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에서 보다시피, 홍콩 아파트들을 둘러보면 어디든 용적률이 1000%대에서 놀고있음.

좁은 땅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그런가 싶겠지만, 사실 알고보면 여기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음.

홍콩에서 개발되지 않은 땅은 전체의 75.6%에 달함.

대부분 산 지형같은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개발하려고 한다면 못할것도 없을만큼 남는 땅이 꽤 있는 동네임.

그런데도 이 땅들은 개발되지 않고 녹지공간으로 남아있음.

게다가 홍콩 내에서 주거 용도로 허용된 면적은 단 3.7%에 불과함.

홍콩도 넓게 지으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저러한 정책 탓에 그럴 수가 없음.

즉, 지금처럼 미친 수준의 용적률은 사실 인위적인 것이라는 말임.

이렇게 된 데에는 홍콩의 특수한 환경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

홍콩의 법인세율은 굉장히 저렴한 편이고, 몇몇 부분에선 아예 세금이 없음.

이러한 정책은 홍콩이 세계 최고의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갖추고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럼.

초고층 오피스 건물들이 괜히 지어진 동네가 아님.

그러나 이러한 저세율 정책은 정부 세금 수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줬음.

홍콩이 무슨 마법처럼 공공시설들 지출이 적어지는 동네도 아니고, 여기도 세계 어디에나 있는 똑같은 도시일 뿐임.

홍콩 정부는 법인세를 존나게 깎아준 만큼 다른 어딘가에서 세금을 벌 방법을 찾아야만 했음.

그래서 짱구 굴리다가 나온 결론이 바로 정부가 소유한 땅을 임대해주는 거였음.

홍콩은 모든 토지가 정부 소유임.

홍콩 정부는 부동산 업자에게 토지를 50년간 임대해주고 그 임대료를 받는데, 바로 그 임대료가 깎은 법인세를 대신할 정부 수입이 됨.

어떻게든 세수확보를 해야만 하는 홍콩 정부는 자연히 최대한 토지를 비싸게 임대해주려고 얼마 되지도 않는 손바닥만한 토지만 내놓고, 게다가 더욱 더 비싸게 팔기위해 경매에까지 부침.

그걸 산 부동산 업자들도 어떻게든 이익을 남겨야만 하니까 용적률을 한계치까지 마구 올려서 아파트를 짓게 됨.

이런 이유로 홍콩의 땅값이나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쌈.

1평에 1억씩 하는 미친 동네임.

홍콩에서 30평짜리 아파트를 산다? 30억을 내야됨ㅋ

홍콩 어딜가든 땅값이 강남구, 서초구 급인거임.

당연히 집세 역시도 세계 최고임.

하지만 홍콩 하층민들이 비싼 집값이나 집세를 감당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부동산 업자들은 멀쩡한 20평짜리 집을 3평, 5평, 이런식으로 잘게 쪼갰음.

20평짜리 공간을 5평, 4개로 쪼개면 집세도 4분의 1이 되니까 말임.

홍콩에는 저렇게 화장실, 부엌같은 공간만 따로 공동공간으로 두고, 나머지 방들을 개인 주거공간으로 세를 주는 곳이 많음.

그러니까, 저 Flat이라고 쓰인 곳 1곳이 집임.

이로 인해 홍콩의 거주환경은 그야말로 거지같은 수준이 되버렸음.

대다수의 홍콩 주거지가 방1칸 짜리고, 심지어 차고 1개 보다 작음.

그나마 이 정도 크기면 양반인 수준이고...

이런 도저히 사람이 살 수도 없을 것 같은 관짝 집도 있음.

근데 이런 곳도 집세가 한달에 30만원씩 함.

그마저도 낼 돈이 없는 빈민층은 아예 이런 닭장에서 살아감.

못 믿겠지만 저거 1개가 집임;;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겠다고 저렇게 생긴 집까지 나오는 상황.

우리나라에선 저거 2개가 1개로 붙어있어도 존나 작은 공간이라고 할텐데 말임.

이쯤되면 홍콩 정부가 만악의 근원이자 거악으로 보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홍콩 정부로써도 어쩔 수 없는 선택임.

앞서 언급했듯이 홍콩 정부의 세수입은 상당 부분을 토지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음.

세수입 전체의 20~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말임.

만일 홍콩 정부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땅을 많이 공급하여 땅값을 낮추는 것은 어떨까?

못해도 1~2할이나 되는 정부의 세수입이 증발할 것이고, 그것은 곧 정부 부도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

그런 결정을 내린 홍콩 정치권에 뒤따를 후폭풍도 어마무시할거고.

그럼 법인세를 높이는 건 어떨까? 그건 현재 홍콩에서는 절대로 선택할 수 없는 자살버튼임.

홍콩은 안그래도 대만을 침공하네마네 하는 일당독재국가 짱깨 앞마당이라 지정학적 위치도 불안하고, 거주지 환경도 최악임.

기업 입장에선 홍콩을 떠날 이유가 수두룩빽빽하게 많음.

한국 일본의 경제특구같은 다른 선택지도 이미 있음.

하지만 홍콩은 그런 모든 단점들을 압도적으로 저렴한 세금이라는 압도적인 장점, 그것 하나로 붙들고 있음.

그 유일한 메리트가 사라진 홍콩이 어떻게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음.

게다가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홍콩이 세계 최고의 금융허브라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

많은 기업들 덕분에 일자리도 얻을 수 있으니, 그런 거지같은 거주환경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는거임.

바로 그 기업들이 사라지고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라는 지위를 잃는다?

당장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음.

실제로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우산혁명 등등 여러 시위들이 지금도 터지는 도시임.

그런 상황에 감히 법인세를 올리자는 말을 입에 쉽게 담을 홍콩 정치인이 있을리가 없음.

화려한 금융지구의 야경이 빛나는 홍콩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러한 화려함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정말 많음.

그러한 희생들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지금처럼 용적률이 미쳐버린 홍콩 아파트들인 것임.

가끔 시스카 에셋에서 홍콩 에셋들을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 모습에 참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들곤 함.

금융관련 빌딩 에셋들은 화려하고 웅장한 반면 홍콩 아파트 에셋들은 하나같이 용적률이 미쳐버려서 보고 있으면 어지러울 정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