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보] 백업) 압생트:마주(魔酒)에 얽힌 오해와 진실 2-진상규명편 by액화철인

자일렛치'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7 00:51:46
조회 665 추천 6 댓글 2
														

이 글은 액화철인 님이 2009/02/08 18:52에 이글루스에 게시했던 글입니다.

압생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시리즈가 이글루스와 함께 묻히는것은 아깝다고 생각하여 아카이브 등에 저장된 글을 이용해 백업합니다.

문제시 삭제합니다.

https://web.archive.org/web/20230616011344/http://lanugo.egloos.com/2267668



압생트 : 마주(魔酒)에 얽힌 오해와 진실

그 두번째 이야기
진상규명



압생트 : 마주(魔酒)에 얽힌 오해와 진실 1 - 실체편
아니 보신 분은 먼저 보시면 이해하기가 더더욱 좋습니다.


28ed8072b18161f751eb8fed1389253cb61da6f6a9e3195c52fd8b43c47a9460c509216e58

알베르 메냥 作, 녹색 뮤즈




어허허허 오해입니다. 아니 이번엔 진짜 오해입니다.

압생트와 투존의 유해성 논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너무 급하게 누명을 쓰고 판매금지되는 바람에 제대로 연구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억측과 가설로 점철된 반대론자들의 연구가 정당한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졌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야 압생트에 대한 과학적연구가 조금씩 시작되기 시작하죠. 아직 적어도 투존의 특성에 대해서는 연구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압생트의 유해성에 대한 비밀은 대부분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들이 주장했던 것 처럼 압생트는 해로운 술일까요?


오늘 포스팅은 좀 하드합니다. 여러가지 이상한 용어들도 많이 나오고 그렇습니다만 그냥 힘든 말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악마의 물질, 투존?

압생트는 마약이라는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압생트의 주원료인 쓴 쑥에 들어있는 투존(Thujone)이라는 성분은 신경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이성분 덕분에 압생트를 음용한 사람은 환각을 보게 되고 장기 복용하면 시신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


결국 압생트 안에 들어 있는 투존이라는 물질이 원흉이라는 이야깁니다. 투존은 일종의 유기화합물로 쓴쑥 같은 일부 쑥종류나 특정한 나무 껍질 등에서 추출됩니다. 우리나라자생식물 중에는 약초로 쓰이는 황해쑥에 함유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의 민간요법에 잘 쓰였던 투자(Thuja)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예전에 유럽에선 애들이 잘 때 가슴이나 목에 투자나무의 진액을 발라주면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믿었습니다. 멘솔향의 이 물질은 실제로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자극하여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압생트가 예방약으로 군에 보급되었던 것 역시 투존의 면역강화라는 특성 때문이었죠. (단순히 술이라서가 아니고) 그러나 어떤 약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투존을 과다 투여하면 간질 같은 발작이 일어나고 그러다 마침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투존의 반수치사량은 45mg/Kg(생쥐, 주사)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100마리 생쥐에게 체중 1Kg 45mg을 투여하면 그 중 절반인 50마리가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발작에 대한 반수유효량은 30mg정도입니다. 1Kg 30mg정도를 투여하게 되면 (생쥐 한마리기 20g정도 되니까 실제로는 한 마리에 0.6mg정도를 투여하면) 애가 막 경련과 발작을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의 경우 일반적으로 50mg/KG이 반수치사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 수치는 큰 쥐(rat)를 대상으로 얻어진 수치입니다. 아까 투존의 치사량을 얻었던 동물인 생쥐(mouse)의 경우 니코틴의 반수치사량은 3mg/KG에 불과하죠 그러니까 투존의 독성은 생쥐기준으로는 니코틴의 15분의 1에 불과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생쥐의 반수치사량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만 (인간가지고 반수치사량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까) 편의상 생쥐와 인간의 신진대사가 같다는 가정하에 따져보자면 70Kg의 인간은 2.1g의 투존에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반반이고 3.2g의 투존을 투여받으면 사망할 확률이 반반이라는 식입니다.

