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압력일수록 커피를 더 짜내는게 아니더라

=>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입죠... 추출수의 압력으로 인해서건

커피베드의 입자가 너무 고와 물이 뚫고 들어갈 수 없을만큼 뭉쳐있다면

퍽 저항이 발생해서 추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죠

결국 물이 확산되면서 커피에 침투하고, 향미물질을 내려보낸다

=> 핵심은 압력 그 자체가 아니라 커피베드에서 어떻게 최대한 뽑아내냐가 핵심이겠죠

2. 박근하 바리스타의 루틴과 이야기

=> 박근하 바리스타의 추출 루틴은 (스페셜티 커피 기준) 꽤나 클래식한 추출 루틴이죠

도징량을 결정하고, 분쇄도를 잡고, 추출

이후 추출 양상을 체크 후 분쇄도를 다시 잡고 재추출

물론 이 과정을 여러 번 조절하다 어느 정도 도징량을 조절할 수 있겠지만

방챔처럼 드라마틱하게 도징량 자체를 확 내리진 않죠

그런데 방챔은 도징량을 내린게 아니라 정확히는 표면적을 극대화시킨걸로 추측합니다

박근하 바리스타의 루틴과 널리 알려져 있는 에스프레소 추출 루틴에서

분쇄도가 결정하는건 약간의 비약을 더 하자면 단 하나, 추출 속도입니다

박근하 바리스타의 말대로 퍽 저항을 얼마만큼 일으키냐는

곧 추출수를 어떻게 커피베드에서 지연시켜서, 얼마만큼 커피를 뽑아낼 것이냐의 문제인데

분쇄도의 문제를 추출속도에 종속되어 있는 변수로 생각하게 되면

방챔같은 꽤나 파격적인 추출 방법이 불가능합니다

3. 그래서 언급된 것은 로스팅, 그리고 바스켓

방챔이 바스켓 얘기를 하면서 뜬금없이 1차, 2차 크랙을 이야기합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콩은 볶으면 볶을수록 밀도는 낮아지고(다공질의 세포벽이 더 크게 열리고)

무게는 더 가벼워지죠(수분이 날라가고,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향미물질도 빠져나가고)

그러니까 너도나도 2차크랙을 넘어서 볶던 그런 시절에는 특정 g수(질량)의 도징으로 추출할 때

부피 사이즈인 바스켓으로 치환하여 추출해도 일관성이나 추출 루틴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스페셜티 씬에선 전혀 얘기가 다르죠

중간중간 방챔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일겁니다

콩마다 향미가 발현되는 로스팅 포인트도 조금씩 다를거고,

그 얘기는 콩이 최종적으로 볶여서 나올 때 콩의 무게(정확히는 밀도)가 다를텐데

서로 다른 밀도를 가진 콩의 도징량을 부피 사이즈 규격인 바스켓에 따라 결정한다는게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중요한건 커피의 최종적인 맛인데, 커피에선 이상하리만큼 추출 시 사용하는 도징량을 바스켓 사이즈에 연동시키죠

바스켓 사이즈가 어떻든 추출되는 최종적인 맛이 다르면 도징이던 분쇄도건 바꾸면 그만일테니까요

4. 그래서 중요한건 관능. 추출 피라미드의 탑은 항상 맛

2번 박근하 바리스타 얘기 들으시면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다음 사진을 떠올리실겁니다

dose, yield, time..

전형적인 에스프레소 추출 루틴이죠

이 추출 방식은, 얼핏보면 추출 변수를 조절하는 대전제가 최종적인 관능평가인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상 dose 자체를 극단적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이 루틴은 앞서 말했듯 결국 퍽에 걸리는 저항, 그로 인해 조절할 수 있는 추출수의 지연이

커피 향미 추출Y의 X축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커피의 서로 다른 밀도값을 추출 루틴에 변수로 완벽하게 녹여내기가 어렵습니다

동일한 수율20%이더라도 어떤 커피는 가지고 잠재치보다 더 많이 추출되었을수도 있고

어떤 커피는 그 커피가 가지고 있는 최대 잠재치를 다 못 보여준걸수도 있습니다

결국 현재까지 해온 에스프레소 추출 루틴에서는

더 높은 표면적이 더 다채로운 향미를 보여준다는 것을 머리론 알지만

더블바스켓에 20g 언저리에 도징으론 더 고운 분쇄도는 더 높은 압력을 발생시키고

추출엔 실이라는걸 알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퍽 저항을 아예 줄여버리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다른 바리스타들이었다면 퍽 저항을 줄이기 위해 분쇄도를 풀었겠지만

방챔은 향미를 최대치로 뽑으려고 시도를 하면서 더 많은 도징과 굵은 분쇄(낮은 퍽저항)에 연연하지 않았을겁니다

더 고운 분쇄도를 유지하고 있는 향미를 다 뽑아내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선 퍽에 너무 높은 압이 걸리면 안 되므로

결국 도징량을 줄여버린 것이죠 추출도 끊지 않고 그대로 추출하구요

이 때문에 퍽 저항은 줄어들고, 얇아진 커피베드 덕에 물은 고운분쇄도임에도 확산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며

넓은 표면적에서 오는 다채로운 향미의 최대치를 에스프레소 컵에 담을 수 있었을겁니다

방챔에게 추출 레이시오는 중요한게 아니겠죠

결국 최종적으로 떨어지는 에스프레소 컵이 맛있어야할테니까요

5. 그러나 너무 적은 도징량은 커피베드가 무너진다

어느 정도선까진 커피베드가 추출이 원활히 되겠지만

박근하 바리스타가 지적한 대로 추출수의 압력 자체를 못 이겨

커피베드가 깨지고 채널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의 고운 분쇄도를 가져갔을 때 이에 낮출 수 있는 도징량도 하한선이 있는 셈이죠

물론 방챔의 접근 방식 외에도

아주 고운 분쇄의 에스프레소를 퍽 저항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저압으로 추출한다던가

프리인퓨전을 길게 해 커피베드를 충분히 적셔 물길을 내준 뒤 얇은 유량으로 추출한다던가등의 방식도 있겠지만

방챔의 방식은 머신의 변수 조절 능력보다도 바리스타의 에스프레소 추출 루틴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에 더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썼다가 다 날라가서 다시 적어봤습니다..

오류나 잘못 이해한 점이 있다면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