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작성자는 1200도 안 되는 쪼렙이며 오프닝 탐색기랑 스톡피시 추천에 의존해서 쓴 거라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음.

<라고진은 무엇이며, 왜 쓰는가?>

위와 같은 포지션을 QGD 라고진이라고 부른다. 1.d4 d5 2.c4 e6 3.Nc3 Nf6 4.Nf3 Bb4가 정석적인 수순이다.

기본 아이디어는 비숍을 메인라인의 e7칸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시키며, ...c5 폰브레이크 후 나이트를 d7칸 대신 c6칸으로 전개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수준이 올라갈 수록 위의 수순으로 라고진에 들어올 일은 별로 없다. 1.d4 d5 2.c4 e6 3.Nc3 Nf6까지 진행되었다면 마스터 레벨 기준으로는 4.Nf3를 두는 것보다 QGD 익스체인지로 들어가는 것이 채택률, 승률 모두 높다.

그럼 배워봤자 백이 4.Nf3 안 해주면 쓸 일 없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오히려 높은 레벨로 갈 수록 익스체인지보다 더 자주 나온다.

1.d4 Nf6 2.c4 e6

전형적인 인디언 디펜스 수순이다. 여기서 백이 3.Nc3를 두면 님조 인디언으로 들어가고, 님조를 피하기 위해 3.Nf3를 두면 3...d5로 QGD로 전환하면 된다. 마스터 레벨에서는 님조 인디언도 대표적인 흑에게 할 만한 오프닝이고, 라고진을 비롯한 Nc3-Nf3 계열 QGD 라인들도 QGD 익스체인지에 비해서는 흑이 할 만하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라고진은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님조 인디언과 짝지어서 레퍼토리를 구성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메인라인과 주요 함정수들>

위는 1.d4 Nf6 2.c4 e6 3.Nf3 d5 4.Nc3 이후 흑의 선택지별 리체스 유저 승률이다. 라고진(4...Bb4)은 다른 라인들에 비해 흑 승률이 낮은 편이다. 승률이 이 모양인 걸 보고 마스터들이나 제대로 쓸 수 있는 거지 우리 레벨에서는 구린 오프닝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꽤 보이던데, 탐색기를 따라가보면 단지 단순한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백과 흑이 각각 어떤 실수를 할 수 있으며 피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수를 어떻게 응징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후 백이 선택할 수 있는 5번째 수는 5.Bg5, 5.e3, 5.cxd5, 5.Qa4+, 5.Qb3 등이 있는데, 리체스 유저 DB에서는 5.Bg5로 같이 핀을 거는 것이 39%를 차지해 가장 많이 나온다. 이 글에서는 이 라인을 따라가볼 것이다.

[(1) 6.Bh4?!]

백이 비숍으로 핀을 걸면 흑은 아마추어 DB상으로는 온갖 다양한 수가 나오는데, 5...h6로 비숍을 바로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이다. 그럼 백은 비숍을 빼든지 교환하든지 해야 하는데...

무려 58%의 백이 교환을 거부하고 비숍을 뒤로 뺀다. 직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수고 백 승률도 높아 보이는데 뭐가 문제냐고?

흑은 6...dxc4!로 폰을 잡아버리고, 백이 7.e3로 회수하려 하면 7...b5로 지키면 된다. 잃은 폰에 대한 백의 보상은 불분명하다.

유저 DB에서는 핀만 믿고 7.e4?를 두는 것도 29%나 나오던데, 간단하게 비숍을 쫓아내서 핀을 풀고 e4폰을 잡아버리면 된다.

근데 왜 위의 DB에서는 비숍 뺀 라인의 백 승률이 56%나 나왔느냐고?

흑이 6...dxc4를 두는 비율이 6%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못 보면 블런더가 아니다'라는 체갤 격언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이 글을 본 당신이라면 이제 상대의 실수를 같이 실수로 덮어주지 않고 확실히 응징할 수 있을 것이다.

[(2) 8...c5?]

6.Bxf3 Qxf3 7.e3 0-0

비숍-나이트 교환 이후 평범한 진행이 이어졌고 다시 백의 차례다. 그럼 이제 뭐함?

리체스 유저 DB에서는 다양한 수가 중구난방으로 나왔는데 대부분이 여기서부터 이론 준비 범위 밖이었던 모양이다.

반면 마스터 레벨에서는 선택지가 비교적 명확하다. 8.Rc1이다.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이후 수순을 따라가보면 8...c5 폰브레이크를 방지하는 수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저 DB에서는 위에서 방지한다고 했던 8...c5?가 어김없이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가 안 되는 이유를 알아보자.

9.cxd5 exd5 10.dxc4로 폰을 다 잡으면 된다. 이후 흑은 폰을 회수할 수 없다.

10...Bxc5로 잡으면 11.Nxd5로 다시 폰을 내준다.

따라서 8.Rc1에 대해 흑은 8...c5를 바로 두면 안되고, 8...dxc4로 먼저 잡은 후에 9...c5로 브레이크해야 한다. 여기까지 올바르게 진행된 시점에서 (백 승):(무승부):(흑 승) 비율은 43:17:40으로, 흑이 함정에 걸리지 않고 잘 헤쳐왔다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미들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8수째에 백이 8.h3? 같은 의미없는 수를 뒀다면 8...c5 9.cxd4 exd4 10.dxc4 이후 10...Bxc3+ 11.bxc3 Qxc3+로 폰 하나 이득을 볼 수 있다. 뜬금없어 보였던 8.Rc1은 사실 이것을 방지하는 수였던 것이다. 그 밖에 8.Bd3나 8.Be2의 경우 세미 슬라브 메란에서처럼 8...dxc4로 비숍을 두 번 움직이게 해 템포 손해를 강요하면 된다.

<백의 다른 5번째 수>

5.e3: 님조로 전환된다. 괜찮은 수지만, 아까 님조가 싫어서 3.Nf3 둔 거 아니었음? 그래놓고 굳이?

5.cxd5: 5.Bg5 라인에서 비숍이 공격받았을 때 뒤로 빼면 폰을 잃는다고 했는데, ...dxc4 위협을 없애기 위해 미리 폰을 교환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 라인에서는 비숍으로 핀을 건 후 공격받았을 때 교환이 아니라 핀을 유지하며 뒤로 빼는 것이 정수이다.

5.a3: 흑은 그냥 교환해버리면 된다. 백은 dxc4 교환으로 더블폰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a폰이 고립되고 c3폰이 뒤처진 폰이 되는 등 별로 좋지 않은 폰 구조를 갖게 된다.

5.Qa4+(알레킨 바리에이션): 5...Nc6가 강제되어 흑의 c폰 전진을 원천봉쇄하는 수이다. 근데 백도 퀸이 a4칸에서 할 일이 딱히 없기 때문에 퀸을 다시 좋은 위치로 보내느라 템포를 써야 함.

그 밖에 백이 5.Qc2나 5.Bd2 같은 소극적인 수를 두면 흑은 그냥 캐슬링 후 할 일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