그럼 압생트에는 투존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반대론자들은 20세기 초에 무려 1리터에 250mg이나 들어있다는 주장을 했었습니다. 놀랍게도 압생트 애호가들 중 많은 사람들도 이 주장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압생트가 환각을 부르는 마약이었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희망사항의 발로인 거죠. “옛날 압생트는 향정신성물질인 투존이 많이 들어있었고 그래서 먹으면 천국과 녹색요정을 본다라는 믿음 덕분에 금지되기전 만들어졌던 빈티지 압생트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옛날 압생트에서도 리터 당 6mg 정도에 불과한 미량의 투존이 검출된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장기간 보관으로 인해 투존이 날라가지 않았을까해서 (이건 잘못된 믿음입니다. 투존은 휘발성이 아니거든요) 예전의 여러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았는데 리터당 5mg이 넘지 않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그게 당연한 것이 압생트는 증류해서 만드는 술인데 증류과정에서 투존이 얼마나 남게 되는가는 결정이 나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착색과정에서 쓴쑥 농축액을 압생트에 들이 붇지 않는 이상 절대로 과도한 투존이 들어갈 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EU와 미국에서는 식품에 들어가는 투존의 양을 10mg/l로 제한하고 있고 쓴술이라고 표시되는 술의 경우는 35ml/l까지 허용하는데 정통적인 압생트라면 결코 넘을 수 없는 양입니다.

아까의 생쥐신진대사=인간신진대사라는 식의 가정에서 생각해보자면 투존함유량이 5mg/l인 압생트를 70Kg의 남자가 경련의 반수유효량까지 마시려면 앉은 자리에서 420리터를 마셔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소주 구매량은 33리터(93)쯤 된다는…) 즉 투존이 간에서 쌓이지 않고 쉽게 대사되는 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마디로 아무리 압생트를 퍼마셔도 투존 때문에 발작이나 사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전에 술병으로 죽지 않겠습니까?


압생트의 환각효과

압생트의 경우 독성이나 치사량보다 이슈가 되었던 건 환각효과입니다. 얼마나 먹으면 환각효과가 일어나는 걸까요? 아니 환각효과는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요?


압생트의 문제성분인 쓴쑥과 쓴쑥의 주성분인 투존의 환각효과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심각하지않을까라는 짐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세계의 온갖 허브의 효능 효과 부작용에 대해 총망라해놓은 홀리스틱 온라인 닷컴 (www.holistic-online.com)의 쓴 쑥에 대한 설명을 보면 쓴 쑥의 중독성과 과도하게 사용되었을 때 자주 생기는 부작용 어지럼증, 발작, 혼수상태, 정신착란, 환각, 심지어는 사망 등 때문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금지되어 있다.”라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이 쓰면 어지럼증, 발작, 혼수상태, 사망까지는 맞는데, 일단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금지되어 있다는 말과 환각, 정신착란은 사실과는 다릅니다.





28ed8072b18161f751eb8fed138921388a06487409a36244c15ab6650360bb79eed994c277

쓴 쑥은 마티니의 주 재료라 할 수 있는 버무스에도 들어가고

(vermouth란 말 자체가 독어로 쓴 쑥을 가리키는 wermut에서 파생)
코막힘 뚫어주는 유명한 빅스 베이포럽이라는 약에도 들어가는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런데 모든 국가에서 금지되었다는 말이 무슨 말임?



압생트 반대론자들 에게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던 마냥박사는 과학적으로압생트에 환각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는 고작 압생트 남용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관찰해보니 였는데…” 라니 말 다한거죠. 그 환자들만큼 퍼마셨다면 압생트가 아니라 소주를 마셔도 아마 조상님이 검은 옷을 입고 구석에서 손짓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압생트의 환각효과에 관한 이야기는 반대론자들의 주장보다는 애호가들의 스스로의 입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압생트를 마시면 주변의 색이 더 밝게 느껴지거나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걸 압생트의 부가효과(secondary effect)”라고 하는데 그건 커피나 허브차를 마시거나 야근음료 를 먹을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가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주효과가 (술이라 당연히) 취하는 것 이기 때문이겠죠. 압생트를 마신다고 갑자기 바닥에서 튤립이 피어 오르고 앞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미켈란젤로의 모세로 변해서 뿔 같은 빛을 뿜자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비 두 마리가 춤을 추고 그런 건 없습니다. 압생트가 글쟁이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이유 중에는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기 때문에 제법 글쓰기 좋은 상태가 된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헤밍웨이나 오스카 와일드나 랭보나 베를렌 같은 작가들이 그런 상태를 가리켜 영감을 주는 녹색 뮤즈라고 말한 거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녹색요정이니 녹색뮤즈니 하면서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반대론자들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통에 압생트는 환각과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마약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겁니다.


