줄요약

지금 앉는거에 문제 없으면 의자에 신경 안 써도 된다

돈이 아깝다면 몸 사이즈에 맞고 안정적인 의자가 좋다

중간가 의자를 사고 싶다면 ㅈ같은 럼버서포트를 걸러라

어지간하면 그냥 비싼거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