28ed8072b18161f751eb8fed13d0763f150c4e1b55507e9dcc9b6249223e0677b7c56615e0

보헤미안의 낭만을 그린 영화 ‘물랑루즈’의 한장면

카일리미노그께서 수고해주고 계십니다.

주인공들은 압생트를 마시고 일렬종대로 춤추는 녹색요정들을 만납니다.




투존의 환각효과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인 가설제기도 정말 허접하기가 몽마르트언덕에 그지없었습니다. 1975년도에 제기된 투존과 THC(대마초의 정신활성성분)과의 유사성은 순전히 둘의 분자구조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1999년의 실험에서 마리화나에 반응하는 인체 내의 수용기가 투존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관찰되면서 이 이야기도 허구로 밝혀졌습니다. 투존이 인체의 신경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이라면 GABA라는 우리 몸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과다 투여하면 쥐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근육경력과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도 투존이 인간의 정신과 감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나마 조금의 의문을 남겨 놓고 있기에 향정신 효과가 100% 없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른 마약도 많은데 환각 보려고 투존에 매달리는 건 베이비 파우더를 코로 흡입하는 것 만큼이나 멍청한 짓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투존에 향정신 효과가 없다고 100%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위에 이야기한 압생트의 부차효과 덕분입니다. 왜 그런 정신이 또렷해지는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아직 투존이 구금된 채 취조받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그런데 최근엔 투존이 아니라 압생트에 들어있는 다른 허브의 성분, 페넬의 펜촌이나, 아니스의 아네솔 같은 것들이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페넬도 그렇고 아니스도 그렇고 잼이나 허브차로 잘 소비되고 있는 식물이라는 겁니다. 즉 압생트의 부차효과는 허브차의 부차효과와 다를 바 없는 것이란 이야기겠죠.



고흐의 해바라기는 압생트가 그린 그림?


28ed8072b18161f751eb8fed1388756cfd09d73d90b82341f2670973b037f1578467bb4575


병리학과 미술사의 결합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모네의 그림이 뿌연 건 백내장 때문이라든지 모딜리아니나 엘그레코가 난시 때문에 대상을 길쭉길쭉하게 그렸다든지 하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죠. 특히 반 고흐의 화풍을 지배하고 있던 불타는 듯한 노란색이 황시증이라는 눈의 병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황시증이란 수정체에 노란색 필터를 끼운 듯 노란색이 더욱 강렬하게 보이는 병입니다. 사실 고흐가 살아생전에 안과의사로부터 당신 황시증이요라고 진단받은 적은 없습니다만 엉망으로 살았던 그의 행적과 미칠 듯 노란색이 춤을 추는 그의 그림을 가지고 후대 사람들이 짐작할 뿐이죠. 그런데 여기에 애꿎은 압생트가 끼어듭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모든 것은 압생트 탓으로 돌리는 전통이 고흐의 황시증 분석에도 이어진 셈이죠.

초기의 황시증 연구에서는 산토닌이라는 물질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산토닌은 예전에는 구충제로 쓰던 물질입니다. 채변검사에서 불합격한 아이들이 교탁으로 불려가서 물과 함께 삼키던 약이 바로 산토닌. 근데 이 산토닌이라는 게 사용하기가 까다로왔던 것이 복용양이 정량을 조금만 넘어도 구토, 메스꺼움과 함께 세상이 온통 노랗게 혹은 초록색으로 보이는 황시증 혹은 녹시증을 일으킨다는 것이었죠. 예전의 어른들에게도 동네에서 약장수가 파는 산토닌을 먹었더니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사실 산토닌은 진짜 작정하고 많이 먹으면 경력이나 발작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실명까지 할 수 있는 위험물질입니다. 그래서 더 안전한 구충제가 개발된 현재는 거의 아무도 쓰지 않고 있죠.

압생트가 황시증을 유발한다는 건 압생트에 다량의 산토닌이 함유되어 있다투존이 황시증을 유발한다는 두 가지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산토닌을 추출할 수 있는 여러 식물 등 중에서 쑥 종류(마리티마 쑥, 시나 쑥)가 있는데 으로 만드는 압생트니까 이런 종류의 쑥도 들어가 있었을 것이고 특히 고흐가 마셨던 압생트에는 이런 종류의 쑥이 들어있었고 거기 함유된 산토닌이 상습음주자였던 고흐의 눈을 노랗게 물들였을 거다라는 식의 이야깁니다. 물론 마리티마 쑥은 압생트의 정식 재료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나와 있듯이 그리고 산토닌에 의한 황시를 경험해 보신 어르신들이 다 알고 계시듯 산토닌으로 인한 황시증은 몇 일정도 지나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증상에 불과합니다.

고흐가 앓고 있었다는 만성적인 황시증과는 차이가 있죠. 고흐가 압생트에 들어 있는 산토닌 때문에 일시적 황시증을 경험했었을 거란 짐작 역시 당시의 압생트의 제조과정을 너무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압생트의 산토닌 때문에 고흐가 황시증을 앓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1990년대에 거짓이라고 주장되었습니다. 게다가 만만한게 투존이라는 투존황시증유발설 역시 투존이 황시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고 게다가 압생트의 투존 양도 앞서 설명했듯이 시신경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나 미미했다는 거죠.


현재 고흐의 황시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산토닌 보다는 디곡신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디곡신은 폭스글로브라는 허브에서 추출되는 물질로 주로 강심제나 발작 억제제로 쓰이는 물질로 멀쩡한 사람이 과다 복용하시면 심장이 빨리 뛰다가 돌아가십니다. (007카지노로얄에서 르 쉬프르가 카드게임하다가 본드에게 술에 타 먹인 그 약이 바로 디곡신입니다.) 반 고흐는 간질 때문에 이 약을 처방 받았고 결국 고흐의 망가진 생활과 건강상태에 이 약까지 더해지자 만성황시증이 찾아왔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물론 산토닌 때문인지 디곡신 때문인지 아니면 아예 고흐가 황시증이란 것 자체를 앓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란색을 과장되게 보이는 병을 가진 사람이 그림을 노란색으로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피사체뿐 아니라 안료 자체들도 노란색으로 과장 되어 보일테니까요.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고흐가 산토닌을 실수로 좀 많이 먹고 일시적으로 세상을 노랗게 보다가 제 시력을 찾은 후에 그 때 보았던 느낌을 되살려 그림을 그렸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말은 농담입니다)


고흐와 압생트 그리고 황시증에 대한 루머 중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건 압생트에 테레핀유가 들어있었고 압생트를 즐겨마시던 고흐는 그 덕분에 황시증을 불러왔다는 식의 이야기인데요. 이건 사실 다음의 두 가지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서 와전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1. 고흐는 이상한 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충동적으로 먹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이건 그의 친구이자 화가인 폴 시냑의 기록에도 나와 있는데 몸에 해로운 물감을 짜먹거나 테레핀유를 들이키거나 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맛으로, ?)

2. 압생트에 들어 있는 투존은 일종의 테르핀입니다. 테르핀이라는 탄화수소 화합물의 기본단위라 할 수 있는 이소프렌(C5H8, CH=C CH CH=CH)을 기본단위로 하는 다양한 천연유기화합물을 싸잡아 일컫는 말입니다. 참고로 투존(C10H16O)은 이소프렌이 두 개 들어있는 모노테르핀입니다. (둘인데 모노인건 둘이 기본이라 그렇습니다)


테레핀유(Turpentine)의 구성성분이 테르핀(terpene)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투존이 테르핀이라는 것과 테레핀에 테르핀이 들어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인겁니다. 투존이 테르핀이라는 이야기는 그냥 유기화합물이라는 이야기지 무슨 투존이 테레핀유의 성분이라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근데 쓴 쑥에 들어있는 테르핀인 투존이 압생트에 들어있다라는 말을 보고 누군가 압생트에는 테레핀유가 들어있다라고 이해버린 겁니다. (멜라민과 멜라닌은 서로 틀린 거거든요)


어쨌든 한가지 분명한 건 고흐의 노란색 그림은 압생트 때문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산토닌이든 투존이든 당시 압생트에 함유된 양으로는 정말 황시증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술병으로 사망했을 테니까요.



압생트의 유해성, 그 결론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고 마틴 루터 킹이 외쳤습니다.

저도 상상합니다, 이런 음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잔 마시면 뿅 가면서 온갖 환각을 보게 해주는 신비한 음료.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해주고 세상이 온통 밝은 색깔로 빛나 보이게 해주는 마법의 음료. 켈록거리면서 마리화나를 피울 필요 없고, 힘들게 LSD나 엑스타시 구하려고 서울역전이나 홍대거리를 헤멜 필요 없고 그냥 몇 잔이면 완전히 쾌락의 도가니에 빠질 수 있는 그런 음료. 절대환각항정신성음료! 그런데 꿈은 꿈이고 사실 그런 거 없음입니다.


아니 사실 그런 거 비슷한 거 있기는 합니다. 그 건 바로 술이죠. 사람들은 시름을 잊으려고 심지어는 필름이 끊기려고 마시기도 합니다. 에탄올은 흥분제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세상이 다 친구 같아지죠. 압생트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압생티즘이라고 부르던 압생트의 부작용, 분별력약화, 충동장애, 분노, 흥분, 불면증, 발작, 환각 그 모든 증상들은 사실 습관성 과음의 증상과 똑같습니다. 마냥박사가 압생티즘이라는 말을 만들었던 그 당시에도 영국의 의학저널인 란셋에는 압생티즘이라고 해봤자 전부 그냥 술퍼먹으면 나타나는 증상하고 같은 거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위에 글에서 계속 반복하던 말, “그 증상 나오기 전에 술병으로 먼저죽겠다처럼 압생트 내에서 가장 해로운 성분은 다름아닌 에탄올, 즉 에틸알코올입니다. 그냥 술이라서 해롭다는 이야기죠. 예전의 값싼 압생트를 만들 때 무시되었던 위생법규라든지 몰상식을 살펴보면 에탄올보다 훨씬 해로운 것들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납파이프가 수도관으로 쓰였던 시절 아니겠습니까?) 제조상의 부주의나 불량을 제외한다면 압생트는 술이라서 해로울 뿐입니다.


압생트는 70%를 넘나드는 독주입니다. 근데 사실 독한 술이라서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는 당시 유럽사람들의 압생트 음주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28ed8072b18161f751eb8fed13887364d5021ac596e6ecea40d94033c09120fe3f99903e78

반 고흐 作, 압생트,

압생트를 묘사한 그림에는 언제나 이렇게 커다란 물병이 함께 보인다.



물론 툴루즈 로트렉처럼(귀족자식) 돈이 원래 많아서 70%짜리 압생트 원액을 속이 빈 지팡이에 채워 놓고 홀짝거리며 마신 사람도 있지만 (결국 알코올중독으로 사망) 보통은 전에 설명 드렸던 압생티아나라는 의식을 거쳐서 마셨죠. 압생트 원액에 찬물을 부어서 희뿌옇게 변하는 루쉬를 즐기면서 마시는 압생티아나. 여기 들어가는 물의 양은 보통 원액의 세배에서 다섯배 정도입니다. 따라서 세배일 경우는 70/400=17.5% (소주보다 약한 도수) 다섯배일 경우는 70/600=11.6% (와인보다 약한 도수)에서 음용되었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1회 정량이 원액 30ml정도 (1온스)였으니까 압생트 한잔의 양은 물 세 배 희석의 경우에 120ml (소주 1/3) 다섯 배면 180ml (와인 1/4) 정도였겠죠? 세 잔 마시면 소주 한 병 혼자 비운 셈이 되는 거죠.

결론적으로 압생트는 다른 술에 비해 특별히 더 위험한 물건은 아닙니다. 흐느적거리는 보헤미안의 낭만이나 불타는 고흐의 노란색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결론이지만요.

자신의 이름을 딴 압생트 브랜드를 출시할 정도로 압생트 애호가로 알려진 맨슨 역시 처음에는 압생트의 잘못된 악명이 주는 위험한 이미지에 끌렸었을 겁니다. 맨슨이 자기 이름을 걸고 와인(샤또 드 망송?)을 출시하는 것 보다 악마의 드링크 압생트를 출시하는 게 더 그럴 듯 하지 않습니까?

28ed8072b18161f751eb8fed13d0763be86bb20402259e42155658781dd1154b9f696b661e51

맨슨횽도 즐겨마시는 악마의 지옥국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평범한 약초술




압생트의 유해성에 관한 근거없음이 알려지면서 압생트에 걸린 금주는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습니다. (2007년 미국에서의 판금이 마침내 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가지 오해가 걸려 있지요. "압생트는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고 도수를 낮춘 후 겨우 판매를 허가받았다. 따라서 지금 압생트는 당시 사람들이 마시던 그 압생트와는 다른 물건이다이 낭설 역시 압생트가 악마의 음료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낭만주의적인 상상의 발로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몇 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져 섞인 왜곡입니다.


  1. 압생트의 금지 직 후, 페르노는 압생트의 레시피에서 문제의 성분인 쓴 쑥을 제거하고 도수를 낮춘 파스티스라는 술을 내놓습니다. 이건 1915년 금지 직후에 벌어진 일입니다. 최근에 발매한 것이 아니고요. (앞의 오해는 이 이야기가 시공을 초월해 최근의 판매금지 해제와 연결이 된 듯해요) 참고로 파스티스는 요즘도 팔리고 있습니다. 아니스 향이 강하고 당연히 아니스가 들어있기 때문에 물을 부으면 우조효과도 일어납니다.


  2. 문제 물질로 지목받은 투존에 대해 유럽은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 35mg/l의 규제를 걸고 있고 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투존의 식품첨가는 금지이나 10ppm(10mg/l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이하의 경우는 투존이 안 들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애당초 압생트에 들어 있는 투존은 리터당 5~6mg정도 입니다. 저 규정에 맞추기 위해 바꾸고 말고 할 것 없습니다.


  3. 압생트의 알코올함유는 68%정도가 정통적인 것이지만 일부 지방의 압생트의 경우는 제조법의 특성으로 도수가 낮아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압생트의 알코올양은 70~40%라고 이야기 합니다. 현재도 다양한 알코올함유량의 압생트가 팔리고 있습니다.


추천 비추천

6

고정닉 4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03152 공지 필독정보글 게시물 추가/제거 요청 쓰레드 브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5 488 0
321 공지 칵테일 갤러리 이용 규정(2024.04.12. 최신) [8]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23 8519 9
98390 공지 갱차 리스트 Cockta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8 768 0
245 공지 칵테일 마이너 갤러리입니다. [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9 5556 7
320 공지 매니저 호출용 공지 [14]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23 5168 2
107935 일반 식자재마트 레몬 가격 미쳤네 [2] 돌싸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8 17 0
107934 일반 얼음 보관할데가 부족해졌다 이제 막 써야할듯 [3] 칵붕이(222.101) 18:57 39 0
107933 일반 위스키 추가하기 VS 기물 풀세트 맞추기 [1] ikt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3 25 0
107055 나눔 기습 눔나 [26] 아리우스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757 14
107675 행사/ 6.1 ㅎㅂㅎㅂ [6] 브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54 6
107932 릴레이 릴)ㄴㅂㅌㅅㅈㅇㅇ [2] D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3 28 0
107931 일반 칵뉴비 칵테일 먹는 것마다 맛있는데 어캄 [5] ㅇㅇ(118.235) 18:10 58 0
107930 일반 뉴비 질문글에 답해줬는데 답글이 없어 [10] 음주운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8 92 0
107929 질문 의정부로 이사왔는데 [3] ㅇㅇ(223.62) 17:53 47 0
107928 일반 이 런칵테일이싸악식어버렸잔아! [12] 음주운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87 2
107927 질문 지파드 바닐라 샀는데 뭐해먹을까 [4] 용가리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60 0
107926 일반 오늘의 외도 [7] be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9 76 0
107925 질문 뉴빈데 [4] 휘남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 53 0
107924 일반 편의점엔 왜 파인애플 주스가 없는걸까... [1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0 80 0
107923 질문 뉴비 칵테일 질문점 [12] 칵붕이(211.181) 16:45 97 0
107922 정보 칵린이의 디아지오 패밀리세일 후기 [1] 칵린이(106.101) 16:42 83 0
107921 일반 귀찮음 500배 [11] 배스보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2 98 0
107920 일반 오입 평가좀 [1] VAL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4 58 0
107919 질문 일본에서 샤르트뢰즈 그린 8만원이면 살만함? [8] ㅇㅇ(121.136) 16:19 90 0
107918 질문 하인 VSOP 6만원 어떤가용?? [4] 카레가좋아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8 47 0
107917 일반 티-타임 [4] 음주운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1 51 0
107916 일반 대만우롱차 존맛이네 [4] 죽순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3 72 0
107915 릴레이 릴) 레이 하자 [4] 배스보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1 58 0
107914 일반 오늘 술마셔야하는데 이거 약 안먹고 마셔도 되나? [6] VAL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6 68 0
107913 일반 응애 나 애기 ㅇㅇ(58.122) 15:41 25 0
107912 일반 잭로즈하이볼마렵네 [20] 배스보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0 124 0
107911 일반 후쿠오카 아마오우 딸기 리큐르 받아 왔는데 [3] YU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5 66 0
107910 일반 더워 가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5 25 0
107909 일반 님들 저 생일임! [9] sineg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72 8
107908 질문 이거 유명한가요 [3] Ambition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3 68 0
107907 일반 국내 주세법 일부 개정안 뜸 [5] ㅇㅇ(106.101) 14:36 129 0
107906 질문 혹시 술병들 높이 얼마나됨 [4] 닉중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0 103 0
107905 일반 야발 [7] 배스보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8 105 0
107904 질문 동부 세일 품목인데 수직이륙 가능? [7] 허브앤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7 124 0
107903 일반 빵 인퓨징은 사실 건식 빵가루를 구워서 하면 되는게 아닐까 [3] 모순의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58 87 0
107902 일반 나만 주종별 주량이 다른가 [7] 단단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5 98 0
107901 일반 갤에서 바이럴 돈 진을 사는건 합리적인 소비 아닐?까? [2] 블랙말랑지옥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109 0
107900 일반 오렌지주스 = [1] 햄듀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5 98 1
107899 질문 하이드아웃 모형꽃 파는곳 아는사람 [5] 술섞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34 140 0
107898 일반 위스키로 담금주 했다 [2] 틸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7 74 0
107897 질문 스사믹 만들건데 레몬라임이랑 설탕물 대신 시럽 써도 됨? [5] ㅇㅇ(121.159) 09:18 79 0
107896 릴레이 나눔릴)화이트 러시안 받고 ap야스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40 0
107894 칵테일 준벅 [1] 칵붕이(222.101) 03:20 89 0
107893 일반 친구가 없네 [8] 프로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8 122 0
107892 일반 진토닉에 산딸기나 딸기 으깨넣는거 어케생각함?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150 0
107891 일반 올스파이스 드램 사야겠다 [2]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87 0
107890 일반 잘자콘. [4] CrouchingWri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5 88 0
107889 일반 5잔이나 마시면 취하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4 69 0
107888 릴레이 개씨이이이이이발 [10] 노아스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332 13
107887 일반 칵붕극장 시골 바사장의 삶 [6] 모순의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5 18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